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훨씬 넘었는데도 흥분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잠이 오지 않는다. 이렇게 잠들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뒷풀이 자리를 떠나지 말고 이 밤 내내 학생들과 함께 있을 걸 그랬나 잠깐 후회를 하기도 했다. 눈을 감으면 오늘 연주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특히 전남의대 관현악반 연주회에서 처음 연주한 쇼팽의 작품... 조성진 때문에 유명해진 바로 그 곡, 피아노협주곡 제 1번.
무대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 제2바이올린 파트 4번째 안쪽에 앉아 있으니 지휘자와 연주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피아노 소리는 내 몸을 휘감아 전신을 감동에 떨게 만들었다. 쇼팽이 이 곡을 작곡할 때는 약관 스무살, 오늘 이 곡을 연주한 협연자 서현일도, 지휘자 최우혁도, 그리고 같이 연주하는 학생들도 모두 젊은이들이다. 쇼팽은 이 곡을 작곡할 때 첫사랑, 그것도 말 못하는 짝사랑에 휩싸여 그 감정을 표현했다고 한다. 나는 오늘 저녁 무대에서 그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나도 아직 젊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감정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가슴이 벅차다.
오늘 피아노 협연을 한 서현일은 이 지역 출신이기도 하고, CUMO를 지도해주고 있는 시향 김시환 선생과의 오랜 친분으로 우리 연주회에 출연해주었다. 이 지역에서 그의 연주는 꽤 알려져 있고 우리 병원에도 그를 좋아하는 교직원이 많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그의 연주를 이번에 그것도 총연습 할 때 의과대학 연습실에서 별로 음질이 좋지 않은 연습용 피아노를 통해 처음 들었다. 처음 관현악 연주 부분이 끝나고 피아노 솔로가 나올 때 나는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피아노 음 하나 하나가 온몸을 어루만지는 그 섬세한 느낌. 그 감동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하늘의 별을 잘 보려면 몽골의 초원에 누워보라고 했다. 나는 그래 본 적이 있다.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밤에 별이 하늘에 촘촘히 박혀 마치 구름처럼 보이는 하늘을 보며 한참동안 초원에 그냥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다. 꿈 속에 그 별들이 하나하나 내 곁으로 내려와 내게 말을 걸어온다면... 지난 주 수요일 밤 총연습 시간에 쇼팽 피아노협주곡에서 피아노 솔로가 처음 나오는 순간에 나는 그런 신비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서현일의 연주를 온몸으로 체험한 감동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첫댓글 교수님~ 저 역시 학생시절 연주회를 하며 느꼈던 그 신비로운 감정들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관현악반에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
연습때와 달리 서헌일 분과 그에 걸맞는 피아노가 만나니 전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현일 분과 함께, 그리고 교수님과 함께 그 무대에 설 수 있었다는 것이 영광입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친히 교수님께서 느끼신 바를 이렇게 알려주시니 대단한 영광입니다. 연주하고 지휘하느라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늦게나마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교수님~ 저도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여러 번 감동을 받았답니다ㅎ.ㅎ 이렇게 아름다운 무대 교수님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런 감동을 저희와 함께 공유해주신 교수님 감사드립니당~!!^^ 협주곡뿐 아니라 앵콜곡은 연주회때 처음들었는데 정말 좋았던거 같아용 ㅎㅎ
저도 이번 연주회에 참여하면서 교수님과 비슷한 가슴벅찬 감동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ㅎㅎㅎ 이런 순간들이 모여서 동아리의 행복이 만들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
감사합니다 교수님!! 같이 함께 연주회를 뛰어서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교수님 뒤에서 호른을 불면서 교수님께서 음악을 느끼시면서 연주하시는 것을 자주 보고 느끼는게 많았습니다!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저희들과 음악을 같이 만들어나가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영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