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조현병!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피해망상, 관계망상, 환청 같은 증상을 떠올리게 됩니다.
치료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증상이 좋아지면서 더 이상 눈에 띄는 행동 문제는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 상태에서 바로 퇴원을 하면 환자와 가족들 간에 다툼이 엄청나게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이 Concrete thinking 때문입니다.
Concrete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철근콘크리트의 그 콘크리트가 맞습니다.
그럼 딱딱해서 잘 변하지 않는 생각이라는 뜻인가?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Concrete의 의미는 '지나치게 구체적이어서 표면만 확인하는' 정도로 해석하시면 됩니다.
아주 쉬운 예를 봅시다.
어머님이 아들을 혼내고 있습니다.
아들이 아주 치기 어린 장난을 쳤어요.
이때 어머니가 '잘한다 잘해!'라고 했다고 해 봅시다.
일반적인 경우 맥락과 제스처, 어조와 전반적 분위기 등을 고려하여 이 말이 반어법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죠.
그런데 Concrete thinking이 너무 강해진 분은 이것을 거의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 잘한 것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조현병 환자들 중 입퇴원이 반복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보통 '가족, 부모가 나를 폭행했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환자분의 증상이 안 좋아서 사고를 치거나 했을 때 부모나 가족이 말리는 과정에서 손바닥으로 '아이고 그만 좀 해라.' 하면서 한두 번 때린 것이죠.
문자 그대로 '폭행을 했냐?'라고 하면 뭐 맞을 수 있죠.
그런데 이걸 진짜 악의를 가진 폭행으로 봐야 하느냐? 그건 아니겠죠.
전체 맥락과 상황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인데, Concrete thinking을 하고 있으면 저렇게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논쟁이 벌어지면 보통 내용이 겉돌고 말꼬리 잡기, 인신공격 등으로 이어지면서 사실 논쟁이라기보다는 언어 쌈박질을 하게 되지요.
이렇게 되는 이유가 인터넷이라는 환경과 문자로만 전달해야 하는 한계 때문에 concrete thinking을 하는 상황이 쉽게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일단 논쟁이라는 것은 서로가 가진 기초 지식과 서로의 생각에 대한 교환이 이미 어느 정도 이루어진 다음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는 이게 전혀 안된 개인들이 만나서 서로의 주장을 하게 되지요.
그러니 서로가 알고 있는 맥락과 상황인식 등이 전혀 다른 상태가 됩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공부하세요.', '찾아보세요.', '뉴스 좀 보세요.', '이 링크 좀 읽어보세요.'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죠. (인터넷에서 이 기초지식과 맥락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을 쏟으려고 보니 현자 타임이 와서 이렇게 하고 쉬고 싶어 지죠.)
그리고 문자에도 어투 비슷한 본인의 습관이 배어 나오는데, 이게 문자로만 전달되다 보니 한계가 뚜렷합니다.
직접 표정과 분위기 등을 보면서 대화하면 이해가 될 언어가 문자로만 전달되지 오해를 쌓게 되는 것이죠.
자신은 전혀 조롱의 의미는 아니었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이게 조롱의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거나 하는 경우들이 있죠.
자신은 충분히 부드러운 어투로 썼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은 왜 이리 공격적이냐고 하기도 하고요.
이런 게 원래는 대인관계 기술의 다른 부분에서 획득한 정보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인터넷 환경에서 배제되니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인터넷에서의 논쟁은 제대로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concrete thinking을 가지고 대화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그러면 '난독증이냐?'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게 되고요.
인터넷에서 논쟁을 하게 되신다면, 본인의 생각과 전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해보시면서 이 글을 한 번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첫댓글 정말 인터넷의 논쟁은 너무 어렵습니다.. 내 의미를 잘 전달하려고 길게 쓰면 너무 길어져서 읽기 힘들고, 그런 뒤 상대방에게서 한두마디 정도만 의견이 나오고 설명이 없으면 뭔 소리를 하고 싶은건지 알 수가 없고.. 그래서 이상한 농담을 쓸때면 오덕스럽다는걸 알면서도 표식을 붙이게 되네요
포털 논쟁은 사실상 세력싸움이나 다름없으니... 집단의 concrete thinking을 통한 조리돌림... ㅠㅠ
적어도 상호 간에 대화 의지가 있는 경우라면, 흔히 '눈치'라고들 하는 비언어적 표현들이 대화할 때 참 도움이 많이 되지요. 그러한 의지가 없는 경우라면 면대면이어도 온라인 토론하고 별다를 게 없지마는.
그래서 웹상 논쟁 보다보면
a와 b가 싸우는데 둘다 같은 소리하고 있어서 그럼 왜? 다 싶어서 보면 어느순간
a: b님 첫댓 제가 잘못 읽었군요. 저희 둘이 같은 의견인거네요.
라는 상황이 그래서 발생하거나
한쪽이 호의로 뭔가 설명해주는데 상대방이 화를 내거나 하는 경우가 그래서 발생되는군요.
맞아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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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갑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