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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랑 할 줄 아는 건강한 어린이가 되어라.’ 1999년 8.7일 趙 世 衡 |
올림픽공원 제 3체육관 펜싱경기장에서 결식어린이를 위한 ‘사랑의 점심 나누기’를 4년 째 진행할 때, 토요일의 일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펜싱경기장 안에 있었다. 정오가 조금 지나 여름 날씨는 더 더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구름도 없이 화창하고 밝은 날이었다. 올림픽공원의 푸른 나뭇가지들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체육관에 있는 사무실은 무척 시원해서 학생들이 뛰고 놀더라도 땀이 나지 않았다. 냉방 시설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도착하는데로 출석부에 이름과 학교를 써 놓고 나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잘 지냈어요.” 눈인사까지 마치면,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시글벅적 재잘거린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다양한 학년이다. 학교는 모두 근처에 다녔고 올림픽 공원 부근에 살았다. 서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하키 출신인선생님이 시간을 내서 항상 토요일이면 봉사를 해주었다. 메달리스트와 에어로빅으로 학생들은 몸을 풀었다. 학생들은 즐거운 웃음이 연이어서 터졌다. 토요일 올림픽공원은 달리기도하고 뛰어 노는 아이들로 활기가 넘쳤다. 학생들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즐거웠다. 학생들의 소리는 아무리 떠들어도 지저귀는 새소리보다 맑고 청아했다. 하지만 체육관이기 때문에 조용히 하라는 말은 언제나 달고 살았었다. 토요일이되면 체육 관련 가맹단체들 사무실 근무자들은 일찍 퇴근하면 펜싱경기장은 더욱 조용해졌다. 긴 공간의 복도, 조용한 곳의 아이들의 소리는 적막을 깨고 기쁨을 주었다. 그러나 외부행사나 경기가 있을 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조세형 씨가 출소 한지 10개월이 채 안되었을 때, 결식 어린이를 위해서 올림픽 공원 펜싱경기장에 있는 우리 사무실로 발걸음을 한 것이다. 이곳에 있는 우리들을 만나러 오기 전에 망설였다고 했었다. 이유는 덧붙이지 않았다. 그 외에 별다른 말이 없었다. 우리가 더 알아야 할 의무도 없지 않는가. 우리가 잘못하면 어색한 방문객이 될 것만 같았고, 그래서 조심스러웠다. 그는 하얀 반팔 티셔츠에 검은색의 긴 바지를 입었고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그가 신은 신발은 생각이 안난다. 아무튼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잠시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학생들의 급식을 어떻게 할까 결정 했다. 조세형 씨가 준비 한다고 했고, 그래서 우리는 햄버거로 결정했다. 학생들에게
"아저씨가 착해졌다. 지난 잘못을 뉘우쳤다."고 말해 주었다. 딱히 내가 변명할 필요 있는 말을 찾을 수가 없었고 전하는 말로 대신했다. 아저씨는 한사코 아이들 앞에서 바라보지도 못하고 쇼파에 푹 꺼진 채로 앉아서 말을 아꼈다. 살찌지 않은 모습으로 건강해 보였고 보통 수준의 체격을 갖춘 평범한 아저씨처럼 느껴졌다. 학생들에게 오늘의 메뉴로 햄버거와 팥빙수를 먹게 되었다고 말하자 모두 함박웃음을 터트렸고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모두 박수를 쳤다. 큰 소리로 “잘 먹겠습니다.” 소리가 커서 체육관 사무실이 크게 울렸다. 하지만 그는 한 마디도 학생들 앞에서 하지 못했다.
"아저씨는 과거에 큰 잘못을 했지만, 그 때의 일을 많이 뉘우치고 선교활동을 하신다"라고 들은 대로 전했다. 아저씨는 연신 웃기만 할 뿐 또 말이 없었다. 수줍음을 몹시 타는 것 같았다. 수줍음과 반성은 비례하는 것처럼 보였고, 우리들은 진심으로 그의 반성을 받아 들인것 이었다. 그래서 한 마디 말을 글로 남기면 읽어 주겠다고 했고 말을 대신해서 받은 문장이 있었다.(지금도 보관)
<‘친구를 사랑 할 줄 아는 건강한 어린이가 되어라.’1999년 8. 7일 趙 世 衡>을 써 주었다. 내가 학생들 앞에서 읽었고, 점심을 먹기 위해서 출발했다. 학생들은 점심 먹을 생각으로 즐거웠다. 우리들은 학생들과 올림픽공원역에 앞에 있는 버거킹으로 향했다. 걷는 시간은 3~5분 정도 거리지만, 학생들은 시간이 더 걸렸다. 모두 30여 명 이나 되었다. 그날 같이 간 학생들은 평소에 학년으로 구별해서 형, 누나, 동생이라고 서로 불러주는 친밀한 사이었다. 손을 잡고 걸었고, 큰 길을 건넜다. 그날의 메뉴는 햄버거와 팥빙수였다. 먹는다는 자체는 학생들에게는 즐거운 일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을 기다렸다. 떠들고 웃는 소리와 모습이 싱그러웠다. 그날 점심은 특별 손님(오늘의 아버지라고 명했다)이 준비했고 버거킹에서 학생들은 마냥 즐겁게 식사를 한 기억이 있었다. 물론 그도 행복해하는 것을 표정으로 알 수 있었고, 어떠한 우려했던 일도 없었고 평온했다.
누가 뭐라 하든 조세형 아저씨는 좋은 일을 하려고 우리들 앞에 수줍게 나타났다는 사실을 생각나게 하는 아침 일간지 기사를 보면서 무어라 평할 상황은 아니었다.
2013. 4. 13-14
첫댓글 언론은 한 사람을 때로는 위인으로, 파렴치한으로 몰고가지요 이 세상에 진정한 위인도, 악인도 없는 것 같아요. 때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상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과제, 부조리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까뮈의 이방인이 연상되어지네요~
숙제가 이방인인데 평에 대한 감사의 표현으로 후욱~~~따스한 봄바람을 보냅니다.
정말 특별한 분을 만나 특별한 경험을 하셨네요.^^ 겉으로만 봐선 알수 없는 내면의 모습이 궁금한 사람이 많아요.
그 사람 속에 들어가볼 수 없으니 누구라도 한 사람을 어떤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인간에 대한 고뇌와 탐구가 문학 작품 속에 들어갈 수 밖에 없겠죠.
도그맘님, 과거와 현재 주의 요!
현실의 시간이 왔다 갔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증표^^* 녜. 출력해서 수정해봐야 확실 할 것 같아요.
저도 신문기사 봤어요. 나이도 고령인데 끝까지 오점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았을 턴데 안타까웠어요. 조세형이 잘 살아보려고 노력도 하였지만 현실이 안받쳐준게 아닐까요. 그런생각도 일면 들어요.
신앙의 힘으로도 안되는가봐요. 그 때 학생들도 신문 봤을 거 같아요. ㅠㅠ 이제 성인이 되었을텐데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