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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곡성당 총구역
 
 
 
카페 게시글
산악회 게시판 스크랩 1.위험과 스릴이 공존했던 북한산 의상봉길.../2010.2.6.토/성모산우회벙개
베가 추천 0 조회 45 10.02.11 21:03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이제 서서히 산신령이 되가는 조짐이 보인다.

주말이 가까워지면 '벙개산행'소식이 안뜨나~~ 목놓아(?)기둘리고 있으니...ㅋㅋ

 

지난 산행이후 난 매일같이 고봉산을 오른다.

백두산을 가기로 목표를 세웠으니 체력을 키워야 할 터....ㅋㅋ

아니...나 스스로 첫발을 내 디딘 초심이 굳건히 몸에 베일때까지 노력을 하는것이다.

그 재미가 이제껏 내가 탐닉해 오던 그 어떤 즐거움보다 배가 되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위해서.. 

 

 

 

나의 이 결심에 천지가 개벽한 것은 사실 울 남편의 변화다.

산이라고는 어머님 산소가느라 오르는 청계산이 다 인....

그것도 얼마나 운동을 안해서 힘들어 하냐면 내가 뒤에서 밀어줘야 한다는....ㅋㅋ

 

암튼...

그런 사람이 어느날 멎쩍어 하며 '집에서 입으면 너무나 따듯할것 같아서 샀다'고 하며 사들고 들어온 등산바지가 시초였다. ㅋㅋ

글구 그 다음 등산화 대신 운동화를 사고...

드디어 '고봉산'엘 올랐다.

물론 난 그날 다섯발자욱 걷고 쉬고, 또 다섯발자욱 걷고 쉬는 울 남편과 보조맞추느라 목숨 떨어지는 줄 알았다. 푸하핫~~

 

 

 

 

그래도 정상(?)까지 올랐다.

스틱을 딛고 걷는것이 몹시 자존심이 상했는 지 정상근처에 다다르니 얼른 내게 던져주며 팔짝 팔짝 뛰어 올라가던 울남편의 모습이 얼마나 구엽고 웃겼는 지...나는 또 너무 웃겨서 두번째로 죽을 뻔 했다.ㅋㅋ

 

암튼,,,,

그렇게 역사적인 산행은 이뤄졌고....울 남편이 좋아하는 순대국 한 사발로 기분 더 업시키고...

그 길로 등산복 일체를 구입했다.

 

 

 

20년이 넘도록 우리나라 방방곡곡 다 다니면서도 입장권을 끊은적이 거의 없는....

입구 개울가에서 놀며 빈대떡에 막걸리 한사발 먹고 오기를....

그러니 먼 발치 기가막히게 펼쳐진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저 산을 오른다는게 불가능한 것 처럼 내게도 보였던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불과 한달 사이에 천지가 개벽할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무엇이 이 철벽같던  남편의 맘을 움직였을까.....

산에 다니면 건강해져서 돈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살살 꼬신거??

백두산에 간다고 설쳐대는 마눌....아무래도 완전히 잃어버릴까...공포심(?)에 ??

푸하하핫<<<<

암튼...이 역사적 사건은 울 친정 식구들을 다 경악케 했다. 푸하핫~~

 

 

 

 

그리고 더더욱 나를 경악케 한것은....

주말에 어느 산으로 갈까....묻는 말에 '고봉산'이지 어디긴....했더니

시시해서 고봉산엔 안간다는 것.. 적어도 북한산??

허어걱!!

 

그러나 어쩌랴~

하늘같은 서방님....'기'를 살려줘야지. 오를 수 있는데까지만 오르자구....그렇게 결정을 지었다.

 

 

 

 

아~~그런데 '벙개산행' 공지가 떴다.

예전에 산신령에게 들은 적이 있는 환상의 '의상봉길 트랙킹'

힘들거라고...어느분이 달아놓은 댓글에도 불구하고 사실 선뜻 가겠다고 댓글을 달을 수 없었던 것은

힘든 산행의 두려움때문이 아니라 울 남편...새로 장만한 꼬까옷 입고 북한산 가기로 했는데....어떻하면 좋을까...였다.ㅠㅠ

 

 

 

 

하루종일 고민을 하다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자기야, 토욜, 일욜 다 북한산 갈거얌?"

"하루는 쉬어야지~어떻게 이틀 다 가~"

얏호~~~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럼 토욜...벙개산행을 가고, 일욜은 남편과 북한산을 또 가는거다.

까짓거...백두산 갈 사람이 그깟 북한산 매일 못가랴~~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준비를 하고 점심으로 싸갈 것들을 이것 저것 꺼내본다. 

다행히도 식빵 두쪽이 남아있다.

토스터기에 구워 씨겨자를 듬뿍 바르고 맛있는 치즈를 얇게 여러겹 썰어서 깔고, 미리 만들어 놓은 햄버거를 얹고 오이피클, 그리고 케?을 바르면 끝.

사과와 감을 몇개 꺼내왔지만 아무래도 가방 무게가 무거워질것만 같다. 더우기 이번엔 힘든 산행인데....ㅠㅠ

다 꺼내놓고 달랑 사과 1개와 초콜릿을 몇개 먹기좋게 잘라서 싸고, 그리고 커피.....

 

 

 

그러다 보니 시간이 빠듯하다.

미리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래도 혹시나 놓고 떠날까....다시 전화를 하고 부랴 부랴 공원길을 달렸다.

어??

이상하다^^* 몸도 무겁고, 다리도 아프다~거기다 잇몸도 다 부르텄다~^^*

매일같이 고봉산엘 간것이 무리였나??

어제 아침 일찍부터 밤 12시까지 방방 뛰어다닌게 무리였나??

오늘코스에 지장을 주면 어떡하나~~

조금은 걱정이 되어서 벙개산행 팀장님께 고백을 했다. ㅠㅠ

 

자상하신 우리 성모산우회원님들....

걱정하지 말라고....가다가 힘들면 중간에 내려오면 된다구....

북한산길은 입구도 출구도 수도없이 많다구.....

 

 

 

 

전철의자는 유난히 따끈 따끈했다.

잠이 솔솔 올때쯤 우리는 전철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오늘 여정의 출발지 '백화사'에서 내렸다.

의상봉길을 오르는 코스도 여러군데가 있는 모양이었다.

오늘 우리가 걷는 길이 좀 험하긴 해도 훨씬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다고....

 

아닌게 아니라 바닥엔 나무 등걸들이 쭉쭉 나와있고 그 사이로 수북이 쌓인 돌과 나뭇잎들....그리고 자연의 향기가 물씬 물씬 풍기는 좁은 숲길을 걷는 기분은 천근 만근 내려앉던 체중을 금새 새털처럼 가볍게 만들어 주었다. 힘든 산행의 시작이라기 보단 그 길이 주는 풍요가 차라리 낭만적이라는 느낌에 휩쌓이기까지 했다.

 

 

 

 

 

아~

그러나 드디어 올것이 왔다.

집채만큼 커다란 바위들이....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험준한 곳엔 철로된 밧줄로 이어져있고, 옆엔 밧줄도 함께 늘어져 있었지만, 끝없이 펼쳐진 이 광경이 너무나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내 주변엔 온통 나를 도와줄 사람 천지잖아~ 겁낼거 없어~'

스스로 두려움을 몰아내며 바위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밧줄을 힘껏 움켜잡으며 오르고 또 올랐다.

 

 

<WOW~~ 마치 공룡을 타고 하늘을 비상하고 있는것 같은.....ㅋㅋ>

 

'도전'은 '용기'에서 시작되고

'용기'는 모든것을 가능하게 한다.

 

 

 

 

어느새 두려움은 사라지고,이제 슬슬 스릴감이 나를 감싸며 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오를때 마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대 자연의 경이로움이....

우리를 그렇게도 여유없이 만드는 세상것들이 너무도 작게 펼쳐져 있음에...

발만 내 딛으면 하느님이 거저 주시는 이 풍요로움이 세상 온 천지에 좌아악 펼쳐져 있음에

그저 감동하고 또 감동한다.

 

 

 

'그래~ 산을 타는 즐거움에 빠지면 돈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

단순히 남편을 꼬시기 위한 말이 아니었어.

그 자리에 한결같이 있되 단 하루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풍요로움을

자연은 우리에게 늘 선물하고 있잖아~'

 

 

 

 

여행을 다니면서 난 늘 들어왔지만 단 한번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말 ....

'지구가 아름답다'는 말을 정말 가슴깊이 느꼈었다.

눈앞에 펼쳐진 믿기지 않을 만큼  감동적이었던 순간들을 바라보고 가슴에 담으면서...

내게 박혀있던 수많은 고정관렴들이 깨뜨려지기 시작했다.

지식으로 아무리 퍼부어도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은 맛볼 수 없다.

 

삶은 지식이 하나 하나 습득되어 변화되는 것이 아니란걸....

어느 한 순간 '감동'이 그 사람의 삶을 그 순간 변화시킨다는 거 .....

감동은 행동으로 옮겨졌을때 훨씬 빨리 찾아온다는 거....

 

 

 

 

계곡이 아닌 능선을 타고 오르는 의상봉길은 험준하긴 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대 자연의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펼쳐보이며, 눈이 없어도 마치 설산을 보는 듯 겨울산의 위용을 당당히 드러내며 그 힘듦을 이겨내게 했다.

 

 

 <사실 바위타기도 힘든데 ...이렇게 험준한 바위를 탔다고 울 남편에게 보여주라고 힘겹게 찍어주신 사진이다~

그러나 사진엔 얼마나 험준한 지...경사가 얼마나 가파른 지...잘 나타나지 않는다.ㅠㅠ>

 

 

마치 공룡처럼 생긴 멋진 바위를 타고 하늘을 비상하듯 재미난 놀이를 즐기다가 우린 다시 밧줄을 타고 의상봉을 오르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아~~~

드디어 의상봉에 올랐다!!

'야호~~' 하고 외치는 대신에 자연의 '에너지'를 소리없이 가슴에 한껏 담는다.

 

 

 

 

Franz Peter Schubert (1797 - 1828)
Piano trio in E flat major, D. 897, "Notturno"
Only time will tell (오로지 시간이 말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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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2.12 11:36

    첫댓글 북한산의 험한 암벽 코스인 의상봉 산행 안전 등반을 축하하며 그 정도 수준이면 백두산 산행도 가능하니 조만간에 일정을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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