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1부 대관령의 봄 고라니는 어디로 갔을까 풋사과를 먹는 저녁 나무 시집 보내기 허균과 방풍죽 삼강을 지나며 카프카를 읽어 주던 사람 오대산 조갯골 항구의 봄 곰치국 물고기자리 쇼하던 돌고래 겨울 항구의 암각화 과메기 어느 겨울을 지나며 2부 봄 바다 소금 길에 대하여 늙은 어부는 생선을 말린다 주문진 사람들 대관령 황태덕장 주문진 썰물에 갇힌 고래 반구대 암각화 채석강 소멸에 대하여 미세먼지 주의보 꽃샘추위 구름의 실루엣 1 구름의 실루엣 2 수족관 안의 게 3부 산목련 어머니와 감나무 소년과 새 귀촌일기 산돼지와 옥수수 오대산 산삼자리 산경표 동지冬至 로드킬(roadkill) 안반데기* 젊은 날의 유산 오대산의 가을 홍천, 내면에서 하룻밤 4부 늦가을 저녁 한때 생의 그림자 그림자 지우기 어느 여자 시인 달빛 그네 애고별리 어떤 사람 1 어떤 사람 2 울진을 지나며 편서풍 지리멸렬 남동풍 진고개 길
해설 통점痛點에서 번지는 서늘한 생의生意│백인덕 시인
책속에서
그림자 지우기
오대산으로 첫 시집을 보내준 사람 연락이 없다 지리산에서 우전차를 보내온 사람 금강경 시절 인연을 외우며 어린 당나귀 꼬리에 부서지던 햇살을 따라 함께 넘은 옛사람들은 다들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연락이 없다
높은 산 눈 녹은 물소리가 잠든 나무 이파리로 필 때 하늘의 중심을 잡고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던 차마고도 길 마음과 삶은 길을 이어놓았는데 나는 잃어버린 것도 없이 어느 사람을 연민하다가 이곳까지 왔을까 바람에 팽팽해진 나뭇가지로 날아온 새가 울고 갈 때 마음의 심지 올린 봄날이 돌아갈 날을 기다린다
허공에 잎을 꺼내놓은 고산의 나무들은 서로의 간격을 줄이며 피고 있었는데
울진을 지나며
제 몸을 파도에 맡기고 뱃길을 열고 선 방파제 쪽에서 문득 사람과 관계한 버린 날들 속으로 나의 후회를 보고 싶을 때도 있지 해풍에 내다 말려서 빛나는 세간의 말을 버리고 헌 신발처럼 버리고 싶은 날도 있었지
큰 삶은 원하지 않아서 은어 철엔 은어를 따라가서 살고 남은 생은 창을 내고 고단한 생을 같이할 동백꽃처럼 볼이 붉은 사람이 있으면 좋지 그리고 살아온 날을 후회한들 무엇하냐고 찬바람에 등을 맞대고 살면 족하지
한 세월 낡은 폐선에서 저녁노을 지나간 시절을 난 왜 괴로워했나
때론 녹이 슨 몸과 근육에도 난장길로 접어들 때 알몸으로 살아가는 무심이 묵직할 때도 찾아오겠지 내 후회를 버리지 못하고 철들지 못한 뒷모습을 채우는데 울진쯤을 지나는데 댓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풋사과를 먹는 저녁 지상의 날짜들을 잘못 짚고 떨어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서둘러 잎을 떨군 나무들의 일정 때문일 것이다 기온을 잘못 읽은 어떤 충동들이 제 몸 안의 자각 없는 고행을 바라겠는가 고행의 날을 단맛으로 숙성시키고 싶지 않았을까
지금은 풋내 나는 불온한 계절을 건너가고 있는 저녁 태양의 궤도를 착각한 사과를 먹고 있다 나는 가끔 단맛을 채우지 못하고 빛을 투과해 명중할 수 없는 빛의 자각을 채우지 못한 것들이 궁금해지는 저녁이 있다
나무와 햇살과 바람이 단맛을 채우며 뒤척이던 밤을 시큼한 맛이 고이는 궤도의 시간으로 걸어가 보고 싶기도 했다
양분을 놓칠 수 없는 안간힘을 다했던 꼭지를 더 붙잡았던 힘을, 열매는 수차례 들어가 보기도 했을 터 허나, 떨어진 것들의 궁핍한 맛들은 어느 계절의 바람에 단맛이 말소되었던 경계지점일까
사과 껍질을 벗기면 고스란히 드러날 것 같은 빛이, 빗나간 각도의 맛이 시큼한 저녁 지불이 끝난 맛을 별빛 속에 끌어들인다
항구의 봄 ― k 아줌마 어판장 앞 고양이 한 마리가 아침 햇살을 주워 먹고 있다
먼 바다의 갈매기를 바라보는 중년의 여인 그녀가 생을 담아내고 싶은 곳은 포구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등줄기처럼 건기에 빠져있는 무료한 집 라디오 소리에 빨래가 마르는 언덕의 집이었다
하늘 심장 소리가 새어 나올 것 같은 그 어디쯤에서 살고 싶었으나 운명은 그녀를 비린내를 끌고 다니는 갈매기들의 거처 어판장에 묶어 두었다 새벽 항구 경매된 생선들에 붙들려 청춘을 말려야 했다
날이 가도 줄어들지 않은 바닷가 사연들 바다가 조업을 줄이는 날에도 거친 사내들의 소주병과 은칼 위 생선들을 썰어 생활들을 꾸리는 사이 금어기가 왔고 바다의 한쪽은 불경기의 날들이 갔다
저녁이 밀려오는 푸른 바다의 수심을 애써 정리하는 그녀의 몸 무쇠 닻처럼 살아온 날들이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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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주 시인의 시편들은 바다에서 파도에 밀려 올라오기도 하고 산에서 바람을 타고 내려오기도 한다. 일테면 강릉 주문진 일대의 동해 전부와 대관령이나 진고개, 큰 영들이 그의 자산이자 시의 영역인 셈인데 시인들의 나라에서 이만한 시적 영토를 갖기란 쉽지 않다. 그곳에 깃들어 그는 “나는 가끔 상처가 많은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내가 그들의 상처가 되기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며(「소멸에 대하여」) 현실의 곤고함을 노래하거나 “상원사 앞산/ 팥죽을 끓이는 법당을 향해/ 백팔 배를 올리는 마가목들처럼”(「동지冬至」) 수행적 삶을 꿈꾸기도 한다. 시인으로 이처럼 자연적 삶의 영토와 정신의 의지처를 함께 얻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시세계의 드러남과 그것의 바탕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함으로 “아내는 삼복더위에 밭을 맸고/ 나는 바닷가에 나가 술을 먹”거나 (「귀촌일기」) “나는 꽃잎이 구름처럼 살고 있는 이 산중의/ 바람에 밀려온 사람처럼 혼자 늦은 저녁을 먹”기도 하며(「산목련」)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무엇이 그리운지, 무엇으로 울고 웃는지를 스스로 묻고 있는 것이다.- 이상국 (시인)
첫댓글 <알라딘 제공 정보>
윤병주 시진 시집 발간 축하합니다. 출판사 제공 정보가 이렇게 밖에 없어 간단히 올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선생님
많은 사랑 받으시길 바랍니다.^^
사과와 저녁...
그것도 풋사과와 저녁...
낱말만으로도 재미있는 조합입니다.
윤병주 시인의 새 시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윤병주 시인! 시집 발간을 축하하오.
축하 드립니다 ^^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립니다
시의 새로운 경계가 열리길 기대합니다
축하 합니다
윤병주 시인의 가을은 풍성 합니다
축하하네...
두번째 시집 발간을 축하합니다.
축하드려요.많은사랑 받으시길요^^
고생하셨어요 두번 째 ᆢ
축하드립니다^^
이 가을날에 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
늦게 축하인사 드립니다. 시집 받아볼 수 있을까요?
풋사과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죠. 축하축하 드립니다. 좋은일 많이 생기시길 바라겠습니다.
윤병주 시인님 시집 잘 받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