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에 어머니를 찾아뵐까 망설이며 서울의 아들에게 전화를 걸려다 참았다. 이 코로나 상황에서는 연로(年老)하신 어머니께 해가 될지도 모를 일이라 여겨젔다.
다음에 가지뭐! 그래! 백수(白手)의 시간이 모자란다면, 그것은 장수(長壽)가 알아서 채워줄 것이다. 그런데 왜 감염되면 육신이 회춘(回春)하는 바이러스는 없는걸까?
회자되는 '100세 시대'...90세를 졸수(卒壽)라 하고, 백수(白壽)는 100세가 아니라, 99세 때의 생신이다. 백(百, 100)에서 일(一)을 빼면(99세) 즉, 백자(白字)가 된다는 의미란다. 그냥 병없이 늙어서 오래 살다 죽는 것을 두고 일반적으로 천수(天壽)를 누렸다고 말한다.
옛날에는 70세까지 사는 것도 드물었다.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는 곡강시(曲江詩)에서 인간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하였것다.
지금 태어난 아이들은 120세를 기대한다고 하니, 오래 살고 볼일(?)이다.
어머니의 한평생은 한마디로 파란만장한 세월이셨다. 강점기 가난속에서는 식구들 먹을 것 모자라는 마당에 일본에 공출(供出)을 당하셨고, 해방 후 보릿고개 세월속에서 한동안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7남매를 키워 내셨다.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 인고(忍苦)의 세월이 얼마나 원망스러우셨을까? 내가 아는 세월은 극히 일부, 정작 어려운 시절은 상상에도 죄송스럽다.
살아오며 불효의 순간들, 세월이 흘러가니 두고두고 가슴에 쌓여 아프다. 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회환(悔恨)의 단을 높이고 말았을까?
나이는 '먹는다'라고 표현한다.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떡국과 함께 먹어 온 유래란다. 그렇다면 영(靈)과 육(肉)이 분리되어 은하철도 999나 설국열차를 타게 되면 '나이를 그만 먹는다'라고 해야할지...
가까이 있을땐 느끼지 못하는게 사람이다. 세월 지나면 후회를 남기는 것들, 그래서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있을때 잘해"가 답인 것 같다.
어머니 건강과 남은 겨울의 따뜻함, 검은 호랑이가 코로나를 내치기를 소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