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일탈에서 벗어나 벌봉에서 나홀로 노숙
몇 년 전부터 부쩍 노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아져 자다가 벌떡 일어나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변화 줄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시간에 쫓기는 당일 산행 혹은 무박산행보다는 하루 정도는 아무런 구속 없이 편하고 여유롭게 자연과 동화되어 자신을 뒤 돌아 볼 수 있는 야영하기로 하였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장비들은 오래전에 구입한 것이라 무겁고 노후 된 게 많아 돈이 좀 들더라도 요즘 새로 나온 장비를 구입하기로 하였습니다. 요즘 장비는 가볍고, 실용적이고, 뽀대도 나고,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장비를 작년부터 구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작년에 구입한 장비는=스타루스 헥사쉘터 및 그라운드 시트, 스타루스에 포함된 폴대는 약0.5kg이라 코베아 파빌리온 4 폴대 266g(스틱에 연결하는 컨넥터 포함 304g)로 교체, MSR 리액터, 반포텍 오픈에어슈퍼라이트 3, X-PAD 씨매트, 바베큐스토브 KG-1009, RAB 엑스피디션(상,하)우모복, 미니캡 히터, 블랑켓 200☓150.
나홀로 노숙일지
일시 : 2013. 3. 23. - 24.
장소 : 벌봉
인원 : 나 홀로(도우미 레이싱, 대밭)
날씨 : 맑음(낮 영상 10도, 밤 영하 1도)
2012. 12,부터 야영하겠다고 하였으나 주말이면 피치 못할 개인적인 사정때문에 날자를 정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만 미루던 중 2013. 3. 23.(토) D-day로 정하고 장소는 교통편하고 화장실과 식수를 원활하게 공급 받을 수 있는 장소를 생각해 본 바 영종도에서 배 타고 5분이면 갈 수 있는 무의도에서 야영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한편 3. 21.(목) 레이싱과 그의 친구(대밭)와 술자리를 가지며 이런저런 이야기 하던 중 토요일(3/23)에 무의도로 나 홀로 야영 간다고 하자 레이싱이 같이 가고 싶지만 다음날 근무 때문에 못가서 너무 아쉽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대밭이란 친구가 멀리 가지 말고 가까운 장소로 정하면 갈 수 있다면서 남한산성에 있는 벌봉 밑 약수터에 가면 야영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서 추천하였습니다. 그래서 벌봉에서 야영하기로 한 후 3. 23. 오후 3시까지 벌봉에서 만나기로 하고 레이싱은 물, 소주 3홉(3병)과 맥주 1병, 대밭은 오리고기 약간, 삼겹살 2근과 김치를 가져 오라고 하였습니다.
집에 와서 다시 배낭을 패킹하는데 물, 술, 삼겹살, 김치, 양념 등이 빠졌는데도 23kg이 넘어 RAB 엑스피디션(상,하)우모복, MSR 리엑터를 빼고 밤새도록 중량과 씨름하여 아래와 같이 패킹하였습니다.
“배낭, 배낭커버, 김장용 봉투 1장, 헥사쉘터, 그라운드 시트, 블랑켓, 비닐, 롤매트, 에어매트, 침낭카바, 3계절 침낭, 베개, 버너(코베아 알파인포트, 구형 코베아버너), 버너연료2개, 코펠(1인용 백마), 후라이팬(백마 小), 미니캡히터, 헤드렌턴, LED등, 건전지 (대 8개, 헤드렌턴 6개), 스노피크 테이블, 접이식 의자, 스틱(레키), 쌀(씻어서 말린 것 3인분), 라면2개, 통조림(참치) 1개, 종이컵3개, 커피 3봉지, 물1리터, 시에라컵, 수저, 칼. 집게, 가위, 나무 젓가락, 자바라 물통(3리터), 일회용 비닐장갑, 은박지,
세면백(칫솔/치약/비누/면도기), 타올, 로션, 썬크림, 물티슈/화장지, 상비약, 호루라기, 장갑 3켤레(막장갑 포함), 우모복(상의 로우알파인), 오바트라우저(하의), 상,하 각 1벌, 팬티, 양말 2, 집티, 방풍잠바, 핫팩 2개, 모자(바라클라바=안면모), 고글, 필기도구(종이, 볼펜), 다운슈즈“ 총 19.6kg
만약 동계용 패킹(동계침낭 1.5kg, 우모복 상하 1.8kg, 아이젠 및 스패츠, 다용도 매트 포함)이고 레이싱과 대밭이 준비한 김치, 삼겹살 2근, 오리고기 일부, 소주 3병, 맥주 1병, 물2리터를 포함하였다면 25kg는 가볍게 넘어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3. 23. 오후 12시 은고개에서 벌봉으로 가려고 평소 다니던 길로 가자 입구에 철대문으로 막아 놓아 약사산쪽으로 가려고 하였으나 약 445M의 고도를 올려야 하기에 좀 더 편하게 가는 길을 찾는다며 엄미리쪽으로 올라가 벌봉 가는 길을 찾았으나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엄미리가 끝나는 지점 오른쪽 사면을 치고 올라갔습니다. 배낭에 달린 빨래판이 나무에 계속 걸려 발걸음을 붙잡고, 경사는 가파르고, 헉헉대며 올라가도 능선은 눈 앞에서 멀어져만 가는 것 같고 평소 사용하지 않던 스틱은 거추장스럽기만 하고 어깨는 아프고 아무튼 죽을 똥 살 똥하며 능선에 도착하여 벌봉까지는 말 그대로 널널산행 하면서 13:30에 벌봉에 도착하였습니다.
너무 빨리 도착하여 야영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려고 남한산성 봉암성 안쪽으로 들어가자 웬, 플랜카드가 걸려 있는데 야영금지라 허참, 야단이네, 다시 집으로 갈 수도 없고, 걸리면 벌금 10만원이라 그까이 꺼 한번 걸리고 비싼 숙박비 내고 게겨봐? 은근히 겁이 났지만 일단 저질러 보기로 한 후 다시 벌봉으로 돌아와 기다리자 레이싱과 대밭이 도착하였습니다.
대밭이 이야기한 벌봉 밑 약수터로 내려가 물 마시며 약수터 물 밑을 보니 개구리알 아니면 도룡뇽 알 같은 것이 새까맣게 깔려 있어 영 찜찜했습니다. 한편 약수터 건너편 공터에 자리 잡고 레이싱과 대밭이 가져온 오리고기와 삼겹살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다 저녁6시30분경 5분만에 집(쉘터)을 짓고 쉘터 안에서 다시 부어라 마셔라 하였는데 남은 술이 맥주 패트 1병 중 2/3와 소주 반병만 남아 레이싱과 대밭에게 술 그만 마시고 하산하라고 하자 엄청 서운해 하였습니다. 만약 내려 보내지 않으면 남은 술마저 다 마실 기색이라 할 수 없이 저녁 9시경 내쫓았습니다. 그 친구들은 하산하면서 4월달에도 다시 날 잡으라고 합디다. 좋긴 좋았던 모양입니다.
레이싱과 대밭을 쫓아 버리고 나의 잠자리 바닥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쉘터 안 1/2에 그라운드시트 + 블랑켓 + 빨래판(롤매트) + 에어매트(엑스패드 씨매트) + 침낭카바 + 3계절 침낭으로 최상의 보금자리를 만든 후 남은 술과 안주로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남한산의 정기를 흠뻑 받았습니다. 그리고 동계산행의 필수품이자 뽀대 나는 MSR 리엑터는 이미 집에서 성능 테스트하였기 때문에 이번에 가져 오지 않았고 최근 구입한 미니캡 히터를 버너 위에 올려놓고 불을 켜자 정말 성능 짱이었습니다. 밀봉된 텐트 안에서는 위험하다고 하여 쉐터 한 쪽 문을 열어 놓았는데도 정말 따뜻하였습니다. 동계용으로 강추
어느 정도 술을 마시고 밤12시30분경 잠자리에 들었는데 속이 편치 않아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낮에 약수터 물 밑에 있던 개구리알 아니면 도룡뇽 알 같은 것이 새까맣게 깔려 있는 물을 마셔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덜 익은 돼지고기 탓인지 아무튼 밤새도록 남한산성 곳곳에 지뢰 설치하려고 하얀 엉덩이를 까서 달님과 남한산 산신령님에게 보여주었는데 엉덩이가 왜 그리도 시원한지, 하얀 휴지는 바람에 나뒹굴러 일요일에 남한산 찾은 사람들에게 지송합니다.
아무튼 이번 나홀로 야영은 너무 환상적이고 좋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쉘터 안에서 버너 위에 씌운 미니캡히터의 불빛을 바라 보며 술 한잔 마시고, 하늘에 떠 있는 별빛을 보며 지나 온 시간을 반추하였습니다. 그동안 너무 허덕거리며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아무 것도 이루어 놓은 것이 없어 후회스럽지만 남은 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하여 후회 없는 인생을 위하여 화이팅!
바닥공사를 제대로 했는지 침낭 안이 너무 더워 옷을 벗고 잤으며 쉘터, 미니캡히터, 엑스패드 씨매트도 모두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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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박[bivouac, 독일어] : 등산 도중 예상치 못한 사태가 일어났을 때 한데서 밤을 지새는 것. 우리말로는 한뎃잠 또는 한둔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노숙(露宿), 야숙(野宿)이라고도 한다. 비박 장소는 비박 사이트라고 한다. 비박은 암벽 위나 눈 위에서도 하게 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을 경우 고통스런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전문 산악인들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 비박장비를 챙기고 나선다. 침낭이 젖지 않도록 침낭커버를 준비하고, 침낭의 무게를 줄이려고 그 대용으로 비박색을 준비하기도 하며, 부피와 무게가 적은 비박용 텐트를 사용한다. 비박을 할 경우 노출에 의한 체온 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 자는 동안에는 에너지 생산이 현저히 줄기 때문이다.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모닥불을 피우거나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백패킹(Backpacking) : 백패킹(backpacking)은 ‘짊어지고 나른다’라는 뜻이다. 1~2인용 야영 장비를 짊어지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산과 들을 여행하는 방식이다. 최소한의 장비만 갖춰야 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영국에서는 ‘하이킹(hiking)’, 독일에서는 ‘반데룽(wanderung)’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최근 싱글족들이 많아지면서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배낭 등 패킹꾸러미를 등에 지고 자유로운 여행을 하는 신종 레져의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백패킹 여행은 당일도 가능하지만 1박이상의 야영을 하게 되는 일정도 있다. 따라서 장소와 그에 따른 장비등도 무척이나 다양화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야영을 하느냐 안하느냐에 따라 또는 야영모드는 어느 것으로 하는가? 또는 식사를 몇끼를 해 먹느냐 등등에 따라/장소에 따라 Packing하는 내용물이 상이하게 될 것이다. 백패킹 여행은 보통 배낭을 맨 상태로 장시간 걸을 수 있기에 최소한의 부피와 무게는 최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토캠핑 :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여행 중의 야영.
캠핑(camping) : 산이나 들 또는 바닷가 따위에서 텐트치고 야영 생활.
첫댓글 ㅋㅋㅋ 잼나는 산행을 하셨네요... 외롭긴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셨네요. 담엔 함께하실꺼죠?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