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은 움직이는 선(禪)이라고 한다. 움직이는 참선이요, 수련하는 명상이다. 태극권의 깊은호흡과 치유의 부드러운 손길, 병든 몸을 회복시키는 동작들을 모아놓은 초식이 있는데, 바로 ‘테라피 타이치’다. 한 대학병원과 함께 환자들의 회복을 돕는 태극권 동작들을 모아 연결된 초식으로 만든 것. 좁은 공간에서도, 한 방향만 보고도 할 수 있어서 누구나 그냥 따라 할 수 있다. 한 두 가지 동작만 알아도 언제든지 가벼운 몸풀기에 활용할 수 있는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비 기세와 쌍룡강하
테라피 타이치는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뉘어 있고 초급은 20가지 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반복되는 부분을 제외하면 크게 (1)예비 기세와 쌍룡강하 (2)도련후 (3)운수 (4)금계독립 (5)루슬요보 (6)수휘비파 (7)합태극으로 나눌 수 있다. (1)과 (7)은 예비동작과 정리동작이고 (2)~(6)이이 본격적인 운동에 해당한다. 준비동작인 예비 기세와 쌍룡강하는 그 동안 기침단전(단전에 기를 침잠시키기)을 비롯해 호흡과 명상에 대한 설명들을 하면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세를 낮추고 하체를 땅에 고정시키고 상체의 힘을 빼 자연의 일부가 되는 동작들이다. 그리고 깊은 호흡과 그에 맞춘 손 동작을 통해, 기가 단전에 쌓이게 하고 온몸의 관절을 풀어, 본격적인 운동을 할 때 무리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원숭이처럼 뒤로 걸으며 팔을 뻗어 상대를 공격하는 동작 '도련후'./이찬태극도관 제공
도련후: 원숭이에 배우는 어깨관절 풀기
테라피 타이치의 첫 번째 본 동작인 도련후는 원숭이처럼 뒤로 걸으며 팔을 뻗어 상대를 공격하는 동작이다. 양 발끝을 앞을 향해 평행이 되게 딛는 게 중요하다. 기운이 허투루 빠져나가지 않도록 갈무리된다. 꼬리뼈 미려관을 열어 기가 소주천을 이루게 하면서 상체의 힘을 빼 어깨관절이 유연하게 유지되도록 한다.
견비통을 예방, 치유하는 효과가 있고 평소와 다른 움직임으로 좌뇌를 개발해 전신의 균형을 잡아주면서 두뇌 개발에도 좋은 작용을 한다. 왼쪽 동작(좌도련후), 오른쪽 동작(우도련후)을 되풀이하면 강건한 하체와 유연한 상체를 가꿀 수 있다.
글ㅣ 이찬
세계태극권연맹 부주석이자 대한태극권협회 명예회장 겸 총교련. 한국인 최초로 태극권 문파에 정식 입문했다. 태극권의 본산인 중국과 대만에서도 최고수로 인정받는 국제공인 태극권 8단이다. 중학교 때 태권도 3단, 18세 때 당랑권과 소림권에 입문해 우슈 7단이 됐으며 태극권과 합하면 총 18단이다. 누구나 태극권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30분 태극권-테라피 타이치’(동아 E&D)를 썼으며 그 외 저서로 ‘태극권 비결’(하남출판사), ‘태극권경’(하남출판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