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신명 8,2-3.14ㄴ-16ㄱ. 제2독서 : 1코린 10,16-17. 복 음 : 요한 6,51-58.
교구사제연수가 있는 관계로 매일 미사가 없이 보내는 한주간이 어떠셨나요?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는 기쁨에 즐거우셨나요? 아니면 매일 미사에 참석할 수 없어서 성체를 모실 수 없다는 생각에 맥이 풀리셨나요? 저는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 덕분에 잘 지내고 왔습니다. 잘 먹고 잘 쉬면서 제 모습을 성찰하며 많이 반성했습니다. 연수 주제가 “사제”였기 때문에 더욱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복수동 성당에 부임한 근 10개월 동안 저는 어떻게 하면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라고 하실 수 있도록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완벽한 공동체를 내 힘으로만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모습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마다 힘들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동안 많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었는데 돌아보니 아직도 멀었더군요. 전례와 성사 안에서 교우들의 신앙을 키워주려고 노력하기보다 인간적인 친분을 더 중요시 여겼습니다.
내용보다는 형식에 더 치우치다보니 하느님께 온전히 의지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인간적인 방법만을 찾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제게 하느님은 이호태 펠릭스를 통해 일깨워주셨습니다. 지난 월요일(12일) 아침에 본당 자매님 한분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고3 아들이 주일 오후에 교통사고를 당해 중환자실에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있다는 소식을 듣고 통화를 해보니 면회는 저녁에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 사목하시는 신부님께 부탁을 드렸더니 기꺼이 방문하시어 세례성사와 병자성사를 주셨습니다. 제가 그 자매님과 아들을 위해 해드릴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기도를 부탁하는 소식을 전했고, 정말 많은 분들이 기도 안에서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주셔서 매일 매일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연수를 마친 금요일 오후에 병문안을 갔을 때는 사고의 충격으로 아직 안정이 되진 않았지만 눈도 뜨고 말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성사의 은총을 직접 체험하면서 깨달았습니다. 제 자신이 어깨에 힘을 빼고 주님께 온전히 의탁할 때,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당신의 권능을 친히 보여주신다는 것을 말이죠. 때마침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우리는 매 미사 때마다 성체성사를 통하여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시는 영성체를 통해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이 대축일은 바로 생명의 빵이 되어 우리에게 먹히시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성체성사를 통해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심으로써 이러한 기적을 체험하며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채우게 됩니다. 성체를 모실 때마다 사제가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외치면 교우들이 “아멘”이라고 응답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신앙의 표현입니다.
이처럼 신앙인에게 중요한 성체성사는 첫째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당신 몸을 온전히 내어주신 사랑의 성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빵을 당신 몸으로 바꾸시어 우리가 먹도록 내어주셨습니다. 그러기에 성체성사는 다른 사람을 위한 성사가 아니라 바로 나를 위한 주님 사랑의 성사입니다. 고대의 다른 종교에서는 짐승이나 아름다운 처녀를 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예식이 있었습니다. 구약의 희생제사에서도 사제는 하느님의 백성을 대신하여 흠 없는 어린양을 제물로 바쳤습니다. 그러나 참 하느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예수님께서는 성체성사를 제정하시면서 당신 자신을 제물로 내어주시는 단 한 번의 제사로 참 사랑을 실천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매 미사 때마다 성체를 받아 모시며 그 사랑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성체성사는 내 영혼에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살아있는 생명의 성사입니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는 복음의 마지막 말씀처럼 성체성사는 내 영혼의 구원을 위한 생명의 양식입니다. 우리의 육체는 살기위해서 하루 세끼의 밥을 먹고 몸에 좋은 다른 음식들도 먹습니다. 이와 같이 내 영혼을 살리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먹어야 합니다. 이러한 영적 양식은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시는 성체성사입니다. 그렇다면 육신의 양식보다 영원한 생명의 양식을 받아 모시기 위하여 우리는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야하지 않을까요? 성체를 자주 모시는 신앙인들에게서 “그리스도의 향기”, 곧 사랑의 향기가 물씬 풍겨나도록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다른 것 같습니다. 휴일이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며 맛 집을 찾아가면서도, 정작 주일 미사에 참석하여 성체를 받아 모시기 위한 준비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합니다.
미사성제를 봉헌할 때마다 우리는 주님의 살과 피인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영원한 생명의 양식으로 받아 모십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생명의 빵”으로 내어 주신 이 사랑의 신비는 신앙인들이 삶으로 드러내야 할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최후의 만찬에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라고 가르치신 주님의 뒤를 따라 우리도 먹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아무리 많은 돈이나 명예, 권력 등을 가지고 있다 해도 영혼의 양식인 성체를 자주 모시지 않는다면 영원히 살 수 없습니다. 성체성사는 결국 하느님의 사랑을 온전히 드러내는 사랑의 성사이며 내 영혼의 구원을 위한 생명의 성사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주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써 생명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성체성사를 통하여 주어지는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깨달아야겠습니다. 이를 위해 이번 한주간만이라도 육신의 양식보다 영혼의 양식을 더 채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보세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