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삼숙의 야생화 이야기-
긴개별꽃(석죽과)
대관령 부근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하며, 다른 개별꽃류에 비해 줄기가 곧고 길게 자라기 때문에 긴개별꽃이라 부른다.
습기가 있는 숲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자생지가 많지 않아 산림청지정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식물이다. 잎은 마주나고 윗부분의 잎은 난형으로 양면에는 털이 많고 특히 가장자리와 뒷면 맥 위에 긴 털이 있다.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피며 줄기 끝에서 나온 1~2개의 꽃자루에 1개씩 달린다.
봄이 깊어지면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꽃 중의 하나가 별꽃이나 개별꽃 종류들이다. 개별꽃 종류로는 개별꽃을 비롯하여 큰개별꽃, 좁은잎개별꽃, 참개별꽃, 덩굴개별꽃, 지리개별꽃, 보현개별꽃, 긴개별꽃 등 10여종이 넘는다. 꽃만 보면 비슷해 보여서 처음 꽃을 배우기 시작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개별꽃 종류를 식별하기가 어렵다.
식생이 좋아서 야생화가 유난히 많은 산들이 더러 있다. “고운사” 라는 절이 있는 경북 의성의 등운산이 그런 곳 중 하나이다. 이른 봄이면 청노루귀, 깽깽이풀, 애기중의무릇, 흰각시붓꽃 등 귀하고 예쁜 꽃들이 많아서 전국 각지에서 꽃을 보러 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몇 년 동안은 꽃이 많은 곳의 출입을 금지시키기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 개방을 해 놓아서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 어느 날 전화기로 꽃을 찍으시는 스님을 만났는데 ‘귀한 꽃들을 누가 자꾸 캐 가서 걱정이네요. 군청에 가서 대책을 강구해 봐야겠어요.’하던 그 스님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그런 고운사에 꽃을 보러 갔다가 뜻밖에 긴개별꽃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마음에 두고 보고 싶어 하던 꽃이라 무척 반가웠다. 사람들 발길에 다칠까 두려운 듯 계곡 주변의 한 귀퉁이에 터를 잡은 긴개별꽃들이 긴 줄기 끝에 작고 예쁜 별들을 달고 있었다. 카메라 렌즈 속에서는 하얀 꽃잎에 까만 꽃밥이 깨알처럼 붙어 있었지만 내 눈에는 그 꽃들이 넓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영롱한 별들처럼 보인다. 가냘픈 줄기에 잎과 꽃이 달리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비스듬히 서로에게 기대 선 모습도 다정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귀한 별들이 오순도순 무리지어 살고 있으니 그곳은 별천지이다.
비록 작은 꽃을 달고 있지만 지금은 그들의 생애에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날들이리라! 기꺼운 마음에 귀한 꽃이니 혼자 보겠다는 욕심도 버리고, 가까운 꽃벗들에게 어서 와서 이들을 만나 보라고 괜한 성화까지 부렸다.
촬영: 2019년 4월 25일경북 의성
글/사진 윤삼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