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로 전국일주를 떠났다.
이 전 밖으로 한달간의 여행을 통한 배움은 전국일주를 준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그다지 많은 준비는 하지 않았다.
교통수단으로는 바이크(오토바이)를 선택했다.
(과시용이나 폼잡기 위해서 타는 분들이 아닌 안전하게 지킬것 지키며
바이크의 매력을 제대로 즐길줄 아는 매니아분들은 오토바이라 안하고
'바이크'라고 부르는 걸 처음 알았다)
숙박은 전국에 널리 퍼져있는 찜질방에 머물렀다.
여행 막바지에 가서는 너무 힘들어서 모텔에 몇번 머물렀다. 장마로 인해 비를 쫄딱 맞은 날이나....
식사는 되도록 경비를 아끼려고 만들어 먹으려 했지만 초반 두어번 만들어 먹고는 이내 포기하고
그냥 사먹었다. 여러가지로 번거로웠고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소비되었다.
각 지역의 먹거리가 아니면 되도록 제일 저렴한 '김밥xx'을 이용했다.
준비도 허술하고 정보도 부족한 채 여행기간은 지도를 보고 "15~20일이면 충분하겠지" 하는
아둔한 생각으로 무작정 출발했다.
바이크로 여행은 처음이었고 거의 무대뽀로 출발한 나는 얼마 가지 못하고
한낮의 내리쬐는 태양빛에 처참하게 당했다.
청평쯤 도착했을 때 반팔을 입고 있던 내 팔은 불판에 고기마냥 이글거리고 있었다.
너무도 쓰리고 욱씬거려서 손을 댈수가 없었다.
휴계소에서 잘 익은 내 팔을 찬물로 한참을 찜질해서 진정시키고
혹시나 바닷가 밤 바람이 쌀쌀하면 입으려고 한 벌 가지고 왔던 긴 팔을 꺼내서 입었다.
긴팔 하나가 있었기에 그나마 여행을 계속할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도 눌물을 머금고 떠난 날 바로 컴백홈 해야했을 것이다.
얼마나 아찔하고 처참했었는지를 조금 더 말하자면 그 날 저녁 찜질방에 갔는데
씻을려고 탕문을 여는 순간 따뜻한 수증기가 팔에 닿으니 너무 쓰라려서 들어갈수가 없을 정도였다.
밖에 세면대에서 얼굴만 씻고 다음날 일어나보니 팔 전체에 수포가 일어나며 물집이 잡히기 시작했다.
약국에 가니 화상을 입었단다. 다행이 병원엔 안가도 되지만 약을 주며 햇빛에 노출시키지 말라고 했다.
덕분에 찌는 듯한 더위에도 며칠을 긴팔로 돌아다녔다.
비로소 왜 바이크 타는 분들이 무더운 여름 두꺼워 보이는 바이크 복장을 하고 타는지 이해할수 있었다.
물론 만약의 사고에 안전을 위해서도 입지만...
그렇게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게 전국일주는 시작됐다.
춘천에 도착해 하루를 머물고 44번 국도를 달려 양양으로 해서 동해에 들어섰다.
바이크를 타고 여유로이 달리며 산과 강, 계곡의 정취를 감상할 때의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화상입은 팔의 아픔도 많은 근심 걱정거리도 모두 잊고 자연에 그대로 흡수되는 느낌이었다.
논과 밭의 풍경도 은은히 풍겨오는 거름 냄새도 늘 도시의 찌든 매연으로 살아가는 내게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 주며 몸도 마음도 맑게 씻어주는 것 같았다.
높은 산으로 뻗어있는 도로의 정상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듯이 경치를 즐기고
달리다가 힘들면 맑고 깨끗한 계곡에 잠시 발 담그고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가 갔다.
비록 국내지만 마치 온 세상을 구경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해에 들어서서 속초해수욕장에서 튜브를 빌려 해수욕을 하며 하루를 보내고
남한의 북으로 제일 끝 휴전선인 통일전망대부터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화진포호, 설악산, 낙산사등 이름있는 곳들을 돌아다니고 여름 성수기라 밤이면 여러곳에서
각종 문화 행사와 축제를 열어서 볼거리도 참 많았다.
또한 바이크를 타고 동해의 해안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가히 최고였다.
강원도의 해안도로와 경상도의 해안도로를 다 달려 본 바로는 강원도의 해안도로가 아직은
절경이나 경치가 더 멋졌다.
그렇게 강릉을 거쳐 동해시까지 오는데 무려 예상했던 일정의 반정도인 7일이 걸렸다.
내 딴엔 빨리 빨리 다닌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나라에 어찌나 가볼 곳도 많고
좋은 곳도 많은지 이때 처음 알았다.
이렇게 여행하다간 20일이 아닌 몇달이 걸려도 다 돌아볼수 없을거 같았다.
계획을 전면수정하고 다시 지도를 꺼내 대도시를 위주로 유명한 곳 한 두곳만 여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것 또한 후반에 갈수록 너무 힘들어져 건너 뛴 곳이 허다했다.
나중엔 "그래 전국을 한바퀴 돌았다는 거에 의의를 두자"며 스스로 위로와 위안을 하였다.
그렇게 예전 삼척 동자가 살았다는 삼척을 지나 울진-포항-경주-울산을 거쳐
학교들어가기 전 살았던 제2의 고향인 부산에 도착했다.
가장 친했던 고교 동창인 친구가 직장이 부산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부산으로 내려와 살며
이젠 부산 사람이 다 된 친구를 13년만에 만났다.
정말 보고싶던 친구를 만나서 그간의 회포를 풀고 조금 지친 몸도 며칠간 휴식을 취했다.
부산이 내가 알고 있던 부산이 아니었다. 정말 많이 변했다.
해안가의 전경은 마치 홍콩이나 나폴리등 외국의 한 도시를 보는 것 같았다.
조금 여유롭게 구경다니며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힘을 얻어 진해-창원-마산-고성을 거쳐 통영에 들어가 이순신 장군님을 만나 뵙고
인근에 있는 거제도를 한바퀴 돌고 포로수용소에 들린 후 배타고 외도로 들어갔다.
이때가 벌써 떠나온지 보름이 넘었다.
아무것도 안하던 때라 크게 상관없을 줄 알았지만 은근히 시간의 압박이 느껴졌다.
계속해서 진주와 사천은 건너뛰고 누구나 한번쯤 빠진다는 삼천포로 빠져 삼천포대교와 남해대교를 건너 광양-순천-여수에 도착해서 서울에 있을때 많이 친하고 좋아했던 누나네서 그동안 밀린 빨래를 하고보성-장흥-강진으로 해서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해남의 땅끝마을이었지만 마치 세상의 땅끝에 온 기분이었다.
붉은 노을에 저물어 가는 태양을 보며 나도 모르게 왠지 코끝이 찡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왜 그랬을까......
저 저물어 가는 태양속에 나의 기억들을 다 태워서 지울수만 있다면.....
태양이 저물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많은 상념속에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제부터는 북상이었다. 그동안 남쪽으로 남쪽으로 내려와서 땅끝까지 왔다.
어느덧 시간은 8월2일 한창 성수기 휴가철때 출발해서 8월말이 되었고
어딜가나 북적이던 사람들 또한 조금씩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날씨도 그 무덥던 여름이 가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쓸쓸한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렸다.
사실 이 때부터 조금씩 지치고 힘들기 시작했다.
목포-나주-광주로 해서 남원에 가서 성춘양과 이몽룡을 만나 사진 좀 찍고
지리산 가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전주의 한옥마을에 들려 소양인이라는 판정을 받고 익산을 거쳐
군산 앞바다에서 회 한접시와 쐬주 한잔을 했다.
그리고 서천으로 해서 보령을 들린 후 옆길로 빠져서 청양의 후배를 만나고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밤안개를 뚫고 공주로 들어갔다.
공주에서 북진만을 생각하고 있던 내게 전화통화를 한 어머니의 권유로 남하하여
부여로 내려가 의자왕과 삼천궁녀의 낙화암에 들리고
서해안 쪽으로 올라 오려던 나의 계획은 또 다시 바뀌어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에서 청주를 거쳐 나의 제3의 고향인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 들렸다.
전국일주 중에 다 건너 뛰어도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되돌아보니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보낸던 곳.
초등3년때까지 아무런 고민도 근심 걱정도 없이 친구들과
여름이면 산으로 들로 옥수수,복숭아,산딸기,참외,수박등등 서리하러 다니고
저수지로 개울로 고기잡고 수영하러 다니고 논두렁에서 메뚜기 개구리를 잡아 구워먹고
딱지치기 망까기 구슬치기 술래잡기 오징어등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보내고
겨울이면 학교 뒷동산에서 푸대자루로 미끄럼타고 눈싸움하고
꽁꽁 얼은 저수지에선 썰매타고 쥐불놀이하며 모닥불 피워 고구마,감자등
구워 먹을수 있는건 다 구워 먹으며 하루를 보냈던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후 찾은 고향은 세월의 흐름만큼 많이 변해 있었지만
여전히 내 기억속의 옛모습이 많이 남아 있었다.
혹시나해서 유재석의 "친구야 반갑다" 프로그램처럼 아는 얼굴 있을까 여기저기 거닐며 둘러보고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만날수가 없었다. 설사 있다해도 못알아보았겠지만....
예전 내가 살던 집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 집이 지금은 시골 다방으로 변해있었다 ㅋ;;;;
그곳에서 용인으로 올라와 하루를 머물고 수원을 거쳐 안양을 들어가면서 심히 갈등을 겪었다.
전국일주 일정은 인천으로해서 강화도까지 둘러보고 서울로 복귀할 계획이었다.
점점 찜질방에서 일어나는 시간도 피로로 인해서인지 늦어졌다.
눈은 뜨는데 일어나질 못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점심이 다 돼 용인 찜질방에서 나오면서부터 서울이 코 앞이다보니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언젠가부터 여행이 아닌 극기 훈련으로 변해버렸다.
원래는 에버랜드에서 하루 신나게 놀 계획이었지만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나중으로 미뤘다.
얼마 안남았다고 마음을 다 잡고 인천을 향해 수원과 안양을 거쳐 광명시로
어찌어찌 가다보니 구로동이 나왔다.
날은 져물어 가고 지치고 힘들어 오는 내내 마음의 갈등을 겪고 있던 내게
구로동이라는 표지판은 길다면 긴 일주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집으로 핸들을 돌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완주 아닌 완주를 하며 37일간의 전국일주를 마치고 서울로 복귀했다.
첫댓글 진짜 얼굴이 벌겋게 익었네요~~?^^; ㅎ 와~멋지다~~ㅎ 그치만 영상하고 글이 너무 길어서 다 못읽었어요~~ 몇번에 나눠서 봐야겠당~~~
ㅋ 내가 봐도 좀 기네...언제 다 읽나...쩝;;ㅋ 걍 패스~~~
글 올린지 한 만에 보다니 나도 차암근데 이 전국일주도 올해가 아니지 암튼, 허거덩님한테 이런 세심한 구석이 있는 줄 몰랐네. 새 '정말 멋진 남자로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걸 (밥물도 기똥차게 잘 맞추고 말야.) 사진은 누가 찍어 줬누 일행이 있었나 노래도 정말 좋고, 무엇보다 가슴을 울리는 긴 사연 허거덩님 자신의 이야긴가 만약 그렇다면 이제쯤은 멈췄던 시계가 돌아가고 있겠지 갑자기 허거덩이 마구마구 보고싶네. 다음에 만나면 꼭 찐한 포옹부터 하자구 난나보다맞춤법 잘 지키는 남자가좋드라 허거덩
p.s : 썬글라스는 워디간겨 난구릿 빛 피부의 남자가 썬글라스 멋지게 쓴 모습이 정말 좋드라 허거덩님은 외모가 살짝 동남 아시아풍이라 보면 여자들이 침 흘려숴 안뒤어 눈이라도 쬐끔 가려줘야쥐 글구 멋지쟎아 내가 개인적으루다가 썬글라스를 쫌 쫗아해요. 주책이쥐
잘보고 갑니다....^^
오~~우 멋지다!!!!! 허거덩님이 새삼 다르게(?) 보이네. 한달간의 전국 일주 부럽씀다. ^^ 갑자기 나두 여행이 고푸다. 바쁜일 끝내고 10월 둘째주에 강원도로 떠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