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번째 이야기 > 드 라 큐 라 눈의 비밀 -플래시에 대하여- 오솔길을 산책하는 것처럼 부담 없는 내용에 점점 마음이 끌린다고 너스레를 늘어놓던 재용이 궁금한 듯 물어왔다. " 질문이 있는데요. 이제 조리개를 조여 주면 초점이 맞는 거리가 깊어진다는 이치는 알겠고, 그만큼 상대적으로 노출이 부족 되리라는 점도 이해가 됩니다. 또 그 노출 부족은 셔터 스피드를 늦추어 줌으로서 해결 할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해 집니다. 그렇지만, 셔터스피드가 느려진다면 움직이는 물체나 사람을 찍을 수 없지 않습니까! 제 나름대로 생각해 보니, 감도가 높은 것을 넣고 플래시를 써야 할 것 같은데, 이때 어떻게 알맞은 노출을 정합니까? " 꽤나 긴 질문이지만 재용이 한 말은 정확히 맞는 말이다. 초점심도에 대한 이치를 완벽하게 깨달았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를 일취월장(日就月將)이라 하던가. 그렇다 플래시를 사용하면 움직이는 피사체라도 정지된 상태로 찍을 수 있게 된다. 플래시는 인공의 빛을 만들어 어두운 곳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찰라 적으로 잡아준다. 그러나 그 사용법이 생각보다 까다로워 몇 번 실패한 사람은 플래시를 이용한 촬영을 꺼림칙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실패가 없으면 어찌 성공이 있으리. 이제 플래시의 원리부터 생각해 보자. 그렇다고 마그네슘 가루를 폭발시켜 그 빛으로 사진을 찍던 시대부터 플래시가 어떻게 발달해 왔는가 시시콜콜 엮어 간다면 뜨개질 콧수 헤아리는 것처럼 지루해 질 터이니, 요즈음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른바 '스트로보(Strobo)'에 한해서 알아보자. 이 플래시는 유리관 속에 보통의 공기와는 성질이 전혀 다른 불활성(不活性) 기체인 크세논(xenon)가스를 낮은 기압으로 채운 방전관(放電管-discharge tube)인데, 고압의 전류를 통해 주면 찰라 적으로 아주 밝은 빛을 뿜어낸다. 또 이 빛은 수 천 분의 1초∼ 일 백만 분의 1초 사이에 명멸(明滅)하는 섬광(閃光)으로 이를테면 인공의 번개이다. '스트로보'란 원래 상품 이름이니까 '일렉트로닉 플래시'(electronic flash)라고 해야 정확한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재용이 궁금하게 생각하고 묻던, 플래시의 노출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자. 가장 기본적인 해답은 플래시의 밝기가 거리에 따라 어떻게 변하게 되는 가를 아는 것이다. 레이저 광선을 제외한 모든 빛은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밝기가 급격히 약해진다. 그 까닭은 빛이 한 묶음의 다발로 나가지 않고, 넓은 범위로 퍼져서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밝기의 변화를 플래시에 적용하기 위해 한 법칙을 만들어 놓았는데, 이를 가이드넘버 값이라 한다. 그러므로 그 플래시의 가이드넘버(guide number) 값을 알면 피사체의 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따라 조리개 값을 산출해 낼 수 있다. 이를 보통 G N 값이라 하고 이것을 거리로 나누면 조리개 값이 나온다. 예를 들어 G N값이 40인 플래시가 있다. 그리고 피사체의 거리가 5m 라면, G N ÷ m = f 임으로, 40÷5 = 8, 즉 조리개 값은 f 8 이다. " 아니 좀 이상해요 " " 뭐가 이상해" " 필름의 감도가 달라져도 똑 같은가요?" " 아차! 실수. 필름의 감도는 ISO 100을 기준으로 한 것이야" 이제 플래시의 밝기를 가늠하는 대 원칙은 이해하였을 것이므로, 휴대용 플래시에 새겨진 '심벌'이나 문자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자. 아래에 나열한 문자나 '심벌'들은 National pe-250s, Nikon SB-16, Nikon SB-24와 같은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들이다. on-off ; 스위치 ASA/ISO :필름의 감도를 맞추는 곳 A-M ; 자동노출과 수동노출의 선택 스위치. MD ; 연속촬영 때 플래시도 연속적으로 터짐 SEL ; Select의 약자로 선택을 바꿔주기 위한 스위치 STBY ; Stand by의 약자로 발광(發光) 준비가 되었다는 뜻 TTL ; 플래시에서 발산된 빛이 피사체에 반사되어 렌즈로 들어온 양만 계산하는 방식인데 정확한 노출이 가능하다. REAR ; 셔터 후막 동조방식(後幕 同調 方式) NORMAL ; 셔터 전막 동조방식(前幕 同調 方式) P.L. ; 충전 완료 표시등 (pilot lamp). 충전이 완료되면 램프가 깜박거림. 어떤 제품은 FLASH로 표기하기도 함 ZOOM ; 줌 렌즈를 끼우고 렌즈를 줌 인, 줌 아웃 하면 플래시도 따라서 움직임 m/ft ; 거리를 나타냄 T,S,W. : 카메라에 붙인 렌즈에 따라 플래시도 망 원, 표준, 광 각 등으로 구분해 주기 위한 표시 기타의 '심벌'로 * 」 태양 모양 : 어두운 곳에서 액정 판의 문자를 볼 수 있도록 함 * 번 개꼴이 3개 겹친 것: 다중 방전 표시 * 진 동 파 꼴: 충전이 완료되었음을 빛과 소리로 나타냄 여러분의 플래시에서 이 문자들을 찾아 보라 위에 나열한 문자들이 대부분 있겠지만 제품에 따라서는 간혹 한 두 가지 부호나 문자가 없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서 S E L, TTL, REAR, NORMAL, ZOOM 따위인데 이런 문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초보자는 문자판이 복잡할수록 더 헷갈리게 마련이니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카메라와 그 부품인 플래시들은 전문가도 황당할 때가 많을 만큼 다양해서, 필름의 감도를 맞추어 주면, 거리에 따라 조리개를 어떤 수치에 놓아야 하는지 보여주는 계산다이얼이 있는 것과, 카메라에 필름을 넣기만 해도 카메라와 플래시가 서로 정보를 주고받아 조리개 값을 자동으로 산출 해 주는 첨단 제품 등, 실물을 보지 않고 싸잡아 설명하기는 곤란하므로, 가장 기본적인 플래시의 계산 다이얼을 보는 방법을 알아본다. National pe-250s,를 참고하면서 설명하려는데 하필 이 기종을 고른 이유는 계산 다이얼이 있으며, 비교적 단순하여 쉽게 익숙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플래시 뒷부분을 꼼꼼히 살펴보자. 깨알같이 작은 글자가 즐비하게 인쇄된 둥그런 문자판이 보일 것이다. 먼저 카메라에 넣을 필름의 감도를 확인한 뒤, 플래시에도 ISO를 맞추어 준 다음 on off로 표시된 스위치를 켠다. '비이'하는 약하고 낮은 소리가 들린 뒤 잠시 후 p. l. 또는 flash라고 써 있는 곳에 빨간 불이 켜 질 것이다. 이것은 플래시가 언제라도 섬광을 터트릴 준비가 완료되었음을 말한다. 좀더 세련된 제품은, 플래시를 카메라에 연결시키지 않은 채 스위치를 켰다면 경고의 의미로 계속 깜박거릴 것이다. " 질문이 있는데요" " 말씀하게" " 여기 A와 M이라고 표시된 스위치는 뭐 에요?' " 응, 그게 바로 노출을 자동으로 할거냐, 수동으로 할거냐를 선택하는 것이지" 그러나 우리는 지금 계산다이얼을 이해하려는 참이니 일단 수동인 M으로 맞추어 놓자. 잠시 이야기가 빗나갔으니 다시 플래시를 보자. 필자의 카메라에 ISO 100 필름을 넣었으므로 플래시에도 ISO 100으로 맞춘 뒤, 찬찬히 다이얼 판을 읽어보니, 거리에 따라 조리개 값이 다르게 만나고 있다. 1.2m = f 22 . 1.5m = f16. 2,m = f 11 3m = f 8 4m = f 5.6 5m = f 4 10m =f 2.8 18m = 1.4 그러므로 카메라 렌즈의 포커스 링으로 초점을 맞춘 뒤, 그 거리에 맞아떨어지는 조리개 값을 계산다이얼에서 읽은 후, 렌즈에 조리개 값을 세팅 해 주면 노출이 맞게 된다는 말이다. " 알고 보니 별 것 아니네! 내가 찍으려는 사람이 5m거리에 있다면, 조리개 값은 f4 네" " 그럼. 처음 찾아가는 길은 아주 멀고 어렵게 느껴지지" " 그런데 플래시를 사용할 때 셔터 스피드는 어떻게 해야 되나요?" " 오라. 제일 중요한걸 까먹었어" "그게 뭔 데요" " 카메라의 셔터스피드 문자판을 살펴보면, 1/125초와 1/60초 사이에 'x'라는 문자나, 라는 번개 꼴의 '심벌'이 보일 걸" " 제 카메라에는 안 보이는데요" " 그렇구먼, 그 대신 125라는 숫자가 빨갛게 칠해졌지" " 네 제 친구 것은 250에 칠해진걸 봤걸랑 요" " 그게 플래시를 사용할 때 놓아야 되는 셔터스피드야" " 왜 그렇게 해야 되지요" " 당연하지, 만약 셔터가 열리기 전 플래시가 터지거나, 이미 셔터가 닫힌 뒤, 터진다면 사진이 찍히겠어. 이걸 이른바 동조(同調- Synchronize)라 하는 거야 " 이 동조 스피드란 말은 카메라의 셔터와 플래시의 발광시간이 잘 조화되는 순간, 다시 말해서 서로 장단과 박자가 맞아떨어진다 라는 말이며, 참고로 동조 스피드 보다 빠른 셔터를 사용하면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지만 이보다 느린 경우는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동조시간보다 느린 셔터를 적절히 응용하면 의외로 재미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만 카메라 자체에 플래시가 붙어있는 이른바 콤팩트 카메라의 경우 필름의 감도만 지정해 주면 더 신경 쓸 일없이 셔터만 누르면 된 다. 이때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 있던 미 린이 답답한 듯 볼멘 소리를 한다. " 아네요. 전 여러 번 실 패 했어요. " " 그럴 리가" "거울 앞에서 화장하는 친구를 찍 었 걸 랑 요." " 그런데 새카맣게 나왔다 이건가" "맞아요 제 카메라가 '또라이'인가 봐요" "그건 '또라이'가 아냐. 지극히 정상 야 정상" 피사체의 뒤에 반사가 심한 물체, 즉 거울 같은 것이 있다면, 플래시의 밝은 빛은 몽땅 되돌아 올 수밖에 없고 카메라의 센서는 그 밝은 빛에 노출을 맞출 수 밖 에 없기 때문에 당연히 사람이 시커멓게 나온다. "그것 뿐 인 줄 아세요!" "또 문제가 있었나" " 친구가 입사원서 낸 다 구 증명사진 찍어달라기에 왕 폼 잡고 찍었는데 .." "그래서" " 아이 쪽팔려라! 그 친구의 눈이 드라큐라의 눈처럼 새빨갛지 뭐예요" " 오 ! 왕 망신이었겠군" " 왜 그렇게 나와요?" "그걸 적 목 현상(赤 目 現象) 이라고 하지. 그러나 공짜로 가르쳐 줄 수는 없지" " 선생님 커피 마시고 싶으신가봐" " 올 치로다" 자 이제 소위 적 목 현상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생각해 보고, 거울 앞에서 찍는 요령도 알아보자. 우리는 어쩌다 밤늦게 집에 돌아가는 날 골목길 어귀에서 배회하는 고양이나 개를 종종 마주치게 된다. 이때 그 놈들의 눈이 옛 이야기에 나오는 호랑이의 눈처럼 어둠 속에 빛나는 것을 발견하고 묘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일 당신이 자동차를 타고 있었다면 어둡기 때문에 분명 전조등을 켰을 것이고 그때는 더욱 섬뜩했을 것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동물들의 눈이 어두운 곳을 보기 위해 동공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이고, 이 동공을 통해 들어갔던 가로등 불빛이나, 주위의 빛이 그 눈 속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눈도 어두운 곳에서는 우리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동공을 활짝 열어 사물을 똑똑히 보려고 한다. 카메라 산책을 시작한 첫 장에서 필자는 카메라와 사람의 눈은 매우 닮은꼴이라는 설명을 한바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두운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렌즈의 조리개를 활짝 열고 찍듯이, 사람의 동공 역시 어두운 곳에서는 활짝 열려 있는 상태가 된다. 다시 기억해 보자 눈동자의 내부의 맨 뒤에는 수많은 시신경과 붉은 실핏줄이 모여있는 망막이 있고 이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러니 활짝 열린 동공을 통해 들어간 플래시의 밝은 빛이 실핏줄의 붉은 색을 찍어 내 오지 않겠나. 더욱이 전기 플래시가 수 천 분의 1초라는 찰나에 명멸하므로, 동공의 자율신경이 미쳐 반응하지 못하는 짧은 순간에, 핏빛 망막을 필름 위에 '드라큐라'의 눈으로 찍어 놓는 것이다. "오라 그랬었군 요 참 신기해요"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해결방법도 나오겠지" "먼저 플래시를 한 방 터트리면 어떨까요" "천재로다. 홍채를 좁혀 놓은 뒤 찍겠단 말이군" 그렇다. 사진을 찍기 전 미리 플래시의 테스트 보 턴을 누르면 플래시가 번쩍 터지고, 이 밝은 빛에 자율신경이 반응하여 홍채가 바짝 좁혀 졌을 때 촬영하면, 적 목 현상(赤 目 現象)을 피할 수 있다. 이 방법 외에도 찍히는 사람의 시선이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쳐다보지 않는다면, 적 목 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또 콤팩트(compact) 카메라 중에서 어떤 기종은 이를 막아 주기 위해 셔터를 반쯤 눌렀을 때, 애벌의 플래시가 먼저 터지는 종류도 있다. 이제 미 린 은 사람에게 있어서 마음의 창이라는 눈동자를 '드라큐라'의 그것으로 만드는 따위의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더 말씀 해 주셔야 잔 아 요" "그렇지 참 " 거울이나 반사가 심한 곳에서 부득이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경우에는 어찌해야 할까. 여기서 미 린 이 사진을 망치게 되었던 까닭은 플래시의 센서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너무 고지식해서 도무지 융통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플래시의 강한 빛이 반사 면에 직접 부딪치지 않도록 ①플래시의 조사각도(照射角度)를 바꿔주고,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