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산행
언제 : 2011년 6월18일
누구와 : 아들과
어디로 : 장봉도(국사봉:151m, 봉수대:130.7m)
지난주 가기로 했던 섬 산행을 생각지도 안 했던 아들과 약속을 한다. 지난해 3월 군 제대, 산을 같이 다니길 나는 소원했고 바로 고가의 등산화를 구입해주니 옷장 위에 박스 채 있는지 어언 일년 2개월, 여러 번 감언이설로 배낭도 준비해주고 옷도 사주며 산에 가자 했건만 먹혀 들어가질 안더니 웬일인지 이번은 순순히 따라 나선다. 와이프는 나보다 더 아들넘을 챙기니 은근히 질투가 난다.ㅋㅋ. 첫 숟가락에 배부를 생각하지 말라고 살살 달래서 데리고 다녀오랜다. 스물다섯 먹은 덩치를 아직도 어린애로 취급 하니 참…… 부모는 육십이 넘은 자식도 염려가 된다는 말이 틀림이 없나 보다.^^
장봉도는 긴장(長)자와 봉우리봉(峰)자를 사용하고 있다. 조그마한 섬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낮은 봉우리가 수도 없이 많다. 신석기시대 전기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하였던 것으로 보이며 실질적으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1231년)에 몽고가 침공하자 강화에서 이주하기 시작한 이후라고 한다. 전형적인 육산이고 중간중간 마을로 내려가는 임도가 개설되어 있어 맞춤형 등산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봄과 여름 그리고 하루 저녁의 야영이 떠오르지만 이번 산행은 트레킹 코스가 정식적으로 생긴지 얼마 안되어 연초에 나름대로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미루고 미루다 결국은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안인 어중간한 계절을 이용 다녀오게 되었다. 가막머리 낙조는 은빛물결과 함께 장관을 이루며 섬 산행에 빠질 수 없는 능선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도 으뜸이다. 요즘 유행을 불러 일으키는 오토캠핑을 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곳에 있으며 지난해 12월29일 공항전철이 개통되어 대중교통을 이용 쉽게 접근할 수 있어 가족 또는 단체 여행 겸 산행에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서울역에 도착하니 보기 싫은 장면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인천에서 IMF당시 동서사업을 돕다가 한번에 망가진 후 모든걸 넘기고 그래도 직장 가까운 곳으로 옮긴다고 서울로 이사, 다 쓰러져가는 무허가 집 방 한 칸에 월세로 살면서 힘들 때면 퇴근 후 이곳에 와 마음을 다잡고 갈 때가 한두 번이 안이었는데 생각하며 십 수년이 지난 서울역은 최고의 시설로 변했건만 노숙자들은 여전히 변함 없이 터를 잡고 있는 모습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대합실에 들어서니 예전 서부역 방향으로 공항열차 탑승 안내 표시가 잘되어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며 우리와 대조적인 승객들을 본다. 우리는 배낭이지만 대중에 보이는 승객들은 모두 여행가방을 끌고 다닌다. 8시 26분 출발하는 열차로 확인 했기에 잠깐 차에서 내려 열차 시간표를 카메라에 담는데 “열차 출발합니다” 하며 출입문을 닫는다. 우잉~ 간신히 손을 뻗어 닫히는 출입문에 넣으니 경고음이 발생하며 무척 긴 듯 몇 초가 지나 문이 열리고 후유~ 한숨이 나온다. 일반 전철보다 성능이 좋은지 거침없이 달려 46분만에 운서역에 도착, 역을 빠져나오니 아침인데도 뜨거운 태양이 작열한다. 바로 앞 사거리에 도착 버스배차시간을 보니 6월3일 변경된 시내버스의 안내표시가 되어 있으며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배편의 시간에 맞춰 한 시간에 한대 배차며 주변에 알아보니 롯데마트 방향에 710번이 있으며 30분마다 있다고 한다. 배 출항시간이 여유 있어 이곳에서 출발하는 221-1번을 기다리니 몇몇은 콜밴을 이용한다. 20여분을 기다려 9시40분 도착하는 버스에 승차 약 15분을 달려 삼목선착장에 도착, 대기하고 있는 세종7호에 승선 새우깡 갈매기와 수시로 이륙하는 비행기의 날갯짓을 보며 시원한 바닷바람에 온 몸을 기댄다. 간판에는 단체손님들의 술 파티로 시끄러워 선실로 피신(?)10시43분 장봉도에 도착 만원버스에 승차,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장봉3리에서 하차하지만 우리는 장봉4리에 하차한다. 포장된 임도따라 고개를 넘어 11시33분 버스기사가 안내해준 1Km전방에 위치한 이정표에 도착, 일부는 가막머리(2.1Km)부터 산행한다며 해안따라 내려가고 와이프가 걱정하는 장 시간짜리 산행을 포기하고 팔각정자(600m)쪽으로 급경사 길을 오른다. 부부가 나무지팡이를 들고 힘겹게 오르는 모습을 뒤로 6분만에 벤치가 있는 능선에 올라선다. 어느덧 땀 범벅이 되어있는 아들은 반바지 입고 온 것을 후회한다. 나 또한 아들과 맞추기 위하여 7부 등산바지를 입었으니 시원하기는 하지만 등산로 주변 잡풀에 의하여 여기저기 글 켜 따가운 맛을 본다. 완만한 경사를 진행 아리송한 이정표에 도착, 분명 팔각정과 봉수대가 같이 있어야 될 상황이지만 가막머리 방향에 팔각정자 170m와 오른쪽 국사봉 방향으로 봉수대 300m로 되어 있다. 무시하고 봉수대방향으로 진행, 들머리에서 19분만에 팔각정에 도착한다. 봉수대라고 하여 우리동네 안산봉수대를 생각했지만 돌무더기로 흔적만 남아 있다 역사의 고증자료가 될 수 있는 자리이기에 좀 더 관리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뒤로 햇살이 강하여 안내도만 잠시 확인 후 우리가 진행해야 할 방향 숲 속으로 이동한다. 등산로는 잘 조성되어 있지만 나무들이 무성하여 조망은 봉우리에 올라가야 될 듯 주변에 사유지 표시로 철조망이 길게 포설되어 있다. 잠시 후 임도에 도착 오른쪽 장봉4리 방향으로 임도따라 진행하다 다시 산으로 접어든다. 아들은 오랜만에 산에 왔기에 연신 배낭에서 물을 꺼내 마신다. 아침에 준비하기를 배낭에 식수 통 3개와 아들 배낭에 2개를 넣어 가지고 온 것이 잘 했구나 생각, 벤치에 잠시 휴식한다. 수시로 오르내림과 동반하여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어 위치확인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 도로를 가로지르기를 번복한다. 전방에 나무계단이 조성되어 있어 내려서니 장봉3리와 대빈창선착장 이정표가 나타나며 직진하여 펜션(전원주택?)공사가 마무리되어가는 곳으로 진행 오른쪽 숲 속으로 접어들어 바로 앞 물탱크를 지나 수도시설이 있는 곳에 도착한다. 여름철 산행에 제일 반가운 건 역시 시원한 물이기에 몇 명의 산객들이 모여 있다가 우리가 도착하니 자리를 내어 준다. 땀을 씻고 한 모금 마셔보니 수돗물과는 다른 맛을 느낀다. 자리를 내준 산객들은 우리가 내려온 쪽으로 진행을 안하고 바로 임도따라 산행을 한다. 결국은 이정표 있는 곳과 만나는 길이기에, 땀을 씻고 소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니 피톤치드향과 조화가 되어 기분이 업 된다. 1시 또 하나의 물탱크를 지나 바로 앞 헬기장을 지나 우측 공터에 자리를 잡고 30여분의 꿀맛 같은 점심을 해결한다. 아들은 좀 부족한지 모과주를 한 모금 마시고 일어 선다. 경사 길을 올라 전방 국사봉 팔각정을 보고 내려서니 장봉2리 갈림길 이정표가 나오며 사유지 출입금지 스티커가 우측에 군데군데 설치된 경사 길을 올라 1시45분 국사봉 팔각정에 도착하여 사방을 조망한다. 해무가 약간 덮여있는 바다는 점점이 떠있는 섬들 중 북쪽으로 석모도의 해명,낙가산이 다가오며 그 옆으로 강화도 산세가 푸르름을 더해간다. 내부 쪽으로는 우리가 진행해 온 산세가 장봉리 마을과 겹쳐 포근하게 다가 오고 그 아래 해변가는 썰물로 인하여 넓은 갯벌이 조망되며 무엇을 잡는지 점점이 움직임이 보인다. 팔각정에는 늦은 점심 해결로 산객들이 터를 잡고 있어 440m전방에 있는 말문고개 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아침부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부부산객이 사진 한 장 찍어 달랜다. 서로 오고 가는 정이라고 우리도 찍어준다니 아들과 오랜만에 어깨를 마주한다. 지난 해 3월4일 제대 후 바로 학업에 복귀 일년을 힘들어 하더니 결국은 올 한해 휴학을 하고 학원에다 독서실이다 학교 때보다 더 안달이지만 결국은 친구들과 만나면 날밤 새기 일수니 가끔 와이프와 입씨름을 하지만 결론은 아들이 이기는 싸움이다 보니 불똥이 나에게 튄다. 왜 자식에게 신경 안 쓰냐고 하지만 나이가 어느덧 스물다섯이나 된 놈을 딱히 하라 마라 하고 싶지 안다. 자식은 낳으면서부터 애(사랑 애)물 단지라고 했다지 않는가?? 오늘 산행도 울 아줌씨가 만든 작품이니 산행하면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알아서 하라고만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도착한 곳은 말문고개 포장도로를 건너 통나무 계단과 좌측의 철망을 끼고 진행 123봉을 지나 2시19분 다시 포장도로를 가로질러 벤치가 설치되어 있는 봉에 도착 잠시 휴식 후 잘 정리된 묘지를 지나 흰 건물 뒤편으로 내려선다. 뒷장술해수욕장이 보이는 혜림원에 도착 전망대 방향으로 올라간다. 혜림원은 지적 장애자복지시설로서 복권기금(산림청녹색기금)으로 조성된 곳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더크계단을 잠시 오르니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해 놓아 해수욕장과 그 넘어 조그마한 무인도가 한 폭의 풍경화로 그려진다. 혜림원을 벗어나 한참 건축중인 건물과 물탱크 사이로 진입 가파른 경사 길에 아들이 힘들어 한다. 2시50분 옹암해수욕장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합쳐지면서 상산봉에 올라 벤치에서 조망을 한다. 앞에 보이는 팔각정에만 가면 오늘 산행은 마무리된다고 이야기하니 어서 출발하자고 독촉한다. 떡갈나무가 우거진 등산로를 내려서니 팔각정 200m의 이정표가 나온다. 햇볕에 노출된 등산로를 아들이 헉헉 하니 나도 모처럼 헉헉, 마지막 통나무계단 30여개를 올라 팔각정에 오르니 사방이 확 트이며 시원한 바람이 가슴으로 파고든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영종도의 관제탑 등이 조망되며 강화석모도가 바로 앞에 다가온다. 그사이로 쾌속정이 굉음을 내뽑으며 어디를 가는지 물보라를 일으키며 섬 사이로 사라진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지나온 산세가 오밀조밀 섬들과 조화롭게 다가온다. 10여분을 휴식 후 3시17분 팔각정을 내려서니 떡갈나무 잎 그늘에 하늘소 종류의 곤충들이 벌써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오늘 서울날씨가 32도까지 오른다고 했으니 지금쯤이면 서울에도 무더위가 최고조인 시간, 산에 오길 잘했다 느낀다.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산책로를 따라 내려서니 왼쪽으로 섬과 섬을 연결한 잔교가 설치되어 있지만 힘들어 하는 친구가 옆에 있으니 포기하고 포장도로를 따라 만선의 기쁨을 주었다는 전설의 인어상이 있는 웅암선착장에 도착 슈퍼에서 캔맥주로 산행 마무리를 한다.
※후기
대학 1학년 때 지리산 종주 후 실로 오랜만에 아들과 산행을 하니 많이 켰구나 생각…… 산에 오르면서 등산은 인생과 같은 거라며, 산행 출발 시 배낭을 얼마나 잘 꾸리는지에 따라 즐겁고 힘이 덜 들듯이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걸 명심하라고 당부하며 모처럼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나니 가끔 이런 산행을 꿈꿔보지만 언제 또 다시 산에 가자고 하면 “알았어요” 라는 답이 올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자기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며 기분이 좋아 보이니 다행이다. 장봉도는 휴양지로 많이 알려져 있고 임도따라 자전거 트레킹도 인기가 있어 등산로도 임도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초보자도 즐길 수 있는 산이며 무거운 배낭 메고 올라와 야영하면서 일몰의 멋진 광경도 보며 추억거리 한가지 만들 수 있는 곳이다.
대중교통
서울역(구 서부역)에서 출발하는 공항전철 이용 운서역에서 하차(약 46분 소요)
첫차 5시38분 ~ 막차 23시38분까지 있음.
※환승가능역:홍대입구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김포공항역, 계양역
운서역에서 삼목선착장까지(15분 소요) 221-1번(세븐일레븐 편의점 앞)버스(매시 40분에 출발) 또는 710번(롯데마트 앞)버스.
자가교통
수도권-신공항고속도로-화물터미널방향-삼목교차로-삼목선착장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영종대교를 통과 2km 직진 후 화물터미널 표지판에서 우회전 해안도로에서 4km 정도 직진 후 삼목사거리에서 우회전→ 삼목선착장에 도착
해상교통
삼목선착장 – 장봉선착장(약 30분 소요)
삼목선착장에서 7시부터 18시까지 매시10분에 출발, 장봉도선착장에서 정시에 출발(삼목선착장에서는 인적사항만 적어서 승선, 돌아 올 때 요금 지불)
왕복승선료이며 대인 5,500원 소인 3,800원(인천시민은 50%할인)
승용차 30,000원(기타차량 문의)세종해운032-884-4155, 032-751-2211
마을버스는 장봉4리까지 배 도착에 따라 대기하고 있음.
※영종도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신도와 시도, 모도 3개 섬은 연륙교로 연결되어 있어 자전거 트레킹이 인기가 있으며 삼목선착장에서 출항하는 배편이 있으며 장봉도에서 출항하여 그 섬을 경유하는 배도 있음. 장봉도가 아니더라도 신도 쪽 여행도 해볼만한 곳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