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동편제 판소리 축제
1. 구례동편제판소리축제의 의의
구례는 운봉, 남원, 순창, 곡성, 진주와 함께 동편제판소리의 중요한 거점이다. 동편제 명창 송만갑, 유성준, 박봉래, 박봉술 등이 태어난 곳이거나 살았던 곳이다. 그래서 지금 구례 사람들은 이들 명창을 기리기 위해 소리비를 건립하고 동편제판소리 전수관을 지어 동편제 판소리의 성지를 조성하였다.또 판소리의 꿈나무들을 키우며 다양한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판소리명창·명고대회를 여러 해 거듭했고 동편제판소리축제도 2년에 걸쳐 해 왔다. 판소리명창·명고대회는 금년부터 대통령상을 줄 수 있는 대회로 격상되었고 동편제판소리축제도 새위원장을 영입하고 새집행부를 출범시켜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돌이켜보면 동편제판소리는 판소리의 수준을 높이고 대중화하여 판소리가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가왕 송흥록을 비롯 송광록, 송우룡, 송만갑 등을 배출한 송씨 가문은 판소리의 종가와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되어 그들의 소리가 판소리의 표준이 될 정도였다. 많은 애호가들이 동편제 판소리를 좋아했고 서울의 고관대작들도 한결같이 동편제 판소리를 선호하였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후반으로 접어들면 임방울이 서편제의 쑥대머리로 일약 스타가 되고 쑥대머리가 유행가처럼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서편제를 선호하는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서편제가 확산되자 자연 동편제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서편 바닥에 동편 창법을 도입한 보성소리가 확산되면서 동편소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 버렸다. 지금은 동편소리는 남원에서 가르쳤던 강도근의 제자들과 박봉술의 제자들 그리고 박녹주의 제자들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며 전승되고 있다. 강도근의 제자로는 안숙선(가야금병창의 예능보유자), 이난초, 전인삼 등이 활동하고 있고 박봉술의 제자로는 송순섭(예능보유자)과 김일구가 그리고 박녹주의 제자로는 박송희(예능보유자)가 활동하고 있다. 동편제판소리가 품격을 중시하고 예술음악의 조건을 갖추며 계속 업그레이드 될 때에는 너도 나도 동편제를 배우려 하고 동편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동편제 판소리의 기세가 예전만 같지 못하다. 동편제소리의 장점을 수용한 보성소리와 20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동초제를 배우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런 소리를 선호하는 층이 더 두텁다고 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무형문화유산이 된 한국의 판소리에 있어서 동편제판소리의 위상은 대단히 높은 것이고 그 미학은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판소리는 자주 듣고 척척 알아들어야 좋아하게 된다. 동편제 소리를 이 시대의 소리가 되게 하고 미래의 소리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동편소리의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게 듣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독창으로도 듣고 입체창으로도 듣고 창극으로도 들을 수 있으면 좋다. 동편소리의 어떤 점이 품격을 높이고 예술성을 높이는 포인트였는지 학술적으로 탐구해 보고 미래를 위한 전략으로 어떤 점을 어떻게 권장해 나가야 하는지 지침을 마련해 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 결국 동편제판소리축제의 의의는 판소리인들 모두의 축제가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기존의 명창과 자라나는 판소리 세대가 이 시대의 청중과 만나 새로운 판소리 발전의 모멘트를 만들어 보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동편제 소리를 재조명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구례군민 뿐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과 전국의 판소리 애호가들이 참여하여 축제를 즐기게 되면 그 자체가 모두 하나되어 흥과 신명을 풀어내는 축제 효과도 있고 동편제판소리를 선양하게 하는 효과도 있어 동편제 판소리가 미래의 판소리가 되게 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되리라 생각한다.
2011 구례동편소리축제는 동편소리의 전승현황을 점검하고 주요명창들을 대거 초청하여 이 시대의 동편소리를 집중적으로 감상하고 즐기는 한 편 음반으로 남아 있는 송만갑, 이선유, 유성준, 장판개, 박봉술의 소리를 복원하여 동편소리의 예술성을 되살려 보도록 한다. 또 동편소리 5바탕을 기록으로 남긴 이선유의 오가전집을 집중 조명하여 동편소리 사설의 특징과 소리의 특징이 어떻게 조우하고 있는지 밝혀 보도록 한다. 동편제 명창의 유적 답사 행사도 개발하여 유성준명창이 살았던 악양일대와 유성준 산소를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도록 한다.
동편소리는 구례지방의 일노래나 상여소리 같은 민요와 농악 그리고 단골들의 의식음악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발달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동편소리축제에서도 이 지역의 민요와 농악과 굿 음악을 적극 프로그램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관련 지역의 토속민요나 굿패를 초청하여 판을 벌리는 것도 필요하다. 과거 전라도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남도잡가는 반드시 동편제소리축제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명창들을 동원하여 보렴, 화초사거리, 육자백이, 자진육자백이, 삼산은 반락, 개고리타령, 흥타령 등을 부르도록 해야 한다. 이런 노래는 판소리와 같은 비중으로 공연효과를 내도록 반복해 공연할 필요가 있다.
구례동편소리축제는 판소리관련의 축제이지만 어디까지나 구례사람들의 축제다. 구례사람들이 즐기고 가꾸는 전통예능을 스스로 프로그램으로 개발하고 발전시키도록 계속 지원하며 멘토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특히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구례향제줄풍류는 공연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마련해 가며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해야 하고 잔수농악 역시 중요무형문화재이므로 훨씬 멋 있게 연출하여 주민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해야 한다. 유순자명인이 하는 부포놀이나 박남준이 하는 판소리도 좋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구례화엄사는 절의 존재 자체가 최고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화엄사의 산사음악회가 동편제소리축제와 일정한 관계성을 가지도록 사전 협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
소리축제의 홍보는 기간, 장소, 내용을 가지고 홍보하는 것이지만 가장 매력을 가지는 요소는 어떤 음악가가 초청되어 판을 벌이느냐에 달려 있다 할 수 있다. 판소리 스타 안숙선, 조상현, 성창순, 박송희, 송순섭, 김일구, 조통달, 김수연, 김영자, 전정민, 유영애, 이난초, 전인삼 등과 그 제자들 그리고 고수 김청만, 정화영, 추정남 등과 그 제자들도 대거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또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젊은 명창들 남상일, 박애리, 이자람 등도 참여하도록 하고 피아노로 국악인들과 어울리며 인기몰이를 하는 임동창을 초청하여 명창들과 어울리게 하는 것도 관광객을 유치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판소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발달한 기악이 산조이다. 특히 서공철은 고향이 구례라는 말을 들었는데 최고의 가야금연주자인 강정숙으로 하여금 서공철류 가야금산조를 제대로 한 바탕 연주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생강, 백인영, 박종선 같은 명인들을 초청하여 종합무대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축제는 연속성이 있으면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기 때문에 2회 대회의 내용을 최대한 수용하면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에 따르는 출연자를 정하고 섭외해야 하는데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 1차 기획을 마치고 자문위원회를 거친 다음 추진위원회에서 확정하는 것이 순서이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