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위하여
편 영 미
엷은 어둠이 남아 있는 시간, 등의 묵직한 통증이 잠을 깨운다. ‘잠을 잘못 잤나? 담이 왔나?’ 배꼽 뒤쪽이 뜨끔뜨끔 결린다. 통증은 좀처럼 그칠 줄 모른다. 파스를 붙이고, 진통제에 불편함 몸을 의지해 이틀을 보냈다. 파스 바른 부위가 화끈하다. 통증은 등짝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움직일 때마다 새어 나오는 신음과 똑바로 서지 못해 구부정한 자세를 보고 가족들은 걱정 반, 웃음 반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담이겠지 했다. 몇 시간 사이 통증은 등에서 옆구리로 복부까지 점령했다. 몸이 자꾸만 오그라든다. 앉아 있어도 서 있어도 누워있어도 견디기 힘든 통증과 싸우다 보니 두려움이 앞선다. 큰 병이 난 모양이다. 육체는 통제되지 않는 통증으로, 정신은 알 수 없는 막막한 두려움으로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힌 듯하다.
큰아이가 아픈 증상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곤 “엄마 요로결석 같아. 엄마랑 증상이 비슷한데 엄청 아프대. 응급실 가자.” 요로결석이라고? 순간 남편과 남동생, 이웃에 사는 지인의 얼굴이 차례로 떠오른다. 십여 년 전 남편이 극심한 복부 통증과 함께 요로결석을 앓아 ‘아, 이런 병도 있구나.’하고 알게 되었다. 남편은 다행히 재발하지 않았지만, 남동생과 이웃에 사는 지인은 일 년에 한두 번씩 재발해 고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산통에 가깝다는 통증, 덜컥 겁이 난다.
큰아이가 찾아 보내준 영상을 보고 요로결석을 앓은 지인에게 전화했다. 안부를 묻는 둥 마는 둥 몸 상태를 이야기하니 “요로결석이 맞네.” 한다. 대처 방안을 일러주고 다니는 병원도 소개해 준다.
밤새 통증은 휘모리장단으로 몰아치다 중모리장단으로 잦아들기를 반복한다. 건밤을 보내고 아침 서둘러 병원에 갔다. 의사와 상담 후 소변 검사와 엑스레이를 찍었다. 검진 결과 예상한 대로 요로결석이 맞단다. 오른쪽 콩팥 아랫부분이 막혔다. 여러 치료 방법이 있지만, 체외충격파 석쇄술로 몸속에 생긴 돌을 깨자 신기할 정도로 통증이 완화되었다.
아우성치던 통증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와 먼저 잠을 잤다. 며칠 밀린 잠인지 약 기운 때문인지 까무룩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눈을 뜨자 지난밤 느꼈던 두려움과 후회와 반성들이 떠올랐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때를 거르고, 잠자는 시간을 놓치고, 운동을 미루었는지. 이런 기본적인 것도 실천하지 못하면서 어찌 건강을 바랄 수 있는가? 건강에 대한 자만을 내려놓는다.
걷기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언니와 함께 집 근처 숲길을 걷는다. 숲의 시원한 공기는 지난밤 열대야를 잊게 해준다. 초록의 절정이 눈을 환히 밝히고 마음의 얼룩들을 지워낸다. 심호흡을 크게 하며 걸으니 지친 몸과 마음이 싱그러움으로 충전된다.
산자락엔 자투리 천을 조각조각 이어붙여 만든 조각보처럼 크고 작은 텃밭들이 정겹게 자리하고 있다. 텃밭을 잇는 좁고 구불구불한 밭두둑을 조심조심 걷는다. 미나리꽝도 있고, 과실수가 심어진 밭, 고구마밭, 땅콩밭, 참깨밭, 고추밭, 온갖 남새들이 심어진 텃밭을 만난다. 작은 텃밭을 일구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이웃들의 건강한 삶을 마주한다. 주인의 손길이 한참 미치지 못해 말라가는 푸성귀들이 보인다. 언니는 뒹구는 바가지를 들고 물을 떠다 푸성귀에 골고루 준다. “주인이 언가이 바쁜갑다.”
물주는 언니의 모습을 보며 내 심신의 텃밭을 들여다본다. 심어놓은 것을 잘 가꾸고 있는지? 어떤 씨앗들을 심었는지? 싹을 틔우지 못한 것은 없는지? 말라가고 있는 것은 없는지? 잎이 돋고 꽃은 피웠는지? 열매는 맺고 있는지…. 마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생각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몸과 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본다.
약을 먹으며 회복 중이지만 요로결석은 재발이 잦은 만큼 평소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 재발 방지를 위해 주의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지만, 후천적 요인으로는 생활 습관이 문제인 것 같다.
주요 요인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의 증가와 부족한 수분 섭취가 대표적인 원인이라 하니 식습관 개선이 우선인 듯하다. 특별히 땀 배출이 많은 여름철엔 물 마시기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 또 결석 형성을 막기 위해서는 짠 음식과 과량의 비타민 C, 수산 함량이 많은 음식은 줄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평상시 즐겨 먹는 고구마, 감자, 콩류, 당근, 시금치, 키위, 견과류, 초콜릿 등이 수산 함량이 높은 음식인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이번 여름을 보내며 ‘여름엔 나트륨이 좀 필요해.’, ‘기운 없을 땐 단백질을 보충해야지.’ ‘뜨거운 볕살엔 비타민 C’ 하며 먹었던 음식들이 떠오른다. 또 지난 몇 달간을 돌이켜 보면 바쁘다는 핑계로 불규칙한 운동, 불면 등도 이번 건강 이상에 한몫한 듯하다. 건강을 위해선 바르고 규칙적인 생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요로결석이란 적신호가 켜지면서 나의 몸과 마음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고, 말라가는 텃밭에 물을 주듯 쉬게 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서 쉼 없이 굴러가던 생각의 톱니바퀴도 멈추고 지금 당장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도 미루고 난 잠시 휴식 중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선 쉼도 필요한 것 같다.
그런 모든 것들을 아우르며 나의 심신을 조용히 토닥인다. 건강한 삶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