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창피한 이야기
인도의 거리 풍경(바다미/남인도) / 뭄바이 빨래터
내가 인도(印度) 여행 중 남부 솔라푸르(Solapur/이슬람 왕국의 수도였던 도시)라는 작은 도시에서 유적지(遺蹟地)를 둘러보던 도중, 어제저녁부터 부글거리던 배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서둘러 약방을 찾아 소화제를 처방받아 먹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서둘러 공중 화장실을 찾는데.... 어디를 둘러보아도 없다. 참고로... 인도는 집에 거의 화장실(변소)이 없다.
호텔이나 찾아야 하는데 근처에는 호텔이 없다는 대답이다. 서둘러 뒷골목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보니 개천이 보이는데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다.
벌써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꽁무니를 오므리고 허우적거리다 보니 철조망 사이로 작은 개구멍이 보인다. 배낭을 멘 채 들어갈 수 없어서 배낭을 벗어 길옆에 내동댕이치고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
무릎 정도 크기도 되지 않는 풀이 듬성듬성 나 있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개천가에 바지를 내리고 쭈그리는데 이미 터질 건 다 터져 나오고 난 후였다. 휴우~~~~.
어기적거리며 앉아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벗은 후 옆에 놓고는 팬티를 벗는데 사건은 이미 터진 후라 엉망진창이다.
개천 둑을 지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만 구부리고 일을 마친 후, 팬티를 접어 깨끗한 쪽으로 대충 닦고는.... 팬티는 수풀 속으로 던져 버리고.....
엉거주춤 팬티도 없이 바지만 다시 꿰는데 냄새를 맡고 개와 돼지들이 꿀꿀거리며 모여든다.
그러면서도 둑 너머 팽개치고 온 배낭이 걱정이다.
앞으로 두어 달 여행할 경비 2.500 달러(350만 원)가 현금으로 그 속에 들어있다.
그뿐이랴, 1.200달러짜리 카메라, 400달러짜리 넷북(Net Book/컴퓨터), 여권까지... 대충 따져도 500만 원이 넘는다.
겨우 끝마무리를 하고 철조망을 다시 나오며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 꼴을 다 보았을 테지만 무심한 얼굴로 지나친다.
인도에서는 이런 일이 크게 흉잡힐 일이 아닌 모양이다.
다행으로..., 배낭은 무사하였다. 멍청한 인도 놈들...
이 배낭을 들고 튀었더라면 인도에서는 한 평생 걱정 없이 먹고 살았을 텐데.....ㅋㅋㅋㅋ
나중 버스를 타면서 냄새 때문에 어쩔까 싶었는데.... 인도가 워낙 더럽고 냄새가 지독한 곳이라 그런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아니 모르는 척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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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중 아기를 안고있는 부인은 거지로 손바닥을 내밀고 '한 푼 줍쇼~'
뭄바이 빨래터는 인도의 5개 인종계층 중 최하 계층인 불가촉천민(Untouchable) - 자손 대대로 빨래만 하는 계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