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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7019]東國李相國-退食齋八詠[퇴식재8영]
동국東國李相國全集卷第二 / 古律
奇尙書退食齋八詠 幷引
기 상서(奇尙書) 퇴식재(退食齋)의 팔영(八詠)에 대해 병인(幷引)
玉京南脈。綺里西偏。搜品物之菁華。啓乾坤之扃鐍。
地相接於龍首嶺。縹氣上浮。天正分於鶉尾墟。
朱芒下射。是造化兒之所未到。非仁智者則熟能居。
昔之草徑苔庭。今則歌臺舞館。
옥경(玉京)의 남녘 요지요 기리(綺里)의 서쪽 변두리라,
물품의 화려한 종류가 다 모였고 천지의 한 문호를 열었도다.
땅이 서로 용수령(龍首嶺)에 접했으니 옥색 기운이 위로 떠오르고,
하늘이 바로 순미(鶉尾 남방의 별 이름) 경계를 나눴으니
붉은 햇빛이 아래로 내리쏘도다. 이야말로 조화아(造化兒)로서도 이르지
못하는 곳이거늘 인지(仁智)한 이가 아니라면 그 누가 여기를 차지할 수 있으랴.
옛날에는 풀 우거진 길이고 이끼 낀 뜰이었는데 지금에 와선
노래하는 대(臺)이고 춤추는 관(館)이로세.
靈泉恒湧。纖壒不舛。奔流駮柱之間。
瀉落靑珉之底。波瀲瀲兮不藍而綠。
聲冷冷兮勿絃而鳴。旣能園囿蓬瀛。
又作衣冠巢許。
영천(靈泉)이 항상 솟아나 조그마한 티끌도 섞이지 않은지라,
얼룩 기둥 사이로 힘차게 흐르고 푸른 바위 밑으로 새어 떨어지니
넘실넘실 출렁이는 물결은 쪽이 아니건만 푸르고 냉냉하게
들리는 소리는 거문고 아니어도 잘 울리누나.
이미 봉래(蓬萊)ㆍ영주(瀛州)의 동산에다
또 소보(巢父)ㆍ허유(許由)의 의관을 갖추었도다.
[주-D001] 소보(巢父)ㆍ허유(許由) :
모두 요(堯) 임금 때의 고사(高士). 두 사람 다
요 임금이 천하(天下)를 양여(讓與)하려 하였으나,
모두 거절하고 산에 들어가 숨어 살았다.
數叢凉竹。依稀風雨之天。一片落英。漏洩神仙之境。
牡丹有三萼。菖蒲生九花。於是。軒蓋騈闐。盃盤狼藉。
酌瓊樽之九醞。羅玉俎之八珍。戒門下無留鄭司農之好客
。曰座上恒滿孔大夫之喜賓。
두어 그루 서늘한 대는 풍우의 하늘을 연상케 하고,
한 조각 떨어진 꽃은 신선의 경계를 드러내도다.
세 송이 모란꽃이요, 아홉 송이 창포꽃이라,
이에 수레와 일산이 문을 메우고 술과 안주가 소반에 가득하여,
구슬 항아리의 구온주(九醞酒)를 따르고 옥 도마의
팔진미(八珍味)를 차려 내는데, 문하에게 지체함이 없도록
훈계함은 정 사농(鄭司農)의 문객을 좋아함이고,
자리가 항상 가득함을 일컬음은 공 대부(孔大夫)의 내빈을 기뻐함이로다.
[주-D002] 문하(門下)에게……좋아함이고 :
정 사농(鄭司農)은 한(漢) 나라 무제(武帝) 때 대농령(大農令)을 지낸 정당시(鄭當時)로
자가 장(莊)인데, 그가 태사(太史)가 되었을 적에 문하(門下) 사람들에게 훈계하기를,
“손님이 찾아오면 귀천(貴賤)을 가리지 말고 문앞에서 기다리는 이가 없게 하라.
[無貴賤無留門者]” 하였다는 고사가 있어 후에
‘정장호객(鄭莊好客)’이라는 성어가 생겼다. 《史記 卷120 汲鄭列傳》
[주-D003] 자리가……기뻐함이로다 :
공 대부(孔大夫)는 곧 후한(後漢) 때의 태중 대부(太中大夫)였던 공융(孔融)을 가리킨다.
그는 성품이 너그럽고 선비들을 좋아하여 항상 빈객(賓客)이 문에 가득하였는데,
그가 일찍이 감탄하기를 “자리 위에는 빈객이 항상 가득하고,
동이에는 술이 항상 비지 않으니 나는 근심할 일이 없다.” 하였다.
《後漢書 孔融傳》
麗日舒長。好風搖颺。倚靑松而岸幘。環流水以浮觴。
慕蘭亭稧春之遊。追河朔避暑之飮。
맑은 날씨가 포근히 비추고 좋은 바람이 가볍게 불어오면,
푸른 소나무에 기대어 두건을 젖히고 흐르는 물에 둘러앉아
술잔을 띄우면서, 난정(蘭亭)의 봄 수계(修禊)를 그리워하고
하삭(河朔)의 피서(避暑)하던 술잔을 상상하리.
[주-D004] 난정(蘭亭)의 봄 수계(修禊) :
수계는 음력 3월 상사일(上巳日 3월의 첫 번째 사일(巳日))에 불상(不詳)을
제거하기 위해 물가에서 지내는 제사. 왕희지(王羲之) 의 난정집 서(蘭亭集序)에
“모춘(暮春)의 초엽에 회계산(會稽山)의 난정에 모여 계사(禊事)를 치렀다.” 하였다.
[주-D005] 하삭(河朔)의……술잔 : 하삭은 황하(黃河) 이북의 땅인 하북(河北)을 말한다.
후한(後漢) 말엽에 유송(劉松)이 하삭에 있으면서 삼복(三伏) 무렵이면 항상
원소(袁紹)의 자제(子弟)와 함께 연일 주야로 술을 마시면서 피서했다 한다.
謝篇韓鉞。主人是令狐相公。孔思周情。坐客皆昌黎儒老。
新荷出水。垂柳低軒。紅衣錦羽之禽。
浮沈玉沼。緗觜綠毛之鳥。嘐唳金籠。
移眞定之甘梨。蒔房陵之縹李。
사씨(謝氏)의 시편(詩篇)과 한씨(韓氏)의 부월(斧鉞)은
주인이 바로 영호(令狐) 재상이고,
공자(孔子)의 사상과 주공(周公)의 인정은 빈객이
모두 창려(昌黎) 선비이다.
새 연꽃이 물에 솟아오르고 늘어진 버들이 난간에 닿으면
붉은 비단 날개 새들이 옥지(玉池)에 떴다 잠겼다 하고,
누른 부리 푸른 털 새들이 금 우리에게 지저귀도다.
진정(眞定)의 단 배나무를 옮겨오고
방릉(房陵)의 남색 오얏나무를 심은지라,
[주-D006] 진정(眞定)의 단 배나무 :
진정은 지명. 이 지방에는 배[梨]가 특산물인데
크고 맛 좋기로도 유명하다. 위 문제(魏文帝)의 조서(詔書)에
“진정의 배는 크기가 마치 주먹만하고 달기는 마치 꿀과 같다.” 하였다.
[주-D007] 방릉(房陵)의……오얏나무 :
방릉은 호북성(湖北省)에 있는 현명.
《술이기(述異記)》에 “방릉현 정산(定山) 주중(朱仲)의 집에 남색 오얏이 있는데,
전대에 보기 드문 기물(奇物)이었다.” 하였다.
如迎如醉如達如跂。木黨伍於杜牧園。若行若驟若動若跧。
石騈羅於奇章。野訝入藏春塢裏。似遊自雨亭前。
맞이하는 듯 취한 듯 뻗은 듯 기는 듯한 나무들은
두목(杜牧)의 동산에 무리를 지었고,
[주-D008] 맞이하는 듯……무리를 지었고 :
당(唐) 나라 때 문장가인 두목(杜牧)의 만청부(晩晴賦)에
“나무가 떼지어 있으니, 서 있는 것은 마치 맞는 듯하고, 숙이는 것은 취한 듯하고,
높은 것은 뻗은 듯하고, 나직한 것은 기는 듯하다.
[木勢黨伍兮 行者如迎 偃者如醉 高者如達 低者如跂]” 하였다.
가는 듯 달리는 듯 움직이는 듯
엎드린 듯한 돌들은 기장(奇章)의 들판에 줄을 나란히 해,
[주-D009] 가는 듯……나란히 해 :
기장(奇章)은 수(隋) 나라 때 기장군공(奇章郡公)에 봉해진 우홍(牛弘)을 가리키는데,
우홍이 평소 기암괴석(奇巖怪石) 모으는 일을 취미로 삼았던 고사이다.
백거이(白居易)의 태호석기(太湖石記)에
“옛날 달인(達人)들은 모두 특별히 즐긴 것이 있다.
현안 선생(玄晏先生 현안은 진(晉) 나라 황보밀(黃甫謐)의 호)은 글을 즐겼고,
혜 중산(嵇仲散 중산은 진(晉) 나라 혜강(嵇康)이
중산 대부(中散大夫)를 지냈으므로 이름)은 거문고를 즐겼고,
도 정절(陶靖節 정절은 진 나라 도잠(陶潛)의 시호)은 술을 즐겼고,
승상(丞相) 기장공(奇章公)은 돌을 즐겼다.” 하였다.
마치 장춘오(藏春塢) 속으로 영접 받아 들어가고
[주-D010] 장춘오(藏春塢) :
송(宋) 나라 때 조약(刁約)의 실명(室名). 조약이 일찍이 벼슬을 하다가 사직하고
돌아와 윤주(潤州)에다 실(室)을 세우고 이를 ‘장춘오’라 이름하였다.
소식(蘇軾)의 시에 “장춘오 안에 꾀꼬리와 꽃이 들레고.
[藏春塢裏鶯花鬧]” 하였고, 사마광(司馬光)의 시에는
“장춘이 어디에 있느뇨. 수많은 송림 무성도 하리.
[藏春在何處 鬱鬱萬松林]” 하였다
자우정(自雨亭) 앞에 노는 듯하여라.
[주-D011] 자우정(自雨亭) :
송(宋) 나라 소식(蘇軾)이 지은 희우정(喜雨亭)인 듯하나 자세히는 알 수 없다.
彎弓一百斤。壯矣猛夫之角力。
落筆三千字。藹然才子之摛華。
虛閣先秋。深林自籟。仰飛甍而悸魄。俯碧井以澄神。
雲鬢玉顔兮艶鬪春花。鵾絃鐵撥兮聲飛晴雹。人生行樂耳。
美景不飮何。吾聞太白竹溪。虛作淸時之逸老。裵公水榭。
暫爲晚節之退居。何如名敎之場。亦有逍遙之樂。
自公而退食。好事者從遊。僕幸接芳隣。屢塵淸會。
梁鷰來往。縱依廈屋之陰。海鳥眩悲。徒費大牢之饗。
1백 근의 활을 당기니 장하도다 맹부(猛夫)의 씩씩한 팔 힘이요,
3천 글자의 붓을 휘두르니 아름답다 재자(才子)들의 화려한 문장일세.
빈 누각에 가을이 먼저 찾아들고 깊은 숲에 바람 소리가 절로 들려오면
높다란 용마루를 우러러 혼백을 가다듬고,
푸른 우물을 내려다보며 심신을 맑히는데 구름 머리에
옥 같은 얼굴의 여인들은 봄꽃과 고움을 다투고,
곤계 울음소리와 방불한 거문고 줄을 퉁길 때는
맑은 날의 우박 소리로 떠오른다. 인생은 즐겁게 지낼 것이거늘
이 아름다운 경치에 마시지 않고 무엇하랴.
나는 듣건대, 태백(太白)의 죽계(竹溪)는 헛되이 태평 시대의
숨은 늙은 이가 되어 버렸고,
[주-D012] 태백(太白)의 죽계(竹溪) :
태백은 당(唐) 나라 이백(李白)의 자이고, 죽계는 저래산(徂徠山) 아래 있는 지명이다.
이백이 술을 좋아하여 술친구인 공소보(孔巢父)ㆍ한준(韓準)ㆍ배정(裴政)ㆍ
장숙명(張叔明)ㆍ도면(陶沔)과 함께 저래산에 있으면서
매일같이 취하도록 마시곤 하면서
‘죽계육일(竹溪六逸)’이라 이름하였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新唐書 卷202 李白傳》
배공(裴公)의 수사(水榭)는
잠깐 만년의 한가한 거처였을 뿐이라,
[주-D013] 배공(裴公)의 수사(水榭) :
배공은 당나라 재상 배도(裴度)를 가리키고 수사는 물가에 세운 대사(臺榭)의 뜻인데,
여기서는 배도의 녹야당(綠野堂)을 가리킨다.
배도가 만년에 관직을 그만두고 나와 오교(五橋)에다 별장을 짓고
그 가운데 양대(涼臺) 서관(暑館)을 만들어 이를 ‘녹야당’이라 이름하고는
여기서 백거이(白居易)ㆍ유우석(劉禹錫) 등과 함께 매일같이 술을 마시며 즐겼다.
《新唐書 卷172 裴度傳》
어찌 이 명교(名敎)의 장소에 또 소요(逍遙)의 즐거움이 있는 것만하랴.
공께서 퇴식(退食)함으로부터 호사자들이 따라 노는데
나는 다행히 좋은 이웃에 접해 여러 번 맑은 모임을 더럽혔으니,
오가는 들보의 제비는 비록 큰 집의 그늘을 의지하지만,
[주-D014] 들보의……의지하지만 :
제비는 아무리 미물이지만 사람이 사는 집의 들보에 깃들기 때문에 한 말이다.
《淮南子》에 “큰 집[大廈]이 이룩되어야 연작(燕雀)이 서로 축하한다.” 하였다.
바다 새는 슬퍼하며, 한갓 큰 잔치의 음식만 허비하는 격이라,
[주-D015] 바다 새[海鳥]는……허비하는 격 :
《장자(莊子)》 달생(達生)에 “옛날 바다새 한 마리가 날아와 노(魯) 나라 교외에 앉자
노 나라 임금이 그를 좋아하여 소ㆍ양 등을 잡아 큰 잔치를 벌여서 그를 먹여주며
구소(九韶)의 음악을 연주하여 그 새를 즐겁게 하려 하였으나,
그 새는 처음부터 근심하고 슬퍼하며 눈이 어지러워져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였다.
이것은 자기를 기르는 방법으로 새를 길렀기 때문이다.”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는 오직 과분한 자리에 자신이
참석하게 되었다는 뜻만을 취한 것이다.
欲一染其柔翰。恐厚辱於名園。雖然奇花異草兮丹靑我心。
明月淸風兮。 氷雪我眼。物亦厚人多矣。吾將闕詩可乎。
若使滕閣欠落霞之篇。謝池無春草之句。
則靑山騁絶交之議。芳樹含獻笑之容。聊費一吟。恭呈八詠。
한번 붓을 잡고 글을 쓰려 하다가도 너무나 이름난 동산을
욕되게 할까 염려했다. 오, 그러나 신기한 꽃과 이상한 풀들이
나의 마음을 곱게 그리고,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나의 눈을 시원히 씻어주니,
사물도 사람을 이처럼 후대 하거늘 내가 여기에 시를 쓰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만약 등왕각(滕王閣) 서문에 낙하(落霞)의 한 구절이 없었거나,
[주-D016] 등왕각(滕王閣)……한 구절 :
글 가운데 아주 뛰어나게 잘된 경구(警句)를 지칭한 말이다.
당(唐) 나라 왕발(王勃)이 등왕각서(滕王閣序)를 지었는데,
그 중에서 “나직한 놀은 외로운 따오기와 가지런히 날고,
가을 물은 긴 하늘과 한 빛이로세.[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
한 것이 가장 세인(世人)들에게 경구로 불려지기 때문이다.
사공(謝公)에게 지당춘초(池塘春草)의 구절이 없었더라면,
[주-D017] 사공(謝公)에게……구절 :
사공은 남조 송(南朝宋) 때의 사영운(謝靈運)을 가리킨 말이고,
지당춘초(池塘春草)의 구절이란 곧 깜짝 놀랄 만한 시구의 일컬음이다.
남조 송 때 사혜련(謝惠連)이 어릴 적부터 글을 잘하여,
족형인 사영운이 그를 매우 대견스럽게 여겼다.
그런데 한번은 사영운이 하루종일 어떤 시구를 생각하였으나
얻지 못하다가 문득 꿈에 혜련을 만나 그에게서
“지당에 봄풀이 난다.[池塘生春草]”는 시구를 얻고는 이 구절을 대단히 잘된 것으로 여겨,
항상 이르기를 “이 말이야말로 신공(神功)이 들어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하였다. 《南史 卷19 謝惠連傳》
푸른 산이 교제를 끊으려는 의논을 퍼뜨리고,
꽃다운 나무가 비웃는 얼굴을 나타낼 테라.
부질없이 한편의 시를 읊어 공손히 팔영(八詠)을 올리나이다.
退食齋 命予名齋。其餘皆公所榜。
酷着林泉妨廟算。久纏簿領損天和。
唯公別占風流地。朝退時時載酒過。
퇴식재(退食齋)
이 퇴식재만은 나를 시켜 지은 이름이고 나머지는 다 공이 표방한 것이다.
너무 임천에 집착하면 나라 일에 소홀하고 / 酷着林泉妨廟算
오래 문서에 얽매이면 몸의 원기를 손상하는데 / 久纏簿領損天和
오직 공께선 따로 풍류의 자리를 점거했어라 / 惟公別占風流地
조정에서 물러나면 때때로 술을 싣고 찾아오시네 / 朝退時時載酒過
靈泉洞
靈派來從石竇深。一條落井碎球琳。
愛泉眞趣那輕說。賭得餘淸更洗心。
영천동(靈泉洞)
신령한 물줄기 깊은 돌 구멍을 타고 내려와 / 靈派來從石竇深
한 가닥 떨어지는 물 구슬이 부숴지듯 / 一條落井碎球琳
샘을 사랑하는 참된 취미 어찌 함부로 말하랴 / 愛泉眞趣那輕說
나머지 맑음을 빌어 다시 마음을 씻네 / 賭得餘淸更洗心
滌暑亭
傍簷涼竹綠陰稠。繞座寒泉爽氣浮。
每到三庚金伏日。此亭淸冷恰如秋。
척서정(滌暑亭)
처마 옆 시원한 대나무엔 푸른 그늘이 짙고 / 傍簷涼竹綠陰稠
자리 밑 찬 샘물엔 서늘한 기운 떠오른다 / 繞座寒泉爽氣浮
삼복 더위에도 늘 여기에만 오면 / 每到三庚金伏日
정자의 맑고 서늘함이 가을과 같네 / 此亭淸冷恰如秋
獨樂園
一泉寒水呼隣吸。縱隣里入汲井。
滿榻淸風共客分。唯有名園靜中樂。
不曾容易使人聞。
독락원(獨樂園)
단 하나인 샘물을 이웃 불러 마시게 하고 / 一泉寒水呼隣吸
이웃 사람들이 샘물 길어 가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
탑에 가득한 맑은 바람도 손들과 함께 하면서 / 滿榻淸風共客分
고요한 속에 홀로 즐기는 이 동산만은 / 惟有名園靜中樂
아예 남들에게 쉽사리 알리지 않네 / 不曾容易使人聞
燕默堂
一堂虛白映山明。隱几冥觀滌世情。
谷鳥那能啼破寂。心空萬物本無聲。
연묵당(燕黙堂)
텅 빈 마루가 산에 비춰 환한데 / 一堂虛白映山明
안석을 기대고 명상에 들어 세속 정을 씻누나 / 隱几冥觀滌世情
골짜기의 새울음인들 어찌 고요함 깨뜨리랴 / 谷鳥那能啼破寂
마음이 공하면 만물이 본래 소리가 없다네 / 心空萬物本無聲
漣漪池
碧水無端滿曲池。新荷數朶漾漣漪。
憑公莫憶江湖景。看取鴛鴦得意時。
연의지(漣漪池)
푸른 물은 무엇하러 굽은 못에 가득 찼나 / 碧水無端滿曲池
새 연꽃 두어 송이 잔물결에 일렁이네 / 新荷數朶漾漣漪
부디 공께선 강호의 경치를 그리워 마시고 / 憑公莫憶江湖景
원앙새 자유로이 놀 때를 기다려 보시기를 / 看取鴛鴦得意時
綠筠軒
萬樹前頭似一般。誰知歲暮獨凌寒。
請公用意勤封槇。莫作花前舊眼看。
녹균헌(綠筠軒)
온갖 나무들이 앞으로 다 시들기 마련이라 / 萬樹前頭似一般
겨울이 다 되도록 홀로 추위 견딤을 누가 알랴 / 誰知歲暮獨凌寒
부디 공께선 부지런히 북돋고 길러서 / 請公用意勤封植
꽃을 보는 눈으로는 보지 마시기를 / 莫作花前舊眼看
大湖石
揚歷鴛行四十年。有時淸夢繞雲煙。
從今莫起靑山想。天遣荊廬落眼前。
대호석(大湖石)
벼슬자리 거쳐온 지 사십 년이라 / 揚歷鴛行四十年
때로는 맑은 꿈이 구름에도 얽혔으리 / 有時淸夢繞雲煙
이제부턴 푸른 산을 생각지 마오 / 從今莫起靑山想
하늘이 형산(荊山) 여산(廬山)을 눈앞에 내려보냈으니 / 天遣荊廬落眼前
[주-D018] 형산(荊山) 여산(廬山) :
형산은 호북성(湖北省)에 있는 산으로 옥(玉)이 나는 명산이고,
여산은 강서성(江西省)에 있는 명산이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진영 (역) |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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