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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넷째 날 (1/12 토 남체→푼기탱가)
“나마스떼!”
선잠을 잔 까닭일까? 두통증세는 가라앉질 않고, 몸의 상태는 어제보다 더 안 좋은 느낌이다.
다행히 오늘은 고도가 이곳 남체보다 낮은 푼기탱가(3,250미터)로 가게 되어 부담은 덜하다.
아침에 일어난 대원들의 건강상태를 살펴보니 어제 오후 두통이 심했던 성수는 멀쩡하고.
용준이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 두통과 감기기운이 있는 것 같아 아스피린을 한 알 주었다.
남체에서 푼기탱가로 가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샹보체 언덕 쪽으로 올라 쿰중을 거쳐 가는 길이고,
또 하나는 거의 고도 차이가 없는 평지를 켄조마를 거쳐 푼기탱가로 가는 길이다.
쿰중코스는 에베레스트 및 로체, 아마다블럼 등 기막힌 경치가 펼쳐지는 곳이라
트레커들의 대부분은 이 코스를 선호한다고 한다.
반면 평지 코스는 야크나 포터가 짐을 싣고 가거나 하산할 때 주로 이용하는 코스이다.
쿰중코스보다 약 1시간 30분정도 빠른 길이란다.
우리 원정대는 대원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코스별로 2개팀으로 나누웠다.
A팀(쿰중코스)은 이범석신부님, 전효진, 나정해, 허인정, 경우린
그리고 박성응, 김성수, 이현욱, 김준서, 이건엽, 함찬주, 박혜민, 박혜진이 구성되었고,
B팀(평지코스)은 김기범, 원수연, 김우현, 최용준, 안현정, 윤현실, 이승하로 구성되었다.
A팀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 원정대는 남체마을 꼭대기까지 같이 이동했으나
곧 두 개 팀으로 나뉘어 같은 목적지인 푼기탱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가이드인 파쌍과 유진이 우리 B팀에 합류해 길을 안내했고,
A팀에는 라무가 동행했다. 일반적으로 어려운 코스에 가이드가 더 있어야 하는데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B팀의 대한 신부님의 배려였다.
산모퉁이를 계속 반복해서 걷다보니 마니석과 하얗게 세워진 불탑이 자주 보이기 시작한다.
마니석은 돌에 경전을 새긴 것으로 검정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거의 모퉁이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마니석을 지나갈 때는 항상 왼쪽으로 가야한다고 파쌍이 알려준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우리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저쪽 산모퉁이에 있는 불탑까지 얼마나 걸릴 지 간식내기를 하였다.
나름대로 시간을 가늠하였지만 원수연대장이 정확히 시간을 맞추었다.(간식은 없었다.ㅋ)
마니석
B팀이 걸어간 길
현실이는 항상 옆에서 같이 걸어주는 현정이가 있어 힘을 내는 것 같았지만 몹시 힘들어 보인다.
현정이도 힘들어 보였는데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현실이를 격려하면서 걷는다.
휴식 때마다 자신의 간식을 현실에게 먹이려고 애쓰는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현정이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에몬대장님! 오늘 에몬대장님을 따라가니깐 무지 편해요.
그래! 고맙다.
유진이 눈치 있게 현실의 배낭을 들어준다. 짜아식, 고맙구나.
마니석 앞에서 휴식을 취하는데 용준이가 무척 불편해 보여서 손을 만져보았다.
얼음처럼 차가워 체한 게 분명한 것 같아 지갑에 있던 란셑으로 손가락을 따 주었다.
등을 두드리고 어깨와 손을 주물러 주었는데 심하게 체한 것 같지 않아 훼스탈을 한 알 복용시켰다.
(예진아씨 전대장 어디갔어!!)
현정이와 현실이
힘들어 보이는 용준이
자주 야크(좁교)떼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간다.
가는 길 우측으로는 산비탈을 깎아서 만든 길이기 때문에 절벽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사전교육을 받은 데로 절벽 반대쪽으로 몸을 피한 다음 좁교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는 팀도 많이 만났다.
그때마다 “나마스떼!”하고 인사를 건넸는데 모든 이가 답례를 한다.
나마스떼는 네팔의 인사말로 ‘당신이 믿고 있는 신의 은총과 가호가 있기를 바란다’는 인사말이다.
너무 좋은 뜻의 인사말 같아 뜻을 알고부터는 거의 마주친 사람마다 “나마스떼”란 인사말을 건넸다.
백이면 백이 꼭 답례를 해주는 게 기분이 좋았다.
야크의 교배종 좁교
저 멀리 에베레스트와 로체 그리고 아마다블럼이 보이기 시작했다.
A팀이 가는 코스에서나 볼 수 있는 경치를 사실 이 코스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휴식을 취하면서 저 멀리 펼쳐진 에베레스트와 아마다블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기막힌 경치가 눈앞에 있었으나 힘들고 몸이 아픈 현실이에게는 감동이 올 리 없다.
억지로 몇 장 찍었다. 현실이가 고개를 떨군 체 눈물을 흘린다. 정말 힘든가 보다.
그래! A팀 보다 1시간 30분 빨리 갈 수 있으니 아주 천천히 가자. 비스따리!!!
가이드 유진과 함께
조금 지나자 임자체를 등정하고 하산하던 한국 등반대원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들의 어린 대원들을 보고 무척 반가워하며 우리대원들이 칼라파타르까지 간다고 하니
아주 훌륭하다며 고산에서의 호흡법을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주었다.
인천에서 온 산악회라 했는데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켄조마의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푼기탱가로 향했다.
가다보니 쿰중의 이정표가 보였다.
원수연대장 장난기가 발동하면서 A팀이 내려오면서 볼 수 있도록
메모지에 “우리 먼저 간다. 메롱!”을 남기고 푼기탱가로 내려갔다.
거기서부터는 계속 가파른 내리막이 시작된다.
저 밑에 계곡의 물소리는 마치 설악산 계곡의 물소리처럼 들려왔다.
30분 정도 지나자 푼기탱가의 롯지가 보였다.
시간은 4시 15분을 가리킨다.
나는 서둘러 파쌍에게 우리가 사용할 방을 알려달라고 했다.
열쇠 한 뭉치를 가져 온 파쌍의 안내로 침실 하나하나를 확인한 후
대원들의 방배정을 해보니 방이 부족했다.
2개가 부족했는데 4명은 다이닝 룸에서 자는 것으로 결정하고
대상은 신부님과 나정해대장, 우현이와 나로 배정했다.
방배정을 마치자 A팀이 환호를 지르며 롯지로 들어온다.
(우리보다 20-30분후에 도착)
푼기탱가의 롯지는 계곡 가까이 있어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릴 뿐 아니라
습도가 높아 무척 추운 곳이다.
대원들에게 짐정리와 함께 신속히 옷을 갈아입으라고 지시한 다음 손발을 씻게 했다.
따뜻한 물은 1인당 대야 하나씩을 주었는데
대야가 너무 작아 기껏 큰 물 컵으로 한 컵 정도밖에는 안되었다.
조금 더 달라고 하는 대원도 있었지만
신부님이 직접 따뜻한 물을 공급하고 계셨기 때문에 어림도 없었다.
그래도 작은 양으로 잘들 씻는다.
서서히 이곳 고산지대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해 보였다.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서 얼마나 풍요롭게 사는 지 뼈저리게 느낄 것을 생각하니
조금 웃음이 나온다.
화장실을 다녀 온 전효진 대장이 “와! 이곳 화장실 환상적이네요.” 라고 외친다.
사전교육 때 신부님께서 이야기해 주셨던 화장실의 모습을 전대장이 처음으로 확인한 것이다.
롯지 바깥쪽으로 연결된 방과 맞은편에 있는 화장실은 환경적 측면에서 매우 실용적이었다.
밑에 나뭇잎을 가득 쌓아두고 일을 본 후 덮어버리는 것이어서 냄새가 전혀 나질 않았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우리 원정대의 가장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예견하고 있었지만
가이드 유진이 신부님께 현실이를 하루빨리 고도가 낮은 곳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고 전한다.
현실이가 저녁식사 후 체기도 있어 전효진대장이 손가락을 따 주기도 했는데
유진이 유심히 보더니 이대로 올라가면 큰일을 치룰 수 있다면서
오늘 밤 안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고 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장 한 사람도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이유는 내려가면서 안 좋은 일이 발생하면 책임질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급히 대장들이 신부님의 지시로 모였다. 대장들이 모두 이구동성으로 자기가 내려가겠다고 나선다.
한참을 고뇌하시던 신부님이 유진에게 휴대폰을 건네받고 류배상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세한 설명을 들은 류배상씨와 한참을 의논하시더니 다시 현실이 부모에게 전화를 거신다.
어렵게 전화가 연결되었다. 현실엄마에게 지금의 상황을 아주 조심스럽게 설명하시곤
다시 대장들에게 오늘 밤 현실이를 내려 보내지 않겠다고 결정하신 것이다.
오늘 밤 최선을 다해 현실이를 보살펴 주고 내려가도 내일 내려 보내겠다고 하시는 것이다.
동행할 대장도 고민해 보시고 내일 결정하시겠다며 누가 지명되든 따라달라고 하셨다.
왁자지껄 떠들어 대던 대원들이 다이닝 룸에서 지금의 심각한 상황을 알아채곤
모두 현실이를 걱정하듯이 쳐다본다. 현정이는 현실이 옆에 꼭 붙어서 떨어지지도 않았다.
같이 있어 주는 게 현실이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때문이다.
많이 먹지도 못했고, 먼 길을 왔기 때문에
체력이 거의 바닥이 난거라 판단한 신부님이 갑자기 홍삼톤을 현실에게 주라고 하신다.
따뜻이 데운 홍삼톤을 조금씩 현실에게 먹였더니 금세 먹은 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다. 그러더니 얼굴이 조금 되살아나 보였다.
현실에게 괜찮으냐고 물어보았더니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현정이와 함께 방을 배정했지만 현실이는 전효진대장과 함께 잤다.
난로가 꺼진 다이닝 룸에서는 우현이가 벌써 침낭 안에 들어가 꿈속을 헤매고 있었고,
신부님과 나 그리고 나정해대장은 담배를 피우려고 밖으로 나왔다.
밤하늘을 보니 정말 환상적인 장면이 펼쳐졌다. 유행가처럼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다.
어릴 적 밤하늘의 모습을 본 이 후 처음 보는 그런 하늘이었다.
나정해대장이 카메라에 밤하늘을 몇 카트 담았다.
피로가 몰려온다. 먼저 잠을 청했다.
신부님은 밖에서 하늘만 쳐다보고 계신다.
내일의 일을 걱정하시는 듯 아무래도 신부님은 오늘 밤이 무척 힘들고 불편한 밤이 될 듯싶다.
푼기탱가의 밤 하늘
첫댓글 제가 제일 먼저 읽었습니다


대장님,, 따랑해여
많이 힘드셨지만 저희들을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대장님, 화이팅


드디어 현실양이 등장했군요. 그순간 결정하기가 얼마나 힘드셨으까 마음이 짠 합니다. 이곳 한국땅에서의 부모님들도 지옥으로 들어가는순간이랍니다. 이날부터 밤을 지새우고 식사는 거의 전패하기 시작했으며 성당에 모여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마음고생하신 신부님과 대장님들, 현실이를 꼭 안아주고 언니노릇해준 현정양과 대원들 감사드립니다.
에몬대장님의 기억으로만 쓰신 글을 읽노라면 저는 깜짝깜짝 놀랍니다. 정말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시는 에몬대장님은 혹시 로봇?
현정이와 현실이 둘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정을 나누었을까? 이름도 돌림이라 자매라고 해야죠. 나중에 더 크면 아마도 둘만의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하지 않을까 이번 트레킹을 기억하며...
둘만의 트레킹이라...그거 하기전에 일단 가리지 않고 먹는 연습부터 하는게.... 현실이 현정이 잘 버텼지만....그놈의 고소 때문에... 아름다운 선택을 할수 밖에 없는 현실이와 현정이 그것도 다 하늘의 뜻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