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나무’ 있는 이 마을, 우리나라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된 사연
장주영 2023.09.25. 매일경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남사예담촌’
양반사대부의 고택과 문화재 지정 골목까지
그윽한 향 가득한 대나무 숲 카페도 있어
남사예담촌 전경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우리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지리산 초입의 작은 양반 마을, 남사예담촌.
안동하회마을과 더불어 경상도의 대표적인 전통 한옥마을이라 불릴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마을이다.
남사예담촌은 고즈넉한 담장을 넘어 우리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는 ‘옛 담장 마을’이라는
뜻과 함께 그 옛날 선비들의 기상과 예절을 닮아가자는 의미가 있다.
그 이름처럼 성주 이씨, 밀양 박씨를 비롯해 여러 양반가의 고택이 모여 800년간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덕에 흔히 알려진 민속촌과는 결이 다르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고택을 따라
이어진 아름다운 돌담길과 대나무 숲, 마을 입구의 독특한 나무까지.
관광지처럼 바삐 돌아다니기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마을 곳곳을 구경하기에 알맞다.
남사예담촌 입구에 있는 담장간판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남사예담촌에도 여느 한옥 마을처럼 천연 염색 체험이나 약초 향낭 만들기 체험,
족욕 체험 등 여러 놀거리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남사예담촌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명소 5가지를 골랐다.
경남 산청에 가면 꼭 들러야 한다는 남사예담촌의 특별함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01. 백년해로 기원, 부부나무
부부나무의 모습 / 사진 = 장주영A 여행 +기자(좌), 남사예담촌 홈페이지(우)© 제공: 매일경제
남사예담촌 마을 초입. 주차장과 마을 기념비가 있는 입구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오래된 나무와 돌담으로 둘러싸인 또 다른 입구가 나타난다. 세 사람 정도가 나란히 걸을 정도의
넓지 않은 골목이지만, 이 곳이 특별한 이유는 골목 한가운데에 있는 두 나무 덕분이다.
뿌리는 각각 반대편에 두고 있지만, 자라나면서 서로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비껴가며 자란 덕에
얽히고설킨 독특한 모양의 나무들이다. 각자도생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자란 나무라며
선비 정신이 깃든 ‘선비 나무’, 또는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지극한 ‘부부 나무’라고도 부른다. 그
래서 그런지 이 나무 밑을 부부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거닐면 백년해로한다는 전설이 내려오기도 한다.
남사예담촌에 와서 안 보고 가면 섭섭한 곳이기도 하고, 유명 명소인 ‘이씨 고가’로 향하는 골목과
이어지기 때문에 주차 후 따로 걸어오는 걸 추천한다.
02. 왕실의 저택, 이씨 고가
이씨 고가의 사랑채와 안채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부부 나무를 지나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남사예담촌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 ‘이씨 고가’가 등장한다.
경상남도가 문화재 자료 제 118호로 선정했으며 1700년대 조선 후기에 지어진 전통적인 남부 지방
사대부 가옥이다.
돌담 끝에 있는 대문을 지나면 한눈에 봐도 오랜 세월을 견뎠을 사랑채와 안채가 자리 잡고 있다.
이씨 고가는 과거 태조 이성계의 사위인 경무공 이제의 후손, 즉 왕실 집안의 사대부가 사용하던 집이다.
왕이 직접 건축을 명한 만큼 화려하고 과장된 건축기법을 사용했지만, 하사받은 양반이 당시 정치적인
유배로 인해 거처를 옮긴 것이라 최대한 검소한 주택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으리으리한 전각이 여러 채 있지만, 창호의 빗살을 줄이고 문양이 없는 담백한 기와 와당을
사용해 한옥 특유의 소박한 멋이 살아있다.
이씨 고가에 있는 삼신할머니 나무와 장독대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마당 한쪽엔 300년은 더 묵은 듯한 ‘삼신할머니 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씨 고가는 현재도 그 후손들이 관리하며 일일 민박집으로도 운영하는 중이다 보니,
곳곳에서 일상의 흔적이 보인다. 민박에 관해 재미있는 전설로는 고택에 용의 기운이 많아
이곳에서 용꿈을 꾸면 큰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만약 이씨 고가에서 숙박하게
된다면 꼭 꿈에 용이 나오길 빌어보자.
03. 마을의 동맥, 돌담길
남사예담촌의 황토 돌담길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남사예담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황토 돌담길이다.
유명 고택을 비롯해 카페, 식당, 광장, 기념관 등 어느 명소든지 모두 이 담장으로 이어져 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을 전체를 감싸고 있는 개천도 나타난다. 멋스러운 돌담길을 따라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금세 마을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으니, 마을의 동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등록 문화재 제 281호 석판과 담장에 핀 능소화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남사예담촌의 옛 담장거리는 국가 등록 문화재 제 281호로 등록됐을 만큼 아름답다.
봄에는 매화꽃과 목련이, 여름에는 능소화와 담쟁이가, 가을에는 낙엽과 홍시가, 겨울에는
눈이 소복이 쌓인 기와와 나뭇가지를 보며 걸을 수 있다.
아직 덜 익은 감나무와 석류 나무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특히 집마다 담장을 넘어 자라는 나무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데, 감나무는 물론이고
독특하게도 석류나무가 있는 곳도 있다. 밝은 날에는 담장 거리 가운데서 돌담이 다 보이도록
사진 찍는 걸 추천한다. 양옆으로 핀 꽃과 담쟁이넝쿨, 황토색 담장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다채로운 색감이 나온다. 조금 흐린 날에는 담장과 담장의 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된다.
04. 시원한 대나무 숲 사이, 지금이 꽃자리
대나무 숲과 지금이 꽃자리의 입구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담장 거리를 따라 걷다 보면 바람에 살랑이는 울창한 대나무 숲이 보인다.
바로 ‘지금이 꽃자리 카페’의 입구다. 지금이 꽃자리는 대나무 숲의 시원한 그늘과 그윽한 향기가
어린 한옥 카페이자 기념품 가게다.
카페에는 커피와 차를 비롯해 지리산 지역의 문화예술품, 책, 마을의 천연 염색 제품 등
다양한 지역 특산물과 기념품이 있어 구경하기도 좋다. 지금이 꽃자리에 오면 시원한 오미자차나
아이스커피를 주문해 대나무 숲 한가운데에 앉아 쉬어보자.
대나무 숲 가운데의 원목 의자와 입구의 사진 스폿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가지런히 자란 대나무 사이에 자리 잡은 원목 의자에서 고즈넉한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을 스치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그림처럼 흔들리는 대나무 숲을 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건 어떨까. 충분히 쉬고 나올 때는 입구 앞 ‘사진 찍으면 예쁜 곳’ 팻말 앞에 서서
사진을 찍어 보자. 대나무 숲과 한옥 카페, 마당까지 한 번에 나오는 사진 스폿이다.
05. 월강 고택, 최씨 고가
월강고택으로 들어가는 돌담길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넝쿨이 이리저리 멋스럽게 얽힌 담장을 따라 마을의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면 100년의 세월을
고이 간직한 ‘월강 고택’이 보인다. 조선시대 유명한 양반 사대부가의 고택이자 경상남도 문화재
자료 117호로, 1930년 지어진 ‘월강 고택’.
전주 최씨 사대부가 살았다 해 ‘최씨 고가’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월강고택의 입구와 전각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남녀 사용 공간을 철저히 나눠 공간의 독립성이 강한 남부지방 사대부가의 전형적인 유교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정교한 문양의 창호 빗살과 그림이 그려진 와당, 깔끔한 마당의 조경까지
집안의 위세와 부를 과시하는 건축미로 소박한 멋보다는 화려함이 돋보인다.
정교한 빗살과 와당, 정원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이씨 고가보다는 확실히 세월의 흔적이 적은 곳으로, 신발을 벗고 대청마루에 올라 쉴 수도 있다.
대청마루의 오른쪽은 지면과 거리가 멀어 간이 전각 같은 느낌도 든다. 최씨 고가도 마찬가지로
숙박이 가능한데, 2014년엔 한국관광공사 공인 우수 한옥 스테이로 선정된 명품 고택이다.
월강고택에 걸려있는 문구 / 사진 = 장주영A 여행+기자© 제공: 매일경제
현재는 최씨 집안의 종손이 직접 가꾸고 보살피는 중이다. 고즈넉한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직접 불을 지펴 방을 데우는 등 최대한 집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성을 들인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견딘 고택에서 밤에는 창호를 열어 달빛과 별빛을 받고, 낮에는 대청마루에 누워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월강 고택’으로 향해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