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부처의 '사리' 같다 해서
양념한 흰 쌀밥을 '샤리'라고 부른다. 그 위에 생선 따위의 '다네(또는 '네타', 재료라는 뜻)'를 얹은 게 일본이 세계로
수출한
음식, 스시다. '다네'는 계절이나
요리사의 선택으로 바뀌지만, '샤리'는 스시의 기본을 지탱해 준다. 즉, '샤리'가 '몸통'이라는 뜻이다.
경성대 앞 스시전문점 '스시윤'에서 스시 접시를 받아들었다가 눈을 의심했다. 흰 샤리가 아니다! 쌀밥이 누르스름한 옷을 입고 있다.
치자로 물들인 것이란다. 행여 맛을 해치지 않았을까? 그건 노파심이었다. 색만 입히고 향은 뺐으니, 스시의 맛을 저해하지는 않는 대신 치자의 약리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단다.
"
일식이지만 먹는 사람이 한국인들이니까요! 일본식을 뛰어넘으려면 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도쿄에서 일식을 배웠고, 해운대의 '미도'에서 가이세키(일식 코스) 요리를 내기도 했던 김호석(47) 오너셰프는 당당했다.
백년초나 복분자로도 물을 들이면서 샤리를 바꿔 보려고 시도했다니! 그는 "아마 색을 입힌 샤리는 전 세계에 유일할 것"이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샤리는 희다'는 고정 관념은 '스시윤'에서 변용을 일으켰다.
정석을 알아야 변주가 가능하고, 클래식을 넘어서야 크로스오버가 가능하다. 그래서 '스시윤'의 자신감은 스시의 독립선언으로도 들렸다.
250. 250. 251. 250…. 벽에 암호 같은 숫자를 써놓아 궁금증을 자아낸다. 스시 한 개에 들어가는 밥알의 개수다. 개당 13~15g쯤 하니 8~10개쯤 먹으면 한공기 분량이다. 인기 있는 15개짜리(1만 5천 원·사진) 한 접시를 혼자 먹으면 배가 부를까? 그런데 2% 부족한 기색을 보이는 손님들이 꽤 많단다. 그럴 땐
우동 한 그릇을
서비스로 차려낸다.
코스 요리는 스시와 사시미 두 종류를 갖췄다. 모둠
생선회는 다시마로 감싸 서너 시간 숙성하는 곤부쓰메 방식으로 감칠맛을 최대한 살려낸다.
예약해 두는 게 최상의 맛을 즐기는 방법이다. 일본식 삼겹살찜인 '부타가쿠니', 껍질째 먹는 소프트크랩 튀김 등도 코스 상차림에 올랐는데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라 정통
일식집에서도 잘 내놓지 않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가이세키의 바탕이 깔려 있다.
스시윤표 음식은 정통적이면서도 이색적이다. 게다가 대학가 앞 푸짐함의 미덕까지 살렸다. 일본과는 다른 한국적인 스시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부산 남구 수영로 358번길 10. 부산지방경찰청 제2기동대(옛 남부서) 뒤편. 051-624-9944. 스시 '기본'(15개) 1만 5천 원, '대표'(15개) 2만 원, 스시 코스(2만 5천 원, 3만 5천 원), 사시미 코스(5만 원, 7만 원),
점심 특선 초밥(8개)과 우동 1만 원.
글·사진=김승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