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 산문부문 심사평 및 수상자 명단>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가 제각각인 것처럼 보여도 결국 왜 사는지와 일맥상통한다. 조지 오웰 또한 『나는 왜 쓰는가』에서 삶에 대해 통찰한다. 자기 존재감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수시로 일어나고 나 아닌 다양한 대상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으로 영역 확장이 일어난다. 대상에 대한 시선과 통찰의 힘이 키워져서 세상을 다르게 보여준다. 문학과 문학적인 것이 가진 고유한 힘의 세기가 있고 인문학적인 감수성에 가슴이 뛸 수밖에 없다.
시제가 주어지고 현장감이 더해지는 백일장과 다르게 문학 공모전은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와 함께 글쓰기가 자유롭다. 글쓰기에 대한 동기부여와 도전의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의 글쓰기 괘도에 도달할 것이다. 이만하면 등단해도 되겠다는 맷집 또한 생길 테고 큰 그림을 그려보려는 욕망도 일어난다. 글을 쓰게 된 초심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기회 있을 때마다 점검하며 나아갔으면 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이 기회를 통해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자문자답해봤으면 좋겠다.
문인들이 공모전을 주관하는 목적이 있다. 제25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 안내에 ‘전국의 학생과 시민들의 문예 창작 활동을 활성화시키고 우수한 문학 작품을 발굴하고자 한다’고 명시돼 있다. 등단한 기성 작가는 제외라고 참가 대상에 밑줄까지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 후보작으로 올라온 작품이 기성 작가 작품으로 드러나 제외시켰다. 대상 상금을 이번에 대폭 올렸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로 다가오지만 글 쓰는 입장에서 두루 생각하도록 만든다. 치열한 작가정신과 함께 결코 잊거나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상 작품을 비롯해 접수된 작품들이 다시 보이고 읽힌다.
대상 작품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허나원 소설 「576M」가 선정됐다. 기존 소설과 다른 감각으로 신선하다는 심사위원들의 호평이 뒤따랐다. ‘죽음을 느낄 때가 유일하게 살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중략> 높이 오를수록 죽음과 가까워질수록 정신과 육체는 통일되고 살고 싶다는 본능 외에는 어떤 욕망에도 구속되지 않는다.’ 주인공인 내가 서른 살이 되는 생일날 차가 전복돼 운전하던 아내가 죽는다. 그날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내가 냉장고 A/S 콜센터 서비스직으로 일하면서 도심의 스파이더맨처럼 밤마다 140층 576M의 빌딩을 오르내린다. 그것도 팬티 한 장만 입고 6년째 하고 있다. 콜센터에 아내를 닮은 여자가 전화를 거는 일이 생긴 후 이야기에 흡입력이 더해진다.
중등부 최우수상은 김다해 학생의 ‘남벽 영화’이다. 소설 속 이미지가 영화처럼 눈앞에서 그려진다. ‘필사적으로 죽음을 막으려는 것처럼 지나치게 남벽이던 하늘도.’ 요즘 중학생답지 않은 노련한 언어 감각으로 맛깔스럽게 버무려서 잘 표현했다. 고등부 최우수상은 오인영 학생의 ‘인생 세탁소’ 또한 결코 녹록하거나 가볍지 않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접근한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이금진 님의 ‘글자 짓기’이다. 열 살도 채 안 된 나와 글자를 배워가는 외할머니의 동행담이 맑게 그려진다. 글자를 통해 조금씩 넓어지는 외할머니의 세상과 맞닿아 멋진 지성인이 뭔지 생각하도록 이끈다.
우리는 불확실하고 불안한 시대를 살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추구하면서도 오늘이라고 말하는 현재진행형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어제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날로 기억되길 원하면서 각자의 몫을 다한다. 말하기와 듣기, 읽기와 쓰기로 표현하면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글을 쓰고 써야만 하는 이유가 명징한 시대를 살고 있다. 더 이상 글을 쓰는 일이 작가들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머물러 있지 않아 다행이다. 우리 안에서 요동치며 역동을 일으키는 일들이 픽션과 넌픽션으로 왕성하게 넘나들길 바란다. 수상자들에게 축하하고 작품을 보내준 모든 분들의 삶을 축복하며 글쓰기로 숨 쉬는 일에 대해 멈추지 않길 응원한다.
▶심사평: 의정부문인협회 산문분과장 양효숙(수필가)
▶심사위원: 중등부(이윤미, 박정숙, 윤준희) / 고등부(양효숙, 김마리아(마리), 유 정숙) / 일반부(이숙경, 구서휘, 김문희, 윤정, 김기수)
▼수상자 명단
■대상 : 허나원(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단편소설 「576M」
<중등부>
최우수: 김다해(경남 창원시 진해구 동진여중 1학년) ‘남벽 영화’
우수: 장서연(경기도 동두천시 생연중 2학년) ‘바이바이’
장려: 이서연(서울시 중화중 3학년) ‘촉법’
장려: 이효재(인천시 부평구 삼산중 1학년) ‘제8요일 친구의 선물’
장려: 전수희(충북 충주시 북여자중 1학년) ‘꿈’
장려: 기승연(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중 3학년) ‘폭식증’
장려: 성연아(경기도 고양시 대화중 3학년) ‘모녀 관계 재정의 요청서’
<고등부>
최우수: 오인영(서울특별시 양천구 진명여고 3학년) ‘인생 세탁소’
우수: 김서현(경남 창원시 창원중앙여고 3학년) ‘파도 속에서 끓어오르는 나의 문장들’
장려: 김세현(경기북과학고 2학년) ‘이안(二眼)’
장려: 최제헌(경기도 평택시 한광고 3학년) ‘버베나’
장려: 김서윤(서울영상고 2학년) ‘눈사람’
장려: 안수현(경기북과학고 1학년) ‘완벽한 졸업’
장려: 문신영(경기도 부천시 서울자유발도르프학교 12학년) 「‘반딧불이’였다」
<일반부>
최우수: 이금진(경기도 남양주시) ‘글자 짓기’
우수: 이미송(서울시 영등포구) ‘무모한 첫 여행, 그리고 소회’
장려: 제삼열(경기도 하남시) ‘안 보이면 어떤가요’
장려: 윤지희(강원도 춘천시) ‘사라지는 두 글자’
장려: 김미지(서울시 강서구) ‘욕조의 자세’
장려: 허윤서(경기도 고양시) ‘부스러기’
장려: 채수민(경기도 하남시) ‘닭 같은 오후’
첫댓글 수상한 모든 분들에게 축하 인사를 보내드리며 응모한 전국의 모든 학생들과 일반 시민 여러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