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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향한 끊임없는 사유
『창작에 대하여』, 가오싱젠, 돌베개, 2013.
-가오싱젠의 미학과 예술론-
가오싱젠 그는 누구인가?
중국인 최초 노벨문학 수상자(2000년) 가오싱젠은 『창작에 대하여』에서 문학에 대해, 미술에 대해, 예술에 대한 사고가 전방위적으로 드러나 있다. 가오싱젠의 사상은 중국에서 인정받지 못했는데 이유는 마우쩌둥이 문화대혁명 시절 독재정치를 행하며 말과 행동을 모두 통제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작품을 소각하고 연극을 올린 무대가 문제가 생기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우연한 계기로 프랑스에 가다가 중국에 돌아가지 않을 것을 결심하고 망명을 선택한다. 1989년에 프랑스로 건너와 2000년에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변두리에서 숨어서 혼잣말을 해야 했던 그의 문학사상을 마주하게 된다. 개개인의 자유가 결박당했던 중국, 고향을 버리고 자유롭게 창작할 권리를 선택한다. 이렇게 탄생된 저자의 문학, 회화, 연극에서 그만의 예술론과 창작활동을 다지며 독보적인 사상을 키워간다. 자유’,‘심미’,‘진실’,‘고독’을 통해 창작을 해야 한다는 가오싱젠의 예술론이 뜨겁게 들려온다. 주요 작품은『소설창작의 기교』, 『영혼의 산』,『나 혼자만의 성경』등이 있다.
그의 문학작품은 ‘차가운 문학’을 대표한다. 문학은 권력의 소모품이 아니고, 사회적 유행에 풍격을 더하기 위한 액세서리도 아니다. 문학의 본질은 심미에 있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인 심미. 그것이 그가 문학을 하는 이유다. 윤리나 도덕, 정치적 입장, 대중성, 특정 이념을 기반으로 한 문학은 문학이 될 수 없다. 오로지 문학은 개인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의 진실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인간의 삶의 진실을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는 문학은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다(p38) 고 주장한다. 자신의 진실성을 찾아 표현했을 때 문학은 살아남는다. 가오 싱젠은 카프카를 20세기 현대문학의 진정한 선구자로 칭한다. 낭만주의 문학은 카프카에서 막을 내렸고 카프카의 부조리가 등장하면서 차가운 시선이 현대문학의 정체성이라고 한다. 카프카를 시작으로 베게트, 까뮈, 이오네스크가 나올 수 있었다. 문학이야말로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을 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는 것이며, 인간이 지닌 내면의 진실 된 목소리를 고독하게 듣고 표현했을 때 문학은 사멸하지 않고 지속된다는 것이다.
가오싱젠은 이 책에서 문학뿐 아니라 희곡과 회화에 대한 사유를 펼치고 있다. 희곡으로 『버스 정류장』,『팔월에 내리는 눈』,『밤에 떠도는 신』,『야인』,『피안』등이 있다. 연극 대본은 연기자가 무대에서 연기를 했을 때 완성되는데 극중 인물을 통해 더욱 자유롭게 표현되는 영역이다. 새로운 창작형식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결국 자기 인식과 관련이 있다. 그는 창작에 자유롭고 싶었던 뜨거움을 다양한 방법으로 희곡작품에 투영했다. 『창작에 대하여』에서 저자의 독자적인 심미안을 보게 되며 창작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한 영역까지 확장시켜 나가는 거대한 줄기를 만나게 된다. 특히, 예술가라면 고독하게 자신이 추구하는 진실 된 심미안을 찾아야 한다고 한다. 개인적인 목소리로 차갑게 관조하며 표현하는 예술적 가치야말로 예술가의 신념을 확고하게 다지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문학은 본래 정치와 무관하다. 문학 본연의 모습을 회보한 문학을 나는 ‘차가운 문학’이라고 부른다. 차가운 문학은 일종의 도망이자, 작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문학이다. 세상의 억압을 떨치고 정신적 자기구원을 추구하는 문학”이라고 전한바 있다.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없다는 조지오웰이 떠오른다. 두 작가 모두 공산주의 감시아래 정치적 혁명을 두려워했다. 공산주의를 폭로하고자 문학을 했던 조지오웰도 체제의 통제를 벗어나 인간의 자유를 갈망했던 작가다. 창작을 한다는 것의 최종 지향점은 자기만족이라는 가오싱젠의 사유가 어렴풋이 보인다. 어떤 이념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끝을 향해 도달하기를 부단히도 노력하는 자세. 그것이 예술가의 숙명인 것이다.
『창작에 대하여』를 읽으며 가오싱젠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은 독자들에게 고독할 것이다. 예술을 대하는 한 인간의 삶을 알아가는 것이 벅찬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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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