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에 두고 온 선녀
윤명수
두타산*무릉계곡 옹달샘에서 한 선녀를 만났다
천상의 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노동형을 선고
받아 인간세계로 쫓겨난 그녀는
다시 승천하기 위해 두타산 베틀 바위에서 삼베
세필을 짜는 중이라 했다
사바세계에 머무는 동안 옹달샘에서 산짐승들과
미물을 보살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숲속에는 풀벌레들이 세레나데 떼창을 하고
민달팽이가 졸린 눈으로 더듬더듬 길목에서
산길을 헤매는 산짐승들의 길을 안내해줬다
노루 고라니 산새 이런 것들도 물 한 모금 얻어
마시고 흰 구름 한입 물고갔다
젖배를 곯고 있는 어린 물푸레나무에게는
물 젖도 물려주고
물을 두려워하는 무당개구리에게 헤엄도 가르치고
장구벌레에겐 장구춤도 가르쳤다
그러던 그녀가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물 한 모금 마시고
가라고 손짓을 했다
오랜만에 사람 냄새를 맡아본다며 기름진 안주에다
주 한 상을 차려놓고
산신령이 숨겨둔 신령주를 훔쳐 왔으니 같이 한잔
하자며 술 한 사발을 가득 따라주었다
이 선녀는 어디서 온 주신[酒神]일까?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구나!
순간 가슴에 지진이나 난 듯 심장이 요동질쳤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속세에 연인이 있었기에
마음만 달아 놓고 하산하는 길
못내 아쉬움에 뒤돌아봤더니 아스라이 손까지
흔들어주었다
첫댓글 수필로 옮기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