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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아주 특별한 이벤트
송이는 집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며칠여행 중이라고 피부가 검어지고 거칠어졌다.
평소에 로션만 바르는데 얼굴이 탈까봐 바른 썬 크림이 너무 진했는지 분장처럼 느껴졌다.
해설사가 닮은 꼴 판박이라고 했는데 피부 톤까지 닮았을까봐 지우려 했다가 설마하고 나왔다.
뽀얀 밀크티를 보며‘이 정도는 아니지’하고 웃으며 레스토랑 입구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궁금증을 키웠다.
‘도대체 나를 판박이처럼 닮은 사람은 누굴까? 한국도 아니고 몽골에서 만나다니. 천문학을 하는 사람이라니
우연치고는 닮은것이 많다.’
우유를 한 모금 머금고 막 삼키려는데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얼른 삼켰는데 목구멍도 놀랐는지 삼켜지지 않아 두 번의 시도 끝에 삼키느라고 얼굴이달아 올랐다.
문이 조금 열리고 들어오려던 사람이 고개를 돌리고 밖을 바라보고 있어서 얼굴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어? 황갈색 머리카락이 닮았네?”
송이는 자신보다 조금 더 긴 머리가 허리 위로 한 뼘까지 늘어뜨린 황갈색 머리카락부터 놀랐다.
머리카락을 찰랑 보여주며 돌아선 그녀는 일행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회색 니트 가디건을 입고 자신과 같은 피부톤의 앙증스런 손으로 문을 꼭 잡고 서있었다.
"어? 손도 닮았네?"
송이는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손도 작고 나를 닮았다. 뒤 꼭지도 나처럼 좁고 길어 보이는데?’
‘머리카락이 나보다 긴데 몽골에 온지 오래돼서 손질을 못해서겠지?’
‘내 머리카락을 보고 염색을 했다고 해도 저렇게 닮은 색으로 만들기도 어려운데 똑같다니.’
‘키도 비슷하고 모습이 정말 판박이다.’
이때 그녀의 말이 들려왔다.
“엄마 빨리 와~”
송이는 엄마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목소리 톤이 자신보다 조금 더 밝고 명랑해 보였지만 자신도 엄마를 부를 땐 그렇게 불렀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문제의 그녀가 돌아보았다.
‘어? 이럴 수가!’
송이는 놀라 말문이 막혔다.
실눈. 좁은 이마. 가늘고 작은 입술. 조금 거무스름한 피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영락없이 거울을 본 듯하여 해설사가 착각 할 만 한 닮은꼴이었다.
송이는 눈을 의심했다.
‘헐~내가 쌍둥이가 아닌데 이렇게 닮은 사람이 세상에 있다니.....’
닮은꼴 그녀가 다가오는데 미세하게 저는 모습이 보였다.
‘어쩌다가...한쪽 다리가 짧은가?’
그녀는 엄마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하고 앉을 자리를 둘러보다가 서로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한송이보다 함송이가 더 놀랬다.
함 송이는 자신과 너무나 닮은 사람을 발견하고 실눈이 번쩍 뜨였다.
'한 송이?'
자신이 쌍둥이라는 말을 엄마에게 들은 터라 닮은 사람이라면 분명히 쌍둥이 동생 한 송이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난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기에 눈을 의심했다.
환희가 몽골에서 황갈색 머리에 이니셜 머리핀을 달고 있는 송이라는 여자를 보았다는 서소문 기자의 착각 취재기를 듣고
몽골에 왔다가 만난 사람은 자신이었지 한 송이가 아니었기에 엄청 놀라고도 남을 일이었다.
너무나 놀란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어머 이게 누구야 한 송이?”
“예? 저를 아세요? 누구세요?”
“그 그 그게 그 그러니까.....”
함 송이는 어디서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 더듬거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닮은 곳을 찾기에 바빴다.
한 송이의 모션은 컸지만 함 송이는 이미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만남이 놀라웠지 세밀하게
살필 일은 아니었다.
이때.
함 송이 엄마 고 은혜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은혜는 시선 앞에 딸이 두 명이나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눈을 의심하며 깜짝 놀랐다.
외모, 특별히 닮은 긴 황갈색 머리카락과 얼굴 피부색은 조금 다르지만 가느다란 실눈과 입술이 한꺼번에 들어오자
너무나 닮은 두 사람을 보고 그 짧은 찰나에 일란성 쌍둥이 한 송이라고 생각했다.
“오 마이 갓~ 너너 한 송이 맞지 한 송이?”
한송이는 두 사람이나 자신을 알아본다는 사실보다 그녀가 엄마를 닮았다는 현실에 더욱 놀랐다.
“예. 맞는데요. 그런데 누구세요?”
“그래 맞다 맞아 여기 내 딸은 함 송이이고 나는 대전에 사는 네 이모 고 은혜야 몰라?”
송이는 엄마를 닮은 모습에서 이모처럼 느껴졌고 딸을 낳았으면 자신과 꼭 닮은 딸을 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인 장희 엄마가 대전 이모이야기를 조금 들려주었는데 그게 무슨 큰 비밀이라고 엄마는 친구관계를 끊었고 장희마저
만나지 못하게 했던 생각이 났다.
송이는 너무 놀라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는 침을 겨우 삼키며 대답을했다.
“엄마가 알려주지 않아서 성함은 모르고요....혹시 대전에서 여행사를 하세요?”
“그래~ 너희 엄마는 고아라이고 아빠는 한 국남 관광버스 사업을 하고 맞지?”
“예. 맞아요.”
은혜는 확인하자마자 송이를 힘껏 껴안고 눈물을 터뜨리며 말했다.
“송이야.... 우리 딸 한 송이가 이렇게 잘 커주었구나. 고맙다 고마워 흐흐흐흑...”
송이는 이모를 감싸 안고 의자에 앉히며 장희 엄마에게 들었던 말을했다.
“친구 엄마한테 이모님이 대전에 산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 엄마가 알려 주지 않았구나 니 엄마는 입이 왜 이렇게 무겁냐~"
"예?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다 아니야...."
고아라는 동생과 약속한 딸의 탄생 비화를 말해야 할까 말까 망설였다.
한송이는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한번 함송이를 바라보고 난 뒤에 물었다.
"우리 엄마가 이모님 유산 후유증을 간호 해주러 다녔다는데 그 후에 언니를 낳았나 봐요? 나랑 너무너무 닮았어요."
"어? 그그래 그게...."
고은혜는 쌍둥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송이에게 아직도 마음을 정리하지 못해서 말을 더듬었다.
함 송이는 모든 사실을 알기에 빙그레 웃기만 했다.
은혜는 아무것도 모르는 송이의 말에 놀랄 뿐이었다.
'동생이 이렇게 철저하게 쌍둥이 탄생의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니.....'
이윽고 고은혜는 마음이 정리 되었다.
“언니랑 너무 닮았다고? 너 전혀 몰라?”
“뭘요?”
“아이구야 아라가 너무했다. 아무리 비밀을 지키라고 약속했지만 여태까지 너를 속이다니. 아니다 다~내 잘못이다 내 잘못.”
“뭘요?”
한송이는 엄마가 뭘 속였는지 궁금하고 이모 잘못이라는 말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송이에게 고 은혜는 폭탄 발언을 했다.
“너는 말이야 함 송이 언니하고 일란성 쌍둥이야.”
“예? 말도 안돼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럼 우리를 누가 낳았어요?”
은혜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딸을 찾았다.
황당한 사건에 정신이 없어 정확하게 정리된 말로 설명을 해 달라고 부탁 하려는 것이었다.
“뭐야 애가 어디 갔지? 이렇게 중요한때.”
“조금 전에 밖으로 나가시던데 어디에 전화를 거는 것 같았어요.”
“아 맞다. 송이가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하러 나갔구나.”
“아~ 남자 친구랑 함께 여행 왔어요?”
“아니~그게 아니라 여기서 만났는데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3일 친구야."
"아~가이드에요?"
"가이드? 그게 아니라 운명 같은 친구라는데 절대 친구에서 연인으로는 발전하지 않겠다고 하더라. 참 좋아 보이던데.”
“아 예~ 언니가 순수하게 친구로만 남고 싶어서겠지요.”
“어? 그럴까?”
고 은혜는 송이를 만난 것이 반갑고 놀라서 이말 저말 두서가 없어졌다.
할 말은 많은데 제정신이 아니었다. 두 딸을 누가 낳았느냐고 물었던 말도 잊어버리고 궁금증만 연신 물었다.
“엄마 아버지는 잘 지내지? 관광사업은 잘 되고? 너 대학은 어디에 다니고?”
“예 잘 있어요. 저는 경북대 천문 대기학과를 다니는데 지금은 휴학 중이에요.”
“아~여행을 다니느라고 언니처럼 휴학 중이구나~근데 어쩜 똑같이 천문학을 하니~피는 못 속인다.”
송이는 이모의 말을 들으면서도 자신을 누가 낳았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이모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이제야 생각난 듯 물었다.
“아참 이모님, 우리가 일란성 쌍둥이라고 하셨는데 우리를 누가 낳고 어떻게 된 거에요?”
“그거? 너희는.....아라가 나았다."
"울 엄마가요?"
"그래~너도 보았겠지만 니 언니가 다리를 조금 절지?”
“예?잘 모를 정도인데요.”
“그렇다면 다행이다. 거기에는 많은 사연이 있단다.”
은혜는 그날 일들을 말해 주었다.
“나는 3번이나 반복되는 유산으로 아이가 없었다. 그 후에 니 엄마가 쌍둥이를 임신해서 나에게 하나를 주기로 했다. "
"아~ 그러셨어요?"
"그런데 하나는 정상아가 아니었단다. 자칫 불구가 되거나 생명까지 위험 할 수 있는 아기였다."
"아~언니가요?"
"응, 그래서 언니를 나에게 준다는 것을 무척 미안해했단다.”
“아~예.”
은혜는 그 상황을 떠올리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잠시 마음을 정리하고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니 엄마는 가난한 형편에 아이 둘을 키울 수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치료해서 딸을 삼겠다고 했다.'
"아~그러셨구나."
"그리고 나는 딸 출생 처는 비밀로 하자고 약속하고 그 댓가로(?) 버스 두 대를 주어서 관광 사업을 하게 해주었다.
"아~ 그러셨구나."
송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아라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너희 둘을 위해서라며 절대로 만나지 말자고 약속까지 했단다. 그런데 그 속에는 나는 자식이 없어서 빼앗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돈으로.”
“설마 돈으로 그러셨겠어요 엄마 마음을 닮으신 이모님인데.”
“하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런 약속까지는 필요 없었는데 내가 너무 지나친 욕심을 부린 것 같아 너무 후회가 된다.”
“아~그러셨구나.....”
송이는 왜 이름을 똑같이 지었는지 그것도 궁금했다.
“이모님, 근데 왜 이름을 똑같이 송이라고 지었어요?”
“응 그건 너희 엄마를 위한 내 최선의 배려였다. 나한테 준 딸이 생각나면 이름이라도 부르면 위안이 될 것 같아서.”
“아~그래서 우리 엄마가 가끔 우리 송이 우리 송이라고 불렀구나. 제가 눈치가 너무 없었네요. 엄마가 아팠을 때 나를 곁에
두고도 자꾸만 우리 딸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엄마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닐까하고 걱정 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 엄마가 어디 많이 아팠어? 어떻게?”
“예? 아 아니에요 조금, 이젠 괞찮아요.”
"아닌것 같은데 말해봐 괜찮아 내가 언니 잖아?"
은혜는 다그치듯 물었다.
송이는 계속되는 물음에 어쩔 수없이 말하고 말았다.
“가족 여행을 다녀오다가 교통 사고로 엄마는 뇌출혈로 수술을 하시고.”
“주여~그래서 너하고 아버지는 안 다쳤니?”
“예?.....”
“아빠는 어떻게 됐냐고?”
송이는 울컥해지는 마음을 겨우 참으며 말했다.
“아버지는 그때 돌아가셨어요.”
“주여~이를 어째 아이구야 세상에 이럴 수가....”
은혜는 심장이 터지는 아픔이 밀려와 눈물로 말했다.
“이게 다 내 잘못이다. 딸들을 갈라놓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고 했던 내가 나빴다.흑흑...”
“아니에요 이모님.”
“내가 중단하고 만났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구나."
"아니에요 이모님."
"아니긴, 지 남편 일까지 알리지 않은 것을 보면 나에게 너무 많이 서운했나 보다. 딸 출생의 비밀이 뭐라고 그렇게 약속을
지키다니 아라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건 아니에요. 이모님.”
송이는 휴지를 뽑아 건네주었다. 은혜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니긴. 나라도 그랬겠다. 몇 푼 돈으로 딸까지 빼앗아 갔다고.”
“이모님 그건 절대 아니에요.”
송이는 그때일을 들려주었다.
“사실은 의사 선생님께서 엄마 뇌수술 후유증이 심할 것 같으니 아빠 이야기는 당분간 엄마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비밀로 하라고 해서 차일피일 미루었어요. 그래서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것도 오랫동안 몰랐어요.”
“아~ 그랬구나.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엄마는 몸도 몸이지만 정신상태가 매우 혼란했어요.”
“어떻게?”
송이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제 친구가 베이커 밀러 핑크 색으로 도배를 한 집에서 살면 안정이 된다고 해서 방도 바꾸고, 정신적 안정을 위해서 시골
영천으로 이사도 했어요."
"대구에 안 살어?"
"아니 잠깐 휴양차 간 이사에요."
"엄마가 많이 아팠구나?"
"그정도는 아니구요."
"그럼 다행이고."
" 그러던 어느 날 엄마의 기억을 찾아주고, 아빠 사건도 말해 주려고 보현산 천문대를 갔는데 사건이 터졌어요.”
고 은혜는 작은 눈이 동그래졌다.
“무슨 사건?”
“엄마가 어떤 사람을 보고 아빠를 닮았다며 쓰러졌어요."
"주여~ 그래서 어떻게 됐어?"
"예. 그 후로 실성한 사람처럼 아빠가 천문대에 근무를 한다고 나 몰래 다녀오곤 했는데 꿈속에서도 환영을 보고 놀라고
정신 건강이 점점 최악이었어요.”
"주여~ 이일을 어째 우리 아라가 너무 불쌍하다."
아라는 고이는 눈물을 닦았다.송이의 말은 이어졌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없을때마다 어딜 다녀 오는것 같았는데 어딘지는 잘 모르겠어요."
“주여~그럼그때 니 엄마가 남편이 죽고 딸이 보고 싶어서 우리 집을 찾아왔었나 보다 맞다 맞아."
“예? 엄마가 대전에 찾아 오셨어요?”
" 그래~나는 니 엄마 사정도 모르고 비밀 유지를 위해 쫓아내듯 돌려보냈는데 그때가 언제지?”
"아마....."
송이가 날짜를 기억하는 사이에 은혜가 물었다.
“그래. 니 엄마가 온 날 집 앞에 HS이니셜이 새겨진 별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럼 혹시 그 별이 니 엄마 머리핀이니?”
“아, 맞아요 이모님~ 그 별은 제거에요. 엄마가 거기에 떨어뜨리고 왔네요~”
“그렇구나. 근데 송이가 좋다고 여태 달고 다녔는데 아까 봤니?”
“아니에요 못 봤어요.”
“니 언니가 무슨 '운명의 별'이라더니 정말 너희 쌍둥이가 만나는 운명의 별이구나. 어쩜 이렇게 희한한 일이 있을까.”
고은혜는 송이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송이야 지금 엄마한테 전화해서 이모를 만났다고 할까?”
“예? 그건 아직 안될 것 같아요.”
“왜?”
“엄마는 마음이 약해서 충격을 받을 것 같아요. 혼자 있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그래 맞다 니 엄마는 조실부모해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나만 의지했는데.... 내가 대전으로 가고 결혼을 하는 바람에 혼자되고
외로웠나 너희 아빠를 만났는데 이젠 널 많이 의지 할 것 같구나. 한국에 돌아가서 만나기로 하자.”
“예. 이모님.”
은혜는 좀 여유를 찾았다.
“송이야 근데 여기 몽골까지 어떻게 오게 된 거야?”
“예. 엄마가 이젠 안정을 찾은 것 같아서 유럽여행을 가자고 했더니 해외여행은 처음이라며 무척 좋아했어요."
"근데 왜 혼자야?"
"일정이 잡혔는데 엄마가 갑자기 안 가겠다고 하는 바람에 혼자 왔다가 너무 두렵고 힘들어서."
"그래서?"
"유럽 일정을 단축해서 평소에 제 오랜 버킷 리스트이고 직업으로 하고 싶은 천문학과라 별을 보러 왔어요.”
“그렇구나~ 잘했다 잘했어 근데 아빠 관광버스 사업은 어쩌고?”
“그건 엄마에게 맡기고 저는 천문학 공부를 계속 할 거 에요.”
“아이구 어쩌면 너는 언니하고 똑 같니, 니 언니도 여행사를 물려받지 안하겠다고 여기로 도망 왔는데 겨우 설득해서
가기로 했단다 하하하.”
두 사람은 오랜만에 쌍둥이의 같은 생각을 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은혜가 돌아보며 말했다.
“아니 우리 딸은 왜 여태 안와~ 남자 친구를 만나더니 좋아서 나 떼어 놓고 둘이 줄행랑이라도 쳤나~”
“오겠지요. 이모님.”
한편.
함 송이는 엄마와 동생의 상봉을 즐기라고 자리를 비워 주었지만 그보다 급한 것은 환희가 애타게 찾던 송이소식을 전해
주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작정 알려주기보다 특별한 이벤트로 두 사람의 상봉을 축하해 주고 싶은 장난끼가 발동했다.
기쁨을 극대화 하려는 언니의 생각은 재빨리 환희가 오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멀리서 환희가 오는 모습이 보여 큰소리로 불렀다.
“환희야~”
환희는 함 송이가 뛰어오자 무슨 일인가 덩달아 뛰어왔다.
환희는 무슨 일일까 몹시 궁금해서 물었다.
“왜. 무슨 일이 있어요?”
“후우~있다 있어 너무나 놀라운 일이.”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그렇게 급한 일 아니면 천천히 숨 좀 쉬고 말하세요.”
숨을 몰아쉰 송이는 활짝 핀 얼굴로 말했다.
“환희야 만났다. 만났어. 니가 정말 행운의 별 주인공이 되었어.”
“행운의 별 주인공이요?”
“앞으로 너를 뭐라고 부를까?”
“예? 오늘 아침은 정말 이상한 말 퍼레이드네요. 내 이름을 불렀고 친구라고 불렀는데 또 다른 호칭으로 부르고 싶어요?
그럼 맘대로 불러요 다 좋으니까.”
함 송이는 정수리에서 이니셜별을 따 환희에게 건네주었다.
“환희야 먼저 별을 받아.”
환희는 별을 건네받았다.
“아니 왜 그래요~”
“환희야 넌 이제 내 친구가 아니야 그래서 주는 거야.”
“아니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궁금해? 궁금하면?”
“오백 원 하려고 그러죠?”
“아니?”
“그럼 오백만 원?”
함 송이는 웃음이 나왔다. 웃음과 기쁨의 말로 빅 뉴스를 전했다.
“하하하하...내가 오백 만 원보다 훨씬 비싼 사람을 만났다. 그게 누구냐면 바로바로바로 한 송이다~”
“에이 말도 안돼요~ 농담하지 마세요. 여기가 어디라고 만나요~”
“그래? 못 믿겠다면 빨리 한 송이를 만나러 가자.”
“날 놀리려고 그러는지 다 알아요. 아침 식사로 송이버섯 요리를 주문해놓고 '짠~ 송이다~' 하려는 것 아니에요?”
“뭐?하하하하.....”
한참이나 웃던 함 송이는 환희의 손을 잡아끌었다.
환희는 송이의 손에 끌려가며 많은 생각을 했지만 도저히 짐작할 수도 없었다.
함 송이는 손을 끌고 가면서도 말을 쉬지 않았다.
“환희야 지금 가면 이니셜별의 주인공 한 송이가 우리 엄마와 나란히 레스토랑에 앉아 있으니까 보고 놀라지나 말아라?”
“농담 그만 하세요. 저한테 무슨 이벤트 하려고 그러는지 다 알아요.”
“이벤트? 그렇지 빅 이벤트다 하하하.....”
환희는 이벤트라는 말에는 신빙성이 있어 보여 물었다.
“혹시 자기 사진을 레스토랑에 몽땅 걸어놓고 한 송이라고 우기는 이벤트 아니에요?”
“하하하. 맘대로 상상해라~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 테니까 하하하.”
“그럼 설마 할로윈데이처럼 송이 가면을 누구에게 씌워놓고 송이라고 우기는 것은 아니겠죠?
“가면? 하하하.....”
가면이라는 말에 송이는 이벤트 생각 하나가 급하게 떠올랐다.
환희는 분명히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궁금증을 가득안고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
함 송이는 조금전에 생각 났던 이벤트를 하려고 여행용 커다란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환희야 너 심장이 하나니까 너무 놀라지 않게 심장 점검 한번 하고 들어갈래?”
“아 또 왜 그래요~ 나 심장 튼튼해요.”
“무슨 소리~ 너 군대서 유격 외줄타기 열외 했다며~”
“아 제발 그건 건드리지 마세요. 아킬레스 건 이에요.”
“그래? 그럼 그 댓가로 이 손수건으로 얼굴 전체를 가린다. 실시~”
“예? 정말 이상한 아침이네~그럼 주세요.”
함 송이는 손수건을 내밀었다.
환희는 웃으며 이마에 손수건을 대고 말했다.
“좋아요 무슨 거창한 일이 있나모르지만 눈을 가릴 테니까 뒤에서 꽁꽁 묶어요.”
“그래 좋아.하하하.”
함 송이는 얼굴 전체를 가린 환희의 손을 잡고 조금 어두운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한 송이와 고 은혜가 바라보았다.
은혜가 놀란 눈으로 두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송이야 너 지금 뭐하니? 니 남친을 극적으로 보여 주려고 복면을 시키고 왔니 하하하.”
“맞아요. 엄마. 기대하세요.”
한 송이는 언니의 남친이 궁금해서 긴장감을 높여 실눈에 힘을 주어 바라보았다.
‘언니의 남친이 어떻게 생겼을까?’
함 송이는 환희가 송이가 바라볼 수 있도록 위치를 고정하고 뒤에서 천천히 손수건을 풀어 내렸다.
은혜는 딸의 남친을 향해 소리쳤다.
“와우! 함 송이 3일 남친을 격하게 한영 합니다.”
순간 한송이는 너무 놀라서 얼굴과 온몸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솜털이 일어서고 작고 가느다란 초승달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의 이름도 부를 수 없었고 생각으로만 그리웠던 이름을 벌떡이는 심장으로 불렀다.
'별신동 환희.'
그것은 찰나였다. 송이는 반가움에 정신을 가다듬고 벌떡 일어났다.
유럽 여행 내내, 몽골에 도착이후에도 환희와 여행을 함께 한다는 상상을 하며 상상 여행을 했는데 그 상상이 눈앞에서 현실로
펼쳐졌다는 것은 상상 이상이었다.
환희는 수건이 걷히자 레스토랑의 불빛들 사이로 시야에 들어온 사람들을 살펴 보았다.
레스토랑에 함 송이의 사진이 가득 할 걸로 알았다가 사진이 아닌 함 송이를 가면을 쓴 사람을 등장시켜 놀라게 하는 모녀의
이벤트에 웃음까지 나왔다.
모녀가 이벤트를 하는데 웃어 주지 않으면 안될것 같아 웃어 준 것이다.
"하하하...."
환희는 웃다가 보니 황갈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어? 머리카락도 똑 같이 분장을 했네?'
환희는 SF 공상 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가발과 분장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은 함 송이로 분장한 사람이
누구일까 그것이 궁금했다.
'누구지? 누구지?'
하지만 환희의 궁금증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것은 앞에 서있는 그녀의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 때문이었다.
분명히 한송이였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리워하고 찾았던 한송이였다.
초등학교 6학년때 처음 설레는 마음으로 좋아했던 중학생 누나, 집에서 키우는 개 이름마저 달이 초승달부터 자라는 순서에
따라 초송이 반송이 보송이라고 지어 불렀던 그리운 이름 송이.
보현산에 아버지와 함께 갔다가 송이버섯을 발견한 그때보다 더 환한 얼굴로 송이를 불렀다.
“한 송이? 나 환희야 별 신동 성 환희. 한 송이 맞지?”
환희는 함 송이가 넘겨준 HS 이니셜별과 자신의 별을 주머니에서 재빨리 꺼내 떨리는 손으로 보여 주었다.
한 송이는 두 개의 별을 보며 놀라 말했다.
“어 내 별이 어떻게 환희 손에. 정말 환희 맞구나 별 신동.”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한 번의 격한 포옹을 한 적도 없었다.
마음으로는 더 뜨겁게 사랑했던 순수의 불덩어리가 어느 이름 없는 태양계의 광물질처럼 굳어져 있을 뿐이었다.
이젠 그 광물질이 한 송이의 두 줄기 눈물이 되고 마그마가 되어 심장으로 스며들자 두 사람은 심장을 열고 포옹보다 더
뜨거운 손을 잡고 흔들었다.
“내가 많이 찾았어....”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어색함이 묻어났지만 오래 숨겨 두었던 진실을 말했다.
이 모습에 환희와 송이도 놀랐지만 정작 더 놀란 사람은 고 은혜였다.
두 사람을 쳐다보며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뭐야 뭐야 이게 무슨시츄에이션?”
환희는 보고 싶었다는 한송이의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먼 몽골까지 와서 이렇게 만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송이 바라기' 별 바라기 소년 환희에겐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 풋풋한 동경이 자라서 이니셜별이 행운의 별이 되어 만나게 된 것은 축복이어서 흘리는 감동의 눈물이었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글썽이는 눈물만 눈에 가득 채웠다.
함 송이는 손수건을 환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환희야 송이 눈물은 니가 닦아줘야 되는 거 아냐 하하하하.”
“예? 아 예.”
환희는 손수건을 들고 다가가자 송이는 발개진 얼굴로 건네받고 초승달에 매달린 이슬을 닦았다.
송이는 울컥 끝에 나오는 말을 했다.
“찾았다. 내 별.”
보이는 현상으로는 머리핀 별이었지만 마음은 보고싶은 정신적 지주 환희를 찾았다는 말이었다.
함 송이가 말했다.
“이별도 환희가 송이 머리에 달아 주어야 하는 거 아냐? 우리엄마 눈치 보지 말고 빨랑 달아줘라 3일 친구 명령이다 실시.”
“아 예.....”
환희는 이니셜별을 황갈색 머리카락 한송이에게 달아 주었다.
오랫동안 익숙했고 잊혀지지 않았던 송이의 머리카락 향이났다.
고등학교 때 이니셜별을 건네주었던 그날 맡았던 송이 향기였다.
함 송이는 초승달 실눈을 뜨고 두 사람을 지그시 바라보며 박수를 보냈다.
“축하해 우리 송이와 환희.”
“고마워요 언니. 나하고 많이 많이 닮아줘서 고맙고 그래서 환희를 만났어요.”
은혜는 아직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말했다.
“뭐야 이게 무슨 시츄에이션?”
함 송이가 웃으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저 별은 두 사람이 고등학생 때 첫사랑을 고백했던 별 이래요. 이제야 주인을 찾았는데 엄마는 축하 안 해줘?”
“뭐라고~ 세상에 이런 일이....그럼 환희가 한 송이를 찾아서 몽골에 온 거라고?”
“그렇다니까 엄마~”
“할렐루야~ 에벤에셀 하나님이 여기까지 인도하셨구나. 할렐루야~”
은혜는 두 사람의 손을 맞잡게 하고 안아주고 등도 쓰다듬어주었다.
“축하해 정말 축하해 정말 환상적인 이니셜별의 만남이야.”
네 사람은 하루 종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못다 한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에 돌아가면 세 사람은 복학해서 천문학 공부를 하고, 이후에 함 송이는 아버지 사업을 물려 받을까 더 고민을 하고.
은혜가 말했다.
“송이야 대구에 가서 엄마에게 전해 내가 바로 대구로 찾아 가서 백배 사죄를 하겠다고. 아빠 시신이 그래서 무덤도 없다지만
찾아가서 미안하다고 실컷 울기라도 하고 와야 내 죄가 씻기는 것 같다.”
“예. 이모님 안부 전할게요.”
은혜는 두 딸들과 행복한 별을 보며 별별 이야기 꽃을피웠다.
환희는 홀로 게르 안에서 이니셜 별을 바라보며 긴 여정의 송이 바리기를 끝낸 안도의 행복에 이제껏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최상의 수면을 취했다.
그리고 환희와 송이는 같은 날 비행기 티케팅을 했다.
그 시간.
대구와 옥계마을에서도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대구에 사는 고아라 친구 장 미숙과 딸 장희가 함께 운영하는 미장원에서 장희는 심통이났다.
엄마가 아침부터 절친 경북이 아버지와 또 데이트 날짜를 잡는 통화를 엿들은 까닭이었다.
장희는 화를 삭이려고 오랜만에 ‘별 볼 일 동아리’ 친구들에게 별이나 보러 가자고 전화를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학교가야 한다. 군대 갔다 등등 만날 수 없었다.
장희의 잔머리는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는 것이고 하나는 미용 봉사였다.
엄마는 이혼 후 외로움을 달래려고 동창회에 갔다가 돌싱 경북이 아빠를 만나 열애중이다.
미용봉사만 가면 전날부터 잠도 설치며 세상사를 다 잊는 엄마를 미용 봉사로 수작을 벌여 두 사람의 데이트를
무산 시키려고했다.
엄마는 잠깐 쉬는 시간에 한가한 오수를 즐기고 있었다.
장희는 잘 됐다 싶어 일부러 비몽사몽 중에 깨워서 말을 꺼냈다.
“엄마 요즘 손님도 없는데 오랜만에 내일 미용봉사나 한번 갈까?”
“어? 좋지. 어디로?”
“이번엔 엄마도 심심한데 멀리 여행 삼아 가면 어때?”
“오 좋아 우리 딸이 내 맘에 쏙 드는 소리하네. 어디야?”
“영천 옥계마을.”
“아~ 보현산 천문대가 있는데?”
“응~ 거기에 드라이브 스루도 있는데 올 때 산나물도 사오면 좋잖아 엄마는 나물을 좋아하니까.”
“굿 아이디어~”
장희는 송이가 산다는 옥계마을로 자리를 잡고 미장원을 빠져나와 절친 경북이에게 전화를했다.
“경북아 너희 아빠가 울엄마한테 전화 하신 거 알아?”
“아 짜증나. 또 둘이 만나?돌싱 돌자만 들어도 머리가 돌 지경이다.장희야 둘이 만나지 못하게 하는 아이디어 없냐?”
“있지 당근~경북아 너 미용 시다바리 한번하자.”
“그래? 이번엔 어디로가?”
"지금 당장 옥계마을에 가서 이장님을 만나 마을회관을 빌려 미용 봉사를 하겠다는 승낙을 받아와라."
"오케바리~"
경북은 절친을 위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디데이 아침.
트렁크에 미용 재료들을 가득 싣고 대구를 출발한 세사람은 오랜만에 차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갑자기 장미숙은 경북이 아버지 생각이났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오늘 약속이 있는데 아이고 내 정신 좀 봐라 어쩌지 아이구야~”
“엄마 왜 왜 왜 무슨 일 있어? 정신 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지 나 참.”
“뭐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가시나 야.”
“엄만 괜히 나만 가지고 야단이야.뭔데~”
장희는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면서도 삐죽 입술을 보여 주었다.
도착해서 세팅을 마치자 미용봉사 입간판을 보고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들었다.
오전을 그렇게 바쁘게 보내고 이장 댁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와 휴식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사이에 장희와 경북은 모퉁이에서 히히 호호 자신들의 계략 성공을 즐거워하며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야야 느그 아버지하고 울엄마하고 어떻게든 갈라놓아야한다 알았지?"
"당근~ 하하하하."
영천 정각리.
은하마을에서도 이야기 꽃이 피었다.
2시에 출근하는 한남은 아라와 20분 전까지는 함께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둘에게 고민의 별이 떴다.
송이가 아빠를 닮았다는 사람을 생각하지도 말라고 했는데 아라는 이미 그 사람과 깊은 사랑에 빠졌으니 고민 이었다.
성 한남은 아들 환희에게 여자가 생겼다고 어떻게 말을 꺼낼까 그게 고민이었다.
하지만 돌싱들은 고민을 접어두고 오늘은 맘껏 즐기기로했다.
“아라씨. 우리가 전에 갔던 거기 가서 식사 할까요?”
“예. 좋아요 갑시다.”
한남의 오토바이도 ‘부르르~’ 신이 났다.
두 사람의 몸과 기분도 오토바이처럼 부르르 떨었다.
은하마을을 떠나 드라이브 스루도 지나 옥계마을에 들어설 때쯤 한남은 허리를 꼭 잡은 아라를 돌아보았다.
머리핀이 떨어졌는지 긴 머리가 풀어졌는지 바람에 날렸다.
한남은 갑자기 노래 가사 한 줄이 생각나서 불렀다. 그러자 아라는 이어 불렀다. 둘이 서로.
“긴 머~리 소 녀야~”
“눈먼 아이처럼”
“귀 먼 아이처럼~”
“조오심 조오오 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핑크 집에 긴머리 소녀야~"
두 사람의 사랑은 조심조심 건너야 하는 징검다리였다.
마을을 들어서자 미용봉사 입간판이 보였다.
한남은 머리를 깎을 때가 지났고 환희가 오면 같이 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머리를 자를 생각이났다.
풀어진 아라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은데 '아라도 덩달아 자르면 어쩌지' 걱정을 하느라고
잠시 망설였다.
“아라씨 저기 미용 봉사를 하는데 내 머리 좀 자르고 가도 늦지 않겠지요?”
“사람이 없으면 가능한데 들렸다 갈까요? 저도 끝만 살짝 날리면 좋겠어요. 머리가 푸석푸석해서요.”
두 사람은 회관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남은 돌아선 미용사 차림의 여자를 보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우리 머리 커트를 하려고 왔는데요~”
장희엄마가 돌아 섰다
미숙은 한남을 보고 아라의 남편으로 착각을 했다가 말을 돌렸다.
“어서 오세요. 어? 한 국남씨 아 아니 너 너는 고아라?”
“어?장희 엄마 미숙이?”
아라는 송이에게 언니 이야기를 한 것에 화가 나서 친구관계를 끊어버린 미숙을 보자 당황했다.
급히 몸을 돌려 밖으로 나왔다.
한남도 무슨 낌새를 알아차리고 빠르게 따라 나와 버렸다.
그 모습을 모퉁이에서 장희와 경북이보고 놀라 말했다.
“장희야 환희 아버지하고 송이 엄마야~”
“그래 맞아 두분이 데이트 각이야. 아까 오토바이를 타고 왔잖아?”
“응, 빅뉴스다 빅뉴스.”
“빅뉴스라고? 아 미쳐~ 우리랑 똑 같아~ 우리도 골치 아픈데 송이도 엄청 골치 아프겠다.”
“아~ 돌아 버리겠네.”
미숙은 달아나는 두 사람 뒤를 쫒아갈까 망설였다.
자기의 지난 날 잘못을 보상하려는 마음이 불현 듯 생겼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만남을 응원하고 싶은 돌싱의 동병상련이었다.
한남은 무척 난감 했다.
“아라씨 미안합니다. 괜히 커트하자고해서 저 때문에 아는 사람을 만나서.”
“아니에요. 상관없어요.”
“안 좋은 소문이라도 나면.....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대구에 살 것도 아니고 여기서 살 건데요 뭘~”
“예?”
한남은 아라가 대구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에 내심 기뻤다.
“저 때문에 정말 미안해요.”
“아니라니까요 저는 이제 남의 눈치나 보는 그런 나약한 사람이 아니에요."
"예?"
"한남씨를 만난 이후로 사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바꾸었어요.”
한남은 그 말도 기뻤다.
그때 미숙이 다가오고 있었다.
한남은 아무래도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아 말했다.
“아라씨 친구가 저기 오는데 빨리 갑시다.”
“아니에요 이젠 선전포고를 할래요.”
“예?”
“그냥 듣기만 하세요.”
미숙이 왔다.
아라가 막 입을 떼려는데 미숙이 먼저 말을 했다.
“아라야 지난 일을 내가 미안했다 진심으로 사과할게. 그리고 두 사람을 응원할게.”
아라는 갑작스런 친구의 말에 당황했지만 당당하게 받아 말했다.
“그래? 고맙다. 나도 니가 하는 일들이 잘 되길 바랄게.”
“그래. 이젠 송이에게 널 만났다는 이야기나 대전 언니 이야기도 절대 안 할 거야.”
“아니야. 이젠 해도 돼.”
“어? 그 그래 고맙다. 그럼 잘가, 안녕히 가세요.”
한남과 아라는 식사 장소로 옮겼다.
한남이 물었다.
“선전 포고가 뭡니까?”
“예?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고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미숙이가 해버렸네요.”
“예? 아 예.....”
사랑이라는 말에 아라의 실눈이 웃고 한남의 왕방울 눈도 웃었다.
아라와 한남에게 든든한 돌싱의 응원군 친구가 생겼다.
미숙도 두 사람을 만나고 ‘내가 지금까지 뭐했지?’하고 용기를 얻었다.
미용 봉사를 끝내고 돌아가면 경북이 아버지를 만나 한집 살기로 결단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돌싱 혼자 사는 것보다 둘 이라면 행복 할 거야."
그 시각, 엄마와 아버지 사이를 갈라 놓자고 모의를 했던 장희와 경북은 돌싱 부모님을 떼어 놓으려다가 오히려 재촉하는
독배를 받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몽골.
송이와 환희는 비행기에 올랐다.
몽골을 떠난 비행기는 어느 사이에 도착하고 송이와 환희는 옥계마을에 당도했다.
옥계마을 송이네 핑크 대문 집.
송이는 대문이 내려앉지 않고 반듯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 말했다.
“어? 나없는 사이에 대문을 고쳤네?”
“그러게 나도 주저앉은 대문을 봤었는데.”
송이와 환희는 잠시 헤어짐을 위하여 어스름 달빛아래 마주서 있는 양문 핑크대문처럼 마주섰다.
헤어지기 싫었지만 안녕을 해야했다.
환희가 말했다.
“잘 자. 내일 만나, 나 갈게.”
“어? 그래. 더 할 말은 없어?”
“어?”
환희는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할 말이 있었지만 쑥스러워 하지 못했던 말이 생각나서 내려앉은 심장이었다.
송이도 내려앉은 심장을 가슴으로 꼬~옥 안아 주어 담으며 말했다.
“환희야 날 찾아 주어서 고마워.”
“아니야. 기다려 줘서 내가 더 고마워.”
환희는 송이의 초승달 눈 위로 뜬 작은 이마에 입맞춤을 했다.
난생처음 이었다.
부끄러움을 심히 타는 순수소년의 입술이 살며시 내려앉자 초승달도 부끄러운 듯 실눈을 구름 속으로 감추었다.
환희는 까치발을 들어 송이 머리위에 이니셜별을 왕방울 눈동자로 포물선을 그리듯 바라 보았다.
송이가 그 모습에 웃으며 말했다.
"돌고 돌아서 내게로 돌아온 아주 특별한 별.....내가 영원히 간직할게. 별신동?"
"나도 영원히 송이 바라기가 될께. 별 신녀? 하하하하."
두 사람은 복학하고 매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아쉬움의 눈 맞춤을 마지막으로 돌아섰다.
“엄마~ 나 왔어요~”
“아버지~ 나 왔어요~”
영천 보현산 은하마을에 환희 아버지는 오늘 낮에 아라가 ‘선전포고’를 했던 신바람에 식지 않은 기분에 들떠 있다가
맨발로 뛰어 나와 환희를 맞이했다.
“여행 잘했어 아들?”
"예, 아버지 잘 계셨어요?하하하."
핑크 대문 집 아라도 미숙에게 선포를 하고 마음에 가득채운 한남 생각에 들떠 딸이 실망하지 않을 만큼 건강한 모습으로
말했다.
"아이구 우리 딸 여행이 즐겁고 행복했어?"
“웅. 엄마 건강해 보여, 난 아주 특별한 버킷 리스트 여행을 했어요.”
끝.
소설을 끝내며
별자리는 영원히 제 자리를 유지하며 돕니다.
그처럼 변치 않는 별과 같은 순수소년 환희와 초심의 송이를 부모님의 사랑 때문이라는 이유로 갈라놓지 못합니다.
또한 중년 3분의1밖에 남지 않은 사랑할 기회도 갈라 놓지 못해서 여기서 끝을 맺고 독자의 생각에 맡겼습니다.
그들의 삶이 ‘황혼에 타는 노을처럼 왜 이리 붉고 짧은가 손톱만큼 남았구나.’하는 애타는 마음에 끊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에게 오로지 행복을 꿈꾸는 밤만 있고 꿈이 깨는 아침이 영원히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끝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엄마와 딸이, 아버지와 아들이 한 가족이 되는 결혼은 성립이 된다는 글에 내 마음이 한결 편해 졌습니다.
인생은 내일 일은 모른다 하지만 하루하루 모두 신이 주신 특별한 날입니다.
그 특별한 날들을 최선의 노력으로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언제나 응원을 할 뿐이다.
별도 사랑도 멀리 떨어져 있지만 눈을 감아도 보이고 누구의 가슴에도 뛰는 심장만 있다면 두근두근 빠른 걸음으로
다가 옵니다.
판도라 항아리가 닫힐 때 유일하게 남은 ‘희망’을 심장에 담고 있다면 모두가 행복할 겁니다.
지금까지 구독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매일매일 행복 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2020년11월2일 가을을 추적하는 비가 내리던 아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