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뉴스를 보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10년 앞당겼다고 믿었던 사람
대한민국에서 가진 것이 없이도 대통령까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
대한민국의 부정부패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호통을 칠 것 같던 사람
자기를 희생(정권을 포기)하면서 까지 대한민국의 경제를 먼저 생각했던 사람
눈앞의 대한민국보다는 10년, 100년후의 대한민국을 걱정했던 사람
내가 좀더 큰 사람이 되어서 꼭 한번 식사라도 대접하면서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시켜주고 싶었던 사람
그 사람이 600만불의 돈에 휘둘리는 모양이 너무 보기 싫어서 한동한 뉴스를 보지 못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되는 것까지 확인하고 대충 상황을 정리했다.
그 정리는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에 호의적인 결론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주장을 100% 믿고 그것을 넘어서서 두둔하는 입장의 결론을 애써 내고 있었다.
나는 왜 이런 반응을 보일까?
그 해답을 "거짓말의 진화"라는 책에서 찾았다. 자기정당화의 엔진 "인지부조화"
나는 그토록 믿었던, 그렇게 지지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비리에 연루되는 것에서 엄청난 인지부조화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이 현상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판단하기 위해서 다시한번 "거짓말의 진화를 읽으면서 정리"하기로 한다.
panic bird......
기홍이가 정리한거 끌어옴
neuream.net
그들은 왜 속이고 거짓말하고 정당화하는가?
-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인간이기에, 우리는 모두 자신을 정당화하고, 해롭거나 부도덕하거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다. ... 우리가 저지른 과오의 결과가 사소하든 중대하든 "내가 틀렸다. 내가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과오의 결과가 중요할수록 어려움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 게다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틀렸다는 증거를 직면하면 자신의 견해나 행동 방침을 바꾸기보다는 훨씬 더 완강하게 정당화한다. 논박의 여지가 없는 증거조차 자기정당화(self-justification)라는 심리적 갑옷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 우리가 불행하거나 무의미한 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기 때문.
- 자기정당화는 거짓말이나 변명과는 다르다. ... 자기정당화가 공공연한 거짓말보다 강력하고 훨씬 더 위험하다. 자기정당화가 있음으로 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한 일이 최선이었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
- 자기정당화는 우리의 과오와 그른 결정을 과소평가하는 것만이 아니다. ... 우리는 자기정당화의 작용 때문에 우리의 도덕적 과실과 다른 사람들의 과실을 구분하고, 우리의 행위와 도덕적 신념 사이의 불일치를 얼버무릴 수 있다. ... 우리는 각기 자기만의 도덕적 한계선을 그어놓고 그것을 정당화한다. ... 문제의 행위가 호텔 침대 커버에 잉크를 엎지르는 것과 같은 사소한 것이든 횡령 같은 중대한 것이든 자기정당화의 메커니즘은 똑같다.
- 남을 속이기 위한 의식적 거짓말과 자신을 속이기 위한 무의식적 자기정당화 사이에는 매혹적인 회색 영역이 존재한다. 이곳을 순찰하는 것은 미덥지 못하고 자기기준으로 판단하는 역사가, 곧 기억이다. 기억은 종종 과거 사건의 윤곽을 흐리게 하고, 범죄성을 호도하며, 진실을 왜곡하는 "자기고양편향(ego-enhancing bias)"에 의해 재단되고 형성된다.
- 자기정당화의 내적 작동원리를 이해하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많은 일들이 일관성있게 설명된다. 부자비한 독재자, 탐욕스러운 기업가, 신의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광신자, 아이들을 추행하는 성직자, 형제를 속여 유산을 가로채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이 어떻게 제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를 대답할 수 있다.
- 자기정당화에도 유익한 점과 해로운 점이 있다. 그 자체로는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자기정당화가 있기에 발 뻗고 편히 잘 수가 있다. 만약 자기정당화가 없다면 심한 번민에 시달릴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을 아쉬워하고 지나온 길을 후회하느라고 두고두고 자신을 괴롭힐 것이다. 또한 거의 모든 결정의 결과를 두고 괴로워[불안해]할 것이다. 옳게 행동했는가, 나와 어울리는 사람과 결혼했는가, 집을 제대로 구입했는가, 제일 좋은 차를 샀는가, 적합한 직업을 택했는가 등등.
- 그렇지만 무심코 하는 자기정당화는 유사(流沙)와 같이 우리를 더 깊은 불행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것은 과오를 바로잡는 것은 물론 보는 것마저 방해한다. 현실을 왜곡함으로써 필요한 모든 정보를 얻고 문제들을 명확히 평가하는 것을 방해한다. 습관적인 자기정당화는 연인, 친구, 민족들 사이에 벌어진 틈을 더욱 깊고 넓게 만들며 건강에 해로운 습관을 버리는 것을 방해한다. 범죄자로 하여금 자기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회피하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로 하여금 대중에게 해로울 수 있는 습관적인 태도와 절차를 바꾸지 못하게 한다.
# 실수를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누구나 사리 분별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를 하기 마련이지만 은폐할 것인지, 자백할 것인지를 선택할 능력은 있다. 그 선택은 다음 행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항상 실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인데, 실수한 사실부터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정당화라는 "세이렌 요정의 노랫소리"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1장 인지부조화 : 자기정당화의 엔진
- 자기정당화를 추동하는 엔진, 즉 행위와 결정을 정당화할 필요성을 만드는 에너지는 페스팅어가 '인지부조화'라고 부른 불유쾌한 감정이다. 인지부조화는 ... 심리적으로 상반하는 두 가지 인지 요소(사상, 태도, 신념, 견해)를 가지고 있을 때 발생하는 긴장 상태[불편한 상태]이고, 그 범위는 사소한 고민에서부터 깊은 번민에까지 이른다. 사람은 부조화를 해소하기 전에는 자유롭지 못하다. ... 부조화를 느끼는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는 상충하는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조리와 더불어 산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알베르 카뮈가 말했듯이 인간은 자신의 삶이 부조리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생을 보내는 동물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어한다. 페스팅어 이론의 핵심은 사람들이 상충하는 생각에서 조리를 찾아 최소한 마음에서만은 일관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애를 쓴다는 것이다.
# 실험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한 사람이 어떤 목적이나 대상을 획득하기 위해 어렵거나 고통스러운 체험을 자발적으로 한다면, 그 목적이나 대상이 더욱 매력적이 된다는 것이다. 한 토론 단체에 가입하러 가는 길에 아파트의 열린 창에서 떨어진 꽃병에 머리를 맞았다고 해서 그 토론 단체가 더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단체에 들어가는 데 필요해서 자발적으로 꽃병으로 머리를 쳤다면 분명히 그 단체가 더 좋아진다.
# 인지부조화 이론은 인간이 호모 사피엔스로서 정보를 논리적으로 처리한다는 자화자찬식 개념도 타파했다. ... 새로운 정보와 신념이 일치하면 그것이 근거가 분명하고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늘 말한 거잖아?" 하지만 새 정보가 기존 신념과 상충할 때는 한쪽에 치우쳐 있거나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 무슨 헛소리야!"
- 조화에 대한 요구가 워낙 강하다 보니 부정할 수 없는 증거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기존의 신념을 유지하거나 공고히 할 수 있도록 증거를 비판, 왜곡, 기각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이러한 심적 왜곡을 '확증 편향[편향 확증]'seeking confirmation이라고 한다. ...
- 신경과학자들은 최근 이러한 편향된 사고가 뇌의 정보처리 방식 그 자체에 내장되어 있음을 입증했다. ... 피험자들이 부조화 정보에 접했을 때는 뇌의 추론 영역이 거의 정지되어 있고, 조화가 회복되었을 때는 뇌의 정서 회로가 환하게 밝아졌다. 이들 메커니즘은 마음을 일단 결정하고 나면 바꾸기가 어렵다는 관찰을 뒷받침하는 신경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사실 심지어 당신의 관점과 상충하는 정보를 읽어도 당신이 옳다는 확신은 오히려 더욱 강화된다. ...
- 부조화 이론은 피험자들이 그 두 기사[사형이 흉악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기사와 없다는 학술적인 기사]를 왜곡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들은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해주는 기사를 무슨 대단한 작품이나 되는 것처럼 환호하며 수용할 이유들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믿음을 반박하는 기사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다. 사소한 결점들을 찾아내어 자신이 그 기사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로 확대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정확히 이러한 예측과 일치했다. 양측은 상대편의 논거를 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논거에 대한 확신을 훨씬 더 강화했다.
# 확증 편향은 또 증거의 부재가 자신의 신념이 옳다는 증거라고 믿게 한다.
# 부조화 이론은 ... 이렇게 말해준다. '잉그리드[카사블랑카의 여주인공]는 어떤 선택을 했든 그것을 정당화해줄 이유와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아 기쁜 이유도 함께 찾아냈을 것이다.' 우리는 일단 결정을 한 뒤에는 그 결정을 뒷받침할 여러 가지 도구를 가지고 있다. ... 취소할 수 없는 행위를 했을 때 자기가 옳다는 확신이 더 강해진다. ... 시간이든 돈이든 노력이든 불편이든 결정의 대가가 클수록, 그리고 그 결과를 물릴 수 없는 정도가 높을수록 부조화는 커진다. 더불어 자신이 내린 결정에 따르는 좋은 것들을 과도하게 강조함으로써 부조화를 줄일 필요성도 커진다. 따라서 목전에 큰 거래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어떤 차나 컴퓨터를 살 것인가, 성형수술을 받을 것인가, 값비싼 자기 계발 프로그램에 등록할 것인가 등) 바로 전에 그것을 한 사람에게는 조언을 구하지 말라. 그 사람은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당신을 설득하려는 동기가 무척 강화되어 있을 것이다.
# 심지어 그 이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조차 부조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빌어먹을 인형'[화가 날 때 사정없이 내리치며 욕할 수 있는 인형]은 서양 문화에서 가장 뿌리 깊은 통념의 하나를 반영한다. 그것은 카타르시스의 효험을 믿는 정신분석이 길러낸 통념이다. 바로 화를 표출하거나 공격적으로 행동하면 화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인형을 집어던지거나 샌드백을 치거나 아내에게 고함을 쳐라. 그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간 축적된 실험 데이터는 이러한 행동과 정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옳음을 보여준다. 감정을 공격적으로 표출하면 보통은 기분이 더 나빠지고 혈압이 오르며 더욱 화가 난다.
특히 다른 사람을 향해 직접적으로 화를 내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인지부조화 이론이 예측하고 있는 바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해로운 행위를 할 때는 강력한 새 동인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바로 자기가 한 일을 정당화할 필요성이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약한 아이를 놀리고 못 살게 구는 소년을 보자. ...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그는 희생자가 착하지도 무죄하지도 않다고 자신을 설득하려 할 것이다. '그 앤 바보에다 울보야. 게다가 저도 기회가 있었다면 내게 똑같이 했을걸." 일단 희생자를 비난하기 시작하면 다음번엔 훨씬 더 못되게 굴 가능성이 커진다. 최초의 해로운 행위를 정당화하고 나면 더욱 공격적인 행위를 위한 무대가 마련된다. 바로 그것이 카타르시스 가설이 틀린 이유다.
# 아이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공격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법을 배운다. 동생을 때리고 동생이 울기 시작하면 "얘가 먼저 그랬어요! 맞아 싸다고요!"라고 주장한다. 대다수의 부모는 이 유치한 자기정당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대개는 실제로도 그렇다. 하지만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는 폭력배들이나 직원들을 혹사시키는 고용주, 배우자를 학대하는 부부, 저항을 포기한 용의자를 계속 구타하는 경찰관, 소수 민족 사람들을 수감하고 고문하는 폭군, 민간인들에게 잔혹행위를 자행하는 군인들의 행동에 똑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 모든 경우에 악순환이 형성된다. 공격이 자기정당화를 낳고, 자기정당화가 더 많은 공격을 낳는 것이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 "그는 내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그에게 더러운 술책을 부렸고, 그 이후로 나는 그를 미워했어." ... 다행히 부조화 이론은 한 사람의 관대한 행위가 어떻게 선행과 동정을 연쇄적으로 증폭시키는지, 곧 '선순환'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선행을 할 때 사람들은 관대한 행위를 수혜자를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될 것이다.
# 부조화는 어떤 상황에서나 불편하지만 자기개념의 중요한 요소가 위협당할 때 가장 고통스럽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자신의 견해와 어긋나는 일을 할 때이다. ... 대다수 사람들은 상당히 긍정적인 자기개념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을 유능하고, 도덕적이며, 똑똑하다고 믿기 때문에 부조화를 줄이려는 그들의 노력은 긍정적인 자아상을 보존하도록 설계될 것이다.
# 부조화 이론이 예측하듯이 자기확신이 강하고 유명한 사람일수록 과오를 인정할 가능성은 더 낮을 것이다.
# 부조화 줄이기는 자동 온도 조절 장치처럼 작동한다. 우리의 자존감을 계속해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자기정당화에 둔감한 것이다. 우리가 실수를 하고 어리석은 결정도 내린다는 것을 인정하게 하는, 우리 자신에게 하는 작은 거짓말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 부조화 이론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 자신을 멍청이, 사기꾼, 무능력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들은 자신의 행위가 자신의 부정적 자아상을 확인해주어도 놀라지 않는다. [그들의 행위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 자아상과 일치하기 때문.] ... 자신에게는 사랑스러운 면이 없다고 믿는 여자는 남자들에게 거절을 당해도 부조화를 느끼지 않는다. ...
우리는 자신의 됨됨이에 대한 확신에 의지해 하루를 살며,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항상 그러한 믿음의 필터를 통해 해석한다. 그 믿음이 침해당하면, 좋은 경험에 의해 침해당해도 우리는 불안을 느낀다. 그러므로 자기정당화의 위력을 제대로 평가하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 그러니까 괜히 자신이 어떤 영역에서 무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잘하고서도 기뻐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무슨 사기나 친 듯이 느끼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 사실 몇 건의 실험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 달리 말해 자신의 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평소 생각과 어긋나는 성공에 거북함을 느끼고 그것을 우연이나 비정상으로 치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그러므로 자기 정당화는 높은 자존감을 보호하려는 것만이 아니라 낮은 자존감을 보호[유지]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 선택의 피라미드
[사고 실험 : 태도와 능력, 심리적 건강이 똑같은, 그래서 시험장의 부정행위에 대한 태도도 똑같이 중간적(좋은 일은 아니지만 세상에는 그보다 더 나쁜 범죄가 있다고 생각함)이었던 두 젊은이가 시험장에서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한 명은 부정행위를 하고 한 명은 그 유혹에 굴복하지 않는다.] 한 주 뒤 그들은 부정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각자 자신이 취한 행동 방침을 정당화할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유혹에 굴복한 학생은 부정행위가 그리 나쁜 죄가 아니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모두들 하는 거라고.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내 장래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어."라고 말할 테지만, 유혹을 이긴 학생은 부정행위를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도덕하게 생각할 것이다. ...
두 학생이 갈수록 강화되는 자기정당화를 거치고 나면 두 가지 현상이 벌어져 있다. 하나는 그들이 서로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자신의 신념을 내재화하여 자기가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했다고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두 사람이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1밀리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지만 각자의 개인적 행위를 정당화하는[더 적은(많은) 의미부여를 하는] 작업이 끝났을 때는 피라미드의 사면을 타고 내려와 정반대 쪽 기반에 서 있는 것과 같다.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은 학생은 부정행위를 저지른 다른 학생을 전적으로 부도덕한 사람으로 여기며,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은 다른 학생을 가망 없는 결벽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은 몹시 강력한 유혹에 맞서 싸우다가 거의 굴복할 지경에 이르렀지만 결국 저항에 성공한 사람들이 어떻게 동일한 조건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을 싫어하게 되고, 심지어 경멸하게까지 되는지를 보여준다. 맨 먼저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거의 유리로 된 집에서 살기로 작심하다시피 한 사람들이다. [우안 : 어떤 일을 어렵게 해낸(해내는) 사람일수록 - 그 일 자체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 그 일에 반대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더욱 싫어진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그런 반대되는 행위 자체가 자신을 유혹(자극)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 - 부정적일 수도 있는 - 을 동원하여 그 일을 해내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피라미드의 비유는 도덕적 선택이나 생애의 선택을 포함한 대다수 중요한 결정들에 적용된다. 예를 들면 시험장의 부정행위 외에도 혼외정사를 시작하기로(또는 않기로), 불법 약물을 하기로(또는 하지 않기로), 경기력 향상을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쓰기로(또는 쓰지 않기로), 심난한 결혼생활을 지속하기로(또는 끝내기로), ... 고용주나 직장을 지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기로(또는 거짓말하지 않기로), 아이들을 갖기로(또는 갖지 않기로), 힘든 출세의 길을 추구하기로(또는 집에서 아이들이나 돌보기로) 작정하는 것이 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선 사람이 어느 경사면으로 내려갈지 확신이 서지 않는 상태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혜택과 대가가 따를 때, 그 사람은 자신이 한 선택을 정당화할 필요성을 특별히 절실하게 느낄 것이다. 그리하여 피라미드 바닥에 내려왔을 때는 모호함이 확신으로 탈바꿈되어 있을 것이며 다른 길을 택했던 사람과는 수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을 것이다. ...
처음 백악관에 들어갔을 때 매그루더는 양식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부정한 행위들을 받아들였고, 그때마다 자신을 정당화했다. 그는 사회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고안한 유명한 실험에 참여했던 3,000명이 빠졌던 것과 흡사한 함정에 빠졌던 것이다. 밀그램의 실험에서, 피험자의 3분의 2가 단지 실험자가 계속 "당신이 계속하지 않으면 이 실험을 마칠 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강한 전기 충격을 가했다. 이 실험은 '권위에의 복종'을 다룬 연구로 인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그 이상이다. 그것은 자기정당화의 장기적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이기도 하다. ...
사전에 어디까지 갈 것 같은지 물으며, 450볼트까지 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피험자의 3분의 2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극한 수준까지 간다. 자신이 동의한 매 단계를 정당화함으로써 거기까지 가는 것이다. 이렇제 작은 충격은 해롭지 안다, 20은 10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 20을 가했는데 30이라고 왜 하지 못하겠는가? 한 단계를 정당화할 때마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을 더욱 다진다. 그러다가 강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충격을 가할 때는 대다수가 중단해야 한다는 갑작스러운 결정을 정당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 절차의 정당성 자체에 회의를 느껴 일찍이 실험에 저항한 피험자들은 그 함정에 쉽게 빠져들지 않았고 오히려 더 쉽게 벗어났다.
밀그램 실험은 보통 사람들이 행위의 연쇄반응과 그에 따른 자기정당화를 통해 어떻게 부도덕하고 해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관찰자로서 당혹스럽고 낭패스러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종종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바닥까지 내려오는 오래고 느린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매그루더는 선고 공판에서 ... 이렇게 말했다. " ... 저는 제 야망과 이상 사이에서 어디에선가 도덕적 나침판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떻게 하면 정직한 사람으로 하여금 그의 도덕적 나침반을 잃어버리게 만들 수 있는가? 한 번에 한 단계씩 받아들이게 하면 나머지는 자기정당화가 알아서 한다.
# 부조화의 작용 방식을 이해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자기정당화의 유혹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똑똑하다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 이따금씩 어리석은 짓을 한다. 누구나 그것을 피할 수 없다. 우리의 신경회로망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 우리가 계속 사후에 자기행위를 정당화하려 애쓸 운명을 타고났다는 의미는 아니다.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풍부한 이해는 자기정당화의 버릇을 깨는 첫걸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행위와 선택의 이유에 대해 좀더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거기에는 시간과 자기성찰과 그렇게 하려는 의욕이 필요하다.
# 구체적인 방법은 다르지만 자기정당화의 노력은 모두 우리가 한 일, 우리의 신념, 우리의 됨됨이[그리고 우리의 소망]에 대해 좋게 느낄 필요성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2장 오만과 편견 : 자기정당화의 노예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마태복음 7장 3절)
# 뇌에는 설계상 시각적 맹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맹점도 있다. 두뇌의 가장 영악한 술책의 하나는 실제적인 체험이 전혀 없는데도 우리를 위로해주는 망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 부조화 이론은 맹정에 관한 이론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자기도 모르게 맹인이 되어 자신의 행위나 신념들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들지도 모르는 중대한 사건들과 정보를 알아채지 못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뇌에는 편향 확증 외에도 자신의 인식과 신념들을 정확하고 실제적이며 편견이 없는 것으로 정당화해주는 다른 자기본위 습관들도 패키지로 묶여 있다. 사회심리학자 리 로스는 이 현상을 '소박실재론'이라 부른다. 사물과 사선을 '실상 그대로' 인식한다는 불가피한[불가능한 것에 대한] 확신이다. 우리는 다른 합리적인 사람들이 사물을 우리와 똑같이 본다고 가정한다. 그들의 의견이 우리와 다르면 그들이 명확히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소박실재론이 논리적 미로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음 두 가지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첫째, 개방적이고 공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합리적 견해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둘째, 내가 가진 견해는 무엇이나 합리적임에 틀림없어서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적들을 여기 불러다 앉혀놓고 실상이 어떤지를 말해주기만 하면 그들도 내게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러지 않으면 그것은 분명 그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이다.
# 풍족한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지나치게 많은 특권을 누린다고 생각하거나 행운 덕분에 특권을 누린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특권은 그들의 맹점이다. 눈[마음]에 보이지 않으므로 그들은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당연히 누려야 하는 것으로 정당화한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특권에는 맹목적이다.
# 우리는 자신의 심리적 맹점을 피할 수 없지만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면 부지불식간에 무모해져서 윤리적 금도를 넘어서고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내성만으로는 우리의 눈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우리가 멋대로 휘둘리거나 부패에 넘어가지 않는 인품의 소유자라는 스스로의 믿음을 합리화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집단에 대한 우리의 반감이나 증오가 불합리하지 않고 사리에 맞고 정당하다는 신념들을 뒷받침할 뿐이기 때문이다. 맹점은 우리의 자만심을 높이고 편견을 활성화한다.
# 연구 기금을 지원하는 기업의 영향에서 자유롭다고 진정으로 믿는 선의의 과학자들과 의사들의 자기정당화가 사회에 미치는 위험은 더욱 크다. 그런데도 태양을 따라 방향을 바꾸는 식물처럼 그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후원자들의 이해를 따라 방향을 바꾼다. 이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한 가지 방법은 독립적인 기금을 받은 연구의 결과와 업계의 기금을 받은 연구의 결과를 비교해보는 것이다. 그 결과는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 일관되게 기금 수혜 편향 현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업계에서 연구 기금을 지원받는 과학자들 대다수가 의식적으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면 기금 수혜 편향은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가? 신약에 대한 임상 실험은 치료 기간, 환후의 심각성, 부작용, 투여량, 치료받는 환자들의 변이성 등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작용한다. 결과의 해석은 모호함 없이 분명한 경우가 없다. 그것이 바로 모든 과학 연구에 반복과 개선이 필요한 이유이며, 대다수 실험 결과가 정당한 실험 오차에 열려 있는 이유이다. ... 당신은 당신의 가설과 후원자의 희망에 부합하는 증거만 구하도록 동기화될 수 있다.
# 선물을 받고 나면 은연중에 이쪽에서도 주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게 마련이다. 풀러 브러시사의 영업사원들은 이 원리를 수십 년 전에 이해하고 '발부터 들여놓기' 기법을 개척했다. ... 크든 적든 일단 선물을 받고 나면 당신은 뭔가로 보답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며 그 과정이 시작된다. 그 뭔가가 처음에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고, 흔쾌히 들어주는 것이고, 상대에 대한 호감을 갖는 것일지라도 결국에는 처방(약사)을 하고, 판결(판사), 표결(의원)에서 그들에게 유리하게 행동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행위가 변했음에도 당신의 맹점과 자기정당화 때문에 당신의 지적 · 직업적 성실성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변함없이 그대로이다.
# 모든 사람에게서 위선을 발견할 수 있지만 우리 자신은 예외다. 모든 사람들이 돈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명백히 알면서도 우리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편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편견을 자기에서는 보지 못한다. 자아를 보존하는 맹점 때문에 자신의 편견, 즉 다른 집단에 속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비합리적이거나 속 좁은 감정, 부정적 감정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은 불합리하거나 속 좁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집단에 대해 우리가 갖는 어떤 부정적 감정도 정당화된다. 그 집단을 싫어하는 태도는 합리적이고 근거도 충분하다. 우리가 억눌러야 하는 것은 그들의 편견이다. 관용 박물관에서 '편견이 없는 사람' 문을 두드리던 하시드파 유대인들처럼 자신의 편견을 보지 못한다.
# 편견은 정보를 범주 단위로 인식하고 처리하는 인간의 마음의 성향에서 비롯된다. '범주'는 '스테레오타이프'[유형화된 사회적 관념, 고정관념]에 비해 더 근사하고 중립적이지만 결국 같은 말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스테레오타이프를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효과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고, 집단 사이의 진정한 차이를 분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혹은 어떻게 생각할지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게 하는 에너지 절감[절약] 장치로 여긴다. 우리는 현명하게 스테레오타이프와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즉각적인 정보에 의지하여 위험을 피하고, 새 친구가 될 만한 사람에게 접근하고, 학교와 직장을 선택하고,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바로 저 사람이 평생 사랑할 사람이 될 것이라고 결정한다.
그것은 긍정적인 면이다. 부정적인 면은 스테레오타이프가 우리가 보고 있는 범주 내의 차이를 무시하고 범주 사이의 차이를 과장한다는 것이다. ... '우리'는 뇌의 조직화 체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범주이며, 뇌에 각인되어 있다. 집합 명사 '우리'와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신호이다. ... 사람들은 한결같이 '우리'라는 범주가 생기자마자 다른 모든 사람들을 '우리가 아닌 자'로 인식한다. '우리'의 구체적인 내용은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 ... 우선 꼽아야 할 것이 성, 성 정체성, 종교, 정치, 민족, 국적 등이다. 삶에 의미와 정체성, 그리고 목적을 부여하는 집단에 소속된 느낌이 없다면 우리는 무한한 우주에 무의미하게 떠다니는 먼지에 지나지 않는다는 고립감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소속감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자문화중심주의(우리 문화, 민족, 종교가 모든 다른 것들보다 우월하다는 신념)가 일차적인 사회 집단들에 대한 우리의 유대를 강화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일하고, 싸우고, 그것들을 위해 목숨 바칠 용기를 증대시킴으로써 생존을 돕는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이 잘 풀릴 때 사람들은 다른 문화와 다른 종교, 심지어 다른 성에 대해서도 대단히 관용적이지만, 화나고 불안하고 위협을 느낄 때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맹점을 활성화한다. '우리'는 지성과 심오한 감정 같은 인간적 품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우둔하고 울보고 사랑, 수치심, 슬픔, 후외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고 여긴다. '그들'이 우리만큼 똑똑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행위가 우리로 하여금 '그들'에게는 배타적이 되는 반면 우리와 같은 사람들은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한다. 결정적으로 그 행위는 우리가 '그들'을 대하는 방식을 정당화할 수 있게 한다. 우리의 통념은 스테레오타이프 때문에 차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 인지부조화 이론은 태도와 행동 사이에 난 길이 양쪽으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종 차별이 자기정당화의 스테레오타이프를 불러내기도 한다.
# 모든 사람이 범주 단위로 사고하는 조건에서 왜 일부만이 다른 집단에 대해 심한 편견에 사로잡히는가? ... 스테레오타이프는 그 관념의 부당성을 뒷받침하는 정보에 접하면 바뀌거나 깨질 수도 있지만, 편견은 이치나 경험이나 그것을 반증하는 사례에도 요지부동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 정치 이데올로기도 그렇지만 사람들은 일단 편견을 갖게 되면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 편견을 입증하는 핵심적 근거를 여지없이 논박하는 증거를 제시해도 마찬가지다.
# 졸리거나 낙심했거나 화가 났거나 걱정이 있거나 술에 취했거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등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할 때는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을 좀더 기꺼이 표현하게 된다 ... 피험자들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부정적 감정을 성공적으로 통제하지만 화가 나거나 속이 상하자마자 혹은 그들의 자기존중감이 동요되자마자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인 이유로 들며 자신의 편견을 표현한다.
# 이렇듯 편견은 자문화중심주의의 에너지이다. ... 자기정당화를 위한 노예로 편견을 이해하면 일부 편견을 근절하기가 대단히 어려운 이유를 더 잘 알 수 있다. 그 편견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는 선량한 사람이다."와 "나는 그 사람들이 정말 싫다." 사이의 부조화를 줄여주면서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정체성(인종, 종교, 성 정체성)을 정당화하고 방어해주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편견이 줄어드는 조건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경제적 경쟁이 진정될 때, 정전 협정이 체결되었을 때, 학교에서 인종 구분이 사라졌을 때, 그들이 더 친숙해지고 편안해졌을 때, 우리가 그들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이다.
#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 믿을 만한 반대자가 필요하다. 기꺼이 자기정당화라는 보호용 풍선을 터뜨려주고 우리가 현실에서 너무 멀리 벗어날 때는 다시 제자리로 이끌어주는 비판자들 말이다. 이는 권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 주 : 우리의 맹점들은 자신을 대다수 사람들보다 더 똑똑하고 더 유능한 사람으로 보게 하는데, 그 때문에 우리 모두는 자신이 보통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 주 : 대체로 청년기에 일단 정치적 정체성을 형성한 뒤에는 그 정체성이 그들 대신 사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대다수 사람들은 어느 정당이 자신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단 정당을 선택하고 나면 그 정당의 정책이 그들의 견해가 되는 것이다.
3장 기억 : 자기정당화에 종사하는 역사가
- 우리가 자신있게 기억이라 부르는 것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진행되는 일종의 이야기이며, 때로는 그 이야기에 따라 변한다. 윌리엄 맥스웰
- 같은 사건을 두고 두사람이 전혀 다른 기억을 이야기할때, 관찰자들은 대개 그 중 한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묘하게 거짓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거의 항상 완전한 진실을 말하지도, 의도적으로 속이지도 않는다. 우리는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자기 정당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 대다수는 자기 이야기를 할 때 내용을 덧붙이고 불편한 사실들은 제외시킨다. 이야기에 자기를 돋보이도록 약간의 손질을 가하는 것이다. 그 손질이 워낙 잘 먹혀 다음 번에는 좀더 극적으로 윤색한다. 작은 거짓말을 더 낫게, 더 분명하게 전달하려는 것으로 정당화한다. 그러다 보면 기억하고 있는 것은 그런 식으로, 혹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것이 되고 만다. 이처럼 기억은 우리 내부에 웅크리고 있는 자기정당화에 종사하는 역사가 노릇을 한다.
사회 심리학자 앤서니 그린발트는 자기(self)를 '전체주의 자아'에 지배당하는 것으로 묘사한 적이 있다. 듣고 싶지 않은 정보는 가차 없이 지우고, 여느 파시스트 지도자들처럼 승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다시 쓴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체주의 통치자가 미래 세대들에 덮어씌우기 위해 역사를 다시 쓰는 데 반해 전체주의 자아는 자신에게 덮어씌우기 위해 역사를 다시 쓴다.
-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바 우리도 자신의 역사를 쓸 때 정복자들과 똑같이 행동한다. 자기 행위를 정당화하고 자신이 한 것, 혹은 자신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좋게 평가되고 생각되게 가공하는 것이다. 잘못이 있었다면 그 과오를 다른 사람이 저질렀다고 기억하게 한다.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죄 없는 구경꾼 역할을 했을 뿐이다.
- 기억은 편향 확증(seeking confirmation)이 원할히 작동하게 해줌으로써, 자신의 소중한 신념에 상충하는 반확증 정보를 선택적으로 잊게 함으로써 부조화를 해소한다.
- 부조화 이론은 우리편이 제기한 어리석은 주장을 잊는 것과 마찬가지로 적이 만든 좋은 주장도 편리하게 잊을 것이라고 예측하게 한다. 우리편의 어리석은 주장과 상대편의 현명한 주장이 부조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우리편의 어리석은 주장도 잊어버리고, 상대편의 현명한 주장도 재빨리 잃어버린다.
- 기억의 일상적인 부조화를 줄이는 왜곡은 우리가 세계와 그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여 선택과 신념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 왜곡은 자기개념을 일관되게 유지할 필요성에 의해 동기화될 때 더욱 강력하다.
- 옳고 싶은 희망에 의해, 자기존중감을 유지할 필요성에 의해, 실패나 나쁜 결정을 변명할 필요성에 의해, 현재의 문제들에 대한 설명을 찾을 필요성에 의해 동기화될 때도 그렇다.
기억은 언제나 나의 편
-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난 모든 것을 다 기억하지 못하며 하이라이트만을 선택한다. 잊지 않고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없을 것이다. ... 우리는 시와 우스갯소리 같은 정보는 기계적으로 재생할지라도 복잡한 정보를 기억할 때는 이야기의 구성에 맞게 변형한다.
피암시성에 의한 기억
- 기억은 재구성하는 성격이 있기 때문에 작화(作話)의 영향을 받기 쉽다.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사건을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으로 혼동하거나 전혀 일어난 적도 없는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 기억의 왜곡과 작화중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우리자신의 삶을 정당화하고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들이다. 존질상 의미창출기관인 마음은우리의 경험을 산산이 흩어진 유리파편처럼 해석하지 않고 하나의 모자이크로 조합한다.
- 그 이야기는 우리가 세상과 그안의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부분들의 총합보다 크다. 만약 한부분, 하나의 기억이 잘못으로 드러난다면 사람들은 그로 인한 부조화를 해소해야 하며 나아가 기본적인 심적 범주조차 다시 생각해야 한다.
- 기억이 이야기를 만들지만 거꾸로 이야기가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 일단 이야기를 갖게 되면 우리는 이야기에 맞게 기억을 만든다. 어떻게 기억이 이야기에 맞게 달라지는지를 밝히기 위해 심리학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연구한다.
- 똑같은 사람들에 대한 당신의 기억이 부정적으로 바뀐다면 문제는 당신이지 그들이 아니다.
- 부모에 대한 현재의 감정이 부모가 우리를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조성하듯이, 현재의 자기개념도 우리의 인생에 대한 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hindsight bias에 의한 기억
1962년 정신과 의사 대니얼 오퍼 14세 소녀에 대한 기억연구
- 34년후 같은 주제로 인터뷰
- 연구자들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놀랍게도 그들이 10대 시절에 자신에 대해 했던 말을 다시 기억해내는 능력은 운 좋게 찍어서 맞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자신이 10대 때 대담하고 외향적이었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다수가 14세 때는 자신을 수줍은 성격으로 묘사했었다. ... 현재의 자기개념이 기억을 흐리게 한 것이다. 과거의 현재의 자기를 일치하도록 만든 것이다.
ego enhancing bias에 의한 기억
- 남녀 모두 성관계를 가진 상대의 수를 실제보다 적게 기억
- 투표하지 않은 선거에서 투표했다고 기억
- 실제로 투표한 정치인보다는 승리한 정치인에게 투표한 것으로 기억
- 자선금을 실제보다 많이 낸 것으로 기억
- 왜 그럴까?
- 대다수 사람들에게 자기개념은 변화, 개선, 성장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리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을 경우, 과거의 자기는 전적으로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개종을 했거나, 재앙에서 살아남았거나, 암 투병 생활을 했거나, 중독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탈바꿈했다고 느낀다. 그들은 이전의 자기는 "내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런 변모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기억은 그들의 시각을 완전히 바꿈으로써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사이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것을 돕는다. ...
- 하지만 우리가 향상되었다는 것은 우리 생각일 뿐 실제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때도 역시 기억이 구원에 나선다. .- 현재의 자신에 대해 더 좋게 느끼기 위해 우리의 역사를 실제보다 더 나쁜 것으로 잘못 기억한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나아졌는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왜곡한다. 물론 우리 모두 성장하고 성숙해지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은 아니다.
- 기억에서의 이런 편향은 우리자신은 크게 변했는데 친구나 적, 혹은 연인은 여전히 과거와 똑같은 친구, 적, 연인이라고 느끼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잘못된 기억의 진짜 이야기
- 공황 발작은 그것에 취약한 사람들의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이다. 그들은 거의 모두가 이런저런 종류의 혹이나 흉터를 가지고 있다.
- 기억연구를 선도하는 과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상상팽창(imagination infl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
- 어떤 것을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세부내용들을 덧붙여가며 그것을 실제기억으로 부풀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
- 허위기억에 의지하면 우리는 자신을 용서하고 자신의 과실을 정당화할 수 있겠지만 큰 대가가 따른다. 우리 삶에 대한 책임을 지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 하지만 기억의 왜곡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면, 심지어 생생히 느껴지는 기억조차 잘못된 것일 수 있음을 깨달으며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좀더 가볍게 취급하도록, 자기 기억이 늘 정확하다는 확신을 버리도록, 그리고 과거를 이용해 현재의 문제들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충동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도록 자신을 다잡을 수도 있다. ... 우리의 삶을 정당화하기 위해 어떤 기억을 택할지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 일단 택하고 나면 그것에 의지해 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회복요법 "홀리 라모나라"의 사례
- 대학생활 1년만에 우울증과 폭식증을 치료하기 위해 심리요법을 받기 시작한 라모나라
- 심리치료사는 기억회복요법으로 아동기 성학대가 원인이라고 주장. 처음에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한 라모나라
- 반복되는 암시와 자백약의 결과 라모나라는 5세-16세까지 아버지에게 반복적으로 강강당했다는 기억을 떠올림
- 아버지는 심리치료사를 고발.
- 법정은 아버지의 결백을 인정하고, 심리치료사에게 유죄평결
- 라모나라의 선택은
- 자신의 기억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여 가족을 화해시키는 방법
- 아버지에게 학대당했다는 기억회복요법에 매진하는 방법
- 후자를 선택하여, 심리치료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
- 우리는 기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4장 좋은 의도, 나쁜 과학 : 의료 전문가의 자기정당화
- 1980-90년대 아동이나 여성의 성학대에 관한 새로운 이론은 의도하지 않았던 두가지 히스테리성 유행병을 촉발시켰다. 그 하나는 기억회복요법의 유행이었다.
"추측은 그 추측이 얼마나 근사한가, 추측하는 사람이 얼마나 똑똑한가, 추측하는 사람이 얼마나 유명한가는 중요하지 않다. 실험 결과가 추측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그 추측은 틀린 것이다. 간단하다." (리처드 파인만)
- 과학자라고 모두 과학적이지는 않다. 모두가 마음이 열려 있고 자신의 강한 믿음을 기꺼이 포기하거나 이해충돌이 연구를 오염시킬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태도를 갖추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과학자 한 사람이 자기교정적이지 않더라도 과학은 궁극적으로 자기교정적이다.
- 심리치료[한방치료]는 본질상 심리사와 환자 사이의 밀약이다. 심리사의 진료실에는 심리사가 실수를 하더라도 득달같이 따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 바로 그 은밀함 때문에 과학과 회의주의를 교육받지 않은 심리사들은 누구든 빠지기 쉬운 자기보호적인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을 바로잡을 내적 교정 장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보게 된다. "환자가 나아졌나? 그렇지! 내가 한 게 효과가 있었어." 환자가 그대로이거나 더 나빠졌는가? "운이 나쁘군. 환자가 치료에 내성이 있고 몹시 불안한 상태야." "나아지기 전에 더 나빠지는 경우도 더러 있잖아." 더욱이 그들은 보이는 것을 믿는다. ... 심리사들이 보는 것이 그들이 믿는 것을 확인해주고, 그들이 믿는 것은 그들이 보는 것을 형성한다. 그것은 하나의 폐쇄 회로이다.
- 우리는 대다수 심리사들이 유능하다는 것, 환자들이 치료에 내성이 있고 몹시 불안한 환자들이 더러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정한다. 과실에 대해 쓴다고 해서 모든 기억이 신뢰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고 과학자들의 이해충돌에 대해 쓴다고 해서 모든 과학자의 연구가 오염되었다는 뜻이 아닌 만큼 이 장의 핵심은 심리치료에 대한 고발이 아니다. 우리의 의도는 임상 진료라는 폐쇄 회로에서 비롯될 수 있는 모든 과오를 검토하고 자기정당화가 그것들을 어떻게 영구화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 비공개 진료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회의주의와 과학이 폐쇄 회로에서 빠져나오는 출구이다. 회의주의는 심리사에게 환자들이 말하는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신중하라고 가르친다. ... 과학적 연구는 심리사들에게 그들의 임상 능력을 향상하고 과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최면술을 사용하려면 최면술이 긴장을 이완하고, 통증을 다스리고, 담배를 끊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억을 되살리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암시에 취약한 환자가 자발적으로 종종 신뢰할 수 없는 기억을 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현재 수많은 정신의학자, 사회복지사, 카운슬러, 심리사가 그들을 안내해줄 회의주의나 증거도 없이 시술에 임하고 있다. ...
- 증명되지 않은 임상적 견해가 사람들의 인생을 망쳐놓을 수도 있기 때문에 심리사가 전문성과 확실성을 주장할 때 과학적 사고는 극히 중요하다.
- 과학적 방법론은 우리의 예측과 가설이 옳음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된 절차이다. 과학적 추론은 무슨 일을 하는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거기에 의거할 때 우리는 자신이 잘못했을 가능성이나 실제로 잘못한 사실을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자기정당화를 똑바로 보고 다른 사람들이 비판할 수 있게 그것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과학은 본질적으로 오만을 다스리는 한 방법이다.
선한 돌고래 문제
- 거친 바다에서 난파사고로 인해 익사당할 지경에 놓인 뱃사람을 돌고래가 해안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러니 돌고래는 선하다.
- 기억회복운동은 애초부터 논리적 오류를 바탕에 두고 있다. 성학대를 당한 일부 여성이 우울증, 식이장애, 공황장애를 겪으니 그러한 질병을 겪는 모든 여성은 성학대를 당했던 것이 분명하다는 논리다.
- 프로이드이 성적인 경헙을 억압하는 무의식의 논리에서 사람들은 모두... 그랬던거구나. ..
- 그리고 암시를 통해 기억의 왜곡을 초래한다. 외귀인과 피암시성의 죄에 빠지는 것이다.
- 결국 믿는대로 보이게 된다.
- 과학자들은 5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이 종종 들은 일과 실제로 겪은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아원 아이들이 어떤 사건에 대한 소문을 주고 받는 어른들의 대화를 듣는다면 그 중 많은 아이들은 그 뒤에 그 사건을 실제로 경험했다고 믿게 된다.
# 관찰과 직관은 검증이 없으면 믿을 수 없는 안내자일 뿐이다. 여행자에게 틀린 길을 가르쳐주는 친절하지 못한 현지인들처럼, 그것들은 가끔 모두에게 잘못된 방향을 제시한다.
# "마음이 정신적 외상의 기억을 억압하거나 분리하여 의식에 떠오르지 않게 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다는 개념은 신빙성 있는 경험적 증거를 결여한 정신병학의 전설이다." 사실이 정반대임을 보여주는 증거는 아주 많다. 외상적 경험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문제는 그것을 잊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기억은 틈만 나면 의식에 침입한다. ... 맥낼리는 이렇게 덧붙인다. "외상적인 사건은 절대 잊혀지지 않거니와 그것이 반복된 경우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기본적인 원리는 이렇다. 학대가 그 당시 외상적인 것이었다면 그것은 망각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망각되었다면 그것은 외상적인 것이었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 그리고 설령 망각되었더라도 그것이 차단, 혹은 억압되거나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정신적 장벽 뒤에 밀봉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 맥낼리가 입증하듯이 자신이 겪은 일을 잊었거나 그 기억을 억압한 홀로코스트 생존자는 아무도 없다.
# 선한 돌고래 문제를 알 만큼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그리고 당신의 견해가 옳고 당신의 임상 기술이 비판의 여지가 없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한다면, 당신은 심각한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
# 5~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슷한 연구에서도 "파코가 너를 비행기에 태웠지?"와 같은 유도성 질문으로 아이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다는 것이 밝혀졌다. 더욱 곤란한 문제는 짧은 시간 내에 아이들의 부정확한 진술 가운데 많은 것들이 허위지만 안정된 기억으로 굳어진다는 사실이었다. ... 과학자들은 5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이 종종 들은 일과 실제로 겪은 일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일단 자기정당화 쪽으로 첫발을 내딛은 다음에는 심리적 곤경을 치르지 않고서는 되돌아갈 수 없었다.
5장 만들어진 범죄 : 사법 전문가의 자기정당화
# 수사관들은 용의자를 처음 심문할 때 그 사람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부터 속단하는 경향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경험이 쌓일수록 경찰은 어떤 단서는 추적하고 다른 것들은 거부하게 되며 결국은 자신의 정확성을 확신하게 된다. 그러한 확신의 일부는 경험의 결과이며 일부는 신중함과 정확성에 대한 의심보다는 속도와 감을 중시하는 훈련 기법의 결과이다. ... 일단 수사관이 살인범을 밝혀냈다고 판단하면, 이때부터는 편향 확증이 작용하여 가장 중요한 용의자가 유일한 용의자로 굳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죄 없는 사람이 범인이 되고 만다. ... 어떻게 해서든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려다 보니 수사관들은 한 용의자에 대한 생각을 바꿀 것을 요구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하게 된다.
# 어떤 면에서는 정직한 경찰들이 부패한 경찰보다 더 위험하다. 훨씬 수가 많고 그들의 과실은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이 일단 혐의가 짙은 용의자를 정하고 나면 그 사람이 무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 수감생활을 하다가 논란의 여지없이 무죄가 증명된 사람들을 다룬 연구에 따르면, 그들 중 저지른 적도 없는 범죄를 자백했던 사람이 15~25퍼센트에 이르렀다.
# 루이스 세니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피의자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 할수록 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부조화 때문이다. 세니스는 심문자들에게 피의자가 부인할 것에 대비하여 사전에 차단하라고 조언한다.
# 그릇된 확신 현상을 다룬 연구는 대단히 많다. ... 리드 기법 훈련은 학생들의 정확성을 조금도 높여주지 않았다. 그들의 성적은 요행수나 마찬가지였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능력에 더 강한 자신감을 느꼈다. ... 수사관들 역시 [그들의 성적이 요행수나 마찬가지였지만] 자신의 적중률이 100퍼센트에 가깝다고 확신했다. 그들의 경험과 훈련은 성적을 향상시키지 못했다. 단지 경험과 훈련이 자신의 성적을 향상시켰다는 믿음을 키운 것뿐이었다.
# 죄 없는 피의자가 유죄를 부인하는 태도를 끝까지 지키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왜 표적이 된 피의자는 심문자에게 화를 내지 않는가? ... 당신이라면 부조화[범죄를 저지른 기억이 없는데, 심문자로부터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는 말을 들은 경우] ... 당신이 강하거나, 부자거나, 유도 심문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만큼 경찰을 접한 경험이 많다면 간단한 마법의 주문을 욀 것이다. "변호사를 불러주시오." 하지만 죄가 없으면 변호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그렇듯 경찰도 거짓말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던 그들은 자신이 설명할 수 없는 불리한 증거가 있다고 들으면 깜짝 놀란다. ...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필요성이 자기보호의 필요성마저 능가한다.
# "죄 없는 사람은 절대로 자백하지 않는다." "자백하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내가 옳다." "나는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면 금방 안다. 이 일을 지금 몇 년째 하고 있는가." 그러나 그런 종류의 확신은 의사과학의 뚜렷한 특징이다. 진정한 과학자는 그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한다. ... 루프는 이렇게 말한다. "법은 지각, 인지, 기억, 추측, 불확실성에서의 판단 등 인간의 여러 특성에 관한 현대의 연구를 거의 아무것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증거에 관한 규정들이나 그것들을 적용하는 판사들을 훈련하고 지도하는 방식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
너무나 인간적인 이러한 실수들에 대한 해결책은 경찰대학과 법과대학에서 반드시 학생들에게 자기정당화에 취약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그들은 통계학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용의자를 찾되, 의심할 만한 증거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가능성이 희박한 용의자도 수사선상에서 제외시키지 말 것을 배워야 한다. 용의자가 거짓말을 하면 금방 알 수 있다는 확신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죄 없는 사람들이 짓지도 않은 죄를 자백하도록 유도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하고,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 자백과 강압에 의해 얻어진 자백을 구별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FBI와 텔레비전 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프로파일링 기법에는 편향 확증으로 인한 심각한 과실의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 수사관들이 한 용의자의 특성과 일치하지 않는 범죄 요소를 찾을 때 일치하지 않는 요소들은 무시하게 된다. 다시 말해 수사관들은 자신이 무고한 사람들 지목하고 있었음을 깨달으면 대상을 바꾸도록 배워야 한다.
# 불행히도 아무리 잘 훈련된, 혹은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이라도 편향 확증과 인지적 맹점에 완벽하게 면역력을 가진 사람은 없다.
6장 사랑의 암살자 : 결혼생활에서의 자기정당화
#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자기 자신과 대면하지 않을 수 없고,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가장 친밀한 짝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알게 된다.
# "결혼하기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결혼한 뒤에는 반쯤 감아라."라고 충고한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간관계에서 부조화의 위력을 이해하고 있었다. 부부는 처음에는 하나로 결합하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하고, 나중에는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정당화한다. 집을 살 때 당신은 즉시 부조화를 줄이기 시작할 것이다. 친구들에게 그 집에서 마음에 드는 점을 자랑하면서 문제점은 되도록 축소하여 말할 것이다. ... 결혼식 후 눈을 반만 뜬 채 서로의 긍정적인 면은 강조하고, 부정적인 면은 간과하는 부조화 절감 방식은 결혼생활을 평탄하게 해준다.
# 완벽한 짝과 결혼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를 추구하는 많은 신혼 새내기들은 그러한 기대와 달리 말썽이나 다툼을 경고하는 증거들은 애써 모른 척하거나 무시해 버린다.
# 헤어진 부부들의 절대 다수는 서서히, 오랜 시간에 걸쳐 비난과 자기정당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갈라서게 된 것이다. 부부는 각기 상대의 잘못을 주시하며 자신의 기호, 태도, 행동 방식을 정당화한다.
# 성공적인 부부도 불행한 부부와 마찬가지로 갈등을 겪고 화를 낸다. 하지만 행복한 부부는 갈등을 다스리는 법을 알고 있다. 어떤 문제에 시달릴 때,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거나 문제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 결혼생활을 침식할 수 있는 자기정당화는 우리의 행위가 아니라 우리의 인성[존재]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진지한 노력이며, 거기에는 다음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내가 옳고 당신이 틀렸다.'와 '내가 틀렸더라도,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이다. 프랭크와 데브라가 곤경에 처한 것은 그들이 근본적인 자기개념을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자기개념은 그들의 소중히 여기고 바꾸기를 원하지 않는 것, 스스로 타고났다고 믿는 특성이다.
# 결혼생활은 하나의 이야기이며, 여느 이야기처럼 당사자들의 왜곡된 인식과 기억에 영향을 받는다.
# 데브라의 암묵적 가설[자신이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가설]은 프랭크가 대인관계에서 서투르고 수동적이라는 것이며, 프랭크의 가설은 데브라가 불안하고 그녀 자신이나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곤란한 문제는 사람들이 일단 암묵적 가설을 갖게 되면 편향 확증으로 인해 그것에 맞지 않는 증거는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랭크와 데브라의 심리사가 주장한 대로 데브라는 이제 프랭크가 그녀나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수동적이니 않을 때, 즉 그가 재미있거나 매력적일 때, 도움이 되고자 애써 노력하는 때를 모두 간과하거나 경시한다. 프랭크는 어떤가. 그는 이제 데브라가 실망할 일을 당해서도 의연하고 낙천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등 심리적으로 안정적임을 보여주는 증거를 간과하거나 경시한다. 그들의 심리사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그들은 각기 상대가 잘못이라고 생각하며 그들의 삶에서 일부만을 선택적으로 기억한다. 자신의 관점을 뒷받침하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베푸는 관대한 태도를 배우자에게도 베푼다. 상대의 과실은 상황 탓으로 돌리고 상대의 사려 깊고 사랑스러운 행위는 그 사람의 공으로 돌리는 것이다. 배우자가 부주의한 행동을 하거나 심술이 나 있을 때는 그 사람이 잘못이 아닌 이러저러한 사건의 결과로 치부한다. ... 하지만 배우자가 특별히 근사한 일을 했을 때 다른 배우자는 그 사람의 타고난 성품이나 인성 덕분으로 돌린다. ... 행복한 부부가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을 하는 데 반해 불행한 부부는 정반대로 하고 있다. 배우자가 근사한 일을 하면 그것은 우연히 한 일이거나 상황 덕분이다. ... 하지만 배우자가 부주의하거나 성가신 일을 했을 때는 그 사람의 성격적 결함 탓으로 돌린다.
# 사람들은 자신이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 부당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마치 키가 너무 작거나 주근깨가 있다고 해서 비난을 받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사회심리학자 준 탱그니에 따르면, 무슨 행위를 했는지보다는 어떤 사람인지를 두고 비난을 받았을 때 더 깊은 수치심과 무력감을 느끼며 그럴 때 숨고 싶고 사라져버리고 싶어한다. 수치심을 느낀 사람은 쓰리린 모욕감을 피할 길이 없으며, 그 때문에 수치심을 느낀 배우자는 화를 내며 반격하는 경향이 있다.
# 우리 저자들은 경멸이 이혼의 예고자라고 믿는데, 경멸이 갈라서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 아니라 경멸이 부부의 심리적 괴리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멸은 프랭크와 데브라의 경우처럼 여러 해 동안 다투고 불화하지만 상대의 행동을 바꾸려는 노력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뒤에야 나타난다. 그것은 배우자가 '당신이 변화하기를 기대해보아야 아무 소용 없다. ...'고 생각하고 있고 이제 곧 타월을 던질 것임을 나타내는 징표이다. 화는 어떤 문제가 교정될 수 있다는 희망을 반영한다. 그 희망이 소진될 때 재로 남는 것이 원한과 경멸이다. 바로 그 때문에 경멸은 절망을 수반하는 것이다.
#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들은 긍정적 상호작용(사랑과 애정의 표현, 유머 등)과 부정적 상호작용(짜증, 불평 등)의 비율이 5대 1 이상이다.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10년에 한 번 싸우는 부부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비율이다. 고트먼이 알아낸 바로는 "변덕이 심한 부부는 고함을 지르고 소리치는 일이 많을지 모르지만 사랑하고 원만히 지내는 시간이 5배나 많다. 조용하고 수줍은 부부는 다른 유형에 비해 애정 표현이 적을지 모르지만 비난이나 경멸을 표하는 회수도 훨씬 적다. 그래서 그 비율은 여전히 5대 1이다." 비율이 5대 1 이상일 때는 어떤 부조화가 생기더라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된다.
# 결정을 정당화하는 기억의 수정 능력 덕분에 이혼할 때쯤에는 왜 결혼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는 부부가 많다. 마치 한때 함께 누렸던 행복의 기억을 잘라내는 뇌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것 같다.
# 세월이 갈수록 더 친밀해지는 부부는 자기정당화를 최소화하며 사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다시 말해 자기 영역을 고수하기에 앞서 배우자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는 것이다.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부부는 배우자의 비판, 염려, 제안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할 줄 안다. 그들은 "난 그런 사람이야."라는 자기정당화의 변명을 적절히 굽힐 줄 아는 사람들이다. 사소한 문제에서 비롯된 부조화는 그냥 넘김으로써 해소하고 자신의 과실이나 큰 문제로 생긴 부조화는 그런 문제점들을 해결함으로써 해소하는 것이다.
# 그렇다고 해서 찰리는 양으로 바뀌고, 맥신이 호랑이로 바뀐 것은 아니었다. 성격과 역사, 유전자, 기질 때문에 사람이 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달라졌다. 이 부부는 이제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분노를 건설적으로 표현하는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 성공적인 결혼생활에서는 대립, 견해 차이, 상충된 습관, 성난 다툼까지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대한 믿음을 점검하지 않을 수 없게 함으로써 부부를 더 가깝게 만들어준다. 그것이 항상 쉽지는 않다. 과실을 덮어주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욕망을 지켜주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끼치는 피해를 과소평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자기정당화를 버리는 것은 당혹스럽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 자기정당화가 없으면 후회와 상실감으로 가득한 풀장에 벌거벗고 서 있게 될지 모른다. 그런데도 그 혜택을 따져보면 그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자기정당화를 포기하는 것이 몹시 고통스럽더라도 그 대가로 자신에 대해서 대단히 중요한 것을 배울 수 있고, 통찰과 자기수용의 평화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자기정당화의 엔진. 인지부조화. ego enhancing bias, seeking firmation, 오기억.. 고려해보니.. 노무현 대통령에 관하여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슬프고 안타깝고 엄청난 인지부조화가 화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오류를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