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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7453]두보시301~400;가나다순, 유구법조(劉九法曹)~추흥팔수(秋興八首)
<杜甫詩 原文解釋 4>
두보 : 712~770 자는 자미(子美)이고, 호는 소릉야노(少陵野老)이다.
명문가 집안으로 본적은 후베이성 샹양(襄陽)이다.
시성(詩聖)이라고 부르고, 그의 시를 ‘시사(詩史)’라고 일컫는다.
그는 약 1천5백여 수의 시를 남겼는데, 대부분 『두공부집(杜工部集)』에 실려 있다.
<詩題別 順序-가나다순 452수> 劉九法曹~
301.유구법조정하구석문연집(劉九法曹 鄭瑕丘 石門宴集)
법조참군사 유씨, 하구현령 정씨와 석문에 모여 잔치하다
秋水淸無底(추수청무저) : 가을 물 맑아 바닥이 보이지 않아
蕭然淨客心(소연정객심) : 쓸쓸하게 나그네 마음을 씻어주는구나.
掾曹乘逸興(연조승일흥) : 연조 유씨는 편안한 흥취를 타고
鞍馬到荒林(안마도황림) : 안장 얻은 말이 황폐한 숲에 이르렀다.
能吏逢聯璧(능리봉련벽) : 유능한 관리가 같은 좋은 친구 만나니
華筵直一金(화연직일금) : 화려한 술자리 한 덩이 금에 값하노라.
晩來橫吹好(만내횡취호) : 저녁에 오랑캐 노래는 좋고
泓下亦龍吟(홍하역룡음) : 깊은 물 아래에서 용도 시를 읊는다.
302.유별공안태역사문(留別公安太易沙門) 공안의 태이 스님과 작별하며
隱居欲就廬山遠(은거욕취려산원) : 멀리 여산으로 가서 은거하고 싶으니
麗藻初逢休上人(려조초봉휴상인) : 아름답게 지은 시문 처음엔 탕휴스님(休上人·惠休) 뵙는 듯 했었네.
先蹋爐峰置蘭若(선답로봉치란약) : 먼저 향로봉 올라 암자를 차릴테니
徐飛錫杖出風塵(서비석장출풍진) : 천천히 석장을 날려 풍진세상 벗어나시게.
대력 3년(768) 가을에 두보는 강 동쪽을 따라 내려가 공안을 경유하면서 “공안의 태이 스님과 작별하며(留別公安太易沙門)”란 시를 지었다.
303.유소부신화산수장가(劉少府新畵山水障歌)/(奉先)劉少府新畵山水障歌 - 두보(杜甫)
유소부가 그린 산수 병풍에 대한 노래
堂上不合生楓樹(당상불합생풍수) : 대청 위는 단풍나무가 자라기에 합당하지 않거늘
怪底江山起煙霧(괴저강산기연무) : 괴이하다 강산에 연무(煙霧)가 일어나네.
聞君掃卻赤縣圖(문군소각적현도) : 그대가 적현(赤縣)의 산수도 그렸단 말 듣고
乘興遣畫滄洲趣(승흥견화창주취) : 흥을 타 창주(滄洲)의 흥취 그리게 하였네.
畫師亦無數(화사역무수) : 화공들 또한 무수히 많지만
好手不可遇(호수불가우) : 좋은 솜씨는 만날 수 없다오.
對此融心神(대차융심신) : 이를 대함에 마음과 정신 무르익으니
知君重毫素(지군중호소) : 그대 붓과 흰 비단 소중히 여김 알겠노라.
이 시는《杜少陵集(두소릉집)》 4권에 실려 있으며, 원래 제목은〈奉先劉小府新畵山水障歌(봉선유소부신화산수장가)〉이다. 여기의 유소부(劉小府)는 〈橋陵(교릉)〉시에 나오는 ‘王劉美竹潤(왕유미죽윤)’의 유(劉)인 듯하고, 소부(小府)는 현(縣)의 위관(尉官:경찰 사무를 담당)의 경칭(敬稱)인데 《文苑英華(문원영화)》 제목 밑의 주에 ‘奉先尉劉單宅作(봉선위유단택작)’이라 한 것으로 보아 이름은 單(단)이다. 두보가 봉선(奉先)에 있을 때인 천보(天寶) 13년(754)에 봉선현위로 있던 유단이 그린 한 폭의 산수 병풍을 보고, 그림을 찬미함과 동시에 은둔하고 싶은 흥취를 읊은 내용이다.
* 堂上(당상) : 유단의 집 대청 위
* 赤縣(적현) : 봉선현을 가리킨다. 경읍(京邑)의 속현(屬縣)에는 적(赤)과 기(畿)가 있는데 인구가 많고 물산이 풍부한 곳을 적(赤)이라 하였는바, 봉선현이 두 번째로 번화하였기 때문에 개원(開元) 4년(716) 적현으로 개칭하고 경조(京兆)에 소속시켰다. 또는 적현신주(赤縣神州)의 약칭(略稱)으로 중국(中國) 또는 중원(中原)을 통칭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 乘興遣畵滄洲趣(승흥견화창주취) : 창주(滄洲)는 강호(江湖)와 같은 말로 창주취(滄洲趣)는 강호에 은둔하여 자연을 즐기며 한가롭게 생활하는 흥취를 이른다.
* 重毫素(중호소) : 붓과 비단을 소중하게 여김
豈但祁嶽與鄭虔(기단기악여정건) : 어찌 기악과 정건 뿐이겠는가?
筆蹟遠過楊契丹(필적원과양계단) : 필적이 양계단(楊契丹)보다도 훨씬 뛰어나네.
得非懸圃裂(득비현포렬) : 어찌 곤륜산의 현포(玄圃)를 잘라다 놓은 것이 아니며
無乃瀟湘翻(무내소상번) : 소상강(瀟湘江)이 뒤집혀 흐르는 것이 아니겠는가.
悄然坐我天姥下(초연좌아천모하) : 초연히 나를 천모산(天姥山) 아래에 앉혀 놓으니
耳邊已似聞清猿(이변이사문정원) : 귓가에는 이미 맑은 원숭이소리 들리는 듯하네.
反思前夜風雨急(반사전야풍우급) : 돌이켜 생각하니 어젯밤에 비바람이 급하더니
乃是蒲城鬼神入(내시포성귀신입) : 아마도 포성(蒲城)에 귀신이 들어온 것이리라.
元氣淋漓障猶濕(원기임리장유습) : 원기가 흥건하여 장자(障子)가 아직도 젖어 있는 듯하니
真宰上訴天應泣(진재상소천응읍) : 조물주가 위로 올라가 하소연하여 하늘도 응당 울리라.
* 祁岳與鄭虔(기악여정건) : 기악(祁岳)과 정건(鄭虔)은 모두 당(唐)나라 때의 화가이다.
* 정건(鄭虔) : 당나라 산수 명화가. 미관 말직의 신분으로 두보와 우정을 나눈 사이로서, 당 현종으로부터 시(詩),서(書), 화(畵) 삼절(三絶)이라는 극찬을 받기도 했다.<신당서 권202 정건전>
* 楊契丹(양계단) : 수(隋)나라 때의 화가인 양소(楊素)로 그가 그린 그림이 契丹(거란)까지 전해졌으므로 이로 호를 삼았다 한다. 중국, 수대의 화가. 산둥성 사람. 벼슬은 상의동(上儀同)에 이름. 도석(道釋), 인물, 고사를 특기로 하고 6법을 구비했다고 평해진다. 그의 그림은 장승요(張僧繇)의 화풍과는 다른 북조의 질실웅혼(質實雄渾)한 전통을 계승한 것으로 생각된다.
* 玄圃(현포) : 현포(縣圃)라고도 쓰는 바, 곤륜산(崑崙山) 위에 있는 선경(仙境)이라 한다.
* 瀟湘(소상) : 소수(瀟水)와 상수(湘水)로 합하여 동정호(洞庭湖)로 흘러 들어간다.
* 天姥山(천모산): 항주의 천목산이다.
* 反思前夜風雨急(반사전야풍우급)……眞宰上訴天應泣(진재상소천응읍) : 포성(蒲城)은 봉선현(奉先縣)의 옛 이름이고, 진재(眞宰)는 진실한 우주의 주재자, 즉 조물주(造物主)를 가리킨다. 김륭(金隆)은 “이 그림의 기묘함을 이른 것이다. ‘ 돌이켜 생각해 보니 어젯밤에 비바람이 급하더니 아마도 포성(蒲城)에 귀신이 들어와서 이런 기이한 변고가 생겼는가 보다. 지금 장자(障子)를 보건대 아직도 원기(元氣)가 흥건하여 젖어 있는 듯하니, 응당 진재(眞宰)가 위로 올라가 하소연하여 하늘이 울어서 그러한가 보다.’ 라고 말한 것이다. 아마도 장자(障子)에 그려진 것이 반드시 봉선현(奉先縣) 산천(山川)의 경치일 것이다. 그러므로 위에서는 적현(赤縣)이라고 하였고 여기에서는 포성(蒲城)이라고 한 것이다. 그림이 묘하여 하늘이 울었다는 것은 ‘시가 지어짐에 귀신을 울렸다[詩成而泣鬼]’는 말과 같다.” 하였다.
野亭春還雜花遠(야정춘환잡화원) : 들 정자에 봄이 돌아오니 잡꽃이 멀리 피어 있고
漁翁暝蹋孤舟立(어옹명답고주립) : 어옹(漁翁)은 저물녘에 외로운 배 밟고 서 있구나.
滄浪水深青溟闊(창랑수심청명활) : 창랑(滄浪)의 물 깊고 푸른 바다 넓으니
欹岸側島秋毫末(의안측도추호말) : 비스듬한 언덕과 기운 섬 털끝처럼 작아 보이네.
不見湘妃鼓瑟時(불견상비고슬시) : 상비(湘妃)가 비파 타던 때는 보지 못하였으나
至今斑竹臨江活(지금반죽림강활) : 지금까지도 반죽(斑竹)은 강가에서 자란다오.
* 滄浪(창랑) : 창파. 큰 바다의 푸른 물결.
* 秋毫末(추호말) : 가을철에 털갈이 하여 가늘어진 짐승의 털끝이라는 뜻으로 매우 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 不見湘妃鼓瑟時(불견상비고슬시) 至今斑竹臨江活(지금반죽림강활) : 상비(湘妃)는 요(堯)임금의 두 딸이며 순(舜)임금의 두 비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이고, 반죽(斑竹)은 아롱진 무늬가 있는 대나무로 전설상 옛날 순(舜)임금이 창오산(蒼梧山)에서 별세하자, 아황과 여영이 소상강(瀟湘江)을 건너가지 못하고 통곡하면서 피눈물을 대나무에 뿌렸는데, 그후 대나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 반죽이 되었다 한다. (『博物志』、『述異記』)
劉侯天機精(유후천기정) : 유후(劉侯)는 천기(天機)가 정밀하여
愛畫入骨髓(애화입골수) : 그림을 좋아함 골수에 박혔다네.
自有兩兒郎(자유량아랑) : 스스로 두 아들 두었으니
揮灑亦莫比(휘쇄역막비) : 붓놀림 또한 견줄 데 없다오.
大兒聰明到(대아총명도) : 큰 아이는 총명함 지극하여
能添老樹巔崖里(능첨로수전애리) : 산꼭대기와 절벽에 늙은 나무 그려 넣을 수 있고
小兒心孔開(소아심공개) : 작은 아이는 마음 구멍이 열려
貌得山僧及童子(모득산승급동자) : 산사(山寺)의 승려와 동자는 모사(模寫)할 수 있다오.
若耶溪(약야계) 雲門寺(운문사) : 약야계(若耶溪)와 운문사(雲門寺)여!
吾獨胡爲在泥滓(오독호위재니재) : 나 홀로 어이하여 진흙 속에 빠져 있나
青鞋布襪從此始(청혜포말종차시) : 짚신에 삼베 버선 신고 놀기를 이제부터 시작하리라.
* 이 시는 두보가 奉先에 있을 때인 天寶 13년(754)에 奉先縣尉로 있던 劉單이 그린 한 폭의 산수 병풍을 보고, 그림을 찬미함과 동시에 은둔하고 싶은 흥취를 읊은 내용이다. 少府는 고대 중국의 재무관청(財務官廳) 직위이다.
* 유후(劉侯) : 그림을 그린 유단을 말한다.
* 模寫 : 어떠한 대상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본떠서 언어나 그림으로 묘사함
* 若耶溪雲門寺(약야계운문사) : 약야계(若耶溪)는 절강성(浙江省) 소흥현(紹興縣) 남쪽 약야산(若耶山) 아래에 있는 계곡이고 운문사(雲門寺)는 약야산에 있는 절의 이름이다.
* 掃-붓을 휘둘러 그리다
* 祁岳與鄭虔 : 祁岳과 鄭虔은 모두 唐나라 때의 화가이다.
* 楊契丹 : 隋나라 때의 화가인 楊素로 그의 그림이 契丹(거란)까지 전해졌으므로 호로 삼았다.
* 玄圃 : 縣圃라고도 쓰는 바, 崑崙山 위에 있는 仙境이라 한다.
* 漓-스며들 리 / 欹-기울 의 / 襪-버선 말, 洋襪
* 湘妃, 斑竹 : 堯임금의 두 딸 즉, 舜임금의 두 妃 娥皇과 女英이 옛날 舜임금이 蒼梧山에서 별세하자, 瀟湘江을 건너가지 못하고 통곡하면서 피눈물을 대나무에 뿌렸는데, 그 후 대나무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 斑竹이 되었다 한다.
* 揮灑 : 붓을 휘두르고 먹을 뿌림.
304.유수각사(游修覺寺) 수각사에 놀러가서
野寺江天豁(야사강천활) : 절은 들판에 있어 강 하늘이 훤히 트였고
山扉花竹幽(산비화죽유) : 산문 안은 꽃과 대나무 숲이 그윽하네.
詩應有神助(시응유신조) : 시는 응당 귀신의 도움을 얻을 것이고
吾得及春遊(오득급춘유) : 나는 다행히 봄놀이를 하게 되었네.
徑石相縈帶(경석상영대) : 길가의 돌은 서로 얽히고 쌓여있으며
川雲自去留(천운자거류) : 냇가의 구름은 저절로 가고 머무네.
禪枝宿衆鳥(선지숙중조) : 선원의 나뭇가지에 뭇 새들이 깃들고
漂轉暮歸愁(표전모귀수) : 이리저리 떠돌다 날 저물어 돌아갈 곳 걱정하네.
305.유용문봉선사(遊龍門奉先寺) 용문산의 봉선사에서 노닐며古文眞寶 41
已從招提遊(이종초제유) 更宿招提境(갱숙초제경) 陰壑生靈籟(음학생영뢰)月林散淸影(월림산청영)
이미 스님을 좇아 놀고서도, 다시 절에 묵게 되는구나.
그늘진 북쪽 골짜기에 영묘한 바람소리 나고, 달빛 아래 숲속에는 맑은 그림자 흩어진다.
天闕象緯逼 雲臥衣裳冷(천궐상위핍) 雲臥衣裳冷(운와의상랭) 欲覺聞晨鐘(욕각문신종) 令人發深省(영인발심성)
하늘 문 같은 용문산은 별들에 닿을 듯하여, 구름 속에 누우니 옷이 차갑다.
잠결에 아침 종소리 들으니,사람을 깊이 반성케 하는구나.
이 시는 두보가 736년경 뤄양[洛陽]에서 시행된 과거시험에서 낙방한 뒤 뤄양에서 머물며 지은 오언율시(五言律詩)로, 제목은 '용문산의 봉선사에서 노닐며'라는 뜻이다. 용문산(龍門山)은 지금의 허난성[河南省] 이췌현[伊闕縣] 북쪽에 있는 산으로 용문석굴이 있는 곳이며, 뤄양의 서남쪽에 있다. 초제(招提)는 산스크리트로 '깨끗한 도량'이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봉선사를 가리킨다. 1~6구에서는 봉선사의 정경을 묘사하고, 7~8구에서는 종소리로 인한 각성을 이야기하였다. 두보의 시문집인 《두공부집(杜工部集)》의 첫머리에 실려 있는 시로, 전편에 걸쳐 선(禪)의 분위기가 농후하다.
306.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여덟 사람의 酒仙歌
知章騎馬似乘船(지장기마사승선) : 하지장(賀知章)은 술에 취해 말을 타면 배를 탄 듯하고
眼花落井水底眠(안화락정수저면) : 몽롱해저 우물에 빠진다 해도 그냥 자리라.
汝陽三斗始朝天(여양삼두시조천) : 여양(李璡)은 서말은 마셔야 비로소 조정에 나아가고
道逢麯車口流涎(도봉국거구류연) : 길에서 누룩 수레만 만나도 군침을 흘리며
恨不移封向酒泉(한부이봉향주천) : 주천으로 봉작 이전 못함을 한스러워 하네.
* 八仙 : 賀知章(하지장). 蘇晉(소진). 李璡(이진). 李適之(이적지). 崔宗之(최종지). 張旭(장욱). 焦遂(초수). 李白(이백). * 賀知章 : 이백을 보고 謫仙人이라며 金龜를 팔아 함께 술을 마심
* 眼花 : 술취한 눈. * 汝陽 : 여양왕, 李璡(이진). * 朝天 : 조정에 들어 천자를 봄
* 麴車 : 누룩 실은 차 * 流涎 : 군침흘림
左相日興費萬錢(좌상일흥비만전) : 좌상(李適之)은 하루 유흥비로 만전이나 탕진하고
飮如長鯨吸百川(음여장경흡백천) : 큰 고래가 강물 들이키듯 술을 마시며
銜杯樂聖稱避賢(함배낙성칭피현) : 맑은 술이나 마셨지 막걸리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지
宗之瀟灑美少年(종지소쇄미소년) : 종지(崔宗之)는 깔끔한 미남인데
擧觴白眼望靑天(거상백안망청천) : 잔 들고 눈 흘기며 푸른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이란
皎如玉樹臨風前(교여옥수임풍전) : 옥으로 다듬은 나무가 바람 앞에 흔들리는 듯하지.
* 左相 : 李適之 * 日興 : 매일 흥겹게 잔치함 * 銜杯 : 술잔을 입에 대다.
* 樂聖稱避賢 : 淸酒는 聖人. 濁酒는 賢人에 비유함. 조조가 금주령을 내리자 애주가들이 은어로 씀
* 宗之 : 崔宗之 * 蕭灑 : 말쑥하다 * 觴 : 술잔 * 白眼 : 晉의 阮籍은 속물을 대할 때는 백안(흘겨봄)으로 고결한 인물을 대할 때는 靑眼(반듯한)으로 보았다는 古事
* 皎 : 달같이 빛나고 희다. * 玉樹 : 미남자. 아름다운 나무 * 臨風前 : 바람 앞에 있는 듯
蘇晋長齊繡佛前(소진장제수부전) : 소진(蘇晉)은 수놓은 부처 앞에서 오랫동안 정진하다가도
醉中往往愛逃禪(취중왕왕애도선) : 취하면 때때로 참선을 파하기를 즐겨하곤 하네.
李白一斗詩百篇(이백일두시백편) : 이백은 술 한말에 시(詩) 백 편을 쓰는데
長安市上酒家眠(장안시상주가면) : 장안 저자 술집에서 곯아떨어지기 일 수
天子呼來不上船(천자호래불상선) :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않고
自稱臣是酒中仙(자칭신시주중선) : 자칭 "신은 술 마시는 신선입니다." 하지
* 蘇晉 : 수놓은 부처그림을 갖고 불교를 믿으며 술도 마심. * 長齊 : 채식만하고 오래도록 재계함
* 愛述禪 : 선의 세계에서 도망 처 술 취한 황홀경에 빠짐. 또는 속세를 잊고 선계로 들어간다는 뜻
張旭三杯草聖傳(장욱삼배초성전) : 장욱(張旭)은 석 잔쯤 마셔야 초서를 쓰는데
脫帽露頂王公前(탈모노정왕공전) : 모자 벗고 민머리로 왕공 귀족 앞에 나서며
揮毫落紙如雲煙(휘호낙지여운연) : 종이 위에 일필휘지 구름 같고 연기 같네.
樵遂五斗方草然(초수오두방초연) : 초수(焦遂)는 다섯 말은 마셔야 신명이 나는데
高談雄辯驚四筵(고담웅변경사연) : 고담준론 빼어난 말솜씨 사람들을 놀라게 하네.
* 張旭 : 草聖傳(초서의 성인)으로 불림. * 脫帽露頂 : 모자 벗고 머리를 내놓음
* 揮毫 : 붓을 휘두르다 * 焦遂 : 벼슬 안한 인물로 달변 이였다 함
* 五斗始卓然 : 다섯 말을 마셔야 뚜렷하게 말을 함 * 四筵(사연) : 사방의 좌석
* 고담준론(高談峻論) : 뜻이 높고 바르며 매우 엄숙하고 날카로운 말
두보의 "陰中八仙歌"는, 소인(騷人 문인이나 시인)과 묵객(墨客)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특히 "이백일두시백편(李白一斗詩百篇)"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른 구절(句節)로 유명하다. 술의 문화는 본받을 바 못 되나 세련된 시어들이 반짝이니 그를 택한다면 손해 볼 것 없지 않은가? 두보의 시 한 수는 그로 인한 감흥이 후세에 한 편의 시화로 변주되고, 그 감흥은 다시 한 편의 글로 창작되어 내려오고 있다.
307.의골항(義鶻行) 보라매를 노래하다
陰崖二蒼鷹(음애이창응) : 응달 낭떠러지에 두 검은 보라매
養子黑柏顚(양자흑백전) : 시커먼 잣나무 꼭대기에 새끼를 친다.
白蛇登其巢(백사등기소) : 하얀 구렁이가 그 둥지에 올라
呑噬姿朝餐(탄서자조찬) : 닥치는 대로 씹어 삼켜 아침밥으로 먹었다.
雄飛遠求食(웅비원구식) : 수컷은 멀리 먹이 구하러 날아가고
雌者鳴辛酸(자자명신산) : 암컷만 울부짖으며 고생하며 싸웠다.
力强不可制(력강부가제) : 힘들여 강제하여 보나 막아내지 못해
黃口無半存(황구무반존) : 노란 입의 새끼들 반만 살아남았다.
其父從西歸(기부종서귀) : 그 애비 서쪽에서 돌아와
翻身入長煙(번신입장연) : 몸을 돌이켜 먼 이내속으로 들어갔다.
斯須領健鶻(사수령건골) : 이에 곧 사나운 보라매 거느리고 돌아와
痛憤寄所宣(통분기소선) : 분하고 원통하여 마땅한 곳 기다려서
斗上捩孤影(두상렬고영) : 우뚝 하늘로 올라 외로운 그림자 비튼다.
噭哮來九天(교효내구천) : 으르렁 포효하며 높은 하늘에서 내려오니
修鱗脫遠枝(수린탈원지) : 비늘 달린 구렁이가 나무꼭대기에서 벗겨져
巨顙拆老拳(거상탁노권) : 커다란 이마가 익숙한 발톱에 잘라진다.
高空得蹭蹬(고공득층등) : 높은 공중에서 맥을 추지 못해
短草辭蜿蜒(단초사완연) : 짧은 풀에서처럼 설설 다닐 수가 없었다.
折尾能一掉(절미능일도) : 동강 난 꼬리는 한번 흔들지도 못하고
飽腸皆已穿(포장개이천) : 포식한 창자는 이미 구멍이 뚫리었다.
生雖滅衆雛(생수멸중추) : 살아서는 새끼들 먹어 없앴지만
死亦垂千年(사역수천년) : 죽어서는 천년에 교훈을 남겼도다.
物情有報復(물정유보복) : 물정에는 주고받는 보복이 있어
快意貴目前(쾌의귀목전) : 통쾌한 마음 눈앞에서 귀하기도하다.
茲實鷙鳥最(자실지조최) : 보라매는 새 중에서 정말 사나운데
急難心炯然(급난심형연) : 남의 급함을 구하는 마음은 이리도 밝도다.
功成失所往(공성실소왕) : 공을 세우고 아무 미련도 없으니
用舍何其賢(용사하기현) : 나가고 물러섬이 어찌 그리도 어진가?
近經潏水湄(근경휼수미) : 근래에 휼수 가를 지나다가
此事樵夫傳(차사초부전) : 이 이야기 나무꾼에서 전해 듣고
飄蕭覺素髮(표소각소발) : 쓸쓸히 늙어 흰머리 된 것 알았도다.
凜欲衝儒冠(늠욕충유관) : 그 늠름함에 망건 밖으로 머리털이 뻗친다.
人生許與分(인생허여분) : 인생이 남에게 마음을 나눔이
只在顧盼間(지재고반간) : 다만 서로 돌아보는 사이에 있도다.
聊爲義鶻行(료위의골항) : 애오라지 의로운 보라매의 노래 지어
用激壯士肝(용격장사간) : 장사의 의협심을 불러일으키련다.
* 의골항(義鶻行) : 두보(杜甫, 712~770)가 의로운 보라매를 노래한 시(詩)이다. 둥지의 새끼를 잡아먹는 구렁이를 물리친 보라매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두보가 남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과 용기를 찬미한 노래이다.
308.의장(倚杖) 지팡이를 짚고
看花雖郭內(간화수곽내) : 꽃구경하기에는 비록 성곽 안이라도 좋지만
倚杖即溪邊(의장즉계변) : 지팡이 짚고 나서보니 곧 시냇가로다.
山縣早休市(산현조휴시) : 산마을의 시장(市場)은 일찍 끝나고
江橋春聚船(강교춘취선) : 강의 다리에는 봄이라 배들이 모여 있구나.
狎鷗輕白浪(압구경백랑) : 친근한 갈매기는 흰 물결을 가볍게 여기고
歸雁喜青天(귀안희청천) : 북쪽으로 돌아가는 기러기는 푸른 하늘을 즐기네.
物色兼生意(물색겸생의) : 대자연의 경치가 함께 생기(生氣)를 띠었으니
淒涼憶去年(처량억거년) : 지난해의 처량했던 일들을 생각하네.
* 이 시는 중국 사천성 염정현(鹽亭縣)에서 지음
309.이감댁 이수(李監宅 二首) 이감의 저택에서
其一
尙覺王孫貴(상각왕손귀) : 아직도 왕손의 귀함을 알겠노니
豪家意頗濃(호가의파농) : 호화로운 집에 마음 씀이 자못 깊다.
屛開金孔雀(병개금공작) : 병풍에는 금빛 공작새가 펼쳐있고
褥隱繡芙蓉(욕은수부용) : 잠자리 요에는 수놓은 부용이 숨어 있다.
且食雙魚美(차식쌍어미) : 한 쌍의 물고기 요리 맛있게 먹으려는데
誰看異味重(수간리미중) : 이 많은 특이한 요리가 누가 보기나 했나.
門闌多喜色(문란다희색) : 문의 난가에는 기뻐하는 사람들 많고
女壻近乘龍(녀서근승룡) : 이 집 사위는 용을 탄 사람에 가깝구나.
其二
華館春風起(화관춘풍기) : 화려한 집에 봄바람 이니
高城煙霧開(고성연무개) : 높은 성에 연기안개 걷힌다.
雜花分戶映(잡화분호영) : 온갖 꽃들을 문에 나누어 비치고
嬌燕入簾回(교연입렴회) : 예쁜 제비들 주렴에 들었다 간다.
一見能傾座(일견능경좌) : 한 번 한번 보면 능히 좌중을 장악하니
虛懷只愛才(허회지애재) : 속마음 비우고 다만 재주가 좋아해서라
鹽車雖絆驥(염거수반기) : 소금 수레가 천리마를 묶어두었어도
名是漢庭來(명시한정내) : 명색은 곧 한나라 조정의 핏줄이어라.
310.이거기주작(移居夔州作) 기주에 이주하여 짓다
伏枕雲安縣(伏枕雲安縣) : 운안현에서 병으로 누워있다가
遷居白帝城(遷居白帝城) : 백제성으로 옮겨와 산다네.
春知催柳別(春知催柳別) : 봄은 버들을 재촉하여 이별할 줄 알았고
江與放船淸(江與放船淸) : 강에는 맑은 물에 배 띄워 놓았네.
農事聞人說(農事聞人說) : 이웃사람 말을 듣고 농사도 짓고
山光見鳥情(山光見鳥情) : 새들의 정다움에 바라보니 신 빛도 찬란하네.
禹功饒斷石(禹功饒斷石) : 우임금의 물길 낸 공으로 끊긴 돌이 많아
且就土微平(且就土微平) : 부드럽고 평평한 땅에 나아가 살려네.
이 시는 대력 원년 늦은 봄 두보가 운안에서 기주로 옮길 때 지은 것이다. 운안에서 기주로 가게 된 과정과 옮겨올 때의 상황, 그리고 기주에 와서 그곳 사람들이 농사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새들이 지저귀는 산 경치를 즐기면서 그곳에 정착한 이유를 말하였다. 시제의 ‘作’이 ‘郭’으로 된 판본도 있다.
≪보주두시≫ 공은 대력 원년 봄이 저물 무렵 기주성에 이주하였는데 이 시는 마땅히 그때에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시에 “봄은 버들을 재촉하여 이별할 줄 알았다”고 하였다.(公以大曆元年春晩移居夔州城, 此當是其時作, 故詩云春知催柳別.)≪두시상주≫ 황학의 주에서 이 시는 대력 원년 봄이 저물 때 지은 것이라고 하였다. ≪당서≫에 “기주 운안은 산남동도에 속한다”고 하였다. ≪환우기》에 “기주 운안현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기주 봉절현으로부터 243리이다”라고 하였다.(黄鶴注, 此大曆元年春晚作. 唐書, 夔州雲安屬山南東道. 寰宇記, 夔州雲安縣, 上水去夔州奉節縣二百四十三里.)≪독두심해≫ 기주에 들어갈 때의 시이다.(入夔州詩.)
311.이거공안산관(移居公安山館) 공안산관으로 옮겨 살다
南國晝多霧(남국주다무) : 남쪽 고장에는 낮에도 안개가 자욱하고
北風可正寒(배풍가정한) : 북풍은 가히 이제 막 모질고 차가워진다.
路危行木杪(노위항목초) : 길은 가팔라서 나무 끝을 걸어가는 듯
身逈宿雲端(신형숙운단) : 몸은 멀리 하늘 끝에서 묵는구나.
山鬼吹燈滅(산귀취등멸) : 산의 귀신 등불을 불어 끄고
廚人語夜闌(주인어야란) : 부엌에는 사람의 말소리 밤늦도록 들린다.
雞鳴問前館(계명문전관) : 닭이 울어 앞의 역사를 묻는 것은
世亂敢求安(세난감구안) : 세상이 어지러운데 감히 편안함을 구하리오.
312.이농(耳聾) 귀머거리
生年鶡冠子(생년갈관자) : 한 해를 살아가는 할관 쓴 사람
歎世鹿皮翁(탄세녹피옹) : 세상을 개탄하는 녹피의 늙은이로다
眼復幾時暗(안복기시암) : 눈은 다시 어느 때 어두워지려나.
耳從今月聾(이종금월농) : 귀는 이번 달부터 안 들리는데
猿鳴秋淚缺(원명추누결) : 원숭이가 울어도 슬픈 눈물 없어지고
雀噪晩愁空(작조만수공) : 참새 떼 기끄러워도 수심으로 비어있다
黃落驚山樹(황낙경산수) : 누런 낙엽 지는 것을 보고 놀라며
呼兒問朔風(호아문삭풍) : 아이 불러 삭풍이 부는가 물어본다.
*鹖冠子=갈풀관을 쓴 은자 *鹿皮翁= 사슴가죽 같은 헌옷 입은 은자
*淚缺=눈물이 결핍 *愁空=수심으로 비우다
일생을 고행 은자로 떠돌던 늙은 몸 귀머거리 되니 낙엽 지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절망도 않고 다만 아이를 불러 삭풍이 부느냐고 묻고 있다. 杜甫에게는 들리지 않지만 글자 사이로 황량한 바람이 지나가는 것 같다. 고통을 직서한 다른 어떤 시보다 허탈감을 불러일으킨다. 이것이 원초적인 인간의 괴로움이 아닌가!
313.이완은거(貽阮隱居) 은거하는 완씨에게
陳留風俗衰(진류풍속쇠) : 진류 지방의 풍속이 쇠퇴하여
人物世不數(인물세부삭) : 뛰어난 인물을 대대로 꼽아 헤아리지 못했다.
塞上得阮生(새상득완생) : 변방에서 완생을 만나보니
逈繼先父祖(형계선부조) : 아득히 선조를 계승하였더라.
貧知靜者性(빈지정자성) : 청빈함에서 은자의 성품을 알았고
白益毛髮古(백익모발고) : 흰 머리는 머리털의 예스러움을 더했다.
車馬入鄰家(거마입린가) : 수레와 말이 이웃집에 들어도
蓬蒿翳環堵(봉호예환도) : 쑥대만이 집의 담장을 둘러싸있었다.
淸詩近道要(청시근도요) : 그의 맑은 시는 도의 요체에 가깝고
識子用心苦(식자용심고) : 그대의 마음 씀의 괴로움을 알겠노라.
尋我草逕微(심아초경미) : 풀 덮인 좁은 길로 나를 찾아오면서
褰裳踏寒雨(건상답한우) : 아래옷을 걷으며 차가운 비를 밟고 왔다.
更議居遠村(경의거원촌) : 다시 먼 곳으로 은거할 일을 의논하며
避喧甘猛虎(피훤감맹호) : 시끄러운 세상 피하면 호랑이라도 감수한단다.
足明箕潁客(족명기영객) : 숨어사는 나그네이기를 충분히 밝히니
榮貴如糞土(영귀여분토) : 그대에게 부귀영화란 더러운 흙과 같으리라.
314.이조팔분소전가(李潮八分小篆歌) 이조의 팔분서와 소전을 읊은 노래
蒼頡鳥跡既茫昧(창힐조적기망매) : 창힐의 새 발자국은 이미 아득하니
字體變化如浮雲(자체변화여부운) : 글자체의 변화 뜬 구름 같아 알 수 없네.
陳倉石鼓又已訛(진창석고우이와) : 진창(陳倉)의 석고문(石鼓文)도 이미 와전되니
大小二篆生八分(대소이전생팔분) : 대전(大篆)과 소전(小篆)에서 팔분서(八分書)가 나왔다네.
秦有李斯漢蔡邕(진유이사한채옹) : 진(秦)나라에는 이사(李斯) 한(漢)나라에는 채옹(蔡邕)이 있었는데
中間作者寂不聞(중간작자적불문) : 중간에는 작자가 적막하여 알려지지 않았다오.
嶧山之碑野火焚(역산지비야화분) : 역산의 비(碑)는 들불에 타버렸고
棗木傳刻肥失真(조목전각비실진) : 대추나무에 전각한 것은 자획이 살쪄 참모습 잃었네.
이 시는 《杜少陵集(두소릉집)》 18권에 실려 있는 바, 작자의 생질(甥姪)인 이조(李潮)가 팔분서(八分書)와 소전체(小篆體)에 뛰어남을 노래한 것으로, 대력(大曆) 원년(元年:766)에 기주(夔州)에서 지은 것이다. 이조는 이사(李斯)의 역산비(嶧山碑)를 본받았다고 하며, 팔분서(八分書)로 쓴 것으로는 〈唐慧義寺彌勒像碑(당혜의사미륵상비)〉와 〈彭元曜墓誌(팽원요묘지)〉가 있다고 한다.
* 이조(李潮): 성당(盛唐) 전서(篆書)와 예서(隸書)에 능했던 서예가. 송(宋) 조명성(趙明誠)의《금석록(金石錄)·당이조미륵상비(唐李潮彌勒像碑)》에 “이조의 글씨는 처음에는 극히 적어서 오직 이 비석과 《팽원요묘지》 뿐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구했다. 그 필법 또한 빼어난 것이 아니어서 한택목(韓擇木)이나 채유린(蔡有鄰)과 비교할 수 없다.(潮書初絶少, 惟此碑與《彭元曜墓志》爾, 余得之. 其筆法亦不絶工, 非韓蔡比也.)”라고 하였다. 일설에 이조는 당대 전서의 대가인 이양빙(李陽冰)이라고 한다.
* 八分書(팔분서) : 넓은 의미로 말한다면 고예(古隸)를 제외한 예서(隸書)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팔분서와 예서는 소전(小篆)과 대전(大篆)의 관계와 같으며, 고예의 연변에서 생겨난 것으로 필세상의 구별이 있을 뿐 짜임새에 있어서는 어떠한 차이점도 없다. 왜냐하면 팔분(八分)이란 고예에서 점점 파책(왼쪽으로 삐치는 획을 파라 하고 오른쪽으로 삐치는 획을 책이라고 한다.)이 생기고 글자의 팔면이 모두 충분히 배치되고 정제한 모습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팔분서의 대표작으로는 <예기비(禮器碑)>, 을영비(乙瑛碑)>, <서악화산묘비(西嶽華山廟碑)>등이 있다.
* 창힐(蒼頡 혹은 倉頡): 한자를 창제했다고 전해지는 중국 고대의 인물이다. 전설에 따르면 황제의 사관(史官)으로서, 눈이 네 개 달려있었다고 한다. 중화민국의 타자 입력법 중 하나인 창힐수입법은 이 인물의 이름을 딴 것이다.<위키백과>
* 蒼頡鳥跡(창힐조적) : 창힐은 황제의 신하이니, 새의 발자국을 보고 글자를 만들었다
* 陳倉(진창) : 섬서성(陝西省) 寶雞縣 동쪽의 지명으로 원래 석고(石鼓)가 이곳에 흩어져 있었다.
* 大小二篆生八分(대소이전생팔분) : 주(周)나라 태사인 籒(주)가 처음으로 대전을 만들고 진(秦)나라의 승상인 이사(李斯)가 소전을 만들고 왕차중(王次中)이 예서를 줄여 팔분서(八分書)를 만들었다. 채옹이 말하기를 “신의 아비가 일찍이 말하기를 ‘팔분서는 정막의 예서법을 줄여서 팔분을 제거하고 이사의 소전을 본받아 이 분을 제거하여 팔분을 취하였으므로 팔분서라 했다.’ 하였습니다.” 하였다.
* 篆書 : 대전(大篆)과 소전(小篆)으로 나뉜다. 대전은 주문(籒文)이라고도 하는데 주나라 때 사주(史籒)가 문자의 짜임을 실용적으로 간소화시켰으므로 붙여졌다. 대표적으로 대전에 속하는 주대의 석고문(石鼓文)이 있다.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고 문자의 통일을 꾀할 때에 이사(李斯)가 대전의 서체를 더 간략하게 만들었는데 그 서체가 소전(小篆)이다. 소전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진시황의 공적을 기록한 태산각석, 낭야대각석, 역산비가 있다. 소전은 모두가 원필이며 자형이 아래위로 길다.
* 嶧山之碑 : 진시황(秦始皇)이 동쪽으로 순행(巡行)할 적에 추역산에 올라 돌에 새겨 공덕을 칭송하니, 이 글은 이사(李斯)의 소전이다.
* 棗木傳刻肥失真 : 추역산(鄒嶧山)의 비석이 들불에 타버리자, 이것을 다시 대추나무에 옮겨 새겼는데, 원래보다 글자체가 두꺼워졌으므로 자획이 살쪄 참모습을 잃었다고 한 것이다.
苦縣光和尚骨立(고현광화상골립) : 고현(苦縣)에 있는 광화(光和)의 노자비(老子碑) 아직도 뼈대가 서 있으니
書貴瘦硬方通神(서귀수경방통신) : 글씨는 야위고 굳셈 귀하니 신(神)을 통할 수 있네.
惜哉李蔡不復得(석재이채불부득) : 애석하다 이사(李斯)와 채옹(蔡邕) 다시 얻을 수 없는데
吾甥李潮下筆親(오생이조하필친) : 우리 생질 이조(李潮) 붓을 놀리면 이들과 가깝다오.
尚書韓擇木(상서한택목) : 상서(尙書)인 한택목(韓擇木)과
騎曹蔡有鄰(기조채유린) : 기조(騎曹)인 채유린(蔡有隣)은
開元已來數八分(개원이래수팔분) : 개원(開元) 이래로 팔분(八分)을 잘 쓴다고 꼽아오는데
潮也奄有二子成三人(조야엄유이자성삼인) : 이조(李潮)는 두 사람의 경지 소유하여 셋이 되었다오.
況潮小篆逼秦相(황조소전핍진상) : 더구나 이조(李潮)의 소전(小篆)은 진(秦)나라 승상 이사(李斯)와 가까워
快劍長戟森相向(쾌검장극삼상향) : 예리한 칼과 긴 창이 삼엄하게 서로 향한 듯하여라.
八分一字直百金(팔분일자직백금) : 팔분(八分) 한 글자는 백금(百金)의 값이 나가니
蛟龍盤拏肉屈強(교룡반나육굴강) : 교룡이 서려 있는 듯 근육이 억세어 보이누나.
* 苦縣光和 : 苦는 하남성(河南省) 녹읍현(鹿邑縣) 동쪽의 옛 땅 이름으로 노자(老子)의 고향이고, 광화(光和)는 동한(東漢) 영제(靈帝)의 연호이다. 호현의 노자비(老子碑)는 광화년간(光和年間)에 세운 것으로 채옹(蔡邕)이 썼다.
* 瘦硬 : 필획이 여윈듯하면서도 강하고 곧으며 힘이 있는 것을 말한다.
* 李蔡 : 이사(李斯)와 채옹(蔡邕). * 騎曹 : 병부(兵部)를 가리킨다.
* 韓擇木 : 당나라 양주(揚州) 광릉(廣陵) 사람. 사유칙(史維則), 채유린(蔡有隣), 이조(李潮)와 함께 ‘예서사가(隷書四家)’로 불린다. 한유(韓愈)의 숙부다. 현종(玄宗) 때 국자사문박사(國子四門博士)와 국자사업(國子司業)을 지냈다. 팔분(八分)과 정서(正書)에 능했다. 천보(天寶) 초에 제왕시서(諸王侍書)와 경왕부속(慶王府屬), 영왕부사마(榮王府司馬), 한림원학사(翰林院學士) 등을 지냈다.
* 蔡有鄰 : 당대의 서예가로서 예서에 능하였다. 당 현종(玄宗) 개원(開元)·천보(天寶) 연간에 주로 활동하였다.
* 快劍長戟森相向 : 서체의 빠르기와 날카로움이 칼과 창같이 잘 정제되었다는 뜻이다.
* 一字直百金 : 直는 値와 같은 뜻이다.《서경잡기(西京雜記)》에는 “회남왕 유안(劉安)이《회남자(淮南子)》를 짓자 양웅(揚雄)은 매 글자에 출입이 있다 하여 한 자에 백금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다.”는 말이 있고, 《사기(史記)·여불위열전(呂不韋列傳)》에 “여불위는 식객을 시켜 그 들은 바를 저술하여 논집을 내고 그것을 《여씨춘추(呂氏春秋)》라 불렀다. 이것을 함양의 시문(市門)에 진열하여 놓고 천금을 그 위에 달아 놓은 뒤에 제후의 유사(游士)와 빈객들을 맞아들여 ‘단 한 글자라도 더 보태거나 빼버리는 자가 있으면 천금을 주겠다.’고 하였다.”는 말이 있다. 정막(程邈)이 이사의 글씨를 보고 “이는 한 자에 천금의 가치가 있다(此一字直千金)”고 했다 한다.
* 蛟龍盤拏(교룡반나) : 반나는 필획이 굽이돌아 끌어당기는 상태를 말한다. 교룡반나는 필적이 기괴하고 굳세어 용이 서리어 끌어당기는 듯하다는 뜻이다.
* 屈强(굴강) : 고집이 세다. 강직하고 순종하지 않는 모양.
吳郡張顛誇草書(오군장전과초서) : 오군(吳郡)의 장전(張顚)이 초서(草書) 과시하나
草書非古空雄壯(초서비고공웅장) : 초서(草書)는 옛것 아니니 부질없이 웅장하기만 하다오.
豈如吾甥不流宕(기여오생불류탕) : 어찌 우리 생질이 방탕한 데로 흐르지 아니하여
丞相中郎丈人行(승상중랑장인항) : 승상(丞相)과 중랑(中郞)의 장인(丈人) 항렬이 됨만 하겠는가.
巴東逢李潮(파동봉이조) : 파동(巴東)에서 이조(李潮) 만나니
逾月求我歌(유월구아가) : 한 달이 넘도록 나에게 노래 지어주기 청하였네.
我今衰老才力薄(아금쇠로재력박) : 내 이제 노쇠하고 재주와 힘도 부족하니
潮乎潮乎奈汝何(조호조호내여하) : 이조(李潮)여! 이조(李潮)여! 너에게 어찌하리.
* 張顚(장전) : 전(顚)은 미치광이라는 뜻으로, 당(唐)나라 때 서가(書家)인 장욱(張旭)의 이칭(異稱)이다. 자가 백고(伯高)인데 초서(草書)를 잘 써 초성(草聖)으로 알려졌는 바, 특히 술에 취하면 큰소리로 고함치고 미친듯이 달리며 초서를 쓴 것으로 유명하다.
* 丞相中郞(승상중랑) : 승상은 관명으로 진(秦)나라 승상을 지낸 이사(李斯)를 가리키고, 중랑 또한 관명(官名)으로 후한(後漢) 때에 이 벼슬을 지낸 채옹(蔡邕)을 가리킨다.
* 丈人行(장인항) : 아내의 아버지인 장인뻘이라는 뜻으로, 장자(長者)에 대한 존칭. 이사·채옹은 이조의 스승임을 이르는 말이다.
* 파동(巴東) : 현(縣) 이름으로, 후한 때 파군(巴郡: 지금의 사천성 동부)을 셋으로 나누어 삼파(三巴)라 하였는데, 그 중의 하나로 호북성(湖北省)에 속한다. 파수(巴水)의 동쪽에 있었으므로 이러한 이름을 얻었다.
315.이호현장인호마행(李鄠縣丈人胡馬行) 호현 이장인의 호마를 읊은 노래
丈人駿馬名胡騮(장인준마명호류) : 어르신의 준마는 이름이 호류(胡騮)인데
前年避胡過金牛(전년피호과금우) : 지난해 오랑캐 피하여 금우(金牛)를 지나왔네.
回鞭卻走見天子(회편각주견천자) : 채찍을 되돌려 달려 천자를 뵈었는데
朝飲漢水暮靈州(조음한수모영주) : 아침에 한수(漢水) 마시고 저녁에 영주(靈州)에 이르렀다오.
自矜胡騮奇絕代(자금호류기절대) : 스스로 자랑하기를 호류는 세상에 다시 없이 기이하니
乘出千人萬人愛(승출천인만인애) : 타고 나가면 천만인 모두 사랑한다 하네.
一聞說盡急難材(일문설진금난재) : 사람들 어려움 구제할 재주라고 말함 한번 들으니
轉益愁向駑駘輩(전익수향노태배) : 노둔한 말들 향해 더욱 근심한다오.
頭上銳耳批秋竹(두상예이비추죽) : 머리 위의 뾰족한 귀는 가을 대나무인 듯하고
腳下高蹄削寒玉(각하고제삭한옥) : 다리 아래 높은 굽은 차가운 옥(玉) 깎아놓은 듯하여라.
始知神龍別有種(시지신룡별유종) : 비로소 신묘한 용마(龍馬)는 따로 종자가 있음 알겠으니
不比俗馬空多肉(불비속마공다육) : 세속의 말들 부질없이 살만 많이 찐 것과는 견줄 수 없네.
洛陽大道時再清(낙양대도시재청) : 낙양(洛陽)의 큰 길에 세상이 다시 깨끗해지니
累日喜得俱東行(누일희득구동행) : 여러 날 함께 동쪽으로 가게 됨 기뻐하노라.
鳳臆龍鬐未易識(봉억룡기미이식) : 봉황의 가슴과 용의 갈기 쉽게 알아볼 수 없으나
側身注目長風生(측신주목장풍생) : 말의 옆을 주의해 보니 장풍(長風)이 일어나누나.
이 시는 《杜少陵集(두소릉집)》6권에 실려 있는 바, 호현현령(鄠縣縣令) 이모(李某)의 외국산 말을 노래한 것으로, 건원(乾元) 원년(元年:758) 겨울 낙양(洛陽)에서 지었다.
* 胡騮(호류) : 말의 이름. 驊騮(화류)는 준마(駿馬)의 이름으로 騮(화)는 붉은 몸에 갈기가 검은 월따말이다.
* 金牛(금우) : 옛날 촉도(蜀道)에 있던 잔도(棧道)의 이름으로 섬서성(陝西城) 면현(勉縣) 서쪽에서부터 남쪽으로 사천성(四川省) 검각현(劍閣縣)의 검각관문(劍閣關門)까지를 금우도)金牛道)라 하였다.
* 駑駘(노태): 동작(動作)이 둔한 말
* 銳耳批秋竹(예이비추죽) : 뾰족한 귀는 가을 대나무인 듯하다. 鋭耳(예이) : 뾰죽한 귀, 秋竹(추죽) : 가을 대나무.
두보의 房兵曹胡馬(방병조호마)에서는 竹批雙耳峻(죽비쌍이준 : 대나무를 깎아세운 듯 뽀족한 두귀)이라는 표현이 있다.
* 累日(누일) : 연일(連日). 여러 날을 계속하여
* 鳳臆龍鬐(봉억용기) : 봉황새와 같은 가슴과 용의 갈기를 가진 것 같은 좋은 말이라는 뜻.
316.인허팔봉기강녕민상인(因許八奉寄江寧旻上人) 허팔을 통해 강릉의 민 상인에게 부치다
不見旻公三十年(부견민공삼십년) : 민공을 만나지 못한지 삼십 년이라
封書寄與淚潺湲(봉서기여누잔원) : 편지를 봉하여 부치니 눈물이 흘러내린다.
舊來好事今能否(구내호사금능부) : 옛날부터 즐기던 좋은 일들 지금도 하는지
老去新詩許誰傳(노거신시수여전) : 늙어가며 지은 새로운 시 누가 내게 전해줄까.
棋局動隨幽澗竹(기국동수유간죽) : 바둑판만 있으면 그윽한 냇가 대숲으로 따라
袈裟憶上泛湖船(가사억상범호선) : 그대는 호수에 띄운 배로 올라간 일 기억하리라.
聞君話我爲官在(문군화아위관재) : 그대 내가 아직 벼슬살이 하는지 물었다지요.
頭白昏昏只醉眠(두백혼혼지취면) : 머리 희어지고 정신 어지러워 취하여 잠만 자지요.
317.일모(日暮)1 날이 저무네.
牛羊下來久(우양하래구) : 소와 양이 내려 온지 한참 되었고
各已閉紫門(각이폐시문) : 집집마다 이미 사립문을 닫았네.
風月自淸夜(풍월자청야) : 바람과 달은 그대로 맑은 밤인데
江山非故園(강산비고원) : 강산은 고향풍경이 아니구나.
石泉流暗壁(석천류암벽) : 바위샘은 석벽(石壁)으로 흐르고
草露滴秋根(초로적추근) : 풀잎에 맺힌 이슬 가을 풀뿌리에 떨어지네.
頭白燈明裏(두백등명리) : 밝은 등불 아래 흰머리 드러나는데
何須花燼繁(하수화신번) : 심지에 맺히어 터지는 불꽃 무슨 소용 있는가.
당(唐) 대종(代宗) 대력(大歷) 2년 (767年) 두보 56세 때 지은 시이다. 두보가 만년에 기주(夔州) 양서(瀼西)에 머물 때 양서의 날이 저물 때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고향 생각과 자신의 늙어감을 읊은 시이다.
* 牛羊下來久(우양하래구) : <시경(詩經) 왕풍(王風)> 군자우역(君子于役) 詩에 부역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마음을 읊은 시에 “날이 저무니 양과 소도 내려왔구나.”하는 구절에 인용하였다.
君子于役(군자우역), 不知其期(부지기기), 曷至哉(갈지재)。雞棲于塒(계서우시), 日之夕矣(일지석의), * 羊牛下來(양우하래)。임은 부역 나가고 돌아올 기약 없으니 언제나 돌아오실까. 닭은 홰에 오르고 날이 저무니 양과 소도 내려왔구나.” <시경(詩經) 왕풍(王風)> 군자우역(君子于役) 중에서>
* 故园(고원): 고향(故鄕).
* 秋根(추근): 가을의 풀뿌리.
* 花燼繁(화신번) : 등불 심지에 맺히어 터지는 불꽃. 花燼(화신)은 등화(燈花 : 심지 끝에 맺힌 불꽃)를 말한다. ‘심지에 불꽃이 맺히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옛말을 인용하였다.(世俗有喜事則燈結花)”
318.일모(日暮)2 날이 저무는데
日暮風亦起(일모풍역기) : 해 저무는데 바람마저 일어
城頭烏尾訛(성두오미와) : 성 머리에 까마귀 꼬리가 쫑긋쫑긋
黃雲高未動(황운고미동) : 누런 구름 높아 움직이지 않는데
白水已揚波(백수이양파) : 흰 물이 이미 물결이 이는구나.
姜婦語還笑(강부어환소) : 굳센 아낙들, 말소리 도리어 우습고
胡兒行且歌(호아항차가) : 오랑캐들 걷다가 또 노래를 부른다.
將軍別換馬(장군별환마) : 장군이 따로 말을 바꿔 타고
夜出擁雕戈(야출옹조과) : 밤에 나가 독수리를 잡아 돌아온다.
319.일백오일야대월(一百五日夜對月) 한식날 밤에 달을 보며
無家對寒食(무가대한식) : 집 떠나 한식을 맞이하니
有淚如金波(유루여금파) : 달빛에 눈물이 금빛 물결 같구나.
斫却月中桂(작각월중계) : 달 속의 계수나무 찍어낸다면
淸光應更多(청광응갱다) : 맑은 달빛 더욱더 밝아질 텐데
仳離放紅蕊(비리방홍예) : 이별할 때에 붉은 꽃잎이 피었는데
想像顰靑蛾(상상빈청아) : 눈썹을 찡그리는 그대 모습이 상상되오.
牛女漫愁思(우녀만수사) : 견우와 직녀는 부질없이 시름에 겨워 있지마는
秋期猶渡河(추기유도하) : 그래도 가을에 은하수를 건너 만날 약속이나 있지.
* 一百五日 : 荊楚歲時記(형초세시기)에 한식은 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 이라고 되어 있음.
* 無家 : 집이 없다는 뜻이나 家를 室家즉 부인을 가리키기도 함. 이 시를 지을 당시에 가족들은 적진인 鄜州(부주)에 두고 본인은 長安에 있을 때임
* 對寒食(대한식) : 寒食을 맞이하다.
* 有淚如金波 : 漢書, 郊祀歌에서 月穆穆以金波(달빛이 금빛 물결처럼 너울대네.) 此借波字說淚 (여기서는 波자를 淚로 빌렸다.)라고 되어 있음
* 斫卻(작각) : 베어내다. 吳剛이란 사람이 죄를 지어 달에 있는 월계수를 베는 벌을 받았는데 월계수를 베면 또 다시 붙는다는 고사다.
* 月中桂(월중계) : 달에 있다는 계수나무
* 放紅蕊(방홍예) : 꽃잎이 피다. 朱鶴齡의 杜詩心解에서는 紅蕊는 丹桂花라 했다.
* 顰(빈) : 찡그리다.
* 靑蛾(청아)는 푸른색으로 눈썹을 그린 미인, 여기서는 아내를 말함
* 漫(만) : 공연히, 부질없이, 속절없이
* 秋期(추기) : 가을에 한 약속,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 그러나 자기들은 만날 약속도 없다는 슬픈 처지를 표현함.
* 說 : 詩評書인 夢溪筆談(몽계필담)에서는 이 시를 偸春格(투춘격)이라 평함.
즉 1-2句는 對句이나 3-4句는 對句가 아닌 五言律詩다.
이 시는 45세 때 한식날 장안에 있으면서 아내를 그리며 지은 시 이다.
320.임읍사제서지(臨邑舍弟書至) 임읍 동생의 편지가 오다
* 原題 : 臨邑舍弟書至苦雨黃河泛因寄此詩 用寬其意
二儀積風雨(이의적풍우) : 하늘과 땅에는 온통 바람과 비
百谷漏波濤(백곡누파도) : 골짜기마다 큰 물결이 흘러내린다.
聞道洪河坼(문도홍하탁) : 듣자니, 큰 황하의 둑이 터져
遙連滄海高(요련창해고) : 아득히 동해 푸른 바다와 이어져 물결이 높단다.
職司憂悄悄(직사우초초) : 맡은 관리들이 초조하게 근심하고
郡國訴嗷嗷(군국소오오) : 수해 입은 지방에서는 웅성거리며 호소한다.
舍弟卑棲邑(사제비서읍) : 동생은 임읍에서 비천하게 사는데
防川領簿曹(방천령부조) : 하천의 범람을 막는 부조의 벼슬직을 맡고 있다.
尺書前日至(척서전일지) : 짧은 편지 하나 전날 도착했는데
版築不時操(판축불시조) : 판과 축을 제때에 대지 못했습니다.
難假黿鼉力(난가원타력) : 자라와 악어 같은 큰 힘을 빌리지도 못하고
空瞻烏鵲毛(공첨오작모) : 오리와 까마귀 깃털의 도움마저 바라고 있습니다.
燕南吹畎畝(연남취견무) : 연 지방 남쪽은 논밭이 휩쓸려나가고
濟上沒蓬蒿(제상몰봉호) : 제수 위에는 쑥대조차 물에 잠겼습니다.
螺蚌滿近郭(나방만근곽) : 고동과 조개가 근방 성곽에 가득하고
蛟螭乘九皐(교리승구고) : 교룡 같은 것이 높은 언덕을 타고 넘습니다.
徐關深水府(서관심수부) : 서관 지방은 깊은 용궁이 되었고
碣石小秋毫(갈석소추호) : 갈석산도 가을 터럭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白屋留孤樹(백옥류고수) : 백성들의 초라한 집에는 외로운 나무만 남고
靑天失萬艘(청천실만소) : 비 그친 푸른 하늘에는 길 잃은 배가 만 척입니다.
吾衰同泛梗(오쇠동범경) : 나는 쇠약하여 물에 떠도는 나무인형 같은 신세
利涉想蟠桃(리섭상반도) : 물을 건너기는 유리하니 반도 복숭아나 생각하리라.
却倚天涯釣(각의천애조) : 도리어 하늘 끝에 기대어 살면서 낚시질하면
猶能掣巨鼇(유능체거오) : 그래도 거대한 자라라도 낚을 수 있으리라.
321.입주행(入奏行)/(入奏行贈西山檢察使竇侍禦) 입주행을 지어 서산검찰사 두시어에게 올리다
竇侍御驥之子鳳之雛 (두시어기지자봉지추) : 두시어는 뛰어난 천리마나 봉황의 후예 같아
年未三十忠義俱(년미삼십충의구) : 나이 서른 되기도 전에충의(忠義) 겸비하여
骨鯁絶代無(골경절대무) : 강직하기는 세상에 다시없다오.
炯如一段淸冰出萬壑(형여일단청빙출만학) : 밝은 마음 한 덩어리 깨끗한 얼음이 골짜기에서 나와
置在迎風寒露之玉壺(치재영풍한로지옥호) : 영풍관과 한로관의 옥병에 담겨져 있는 듯하다오.
蔗漿歸廚金盌凍(자장귀주금완동) : 사탕물 부엌으로 가져가 금쟁반에 얼리어
洗滌煩熱足以寧君軀(세척번열족이영군구) : 번열(煩熱)을 씻어내니 임금님 몸 편안히 할 수 있네.
* 竇侍御(두시어) : 두(竇)는 성(姓)이고 시어(侍御)는 관명인 시어사(侍御史)인데, 이름은 전하지 않는다.
* 골경(骨鯁) : 뼈가 인두 · 식도에 걸린 것. 짐승의 뼈가 인두나 식도에 걸린 것을 수골경(獸骨鯁), 물고기의 가시가 걸린 것을 어골경(魚骨鯁)이라고 한다.
* 骨鯁之臣(골경지신) : 임금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강력하게 간하는 신하. 剛直(강직)한 臣下(신하). 경은 목구멍에 걸리는 물고기의 뼈. 임금에게 간하는 신하의 말이 목구멍에 걸린 가시와 같이 듣기에 괴롭다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 迎風寒露(영풍한로) : 漢代에 있던 두 관(館)의 이름이라 한다.
* 蔗漿(자장) : 사탕수수에서 짜낸 즙. 설탕물.
* 煩熱(번열) : 가슴이 답답하며서 열이 나는 증상
政用疎通合典則(정용소통합전칙) : 정치에 등용되면 일에 통달하여 법도에 부합되고
戚聯豪貴軆文儒(척련호귀체문유) : 핏줄은 호족과 귀족에 연결되고 유학을 몸에 익힌 선비라네.
兵革未息人來蘇(병혁미식인래소) : 전쟁은 그치지 않고 사람은 소생하지 못하니
天子亦念西南隅(천자역념서남우) : 천자께서도 서남 지방의 토번을 염려하시네.
吐藩憑陵氣頗麤(토번빙릉기파추) : 토번(吐藩)이 업신여기고 침범하여 기운이 자못 거치니
竇氏檢察應時須(두씨검찰응시수) : 두시어가 그곳 검찰이 됨은 시국에 마땅하리라.
運粮繩橋壯士喜(운량승교장사희) : 승교까지 식량을 운반하니 병사들은 기뻐하고
斬木火井窮猿呼(참목화정궁원호) : 화정 지방에 나무 베니 원숭이 울부짖는다.
八州刺史思一戰(팔주자사사일전) : 팔주(八州)의 자사들 토번과 한번 싸움을 생각하니
三城守邊却可圖(삼성수변각가도) : 수비하는 세 성의 변경수비 도모할 수 있다오.
* 典則(전칙) : 법칙(法則)
* 戚聯豪貴耽文儒(척련호귀탐문유) : 李德弘의《艮齋集》續集 4권에 “호귀(豪貴)한 사람과 인척이 되면 대부분 문장(文章)과 유학(儒學) 공부를 좋아하지 않기 마련인데 지금 곧 이와 같으니, 이것이 두시어(竇侍御)가 훌륭한 이유이다.” 하였다.
* 西南隅(서남우) : 토번(吐藩)을 가리킨다.
* 吐藩(토번) : 당송시대(唐宋時代)에 서장족(西藏族)을 이르던 이름. 티베트 족.
* 頗粗(파조) : 상당히 거칠다
* 繩橋(승교) : 성도(成都)에 있는 다리인데, 양쪽 언덕을 새끼줄로 연결하고 대나무로 바닥을 깔았다.
* 斬木火井窮猿呼(참목화정궁원호) : 화정(火井)은 지명으로 천연 가스처럼 가연성(可燃性) 물질이 뿜어 나온다 하여 붙인 이름인 바, 촉군(蜀郡) 임공현(臨邛縣) 서남쪽에 있다. 김륭(金隆)의 《勿巖集(물암집)》 4권에 “화정(火井)은 서극(西極)의 땅이니, 화정에서 나무를 베어 나무가 없어졌으므로 원숭이가 갈 곳이 없어 울부짖은 것이다.” 하였다.
* 三城守邊卻可圖(삼성수변각가도) : 《唐志(당지)》에 검남절도사는 서쪽으로 토번(吐藩)을 막고 남쪽으로 만요(蠻獠)를 어루만지고 단결(團結)과 송주(松州)ㆍ유주(維州)ㆍ봉주(蓬州)ㆍ공주(恭州)ㆍ아주(雅州)ㆍ여주(黎州)ㆍ요주(姚州)ㆍ실주(悉州)의 여덟 주의 병마를 통솔하였다. 삼성(三城)은 바로 청해(靑海)의 세 성이다.
此行入奏計未小(차행입주계미소) : 이번 행차에 들어가 아뢴 계책이 작지 않으리니
密奉聖旨恩應殊(밀봉성지은응수) : 은밀히 성지(聖旨) 받들어 은혜가 응당 특별하리라.
繡衣春當霄漢立(수의춘당소한립) : 수놓은 옷으로 봄에 조정 앞에 서고
綵服日向庭闈趨(채복일향정위추) : 채색 옷으로 날마다 부모님 집을 향해 달리리라.
省郞京尹必俯拾(성랑경윤필부습) : 성(省)의 낭관(郎官)과 경조윤(京兆尹)은 필히 줍듯이 하고
江花未落還成都(강화미락환성도) : 강 꽃이 지기 전에 성도(成都)로 돌아오리라.
肯訪浣花老翁無(긍방완화로옹무) : 완화계(浣花溪)의 이 늙은이 즐겨 찾아주겠는가?
爲君酤酒滿眼酤(위군고주만안고) : 그대 위해 술 사되 눈앞에 가득히 사고
與奴白飯馬靑蒭(여노백반마청추) : 종에게는 흰 쌀밥 주고 말에게는 푸른 꼴 주리라.
* 繡衣春當霄漢立 : 수의(繡衣)는 수놓은 옷으로 옛날 어사(御史)는 수의(繡衣)를 입고 암행(暗行)하였는 바 시어(侍御)가 곧 시어사(侍御史)이므로 말한 것이며, 소한(霄漢)은 하늘의 은하수로 조정을 높여 칭한 것이다.
* 綵服日向庭闈趨 : 두시어(竇侍御)의 부모가 장안(長安)에 있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문안을 올리기 위해 달려간다는 뜻으로, 노래자(老萊子)가 나이 70세에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떤 고사(故事)를 인용한 것이다.
* 省郎 : 상서성(尚書省)의 고관(高官)。* 京尹 : 장안(長安)의 시장(市長)。
* 必俯拾 : 《漢書(한서)》 〈夏侯勝列傳(하후승열전)〉에 “하후승(夏侯勝)이 항상 유생들에게 말하기를 ‘사(士)는 경술(經術)에 밝지 못한 것이 병통이니, 경술(經術)에 만약 밝다면 공경(公卿)의 푸른 인끈을 얻는 것은 마치 몸을 구부려 땅의 지푸라기를 줍는 것과 같을 뿐이다.[士病不明經術 經術苟明 其取靑紫 如俛拾地芥耳]’ 했다.” 하였는데, 안사고(顔師古)의 주(注)에 “몸을 구부려 줍는다는 것은 쉽사리 반드시 얻음을 말한 것이다.[俛而拾之 言其易而必得也]” 하였으니, 이는 이번 행차의 공훈으로 省郞이나 京尹이 되는 것은 땅 위의 물건을 주워올리는 것처럼 매우 쉽게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 浣花溪 : 두보의 성도 초당(成都草堂)이 있던 곳.
* 滿眼酤 : 채몽필(蔡夢弼)의 주(註)에 “해설하는 자가 이르기를 ‘촉(蜀)지방 사람들은 술을 살 때 대나무통을 가지고 가는데 대나무통 위에 끈구멍이 뚫려 있어 술을 사가는 자가 만안고(滿眼酤)라고 주문하면 끈구멍에 찰 정도로 술을 가득 채움을 말한다.[說者謂蜀人酤酒 挈以竹筒 竹筒上有穿繩眼 其酤酒者曰 滿眼酤 言滿迫筒眼也]’ 했다.” 하였다.
이 시는 《杜少陵集(두소릉집)》 10권에 실려 있는 바, 제목이 ‘입주행을 지어 서산검찰사 두시어에게 올리다(入奏行贈西山檢察使竇侍御) (입주행증서산검찰사두시어)’로 되어 있다. 보응(寶應) 원년(元年:762) 봄에 쓰여진 작품으로, 당시 토번(吐蕃)이 세 길로 나누어 쳐들어와 노략질하고 성도(成都)를 취하여 동부(東府)로 삼으려 하였다. 이에 두공(竇公)이 어사(御史)로 나가 여러 주(州)의 군비(軍備)와 무기(武器)를 점검하고 수시로 들어와 보고하였으므로, 두보가 이 시를 지어 바쳤다.
322.입추우원중유작(立秋雨院中有作) 입추에 우원에서 짓다
山雲行絶塞(산운행절새) : 산 구름이 먼 변방을 흘러 다니니
大火復西流(대화부서류) : 큰 화심성이 또 서녘으로 흘러간다.
飛雨動華屋(비우동화옥) : 날아가는 비에 화려한 집들이 흔들리니
蕭蕭梁棟秋(소소양동추) : 서늘하게 들보와 기둥은 가을이라.
窮途媿知己(궁도괴지기) : 궁한 인생길에는 나를 아는 이가 부끄러워
暮齒借前籌(모치차전주) : 늙은 나이에 앞의 젓가락을 빌린다.
已費淸晨謁(이비청신알) : 맑은 새벽에 찾아봄이 이미 성가시나
那成長者謀(나성장자모) : 어찌 어른의 뜻을 이루겠는가.
解衣開北戶(해의개북호) : 옷 벗고 북문을 열어젖히고
高枕對南棲(고침대남서) : 베개를 높이 베고 남쪽 누대 향한다.
樹濕風涼進(수습풍량진) : 나무가 젖으니 바람의 서늘함이 들고
江喧水氣浮(강훤수기부) : 강이 시끄럽고 물기운이 떠 있어라.
禮寬心有適(례관심유적) : 예의와 너그러움이 마음에 맞으니
節爽病微瘳(절상병미추) : 계절이 서늘하여 병이 조금 낫는다.
主將歸調鼎(주장귀조정) : 주장이 솥의 맛을 맞게 만들려 돌아가시면
吾還訪舊丘(오환방구구) : 나는 돌아가 옛날 살던 땅으로 가리라.
323.입추후제(立秋後題) 입추 후에 짓다
日月不相饒(일월불상요) : 해와 달이 서로 너그럽지 않아
節序昨夜隔(절서작야격) : 절기는 어젯밤 길어지기 시작했네.
玄蟬無停號(현선무정호) : 가을매미는 울음 그치지 않고
秋燕已如客(추연이여객) : 가을 제비는 이미 나그네 신세라네.
平生獨往願(평생독왕원) : 평생토록 은거하고 싶었는데
惆悵年半百(추창년반백) : 슬프게도 이미 반백이 되었네.
罷官亦由人(파관역유인) : 벼슬을 물러남도 사람에게 달려있는데
何事拘形役(하사구형역) : 어찌하여 육신의 노예로 구속됐었나?
* 立秋 : 24절기 중, 13번째 절기로서 음력 7월 초순 경이다. 이날부터 입동 전까지를 가을로 친다.
* 不相饒 : 서로 의견이 맞지 않다. * 節序 : 절기(節氣). * 昨夜隔 : 어젯밤에 밤이 길어지다.
* 玄蟬 : 가을 매미. 추선(秋蟬). * 惆悵 : 슬퍼하는 모양. 근심하고 슬퍼함. * 年半百 : 50년.
* 亦由人 : 그 이유도 사람에게 달려있다.
* 形役 : 육신의 노예로 만들다. 참군의 사무관이 된 것이 몸을 구속했다는 뜻.
* 이 시는 전당시에 있으면 당 숙종 건원 2년(759년) 두보의 48세 때 입추 다음날 지은 시이다. 당시 두보는 진주(秦州)에 있었으며 관직을 버리고 유랑하면서 입추를 맞아 곤궁한 생활로 인하여 관직에 매달렸던 자신을 자책하며 외로운 마음을 읊은 시이다.
324.입춘(立春) 입춘
春日春盤細生菜(춘일춘반세생채) : 입춘날 춘반의 생채가 부드러우니
忽憶兩京全盛時(홀억량경전성시) : 홀연히 양경(兩京)의 전성시절이 생각나네.
盤出高門行白玉(반출고문항백옥) : 고문(高門)에서 나온 소반은 백옥과 같고
菜傳纖手送靑絲(채전섬수송청사) : 섬섬옥수로 건네주는 나물은 푸른 실과 같네.
巫峽寒江那對眼(무협한강나대안) : 무협(巫峽)의 차가운 강을 어찌 바라보랴
杜陵遠客不勝悲(두능원객부승비) : 먼길 온 두릉의 나그네 슬픔을 이기지 못하네.
此身未知歸定處(차신미지귀정처) : 이 몸 돌아가 살 곳을 아직 모르기에
呼兒覓紙一題詩(호아멱지일제시) : 아이 불러 종이를 찾아 한 편 시를 지어보네.
* 春日(춘일) : 입춘
* 春盤(춘반) : 입춘때나 봄에 봄나물이나 쑥떡 등을 진상할 때 쓰는 소반.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입춘(立春)'이란 시에 "입춘날 춘반의 생채가 부드러우니 홀연히 양경(낙양·장안)의 전성시절이 생각나네(春日春盤細生菜 忽憶兩京全盛時)"란 구절과 조선 후기 남파(南坡) 홍우원(洪宇遠)의 "입춘날 생채가 생각난다(立春日思生菜)"라는 시에서 춘반의 주요 재료가 채소였음을 알 수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춘반 [春盤] (두산백과)
* 兩京(양경) : 낙양(洛陽)과 장안(長安).
* 高門(고문): 한(漢)의 전각(殿閣) 이름. 미앙궁(未央宮)이 안에 있었다.
* 菜傳纖手(채전섬수) : 생채를 고운 손을 가진 궁녀가 건네주는 것.
* 巫峽(무협) : 중국 장강 3협 중의 하나.
* 杜陵(두릉) : 장안 근교의 지명. 두보 선조의 고향
* 覓(멱) : 구하여 찾다
* 두보(杜甫, 712년 ~ 770년)는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이다.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야로(少陵野老). 중국 고대 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시성(詩聖)이라 부르며, 그의 작품은 시사(詩史)라 부른다. 이백과 함께 이두(李杜)라고도 일컬으며, 정의가 없는 경제구조로 고통받는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시로 묘사한 민중시인이다.
'두릉(杜陵)의 포의(布衣)' 또는 '소릉(少陵)의 야로(野老)'라고 자칭한 것은 장안(長安)의 남쪽 근교에 있는 두릉 땅에 두보의 선조가 살았기 때문이다.
* 삼협(三峽) : 장강삼협(長江三峽)은 중화인민공화국 충칭 시와 후베이 성 경내의 장강 주류에 있는 세 개의 협곡의 총칭이다. 충칭시 펑제 현의 백제성에서 후베이성 이창 시 남진관까지 193km의 사이에, 8km에 이르는 가장 상류의 《구당협》(瞿塘峽), 45km에 이르는 《무협》(巫峽), 그리고 66km에 이르는 가장 긴 《서릉협》(西陵峽)이 연속하는 경승지이다.
구당협과 이어진 《무협》(巫峡)은 충칭시와 후베이성의 경계에 있는 45km 길이의 계곡으로, 《무산산맥》을 북서에서 남동에 꽤뚫고 무산산계의 사이를 동서로 흘러간다. 무산의 십이봉을 시작으로 하는 수려한 경관이 많은 문인묵객에게 영감을 주어 왔다. 십이봉에서도 《신녀봉》(神女峰)은 가장 볼 만한 곳으로 구름 속에 봉우리 자락을 내밀고 있다.<위키백과>
* 입춘(立春)은24절기중의 하나로, 정월(正月)의 절기이다. 태양의 황경이 315˚에 드는 때이며 양력으로 2월 4일 또는 2월 5일이다. 대한과 우수 사이에 있다. 봄이 시작하는 날이라 하여 입춘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대개 이 때를 즈음해서 설날이온다.
예로부터 입춘이 되면 동풍이 불고, 얼음이 풀리며, 동면하던 벌레들이 깨어난다고 하였다. 그러나 입춘이라는 명칭은 중국의 화북 지방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국에서 이 시기의 기상은 매년 불규칙적이어서 이때를 전후한 시기가 1년 중 가장 추운 해도 있다.
음력으로는 대개 정월이므로 새해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이날 '입춘대길'(立春大吉:입춘을 맞이하여 좋은 일이 많이 생기라는 뜻)과 같은 좋은 글을 써서 대문 기둥이나 대들보 혹은 천장에 붙였으며, 농가에서는 보리 뿌리를 뽑아 보고 그해 농사가 잘 될지 어떨지를 점치기도 하였다. 또한, 음력으로 한 해에 입춘이 두 번 들어 있으면 '쌍춘년'(雙春年)이라고 하여 그해에 결혼하는 것이 길하다고 받아 들여져왔다. <위키백과>
325.자경부봉선현영회 오수(自京赴奉先縣詠懷 五首) 봉선으로 가는 길
其一
杜陵有布衣(두릉유포의) : 두릉에 베옷 입은 이 사람
老大意轉拙(노대의전졸) : 늙어갈수록 마음이 옹졸하구나.
許身一何愚(허신일하우) : 어찌도 그리 서툴고 어리석은지
竊比稷與契(절비직여설) : 순임금 때 현신. 직과 설에 속으로 비겨본다.
居然成濩落(거연성호락) : 어느덧 일그러져 떨어진 몸이 되어
白首甘契闊(백수감결활) : 머리가 희어져도 곤궁함을 달갑게 여긴다.
蓋棺事則已(개관사즉이) : 관 뚜껑이 닫힌 후에야 모든 일이 끝나지만
此志常覬豁(차지상기활) : 그 뜻 펴기를 변함없이 바라왔다.
窮年憂黎元(궁년우여원) : 평생에 걸쳐 착한 백성들을 걱정하여
歎息腸內熱(탄식장내열) : 탄식하고 애를 태우며 살아왔고.
取笑同學翁(취소동학옹) : 동학(同學)한 노인들이 비웃기라도 하면
浩歌彌激烈(호가미격렬) : 그 목소리 호탕하게 더욱 커진다.
非無江海志(비무강해지) : 강호에 은거하고 싶은 뜻 없지 않았고
蕭灑送日月(소쇄송일월) : 때 묻지 않게 세월을 보내고 싶었으나
生逢堯舜君(생봉요순군) : 생전에 요(堯) 순(舜)같은 임금을 만나
不忍便永訣(불인편영결) : 차마 이대로 죽을 수가 없었도다.
當今廊廟具(당금낭묘구) : 지금 조정에서는 인재들을 두루 갖추어
構厦豈云缺(구하기운결) : 큰 나라 다스림에 모자람이 없건만
葵藿傾太陽(규곽경태양) :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하 듯 하는
物性固難奪(물성고난탈) : 그 본성을 빼앗아 바로 할 수 없구나.
* 轉拙 : 갈수록 어리석어 * 竊比 : 가만히 속으로 비교함. * 稷과 契 : 순임금 때 농사와 교육을 맡음.
* 居然 : 과연 * 濩落 : 속이비고 못쓰게. * 契闊 : 애쓰고 고생함(청빈). * 蓋棺 : 관 뚜껑을 닫음
* 覬豁 : 이루기를 바람. * 窮年 : 년중 내내 * 黎元 : 백성(착한 민중). * 彌 : 더욱
* 蕭灑(洒) : 말쑥하고 깨끗하게. * 不忍 : 참지 못함. * 廊廟 : 조정(정부)
* 構厦 : 큰 나라 꾸려감. * 葵藿 : 해바라기. * 固難奪 : 빼앗기 어렵다.
其二
顧惟螻蟻輩(고유누의배) : 땅강아지나 개미 같은 미물들을 생각하면
但自求其穴(단자구기혈) : 단지 제가 들어갈 구멍만 구하면 될 것을
胡爲慕大鯨(호위모대경) : 어쩌자고 큰 고래를 사모하여
輒擬偃溟渤(첩의언명발) : 그를 흉내 내어 바다로만 나가려는가?
以玆悟生理(이자오생리) : 이런 일로써 사는 이치를 깨달아야
獨恥事干謁(독치사간알) : 청탁하는 일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리.
兀兀遂至今(올올수지금) : 이러하게 버티며 지금에 까지 이르러
忍爲塵埃沒(인위진애몰) : 흙먼지 속에 묻혀 사는 것도 참아왔다.
終愧巢與由(종괴소여유) : 소부(巢父)와 허유(許由)에게 못미처 부끄럽지만
未能易其節(미능역기절) : 그 충심은 아직도 바꿀 수는 없도다.
沈飮聊自遣(침음요자견) : 괴로워 술을 마셔 스스로를 달래기도 하고
放歌破愁絶(방가파수절) : 큰 소리로 노래 불러 시름을 잊기도 한다.
歲暮百草零(세모백초령) : 한 해가 저물어 온갖 풀들은 시들었는데
疾風高岡裂(질풍고강열) : 매서운 바람은 산언덕도 찢을 듯하다.
天衢陰崢嶸(천구음쟁영) : 장안의 거리는 음산하고 험한데
客子中夜發(객자중야발) : 나그네(두보)는 한밤중에 길을 떠난다.
霜嚴衣帶斷(상엄의대단) : 서릿발에 매섭게 추워 옷의 띠가 끊어져도
指直不能結(기직불능결) : 손가락이 곱아 고쳐 매기도 어렵구나.
凌晨過驪山(능신과여산) : 이른 새벽에야 여산을 지나니
御榻在嵽嵲(어탑재질얼) : 임금 계신 곳은 저 험하고 높은 곳이겠지.
* 螻蟻輩 : 땅강아지. 개미들. * 胡爲 : 어쩌자고. * 輒擬 : 즉시 하려함.
* 偃溟渤 : 널고 험한 바다에 엎드림. * 悟生理 : 혼탁한 사회에 빠지지 않음을 깨달음
* 獨恥 : 스스로 부끄러운 짓을 않는다. * 事干謁 : 벼슬자리를 청탁함.
* 兀兀 : 우뚝하니 홀로 고생을 참다 * 塵埃沒 : 먼지 속에 묻힘. * 終愧 : 끝내 부끄럽다
* 巢與由 : 요임금이 천하를 주겠다는 말을 듣고 영수에 귀를 씻고 은둔한 처사 소부와 그 말을 들은 허유는 영천수가 더러워 진다하여 그 상류에 가서 소에 물을 먹였다는 고사.
* 易其節 : 그 본래의 충절은 변함없다. * 聊 : 잠시나마. * 自遣 : 스스로 달램
* 破愁絶 : 큰 시름을 푼다. * 百草零 : 모든 풀이 사들다. * 疾風 : 심한 바람
* 高岡裂 : 높은 언덕이 갈라질 듯. * 天衢 : 장안의 거리. * 崢嶸 : 산이 높고 가파름
* 霜嚴 : 서릿발이 차가워 * 凌晨 : 이른 새벽. * 驪山 : 장안 동쪽의 산으로 온천이 있고 현종이 화천궁을 지어 양귀와 놀았다. * 御榻 : 어좌. * 嵽嵲 : 산이 험하고 높다
其三
蚩尤塞寒空(치우색한공) : 치우(전설의 마왕)가 추운 허공을 가리고
蹴踏崖谷滑(축답애곡활) : 벼랑과 거친 계곡을 걸어가니 미끄럽기도 하네.
瑤池氣鬱律(요지기울률) : 여산의 온천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羽林相摩戞(우림상마알) : 우림군(근황대))의 지키는 창 소리는 쨍그랑거린다.
君臣留歡娛(군신유환오) : 임금과 신하는 마냥 머물러 오락을 즐기니
樂動殷膠葛(악동은교갈) : 음악소리 하늘높이 넓고 멀게 울려 퍼진다.
賜浴皆長纓(사욕개장영) : 황은으로 목욕하는 이는 모두 고관 귀족들이고
與宴非短褐(여연비단갈) : 잔치에 참여한 이들도 착한백성들은 아니구나.
彤庭所分帛(동정소분백) : 궁궐에서 그 비단을 하사하는데
本自寒女出(본자한녀출) : 이는 본래 가난한 집 아낙들이 만들었을 테지.
鞭撻其夫家(편달기부가) : 그 집의 남편과 가족을 매질하여
聚斂貢城闕(취렴공성궐) : 모질게 거둔 것을 공물로 대궐에 바친 것이리.
聖人筐匪恩(성인광비은) : 임금이 이 물품들을 하사한 뜻은
實願邦國活(실원방국활) : 원래 나라를 구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臣如忽至理(신여홀지리) : 신하가 이 지극한 뜻을 소홀히 여기어
君豈棄此物(군기기차물) : 임금 하사품의 뜻을 어찌 그리 저버리는가.
多士盈朝廷(다사영조정) : 많은 선비들 조정에 가득히 넘친다지만
仁者宜戰慄(인자의전률) : 어진이라면 마땅히 두려워 떨어야 하리.
況聞內金盤(황문내금반) : 하물며 대궐 내의 황금기물 모두를
盡在衛藿室(진재위곽실) : 위씨와 곽씨 집으로 가져갔다 하더라.
* 蚩尤 : 옛 황제와 싸워 패했다는 마왕 * 蹴踏 : 걷어차고 감. * 崖谷滑 : 계곡. 벼랑이 미끄러움
* 瑤池 : 곤륜산의 서왕모가 있던 곳 전설(여기서는 여산의 온천지). * 鬱律 : 김이 피어오르다
* 摩戞 : 창 부딪치는. * 留歡娛 : 오락을 즐기며 머물다. * 樂動 : 음악이 울림. * 殷 : 은은히
* 膠葛 : 광대하게. * 賜浴 : 목욕하는 혜택 * 長纓 : 긴 갓끈(고관). * 短褐 : 짧은 베옷(서민)
* 彤庭 : 붉은 흑의 궁정 * 分帛 : 비단을 하사함. * 寒女 : 가난한 여인(서민) * 鞭撻 : 채찍으로 침
* 聚斂 : 혹독하게 긁어모음. * 貢城闕 : 대궐에 바치다. * 聖人 : 임금 * 筐匪 : 대 광주리
* 忽至理 : 지극한 도리를 소홀히 함 * 盈 : 가득히. * 仁者 : 知仁勇의 三達德을 가춘 선비
* 宜戰慄 : 잘못을 저지르지 않나 무서워한다. * 況聞 : 하물며 듣건대. * 內 : 대궐 안 * 盡 : 모두
* 衛藿室 : 한무제 총희 위청과 그 친척 곽거병 (여기서는 양귀비를 은유한말) 즉 총애를 받는 양귀비 일족의 집으로 여산의 온천에서 양귀비 일족과 놀고 지내는 권신의 사치와 백성의 수탈이 임금의 뜻과 달리 횡행하니 이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
其四
中堂有神仙(중당유신선) : 대궐 안방에는 선녀 같은 여인들이 노니는데
煙霧蒙玉質(연무몽옥질) : 안개서린 얇은 옷으로 옥결 같은 몸을 감쌌구나.
客煖貂鼠裘(난객초서구) : 귀공들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담비가죽옷이고
悲管逐淸瑟(비관축청슬) : 구슬픈 피리소리에 맑은 거문고소리가 따른다.
勸客駝蹄羹(권객타제갱) : 둘러앉은 관객에게는 낙타족탕을 권하고
霜橙壓香橘(상등압황귤) : 잘 익은 유자에다 향기로운 귤이 올려있다.
朱門酒肉臭(주문주육취) : 귀족의 붉은 문 안에서는 술과 고기 냄새요
路有凍死骨(노유동사골) : 길가에는 얼어 죽은 사람들의 뼈가 구른다.
榮枯咫尺異(영고지척이) : 영화로움과 괴로움이 지척 간에 판이하니
惆愴難再述(추창난재술) : 슬프고 실망한 마음 이루 다시 표현할 수 없구나.
北轅就涇渭(북원취경위) : 북으로 수레 돌려 나가니 경수와 위수라
官渡又改轍(관도우개철) : 관영 나루터에서 다시 수레를 갈아탄다.
群氷從西下(군빙종서하) : 큰 어름줄기는 서쪽으로부터 내려오고
極目高崪兀(극목고줄올) : 멀리 보이는 끝이 아득히 높으니
疑是空同來(의시공동래) : 이것이 공동산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싶고
恐觸天柱折(공촉천주절) : 하늘기둥(높이 솟음)에 부딪혀 부러질까 두려워라.
河梁幸未坼(하량행미탁) : 큰 강의 다리는 다행히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枝撑聲悉窣(지탱성실솔) : 교각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불안하구나.
行旅相攀援(행려상반원) : 길가는 나그네들 서로 끌어 잡아 도와주는데
川廣不可越(천광불가월) : 강이 워낙 넓어 건너기가 매우 힘들다.
* 中堂 : 대궐의 안방. * 蒙 : 얇은 옷을 입다. * 玉質 : 옥녀 미녀. * 客煖 : 귀족을 따뜻하게
* 貂鼠裘 : 담비 가죽을 안에 바친 옷. * 悲管 : 슬픈 피리소리. * 淸瑟 : 맑은 거문고소리
* 駝蹄羹 : 낙타 족탕. * 霜橙 : 서리 맞은 유자(익은 유자). * 香橘 : 향기 나는 귤
* 朱門 : 붉은 문. 궐이나 귀족의 집 기둥 * 榮枯 : 영화와 질곡 * 咫尺 : 8치, 아주 가까운 거리
* 惆愴 : 실망하고 슬픔. * 再述 : 다시 말함. * 北轅 : 말 멍에를 북으로 * 涇渭 : 경수와 위수
* 官渡 : 관영 나루. * 改轍 : 길을 바꾼다. * 極目 : 끝까지 보인다. * 崪兀 : 험하고 높음
* 空同 : 감숙성의 산(경수·위수 발원지). * 天柱 : 『회남자』는 태고에 공공(共工)이 전욱과 제왕의 자리를 두고 다투어서 패하자, 화가 나서 불주산에 부딪쳐서 천주가 꺾이고, 끈이 끊어져, 대지가 동남쪽으로 기울었다. 그 결과, 대지의 동남 부분이 바다가 되고, 천하의 강은 모두 거기에서 흘러나왔다고 한다. 또한 산악이 천주라고도 하며, 특히 곤륜산이 세계의 중앙에 위치해서 하늘을 바치는 기둥이 되고 있으며, 천상, 지상, 지하 세 곳의 세계가 거기에서 결합하고 있다고 한다.
* 河梁 : 강의 다리. * 未坼 :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 枝撑 : 받침대 * 悉窣 : 삐걱거림 * 攀援 : 부축해 오름. * 越 : 건너다.
其五
老妻寄異縣(노처기이현) : 늙은 처는 딴 고을에 부쳐 사는데
十口隔風雪(십구격풍설) : 열 식구가 바람과 눈 속에 떨어져 있다.
誰能久不顧(수능구불고) : 뉘라서 오래도록 그 어려움을 돌볼 수 있으랴.
庶往共饑渴(서왕공기갈) : 굶주림도 목마름도 같이 하자며 살아 왔네.
入門聞號咷(입문문호도) : 문을 들어서니 부르며 우는 소리 들린다.
幼子餓已卒(치자아이졸) : 어린 아들이 굶주려 죽고야 말았구나.
吾寧捨一哀(오영사일애) : 내 어찌 슬프지 않을 수 있으리.
里巷亦嗚咽(이항역오열) : 마을 사람들도 역시 흐느껴 우는구나.
所愧爲人父(소괴위인부) : 부끄럽다, 사람의 아비가 되어서
無食致夭折(무식치요절) :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게 만들다니.
豈知秋禾登(기지추화등) : 가을이라 벼도 거두었건만
貧窶有倉卒(빈구유창졸) : 가난한 집에는 이런 변고 당하는구나.
生常免租稅(생상면조세) : 나야 나면서 선비라고 조세도 면제되었고
名不隸征伐(명부예정벌) : 이름도 병적에는 오르지 않았지만
撫跡猶酸辛(무적유산신) : 지난 날 돌아보면 이럼에도 쓰리도록 아픔뿐인데
平人固騷屑(평인고소설) : 백성들의 괴로움은 얼마나 하리.
默思失業徒(묵사실업도) : 가만히 일자리 잃은 무리들을 생각하고
因念遠戍卒(인념원수졸) : 멀리 싸움터에 있는 병졸들 떠올리니
憂端齊終南(우단제종남) : 걱정은 종남산(終南山)만큼이나 크고 높아
澒洞不可掇(홍동불가철) : 그 혼란스러움 종잡을 수 없어라.
* 隔風雪 : 눈바람 험한 곳에 떨어져 있다 * 庶 : 바람. * 饑渴 : 굼주림 * 號咷 : 큰소리로 울부짖다
* 餓已卒 : 굶어서 이미 죽음 * 寧 : 어찌 * 捨 : 않다. * 里巷 : 마을 사람. * 嗚咽 : 흐느껴 울다
* 所愧 : 부끄럽게 여기는바 * 致 : 이르다 * 夭折 : 어린나이에 죽음 * 秋禾登 : 추수가 잘됨
* 貧窶 : 가난하고 쪼들림. * 倉卒 : 다급한일. * 免租稅 : 선비에게 세금면제 * 隸 : 속하다
* 征伐 : 병역. * 撫跡 : 자기인생을 돌이켜봄 * 猶酸辛 : 이런대도 쓰리도록 고생했다
* 騷屑 : 인정하지 못하고 부인 * 因念 : 또한 생각 한다. * 遠戍卒 : 멀리나간 병졸
* 憂端 : 걱정의 갈래 * 終南 : 종남산. * 澒洞 : 혼란스러움. * 不可掇 : 걷잡을 수 없다.
* 두보 43 세 때 봉선현에서 현감 양씨에게 가족을 의탁하였는데 이미 이인보의 지식인 배척으로 벼슬을 못하다가 겨우 말직인 병조 참군 자리를 얻고 가족을 보러 봉선으로 가는 길에 쓴 시로 당시 양귀비의 일족의 세도정치로 민심이 흉흉해져 이를 걱정하는 우국의 정을 실감 있게 묘사한 그의 대표작의 하나로서 500자에 걸친 서사시이다. 이를 자세히 감상하기 위하여 5 편으로 나누어 싣는다.
326.자규(子規) 두견새
峽裏雲安縣(협리운안현) : 무협 속의 운안현
江樓翼瓦齊(강루익와제) : 강루의 새깃 같은 기와가 가지런하다
兩邊山木合(양변산목합) : 양 언덕에 산과 나무가 어우러지고
終日子規啼(종일자규제) : 종일토록 자규가 운다.
眇眇春風見(묘묘춘풍견) : 아스라이 봄바람에 나타나
蕭蕭夜色悽(소소야색처) : 쓸쓸하다, 밤빛처럼 처량함이여
客愁那聽此(객수나청차) : 나그네 시름겨워 이 소리를 어찌 듣나
故作傍人低(고작방인저) : 일부러 곁 사람 아래 납작이 엎드린다.
327.자신전퇴조구호(紫宸殿退朝口號) 자신전에서 물러나 읊다
戶外昭容紫袖垂(호외소용자수수) : 문 밖에서 어여쁜 궁녀들 자색 옷소매 드리우고
雙瞻御座引朝儀(쌍첨어좌인조의) : 양쪽에서 임금님 바라보며 조회 참여를 인도한다.
香飄合殿春風轉(향표합전춘풍전) : 봄바람이 일어 향불은 하늘하늘 어전에 가득하고
花覆千官淑景移(화복천관숙경이) : 꽃은 백관을 가리고, 맑은 햇빛 천천히 움직인다.
晝漏稀聞高閣報(주루희문고각보) : 낮 시간, 고각에서 알리는 시간을 듣기 어렵고
天顔有喜近臣知(천안유희근신지) : 천자의 얼굴에 이는 기쁨 가까운 신하들은 안다.
宮中每出歸東省(궁중매출귀동성) : 궁중애서 나와 중서성으로 돌아갈 때
會送夔龍集鳳池(회송기용집봉지) : 함께 재상을 보내고 다시 중서성에 모인다.
328.잠곡항(蠶穀行) 누에와 곡식의 노래
天下郡國向萬城(천하군국향만성) : 나라 안에 고을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無有一城無甲兵(무유일성무갑병) : 고을마다 갑옷과 무기가 없는 곳이 없는데
焉得鑄甲作農器(언득주갑작농기) : 어째서 무기를 녹여 농기구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가?
一寸荒田牛得耕(일촌황전우득경) : 그렇게 하면 한 뙈기 땅도 놀리는 일 없고
牛盡耕(우진경) : 소들도 모두 밭갈이에 쓸 수 있으며
蠶亦成(잠역성) : 뽕과 누에를 키울 수도 있을 것인데
不勞烈士淚滂沱(불로열사누방타) : 그뿐인가 싸움에 나갔던 이들이 술 마시고 울 일도 없고
南穀女絲行復歌(남곡여사행부가) : 남녀가 함께 밭 갈고 베 짜며 노래를 부를 수도 있을 것인데!
* 郡國 : 군과 나라의 병칭. 한나라 초기에는 군은 중앙에 직속되고, 나라는 여러 제후들에게 분봉하는 봉건제와 군현제가 병행되었다. ‘向’은 ‘~에 가깝다(= 差不多)’는 뜻으로 읽었다. * 甲兵 : 갑옷과 병장기. * 盡 : ‘得’으로 쓴 자료도 있다.
* 烈士 : 여기서는 ‘戰士’의 뜻으로 새겨 읽었다. * 滂沱 : 비가 많이 내리는 모습을 가리킨다. ‘沱’는 ‘沲’와 같다.
* 男穀女絲 : 남자는 밭을 갈고 여자는 베를 짜는 것을 가리킨다. * 行復歌 : 길을 가면서 노래를 부르다.
329.잠여림읍지작산호정봉회이원외성흥(暫如臨邑至㟙山湖亭奉懷李員外成興) - 두보(杜甫)
잠시 입읍에 가서 택산호의 정자에 이르러 이원외를 생각하니 흥이 일다
野亭逼湖水(야정핍호수) : 들의 정자가 호수에 가까워
歇馬高林間(헐마고림간) : 말을 높은 숲 사이에서 쉬게 한다.
鼉吼風奔浪(타후풍분낭) : 악어가 소리치니 바람에 물결 일어
魚跳日映山(어도일영산) : 물고기가 뛰고 햇빛이 산에 비친다.
暫遊阻詞伯(잠유조사백) : 잠시 돌아다니다가 사백과 떨어져
却望懷靑關(각망회청관) : 돌아보니 그가 있는 정관이 생각난다.
靄靄生雲霧(애애생운무) : 자욱이 구름과 안개 피어나니
惟應促駕還(유응촉가환) : 오직 수레 재촉하여 돌아가야 하리라.
330.장강(長江) 양자강
衆水會涪萬(중수회부만) : 부주와 만주 지역 물길 모이어
瞿塘爭一門(구당쟁일문) : 구당협 한 골짝을 내리 치닫네.
朝宗人共挹(조종인공읍) : 조종 의리 사람들 모두 지키니
盜賊爾誰尊(도적이수존) : 도적 무리 너희를 누가 높이랴.
孤石隱如馬(고석은여마) : 외로운 바위 보니 말이 숨었나
高蘿垂飮猿(고라수음원) : 덩굴 끝의 원숭이 물을 마시네.
歸心異波浪(귀심이파랑) : 고향 향한 마음은 물결 아닌데
何事卽飛翻(하사즉비번) : 어인 일로 이처럼 요동을 치나.
위 시는 두보의 나이 53세 때인 당(唐) 대종(代宗) 영태(永泰) 1년(765)에 운안(雲安)에 머물러 있으면서 쓴 것으로, 세차게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장강을 보고 일부 몰지각한 무리가 권력에 눈이 어두워 살육전을 벌이는 현실과 고향을 떠나 타향을 떠도는 자신의 고독한 처지를 한탄한 것이다.
* 장강(長江) : 양자강의 다른 이름이고,
* 구당협(瞿塘峽) : 물길이 험난하기로 이름난 '삼협(三峽)' 가운데 한 구역이며, '부주(涪州)'와 '만주(萬州)'는 그 주변의 고을 이름이다.
* 조종(朝宗) : 《시경(詩經)》 면수편(沔水篇)의 "넘실넘실 흐르는 저기 저 물들, 하나같이 바다로 향해 가누나[沔彼流水 朝宗于海]"에서 인용한 말로, 중국 천하의 모든 강물이 지형이 낮은 동쪽 바다로 흘러가듯 천하의 모든 제후들이 천자(天子)를 떠받들며 두 마음을 품지 않는다는 뜻이다.
* 도적 무리 : 최간(崔간)을 가리킨다. 이해 윤10월에 검교서산병마사(檢校西山兵馬使)로 있던 최간이 양자강 상류 지역인 촉(蜀)땅에서 검남절도사(劍南節度使) 곽영의(郭英義)를 죽이고 반란을 일으켜 그 일대가 엄청난 혼란에 빠졌는데, 천하의 모든 강물이 바다로 돌아가듯 천하의 모든 사람이 천자를 옹호하는 현실에서 군신간의 도리를 어기고 반란을 일으킨 너희 도적을 어느 누가 존경하겠느냐는 말이다.
처음 4구는 강물을 빌려 시사(時事)를 그린 것으로, 크고 작은 여러 강이 하나로 합쳐져 마치내 바다로 돌아가듯 자연의 섭리와 인간의 도리는 영원불변의 법칙인데, 이를 저버리는 해우이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이 되어 결국 실패하고 만다는 사회적인 교훈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다음 4구는 구당협(瞿塘峽)의 물속에서 빠끔히 머리를 드러낸 바위에 눈길이 가자, 고향으로 달려가고픈 생각에 그것이 그만 말처럼 보였고, 강가에 늘어진 등덩굴을 타고 내려와 거기에 매달린 채 흐르는 물로 갈증을 풀고 있는 원숭이에게 눈길이 가자, 자기도 고향에 가면 정겨운 가족과 정담을 나누면서 이별의 쓰라린 가슴을 달콤한 정감의 샘물로 달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감정의 기반 위에 다시 시야를 넓혀 세차게 뒤집히며 제 갈 길로 달려가는 물결을 보고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고조되어, 내 마음은 물결도 아닌데 왜 이처럼 요동치느냐고 스스로 반문함으로써 고향을 향한 격한 감정을 물결에 실어 우회적으로 표현하였다.
331.적곡(赤谷) 적곡에서
天寒霜雪繁(천한상설번) : 차가운 날 서리 내려 눈이 쌓이는데
遊子有所之(유자유소지) : 나그네는 오직 가고 또 가야 하나
豈但歲月暮(개단세월모) : 이해도 저물어 세모인데다
重來未存期(중래미존기) : 다시는 기약 못할 길이로구나
晨發赤谷亭(신발적곡정) : 새벽에 적곡정을 출발 하니
險艱方自玆(험간방자자) : 줄 곳 험하고 고생 길 뿐이로다.
亂石無改轍(난석무개철) : 울퉁불퉁 돌길에 수레 돌리지 못해
我車已載脂(아차이재지) : 나의 수레바퀴에 기름을 친다.
* 赤谷 : 진주의 서쪽에 있는 마을. * 遊子 : 나그네 * 有所之 : 떠도는 길밖에 없다 * 豈但 : 오직
* 晨發 : 새벽에 떠남 * 方自玆 : 이곳부터 시작됨. * 無改轍 : 다른 길을 잡을 도리가 없다
* 載脂 : 기름 친다.
山深苦多風(산심고다풍) : 깊은 산의 세찬 바람 고생스럽고
落日童稚飢(낙일동치기) : 해가 지니 어린자식 허기지노라.
悄然村墟廻(초연촌허회) : 아직도 마을 멀어 실망에 젖었으니
煙火何由追(연화하유추) : 인가의 불끼를 얻을 길 없네.
貧病轉零落(빈병전영낙) : 가난과 병고에 더욱 영락해지니
故鄕不可思(고향불가사) : 고향 찾을 생각도 못 하겠노라.
常恐死道路(상공사도로) : 이대로 길바닥에 죽어 쓰러져
永爲高人嗤(영인고인치) : 덕 높은 사람에게 웃음 살까 두렵네.
* 悄然 : 풀이 죽어 실망한 폼 * 村墟廻 : 마을이 멀다 * 煙火 : 인가의 따듯한 불끼
* 高人 : 덕이 높은 사람 * 嗤 : 웃음. 조소를 받다.
* 叔孫 : 한나라 때 예악을 제정한 叔孫通. 이를 본떠 당 현종이 開元通禮를 만들었음
豈聞一絹直萬錢(기문일견직만전) : 명주 한필 값이 올라 만전이라니
有田種穀今流血(유전종곡금류혈) : 곡식 심던 밭이 피 흘리는 땅이고
洛陽宮殿燒焚盡(낙양궁전소분진) : 낙양의 궁전들 불에 타 없어졌네.
宗廟新除狐兎穴(종묘신제호토혈) : 종묘 뜰 층계 토끼와 여우굴이 있고
傷心不忍問耆舊(상심불인문기구) : 상심하여 차마 노인에게 묻지 못하네.
復恐初從亂離說(복공초종난리설) : 처음부터 난리얘기 나올까 다시 두렵다.
小臣魯鈍無所能(소신노둔무소능) : 소신은 병들어 어리석고 둔하거늘
朝廷記識蒙祿秩(조정기지몽록질) : 조정에 뽑혀 관직 봉록 받고 있노라
周宣中興望我皇(주선중흥망아황) : 주 나라 선왕처럼 새 임금의 중흥을 빌며
灑淚江漢身衰疾(쇄루강한신쇠질) : 늙고 병든 몸 강한에서 눈물 뿌린다.
* 直萬錢 : 값이 만전 * 有田種穀 : 곡식을 심던 밭에 * 燒焚盡 : 모두다 타버림
* 新除 : 새로 만든 돌층계 * 不忍問 : 차마 물을 수 없음 * 耆舊 : 60대 노인. * 復恐 : 또한 두렵다
* 初從 : 처음부터 * 小臣 : 두보 * 魯鈍 : 어리석고 둔함 * 記識 : 이름이 기록됨
* 蒙祿秩 : 관직과 봉록을 받음(工部員外郞). * 周 선왕의 중흥 * 望我皇 : 임금(대동)에게 바람
* 灑淚 : 눈물을 뿌림 * 江漢 : 중국의 금강과 한수
764년 대종 임금 때 성도에서 벼슬하며 지은 것으로, 안사의 전란으로 피폐해 진 사회의 복구가 절실한 마음을 임금에게 기대하며 지난 날 현종 시대의 전성기를 회상하고 있다. 옛 날 周나라 宣王시대와 같이 중흥을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며 늙은 몸 받쳐 눈물지며 기원하는 글이다.
332.적초령(積草嶺) 적초령에서
連峯積長陰(연봉적장음) : 잇단 봉우리에 긴 그늘 쌓이고
白日遞隱見(백일체은견) : 밝은 해는 숨었다가 다시 나타난다.
颼颼林響交(수수림향교) : 숲속엔 바람소리 어울려 들리고
慘慘石狀變(참참석장변) : 을씨년스럽게 돌 모양도 변한다.
山分積草嶺(산분적초령) : 적초령에서 산이 나누어지고
路異鳴水縣(노리명수현) : 명수현에선 길이 달라지는구나.
旅泊吾道窮(려박오도궁) : 나그네 같은 삶, 나의 길은 궁하고
衰年歲時倦(쇠년세시권) : 늙은 나이에 계절마저 겨울이로다.
卜居尙百里(복거상백리) : 내 사는 곳은 아직 백리 먼 길
休駕投諸彦(휴가투제언) : 수레 멈추고 선비들 집에 투숙한다.
邑有佳主人(읍유가주인) : 고을에는 좋은 주인이 있다 하니
情如已會面(정여이회면) : 마음은 이미 서로 만난 것 같아라.
來書語絶妙(내서어절묘) : 보내온 편지 받아보니, 그 말이 절묘하여
遠客驚深眷(원객경심권) : 먼 길 떠난 나그네가 깊은 배려에 놀란다.
食蕨不願餘(식궐부원여) : 고사리를 먹어도 더 이상 바랄 것 없으니
茅茨眼中見(모자안중견) : 초가집이 눈 안에 어른거리는구나.
333.전고한행 이수(前苦寒行 二首) 지난 고생의 노래
其一
漢時長安雪一丈(한시장안설일장) : 한나라 때에 장안에 눈이 열 자나 내려
牛馬毛寒縮如蝟(우마모한축여위) : 소와 말의 털이 추워 고슴도치 같이 움츠렸단다.
楚江巫峽氷入懷(초강무협빙입회) : 초강과 무협에 얼음이 품에 들어온 듯하니
虎豹哀號又堪記(호표애호우감기) : 호랑이와 표범의 슬픈 울음도 기록할 만하였다.
秦城老翁荊揚客(진성로옹형양객) : 진성의 늙은이 형양 땅의 나그네 되어
慣習炎蒸歲絺綌(관습염증세치격) : 더위를 익혀갈 베옷을 해마다 입었단다.
玄冥祝融氣或交(현명축융기혹교) : 현명과 축융의 기운이 혹 섞일 때면
手持白羽未敢釋(수지백우미감석) : 부채를 잡아 감히 놓지 않는단다.
去年白帝雪在山(거년백제설재산) : 지난해엔 백제성에 눈이 산에 있더니
今年白帝雪在地(금년백제설재지) : 금년에는 백제성에 눈이 땅에 쌓였구나.
凍埋蛟龍南浦縮(동매교용남포축) : 얼어 묻은 교룡은 남쪽 강물에 움츠렸으니
寒刮肌膚北風利(한괄기부북풍리) : 추위에 살을 베는 듯 한 북쪽 바람이 날카롭구나.
楚人四時皆麻衣(초인사시개마의) : 초나라 사람이 사철에 다 삼베 옷 입고
楚天萬里無晶輝(초천만리무정휘) : 초나라 하늘 만 리에 빛나는 햇빛 없구나.
三尺之烏足恐斷(삼척지오족공단) : 세 발 가진 까마귀들 발 얼어 끊어질까 두려우니
羲和送送將安歸(희화송송장안귀) : 희화가 서로 보내어 장차 어디로 날아가려나?
其二
南紀巫廬瘴不絶(남기무려장불절) : 남쪽 지방의 무산과 여산 더운 기운 그치지 않아
太古以來無尺雪(태고이래무척설) : 옛날로부터 한 자 깊이의 눈도 없었구나.
蠻夷長老畏苦寒(만이장노외고한) : 오랑캐의 늙은이 모진 추위를 한탄하니
崑崙天關凍應折(곤륜천관동응절) : 곤륜산과 천관이 얼어 틀림없이 끊어지리라.
玄猿口噤不能嘯(현원구금불능소) : 검은 원숭이 입 다물어 휘파람 불지 못하고
白鵠翅垂眼流血(백곡시수안류혈) : 흰 기러기가 날개 드리워 눈에는 피 흘리니
安得春泥補地裂(안득춘니보지렬) : 어찌 봄 흙 얻어서 땅의 갈라진 곳 보충하리오.
晩來江門失大木(만래강문실대목) : 저녁에 강어귀에서 큰 나무를 잃게 되니
猛風中夜吹白屋(맹풍중야취백옥) : 맹렬한 바람 밤중에 새집을 날려 버리는구나.
天兵斷斬靑海戎(천병단참청해융) : 천자의 병사들 청해의 오랑캐를 베니
殺氣南行動坤軸(살기남행동곤축) : 살벌한 기운이 남으로 내려와 지축을 흔든다.
不爾苦寒伺太酷(불이고한사태혹) : 이렇지 않다면 혹심한 추위 어찌 그리도 모질어
巴東之峽生凌凘(파동지협생릉시) : 파촉의 동쪽 산협에는 얼음 녹은 물이 생기어
彼蒼迴斡人得知(피창회알인득지) : 저 하늘이 주관함을 사람들이 알 수 있었을까?
334.전사(田舍) 농가
田舍淸江曲(전사청강곡) : 강물이 초가집을 감돌아 흘러가고
柴門古道旁(시문고도방) : 사립문 오래된 길 옆에 있어서
草深迷市井(초심미시정) : 풀이 자라 성으로 가는 길 없어질 때 있지만
地僻懶衣裳(비벽라의상) : 외진 곳이라 입는 것에 마음 쓸 일 없구나
櫸柳枝枝弱(거류지지약) : 풍양나무 가지들은 새 잎 돋아 하늘대고
枇杷樹樹香(비파수수향) : 빛 푸른 비파나무 꽃과 열매 향기로운데
鸕鷀西日照(노자서일조) : 서산으로 지는 해가 가마우지 비쳐주니
曬翅滿魚梁(쇄시만어량) : 어량 위에 모인 새들 젖은 날개 말리네.
* 淸江(청강) : 성도성成都城 밖 서쪽 교외에 있던 완화계浣花溪, 즉 탁금강濯錦江을 가리킨다.
* 市井(시정) : 옛사람들에게 아직 시장이라는 개념이 생기지 않았을 때, 아침마다 우물에서 물을 긷는 동안에 가져온 물건들을 사고파는 일이 병행되었는데, 이것이 확대되어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 거리, 도회 등을 뜻하는 말로까지 쓰이게 되었다. 응초應劭의 ⟪風俗通⟫에서는 ‘古音以十五畝爲一井, 因爲市交易, 故稱市井(고음에서는 면적 기준 15무를 정이라 하고 시장에서 교역이 이뤄지게 했으므로 시정이라 하였다).’이라고 했다.
* 櫸柳(거류) : 중국굴피나무를 가리킨다. ‘楓楊’이라고도 한다. ‘楊柳’로 쓴 자료도 있다. 다음 구절의 ‘枇杷’와 대비시켜 읽기 위해 느티나무(櫸)와 버드나무(柳)로 나눠 읽지 않고 ‘櫸柳’로 묶어 읽었다.
* 鸕鷀(노자) : 가마우지. 물속으로 들어가 고기를 잡는 데 능하다. 이시진(李時珍)은 ⟪본초강목(本草綱目)⋅금(禽)⋅노자(鸕鷀)⟫에서 ‘鸕鷀處處水鄕有之. 似鶂而小, 色黑. 亦如鴉, 而長喙微曲, 善沒水取魚, 日集洲渚, 夜巢林木, 久則糞毒多令木枯也. 南方漁舟往往縻畜數十, 令其捕魚(노자는 물이 많이 여러 고장에 있는데 거위보다 작고 색이 검다. 까마귀처럼 생기기도 했는데 부리가 길고 끝이 조금 휘어 있다. 물속으로 들어가 고기를 잘 잡는데 낮에는 물가 모래밭에 모여 있다가 밤에는 숲 속 둥지로 돌아가는데 오래 산 곳에서는 배설물이 독해 나무들이 말라버린다. 남방의 고깃배들은 종종 목에 줄을 매서 여러 마리를 기르면서 고기를 잡게 한다).’라고 했다.
* 魚梁(어량) : 고기를 잡기 위해 돌이나 나뭇가지 등으로 흐르는 물을 막아둔 시설, 즉 발담을 가리킨다.
육유(陸游)는 「初冬從父老飮村酒有作」이란 시에서 ‘山路獵歸收兎網, 水濱農隙架魚梁(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산길에서 망에 걸린 토끼를 거두고 / 물가에 이르러 농한기 맞춰 어량을 설치해두네)’이라고 했다.
* 상원上元 원년(760) 초여름, 성도초당成都草堂에 있을 때 쓴 작품이다.
335.전출새 구수(前出塞 九首) 전쟁터에 나서며
1. 戚戚去故里(척척거고리) : 슬퍼하며 고향마을을 떠나
悠悠赴交河(유유부교하) : 아득히 멀리 교하에 이르렀구나.
公家有程期(공가유정기) : 나라 일에 정한 기한이 있어
亡命嬰禍羅(망명영화라) : 도망하면 징벌을 받을 것이네.
君已富土境(군이부토경) : 그대 이미 부토의 경계에 있어
開邊一何多(개변일하다) : 변경 개척하는 일, 어찌 이리도 많은가
棄絶父母恩(기절부모은) : 부모의 은공 버려두고
呑聲行負戈(탄성행부과) : 소리치며 창 메고 전장으로 간다.
*前出塞=전쟁터 앞으로 나가다 *戚戚=풀이죽고 우울하게 *去故里=고향을 떠나다
*悠悠=아득히 멀리 *赴交河=교하로 가다(신강성 변경) *公家=관청
*程期=일정 기한 *亡命=명을 어기고 도망함 *앵禍羅=법망에 걸림
*開邊=변경을 확대함 *棄絶=버리고 끊음 *呑聖=말 못하고
끝없는 정벌을 위한 병역에 시달리는 무고한 대중의 희생을 동정하고 강렬한 현실 비판의 시를 썼는데 연작 9수가 있다. 한사람의 종군 병사를 1인칭으로 묘사하고 있다.
2. 出門日已遠(출문일이원) : 문을 나서니 날은 길어도
不受徒旅欺(불수도여기) : 길 떠나는 피곤함도 모르겠다.
骨肉恩豈斷(골육은기단) : 가족들 은혜를 어찌 끊으랴만
男兒死無時(남아사무시) : 사나이 죽음에 때가 없는 법이로다
走馬脫轡頭(주마탈비두) : 달리는 말고삐 놓치고
手中挑靑絲(수중도청사) : 손 안 푸른 끈을 당겨본다.
睫下萬仞岡(첩하만인강) : 눈 아래는 만 길 절벽인데
俯身試搴旗(부신시건기) : 몸을 구부려 깃발을 뽑아본다.
* 出門 : 집을 나옴 * 徒旅 : 행군중인 병사무리 * 欺 : 다른 병사들의 주는 모욕
* 骨肉恩 : 부모의 사랑 * 豈斷 : 어찌 끊겠는가? * 轡頭 : 말고삐 * 挑靑絲 : 푸른 고삐를 휘어잡다
* 萬仞岡 : 만길 언덕. * 俯身 : 몸을 굽혀 * 試愆旗 : 깃발 뽑는 연습
훈련장에서 죽을 각오로 조련하는 모습을 생생히 그려 오늘날 사극을 보는 듯하다.
전1장에서 "창을 들고 말없이 가노라"하던 주인공은 훈련에 마음이 묻혀 여념이 없음을 보는 서글픔이 느껴진다.
3. 磨刀嗚咽水(마도오열수) : 흐느껴 우는 용두강에서 칼을 갈다가
手赤刃傷乎(수적인상호) : 칼날에 손을 베고 붉은 피를 흘렸네.
欲輕腸斷聲(욕경장단성) : 고통을 줄이려 단장의 외마디 소리
心緖亂已久(심서난이구) : 마음은 심란해진지 이미 오래다.
丈夫誓許國(장부서허국) : 대장부 한 몸 나라에 바치기를 서약하니
憤惋復何有(분완부하유) : 분하고 원망함이 어찌 다시 있을 손가
功名圖麒麟(공명도기린) : 공명이 기린각에 그려지기 바라며
戰骨當速朽(전골당속후) : 전장에 남겨진 백골은 급히도 썩어간다.
* 磨刀 : 칼을 갈음 * 嗚咽水 : 협서성에 있는 용두수 三秦記에 용두수는 멀리 진주를 바라보고 간장이 찢어지는 듯 흐느껴 울고 흐른다는 기록이 있다.
* 刃傷手 : 칼날에 손을 벰 * 欲輕 : 가볍게 여기고자함 * 心緖 : 마음의 줄기
* 亂已久 : 흐트러진 지 오램 * 誓許國 : 신명을 나라에 바칠 것을 서약함. * 憤惋 : 분통과 원통함
* 麒麟 : 기린각. 漢宣帝가 공신의 화상을 기린각에 걸었다. * 戰骨 : 전사자의 유골
단장의 서러움을 견디며 강훈련에 표면으로는 공을 세워 전사한 대가로 공신각에 오른다지만 전사한 유골은 썩어 없어지리라는 무상함을 은근히 비판하고 있다.
4. 送徒旣有長(송도기유장) : 비록 지휘관에 딸린 병사라도
遠戍亦有身(원수역유신) : 멀리 변경 싸움엔 오직 내 몸 있을 뿐
生死向前去(생사향전거) : 죽든 살든 앞으로 향하여 떠나가니
不勞吏怒嗔(부노리노진) : 관리들은 노하고 성낼 필요가 없으리라.
路逢相識人(노봉상식인) : 길에서 아는 사람 만나서
附書與六親(부서여륙친) : 육친에게 편지를 부탁하면서
哀哉兩決絶(애재량결절) : 슬프다! 피차 떨어진 채로
不復同苦辛(부복동고신) : 다시는 고생을 같이 할 수 없는 것을.
* 送徒 : 무리를 보냄 * 旣有長 : 지휘관에 있다 * 遠戍(원수) : 먼 변경에서 싸우는 병사
* 亦有身 : 역시 나의 몸 * 怒瞋 : 노하고 부릅뜨다 * 六親 : 부모처자형제. * 兩決絶 : 서로 갈라짐
* 同苦辛 : 고생을 함께 겪는다.
나의 삶을 의식하면서 다시는 가족과 만날 길이 없다고 슬퍼하는 병사의 마음을 처절하게 그리고 삶을 갈구하면서 전방의 구렁으로 끌려가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5. 迢迢萬里餘(초초만리여) : 멀고 멀리 만 리 넘는 길
領我赴三軍(영아부삼군) : 우리를 이끌어 삼군으로 보낸다.
軍中異苦樂(군중리고낙) : 군중에서는 고락을 달리해도
主將寧盡聞(주장녕진문) : 대장이 어찌 모두 들어서 알겠는가.
隔河見胡騎(격하견호기) : 강 건너 오랑캐 말들 보이더니
倏忽數百羣(숙홀수백군) : 순식간에 수백의 무리가 되었구나.
我始爲奴僕(아시위노복) : 우리는 노비 같은 처지가 되었으니
幾時樹功勳(기시수공훈) : 공훈 세울 기회가 언제 이리요.
* 迢迢 : 멀리 * 領我 : 나를 인솔하다 * 異苦樂 : 고락이 같지 않다. * 寧 : 어찌 하겠느냐
* 盡聞 : 사정을 들어주지 않음 * 隔河 : 교하를 건너 * 胡騎 : 기마 호병 * 倏忽(숙흘) : 갑자기
* 爲奴僕 : 병사가 전사해도 공은 장수가 갖는다는 뜻(즉 노예 같은 신세) * 樹功勳 : 공훈을 세울까?
병사의 희생으로 전과를 올려도 공은 장군의 몫이니 이러한 병사의 처지를 대변하고 충군애국(忠君愛國)에도 인권이 무시되는 부조리한 상황에서는 무조건 따라서는 인 된다는 저항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6. 挽弓當挽强(만궁당만강) : 활을 당김에는 마땅히 강하게 당겨야 하고
用箭當用長(용전당용장) : 화살을 쓸 때에는 마땅히 긴 것을 사용해야 한다네.
射人先射馬(사인선사마) : 먼저 말을 쏘아죽일 각오라야 사람을 쏠 수 있고
擒敵先擒王(금적선금왕) : 먼저 왕을 사로잡을 각오라야 적을 사로잡을 수 있다네.
殺人亦有限(살인역유한) : 사람을 죽이는 데는 또한 한계가 있는 법이고
立國自有疆(입국자유강) : 나라를 세움에는 강토의 경계가 있어야 한다네.
苟能制侵陵(구능제침능) : 진실로 적의 침략을 막을 수 있다면
豈在多殺傷(개재다살상) : 어찌 그리도 많은 살상이 있어야 하겠는가?
* 挽弓 : 활을 당김 * 當挽强 : 마땅히 강한 활을 당김. * 用箭 : 화살을 쓴다.
* 擒敵 : 저군을 사로잡음 * 苟能 : 최소한 ~할 수 있다면. * 制侵陵 : 적군의 침략을 제지함
* 豈在 : 어찌 ~할 필요가 있겠는가? * 多殺傷 : 많이 죽이고 다침
두보의 평화사상이 잘 표현 되어 있다. 전쟁은 침략을 막는 것에 한정해야하며 인명의 피해는 최소한으로 막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7. 驅馬天雨雪(구마천우설) : 말 타고 가니 하늘에는 비 눈 내리고
軍行入高山(군항입고산) : 군대는 행군하며 높은 산을 오른다.
逕危抱寒石(경위포한석) : 좁다란 길 위태하여 찬 바위 껴안으니
指落曾冰間(지낙증빙간) : 손가락은 얼음 사이로 미끄러 떨어진다.
已去漢月遠(이거한월원) : 이미 떠나온 고향의 달은 멀기만 한데
何時築城還(하시축성환) : 어느 때라야 성곽을 쌓아 쌀 수 있을까
浮雲暮南征(부운모남정) : 날은 저무는데 뜬구름 남으로 가는데
可望不可攀(가망부가반) : 거저 바라만 볼 뿐, 따라 잡을 수가 없구나.
*天雨雪=하늘에서 눈비내림 *軍行=행군 *涇=좁은길. *抱寒石=차거운 바위를 잡는다.
*指落=손가락이 끊어짐. *曾氷間=겹겹이 싸인 어름사이 *已去=이미 떨어저 왔다
*漢月=고향의 달 *暮南往=저물자 남족으로 간다. *不可攀=갈수가 없다
눈보라 치는 산중을 진격하는 병사의 고생을 그리고 있다. 흘러가는 뜬구름에 실어 남쪽 고향으로 가고싶은 향수가 가슴을 적시게 한다.
8. 單于寇我壘(선우구아누) : 적장 선우가 우리 진에 침입하니
百里風塵昏(백리풍진혼) : 백 리 바람과 먼지에 어둡다.
雄劍四五動(웅검사오동) : 장검 마구 휘두르니
彼軍爲我奔(피군위아분) : 저 적군들은 우리에게 쫓겨 달아났다.
虜其名王歸(노기명왕귀) : 그 유명한 왕을 사로잡아 돌아와
繫頸授轅門(계경수원문) : 목을 결박하고 진중의 문에 넘겨주었다.
潛身備行列(잠신비항렬) : 내 몸 존재도 없이 대열에 끼일 뿐
一勝何足論(일승하족논) : 한 번 승리로 어찌 충분히 논하겠는가.
* 單于 : 흉노의 족장 * 寇 : 침략해옴 * 我壘 : 아군진지 * 昏 : 어둡다
* 雄劍 : 노나라 임금 함려가 명장 간장을 시켜 만든 자검과 웅검. * 四五動 : 여러 번 흔들다
* 爲我奔 : 아군에 쫓겨 달아남 * 虜 : 사로잡아. * 繫頸 : 목을 매여 끌다 * 授 : 넘겨주다
* 轅門 : 부대본부 * 潛身 : 몸을 잠기다 * 備行列 : 행 열 속에 기어들다
오랑캐의 침공으로 생사를 떠난 용맹을 떨쳐 적장을 생포한 병사. 그러나 졸병의 신세 이름을 낼 도리가 없다. 전쟁의 도구로 사용되는 힘없는 병사들의 뒤로 앞으로 어느 쪽도 나아갈 수 없는 한을 읊고 있다. 세상에는 이러한 잘못된 역사를 수 없이 보고 있다.
9. 從軍十年餘(종군십년여) : 종군한 지 십여 년이라
能無分才功(능무분재공) : 작은 공적이라도 없을 수 없으리라.
衆人貴苟得(중인귀구득) : 사람들이 제 이득만 취하려 하니
欲語羞電同(욕어수전동) : 말하려니 덩달아 나서기 부끄럽구나.
中原有鬪爭(중원유투쟁) : 서울인 중원 땅에 다툼이 있으니
況在狄與戎(황재적여융) : 변경에야 의당 싸움 있으리.
丈夫四方志(장부사방지) : 대장부는 천하에 큰 뜻 품어야 하거는
安可辭固窮(안가사고궁) : 싸움의 괴로움 어찌 피할 수 있으랴
* 能無 : 없을 수 있는가 * 分寸功 : 작은 공로 * 貴苟得 : 작은 이득도 귀히 여긴다.
* 欲語 : 자기의 공을 내세워 말하고자 함 * 羞雷同 : 공을 내세우기 부끄럽다
* 狄與戎 : 변경. 북방족은 적, 서는 융, 남은 만(蠻), 동은 이(夷)라 했다.
* 四方志 : 사방에 뻗어나가 큰 뜻을 폄 * 安可辭 :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두보는 한 병사의 입을 빌어 변방으로의 무력 침공을 비판하고 반전 평화 사상을 계몽했다. 특히 병사들의 무공도 공평할 수 없는 모순 등 인권 침해도 지적하고 있다. 침략자를 맞아야 하는 방어전은 불가피하나 많은 살상은 하지 말라고 이르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방에 큰 뜻을 펴야 할 사나이로서 외침을 막는 고된 일을 아니할 수 있겠는가? 라 말한다.
336.절구(絶句) 절구
兩箇黃鸝鳴翠柳(양개황리명취류) : 푸른 버드나무 사이에 꾀꼬리 울고
一行白鷺上靑天(일행백로상청천) : 백로는 푸른 하늘 위를 줄지어 난다
牕含西嶺千秋雪(창함서령천추설) : 창 너머 서쪽 산봉우리엔 천년 묵은 눈
門泊東吳萬里船(문박동오만리선) : 문 밖에는 머나먼 동오로 떠날 배가 있다.
337.절구 삼수(絶句 三首) 절구
其一
遲日江山麗(지일강산여) : 나른한 봄날 강산은 화려하고
春風花草香(춘풍화초향) :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과 풀은 향기로워라
泥融飛燕子(니융비연자) : 진흙땅 녹으니 제비 날아들고
沙暖睡鴛鴦(사난수원앙) : 모래 따뜻하니 원앙새 잠든다.
* 遲日(지일) : 낮이 길어 해가 늦게 진다는 뜻으로, 봄날이나 낮이 긴 날을 이르는 말
* 泥融(이융) : 진흙이 묽어진다. 제비는 진흙을 물어다가 집을 짓기 때문에 봄이 되니 진흙이 묽어지니 제비가 날아온다는 뜻이다. 泥(니,이) 진흙. * 燕子(연자) : 제비.
其二
江碧鳥逾白(강벽조유백) 山靑花欲然(산청화욕연) 今春看又過(금춘간우과) 何日是歸年(하일시귀년)
강이 푸르니 새 더욱 희고, 산이 푸르니 꽃 빛이 불타는 듯하네. 보아하니 올 봄도 또 지나가니, 어느 날이 돌아갈 해일까?
* 逾白(유백) : 더욱 희다. 逾(넘을 ‘유’)는 ‘더욱, 한층’의 뜻.
* 花欲燃(화욕연) : 꽃이 활짝 피어서 불붙는 듯하다.
《杜工部集(두공부집)》에 실려 있는 5언절구로 절구(絶句)라는 제목의 시가 여러 곳에 산재한다. 절구(絶句)는 한시(漢詩) 근체시(近體時)의 하나로 기(起)ㆍ승(承)ㆍ전(轉)ㆍ결(結)의 구(句)로 되어 있으며, 중국(中國) 육조(六朝)의 악부(樂府)에서 비롯하여 당(唐)나라 때에 정형화되었는데. 오언(五言) 절구와 칠언(七言) 절구의 두 종류가 있다.
광덕(廣德) 2년(764) 두보 나이 53세 때 안록산의 난을 피해 성도(成都)에서 지은 시로 평화로운 봄날 풍경을 보고 나그네의 심사를 묘사하였으며 언젠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고대하는 모습이다. 절구라는 제목의 시가 두공부집(杜工部集)에 다수 실려 있으므로 절구라는 제목보다는 무제(無題)의 시로 봄이 타당하다.
其三
江動月移石(강동월이석) : 강물 움직이니 달빛은 바위로 옮겨가고
溪虛雲傍花(계허운방화) : 빈 계류에 구름이 꽃같이 피어나네.
鳥棲知故道(조서지고도) : 새가 깃드니 옛날에 다니던 길을 알겠고
帆過宿誰家)범과숙수가) : 돛단배 가버렸으니 뉘 집에서 묵으리요.
* 移石 : 달빛이 물결 따라 강가의 바위로 옮겨짐. * 傍花 : 구름이 꽃과 같이 피어난다. * 故道 : 옛날에 다니던 길.
338.정부마댁연동중(鄭駙馬宅宴洞中) 정 부마 집 동굴에서 잔치하다
主家陰洞細煙霧(주가음동세연무) : 공주의 집 그늘진 동굴에 엷은 안개
留客夏簟靑琅玕(류객하점청랑간) : 객을 머물게 하는 여름 대자리에 푸른 옥돌.
春酒盃濃琥珀薄(춘주배농호박박) : 봄술 담긴 술은 잔이 짙어 호박 빛처럼 엷고
冰漿椀碧瑪瑙寒(빙장완벽마노한) : 얼음물은 그릇이 푸르러 마놋빛처럼 차갑다.
悞疑茅堂過江麓(오의모당과강록) : 초가집에 강기슭 지나는 듯 잘못 알고
已入風磴霾雲端(이입풍등매운단) : 바람 부는 돌계단에 드니, 멀리 구름 끝에 흙비 내린다.
自是秦樓壓鄭谷(자시진누압정곡) : 본래 진루가 정곡을 내리누르고 있고
時聞雜佩聲珊珊(시문잡패성산산) : 때때로 찰랑찰랑 온갖 패옥소리 들린다.
339.정월삼일귀계상유작간원내제공(正月三日歸溪上有作簡院內諸公) - 두보(杜甫)
정월삼일 완화계로 돌아와 원내제공에게 편지를 쓰다
野外堂依竹(야외당의죽) : 들 밖에 집은 대숲을 의지하고
籬邊水向城(이변수향성) : 울타리 가의 물은 성으로 흘러간다오.
蟻浮仍臘味(의부잉납미) : 개미 떠 있는 술은 섣달의 술맛이 있고
鷗泛已春聲(구범이춘성) : 갈매기 떠도니 이미 봄 소리라오.
藥許鄰人斸(약허각인촉) : 약초를 이웃사람이 캐어가는 것을 허락하고
書從稚子擎(서종치자경) : 서책은 아이가 가지고 다님을 내버려 둔다오.
白頭趨幕府(백두추막부) : 허옇게 센 머리로 막부(幕府)에 달려들었으니
深覺負平生(심각부평생) : 내 평생을 배반하였음을 깊이 느꼈다오.
* 正月三日(정월삼일) : 영태(永泰) 원년(元年) (765년) 정월 3일.
* 溪上(계상) : 완화계(浣花溪) 근처.
* 簡(간) : 편지를 쓰다.
* 院内諸公(원내제공) : 절도사(節度使) 엄무(嚴武)의 막부 내의 동료들.
* 蟻浮(의부) : 술 표면에 개미가 떠다니다.
* 臘味(납미) : 음력 섣달에 담근 술.
* 鷗泛(구범) : 갈매기가 물위에 떠다니다.
* 斸(촉) : 베다.
* 擎(경) : 양손으로 들다.
* 趨(추) : 달려가다.
* 이 시는 두소릉시집(杜少陵詩集)에 실려 있으며 대종(代宗) 영태(永泰) 원년(765년) 두보의 나이 54세 때 막부에서 완화계(浣花渓) 초당으로 돌아와 쓴 편지이다.
두보는 당(唐) 광덕(光德) 2년(764) 53세 때 두보는 절도사(節度使) 엄무(嚴武)의 추천으로 절도참모(節度參謀),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에 임명되어 그의 막하(幕下)가 되었다. 영태(永泰) 원년(765년) 1월 엄무(嚴武) 막하의 공부원외랑(工部員外郞)을 사직하였으며, 4월에 엄무가 죽자 5월 가족을 데리고 성도의 초당을 떠나 배를 타고 중경으로 갔다.
이 시는 두보가 막부에 사직서를 내고 돌아와 막부의 동료들에게 쓴 편지로 추정된다. 음력 정월의 한가로운 모습과 평생 은둔하고자 하는 의지를 버리고 생활고 때문에 막부에서 일했던 것을 후회하는 마음을 표현한 시이다.
340.정초(庭草) 뜰의 풀
楚草經寒碧(초초경한벽) : 초나라 풀 추위 지나 푸르고
庭春入眼濃(정춘입안농) : 뜨락의 봄이 짙게 눈에 드는구나.
舊低收葉擧(구저수섭거) : 지난 날 시들은 잎 살아나니
新掩卷牙重(신엄권아중) : 새로 가린 권아가 무거워진다.
步履宜輕過(보리의경과) : 발걸음도 가벼워지리니
開筵得屢供(개연득누공) : 잔치도 여러 번 열리리라.
看花隨節序(간화수절서) : 계절에 맞춰 꽃 바라보노니
不敢强爲容(부감강위용) : 감히 억지로 꾸미지는 못하리라.
341.제갈공명(諸葛孔明) 제갈공명
長星昨夜墜前營(장성작야추전영) : 어제 밤 혜성이 영채 앞에 떨어져
訃報先生此日傾(계보선생차일경) : 이날 선생의 돌아가심 알리더라.
虎帳不聞施號令(호장불문시호령) : 호장에서 나는 호령소리 듣지 않고
麟臺誰復著勳名(인대수부저훈명) : 뉘 다시 인대각에 훈명을 올리랴
空餘門下三千客(공여문하삼천객) : 문하 삼천 객 외로이 남기시고
辜負胸中十萬兵(고부흉중십만병) : 흉중의 십만 병졸 저버리시나니
好看綠陰淸晝裏(호간녹음청주리) : 아름다운 녹음 우거지고 맑은 날
於今無復牙歌聲(어금무부아가성) : 이제 본진의 거문고 소리 다시없더라.
* 長星 : 彗星혜성. * 訃報 : 사람의 죽음을 알림. * 此日 : 이날 傾경: 무너지다 帳장:군막
* 虎帳 : 장군의 군막. * 麟臺 : 인대, 기린각(한무제가 장안의 궁중에 세운 전각으로 선제(무제의 증손) 때 여러 공신의 초상화를 그려서 閣上각상에 걸었다. * 閣上 : 다락집의 맨 위층
* 著 : 드러내다. 알리다. * 勳名 : 勳號(훈호) 나라에 공을 세운 사람에게 주던 칭호.
虎帳不聞施號令 : 호장에서 나는 호령 아니 듣고
麟臺誰復著勳名 : 뉘 다시 인대각에 훈명을 올리랴? 장군들이 제갈공명의 號令에 따라 싸워 공적을 쌓았는데 이제 공명이 없으니 누가 신출귀몰한 전략을 펴 다시 공적을 쌓을 수 있겠는가?
* 空 : 쓸쓸히, 외로이 * 餘 : 남기다
* 辜負胸中十萬兵 : 흉중의 십만 병졸 저버리시나니 가슴속에 십만 병졸 품은 채 버리고 떠나다(오장원에 촉나라 군사 십만 명을 남겨두고 숨졌다)
* 辜 : 저버리다. * 負 : 탄식하다 * 辜負 : 孤負. 저버리다
好看綠陰淸晝裏 : 아름다운 녹음 우거지고 맑은 날. 제갈공명이 오장원에서 숨진 날은 팔월 달 녹음이 우거진 맑은 날이다. * 好看 : 아름답다, 근사하다, 보기 좋다
* 裏 : 가운데, 가슴속 * 於今 : 지금 * 無復 : 다시~이 없다 * 牙 : 本陣본진 * 歌 : 악기 이름
於今無復牙歌聲 : 이제 본진의 거문고 소리 다시없더라. 제갈공명이 거문고를 잘 탔는데 이제 다시는 들을 수 없다. 제갈공명이 양평이라는 곳에서 조조를 치러 전군을 내보내고 몇 천 병사 밖에 없는 성에서 사마의가 이끄는 십 수만 병력을 맞았다. 제갈공명이 누대에 홀로 올라가 앉아서 조용히 거문고를 타니 사마의는 제갈공명의 계교에 빠질까 두려워서 그냥 물러갔다. 제갈공명이 泣斬馬謖(읍참마속후) 虎帳(호장) 안에서 거문고를 탔다.
342.제도수(題桃樹) 복숭아나무
小徑升堂舊不斜(소경승당구부사) : 집으로 오는 오솔길에 옛적엔 굽지 않았는데
伍株桃樹亦從遮(오주도수역종차) : 다섯 그루 복숭아나무 자라는 대로 굽어졌네.
高秋總饋貧人食(고수총귀빈인식) : 가을되면 가난한 사람 먹을 것을 내주겠지
來歲還舒滿眼花(래세환서만안화) : 내년 즈음 두 눈 가득 복숭아꽃 만발하겠구나.
簾戶每宜通乳燕(염호매의통유연) : 창문에 발을 올려두니 새끼제비들이 드나들고
兒童莫信打慈鴉(아동막신타자아) : 아이들도 까마귀는 효조라고 때리지 않네.
寡妻群盜非今日(과처군도비금일) : 도적들 때문에 가장 잃는 여인들도 사라졌고
天下車書正一家(천하거서정일가) : 온 세상 문물과 제도 제자리를 찾아 가네.
* 小徑升堂 : ‘升堂小徑(작은 길을 걸어 올라간 집)’을 도치한 것이다. ‘舊不斜’는 원래 기울어지지 않았던 것을 가리킨다.
* 乳燕 : 새끼제비(=추연雛燕) * 通 : 주렴을 말아 올려 제비들이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게 한 것을 가리킨다.
* 慈鴉 : 까마귀가 자란 뒤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 나르며 효도를 한다는 전설에 따라 ‘慈鴉(자아)’라고 한 것이다.
* 寡妻群盜非今日 : 도적들에 의해 많은 여인들이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것은 이미 지난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 天下車書正一家 : 《예기禮記⋅중용中庸》에서 ‘今天下車同軌, 書同文(지금 천하의 수레가 같은 궤도를 쓰고 글은 같은 글자를 쓰고 있다).’이라고 한 이후 ‘車書’가 나라의 문물제도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 이 시는 광덕光德 2년(764) 늦봄에 두보가 성도초당成都草堂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지은 것이다.
‘不斜’와 ‘從遮’는 두보가 성도초당을 비워둔 동안에 집은 기울고 나무들은 함부로 자라 무성해진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하고, ‘貧人實’과 ‘滿眼花’는 복숭아나무가 먹을 것을 줄 뿐만 아니라 구경거리이기도 한 두가지 효용을 말하고 있는데 ‘來歲’라고 한 것에서 보듯 꽃을 볼 수 있는 시기는 지나버린 것을 알 수 있다.
또 마지막 두 구절에 있는 ‘非今日’과 ‘正一家’라고 한 것을 통해서도 북쪽과 서쪽에서 들어온 반군과 적군이 평정되어 완전한 태평성대는 아니지만 안정된 세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을 추측할 수 있다.
343.제백학사모옥(題柏學士茅屋) 柏學士의 초가집
碧山學士焚銀魚(벽산학사분은어) : 碧山의 學士가 은어모양의 학사증서 불태우고
白馬却走身巖居(백마각주신암거) : 白馬로 달려서 몸을 바위 뒤에 숨겼도다.
古人已用三冬足(고인이용삼동족) : 옛사람은 겨울동안 독서에 몰두했다 거늘
年少今開萬卷餘(년소금개만권여) : 그대 젊은 나이에 이제 만 여 권을 읽었도다.
晴雲滿戶團傾蓋(청운만호전경개) : 맑은 구름집에 가득차서 둥글게 덮개를 엎어 놓은 듯 하고
秋水浮階溜決渠(추수부계유결거) : 가을 물이 섬돌에 넘쳐서 도랑으로 떨어지네.
富貴必從勤苦得(부귀필종근고득) : 부귀는 반드시 괴롭지만 근면한 곳에서 얻어야 하니
男兒須讀五車書(남아수독오거서) : 남아로서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을지니라.
344.제생중원벽(題省中院壁) 문화성 벽에 적다
掖垣竹埤梧十尋(액원죽비오십심) : 궁궐 담장의 대울타리에는 열 길 오동나무
洞門對霤常陰陰(동문대류상음음) : 동문과 마주한 곳에 괸 낙숫물은 항상 어둑하다.
落花遊絲白日靜(낙화유사백일정) : 떨어진 꽃과 날리는 버들가지 한낮은 고요하고
鳴鳩乳燕靑春深(명구유연청춘심) : 비둘기와 어린 제비 울고 푸른 봄날은 깊어만 간다.
腐儒衰晩謬通籍(부유쇠만류통적) : 썩은 선비가 늘그막에 어쩌다 벼슬하여
退食遲廻違寸心(퇴식지회위촌심) : 머뭇거리며 퇴근함은 내 마음을 어겨서라네.
袞職曾無一字補(곤직증무일자보) : 천자를 보좌하는 올린 글 한자도 없으면서
許身愧比雙南金(허신괴비쌍남금) : 스스로를 한 쌍의 남금(南金)에 견준 것이 부끄럽도다.
345.제신진북교루(題新津北橋樓) 신진에 있는 북교루에서 짓다
望极春城上 开筵近鸟巢. 白花檐外朵 青柳槛前梢. 池水观为政 厨烟觉远庖. 西川供客眼 唯有此江郊.
(망극춘성상 개연근조소 백화첨외타 청류함전초 지수관위정 주연각원포 서천공객안 유유차강교)
봄날 성 위의 경치를 아득히 바라보니, 새 둥지 가까이에 잔치 열렸네. 백화는 처마밖에 늘어져 있고,
푸른 버들가지 끝에 새들은 둥지 틀었네. 연못물을 위정자는 바라보는데, 부엌 연기는 멀리 요리를 알리네.
서쪽 강에서 나그네 눈길 붙잡는 것은, 오로지 이곳 하나 강 가까운 벌판이네.
346.제이존사송수장자가(題李尊師松樹障子歌) 이존사의 소나무 가리개에 대한 노래
老夫淸晨梳白頭(노부청신소백두) : 늙은이 맑은 아침에 흰 머리 빗고 있는데
玄都道士來相訪(현도도사래상방) : 현도관(玄都關)의 道士 찾아와 방문하네.
握髮呼兒延入戶(악발호아연입호) : 머리 움켜쥔 채 아이 불러 인도해 문에 들게 하니
手持新畵靑松障(수지신화청송장) : 손에 새로 그린 靑松 병풍이 들려 있네.
障子松林靜杳冥(장자송림정묘명) : 병풍 속 소나무 숲은 고요하고도 아득한데
憑軒忽若無丹靑(빙헌홀약무단청) : 난간에 기대놓으니 문득 丹靑이 아닌 실물 같네.
陰崖却承霜雪幹(음애각승상설간) : 그늘진 언덕에 서리와 눈 내린 줄기 거꾸로 이어있고
偃盖反走蚪龍形(언개반주두룡형) : 덮개인 듯 누운 가지 반대로 달아나는 규룡의 모습이네.
老夫平生好奇古(로부평생호기고) : 늙은 지아비 평소 기이하고 예스러움 좋아해
對此興與精靈聚(대차흥여정령취) : 이 그림 대하니 흥(興)과 정령(精靈) 보인다오.
已知仙客意相親(이지선객의상친) : 이미 선객(仙客)과 뜻이 서로 친함을 알았고
更覺良工心獨苦(갱각량공심독고) : 새삼 훌륭한 화공(畵工)의 마음 홀로 애씀 깨닫노라.
松下丈人巾屨同(송하장인건구동) : 소나무 아래의 노인은 두건과 신발 똑같으니
偶坐似是商山翁(우좌사시상산옹) : 나란히 앉아 있는 것 상산(商山)의 노인인 듯하네.
悵望聊歌紫芝曲(창망료가자지곡) : 처연히 바라보며 애오라지 자지곡(紫芝曲) 노래하니
時危慘澹來悲風(시위참담래비풍) : 시국이 위태로워 참담한데 슬픈 바람 불어오네.
* 이 시는 玄都觀의 李道士가 보여 준 소나무를 그린 병풍을 詩題로 삼은 것이다.
347.제장씨은거(題張氏隱居) 은사 장씨를 찾아서
1. 春山無伴獨相求(춘산무반독상구) : 봄의 산길 홀로 그대 찾아가는데
伐林丁丁山更幽(벌림정정산경유) : 나무 찍는 소리 쩡쩡 새삼 산중이 그윽하구나.
澗道餘寒歷氷雪(간도여한역빙설) : 깊은 계곡 늦추위에 빙설을 밟으며
石門斜日到林丘(석문사일도림구) : 석문에 비낀 햇빛 기울어질 때 숲 언덕에 이르네.
不貪夜識金銀氣(불탐야식금은기) : 주인은 재물 탐치 않으니 밤이면 금은기운 알아보고
遠害朝看麋鹿遊(원해조간미록유) : 명리와 세속의 화근 멀리하고 미록과 노는구나.
乘興杳然迷出處(승흥묘연미출처) : 나도 모르게 흥겨워 갈길 어딘지 모르게 되고
對君疑是泛虛舟(대군의시범허주) : 그대와 마주하니 빈 배가 떠 있는 듯하구나.
* 相求 : 찾아가다 * 斜日 : 저녁 * 遠害 : 세속 명리로 인한 해를 멀리함 * 歷氷雪 : 눈길을 지나다
* 杳然 : 아득한 모양 * 迷出處 : 나아갈 곳을 모름
이시는 두보가 은자 장씨를 찾아가 함께 지내며 느낀 한적하고 고담한 정취를 그린 것이다.
세속의 명리를 다 버리고 산중의 사슴과 더불어 욕심 없이 살아가는 은자를 찾아 그와 함께 있으면 마치 빈 배를 탄 듯이 편안함을 느낀다. 고 하고 있다.
2. 之子時相見(지자시상견) : 자시에 가서 서로 만나니
邀人晩興留(요인만흥류) : 사람을 만나 저녁 흥겨워 머물다.
霽潭鱣發發(제담전발발) : 갠 못에 물고기 이리저리 다니고
春草鹿呦呦(춘초녹유유) : 봄풀에는 사슴들이 울어댄다.
杜酒偏勞勸(두주편노권) : 두주는 권하기 바쁘고
張梨不外求(장리부외구) : 장래는 밖에서 바라지 않는다.
前邨山路險(전촌산노험) : 앞마을 산길은 험준한데
歸醉每無愁(귀취매무수) : 취하여 돌아옴에 근심이 없어진다.
348.제장 오수(諸將 五首) 여러 장군들
其一
漢朝陵墓對南山(한조능묘대남산) : 한나라 종묘가 남산을 마주하고
胡虜千秋尙入關(호노천추상입관) : 오랑캐는 천추 동안 국경을 침입하네.
昨日玉魚蒙葬地(작일옥어몽장지) : 어제의 옥어가 무덤에 묻혔더니
早時金盌出人間(조시금완출인간) : 빨리도 금 소반이 세상에 나왔구나.
見愁汗馬西戎逼(견수한마서융핍) : 서융의 천리마들 쳐들어와 수심 겨운데
曾閃朱旗北斗殷(증섬주기배두은) : 대궐에는 붉은 깃발들 번쩍이는구나.
多少材官守涇渭(다소재관수경위) : 수많은 장군들 경수와 위수를 지켜도
將軍且莫破愁顔(장군차막파수안) : 장군들은 장차도 긴장한 얼굴 풀지 마시라.
其二
韓公本意築三城(한공본의축삼성) : 삼성을 쌓은 한공의 본래의 뜻은
擬絶天驕拔漢旌(의절천교발한정) : 천교를 끊고 오랑캐를 뽑아버리는 것
豈謂盡煩回紇馬(개위진번회흘마) : 어찌 생각했으랴! 회흘의 병마 모두 욕보이고
翻然遠救朔方兵(번연원구삭방병) : 번연히 북방의 병사들을 모두 구해 내다니
胡來不覺潼關隘(호내부각동관애) : 안록산 쳐들어와 동관이 막힌 것 알지 못해
龍起猶聞晉水淸(용기유문진수청) : 장군이 일어나 진수를 맑게 한 사실을 들었도다.
獨使至尊憂社稷(독사지존우사직) : 다만 지존께서 사직을 걱정하게 하였으니
諸君何以答升平(제군하이답승평) : 여러분들은 어떻게 해서 태평성대에 답하려나.
其三
洛陽宮殿化爲烽(낙양궁전화위봉) : 낙양성 궁궐이 봉화불로 변했으니
休道秦關百二重(휴도진관백이중) : 나라의 이백 겹 관문을 말하지 말게나.
滄海未全歸禹貢(창해미전귀우공) : 산동은 아직 수복되지 않았는데
薊門何處盡堯封(계문하처진요봉) : 하북 땅 어느 곳에서 국권이 다했는가?
朝廷袞職誰爭補(조정곤직수쟁보) : 조정의 제상 자리 누가 다투어 메울 것인가
天下軍儲不自供(천하군저부자공) : 나라가 군량미도 공급하지 못한다네.
稍喜臨邊王相國(초희림변왕상국) : 조금은 기쁘도다. 변방의 왕제상이
肯銷金甲事春農(긍소금갑사춘농) : 갑옷을 벗어 놓고 봄 농사를 짓는다네.
其四
廻首扶桑銅柱標(회수부상동주표) : 동쪽 국경으로 고개 돌려보니
冥冥氛祲未全銷(명명분침미전소) : 어득한 기운 아직 사라지지 않았구나.
越裳翡翠無消息(월상비취무소식) : 월상국의 비취는 소식도 전혀 없고
南海明珠久寂寥(남해명주구적요) : 남해의 구슬도 오랫동안 적료하구나
殊錫曾爲大司馬(수석증위대사마) : 특패를 받고자 대사마가 된 자 있는데
總戎皆揷侍中貂(총융개삽시중초) : 장군은 하나같이 높은 벼슬 겸하였다.
炎風朔雪天王地(염풍삭설천왕지) : 춥고 더운 남북방이 임금님의 땅이라
只在忠臣翊聖朝(지재충신익성조) : 다만 나라를 보좌할 충신은 있으리라.
其五
錦江春色逐人來(금강춘색축인내) : 금강의 춘색이 사람을 쫓아오게 하니
巫峽淸秋萬壑哀(무협청추만학애) : 무협에는 온 골짝들이 맑은 가을이로다.
正憶往時嚴僕射(정억왕시엄복야) : 지난 날 엄복야가 몹시도 생각나느니
共迎中使望鄕臺(공영중사망향대) : 망향대에서 함께 사신을 맞았었다 네.
主恩前後三持節(주은전후삼지절) : 은혜로 전후로 세 번이나 병부를 잡았고
軍令分明數擧杯(군령분명삭거배) : 군령이 분명하여 여러 번 승리의 축배 들었도다.
西蜀地形天下險(서촉지형천하험) : 서촉의 지형은 천하의 험한 곳이라
安危須仗出羣材(안위수장출군재) : 나라의 안위는 모름지기 뛰어난 인재에게 있도다.
349.제정십팔저작장고거(題鄭十八著作丈故居) 저작당 정건의 옛집에 제하다
台州地闊海冥冥(태주지활해명명) : 태주는 땅이 광활하고 바다는 아득하여
雲水長和島嶼靑(운수장화도서청) : 구름과 물이 섬의 푸른 것과 언제나 어울린다.
亂後故人雙別淚(난후고인쌍별누) : 난리 뒤에 만난 친구는 두 줄기 눈물 흘리고
春深逐客一浮萍(춘심축객일부평) : 봄은 짙어지는데 쫓겨난 나그네는 부평초 신세로다.
酒酣懶舞許相拽(주감나무허상예) : 취하여 게으른 춤추는 사람 누가 이끌어줄까
詩罷能吟不復聽(시파능음부복청) : 시를 지어 읊조리는 것을 다시 들을 수도 없구나.
第五橋東流恨水(제오교동류한수) : 제오교 다리 동편으로 한스러운 물 흐르고
皇陂岸北結愁亭(황피안배결수정) : 황자피 언덕 북쪽에는 수심의 정자를 지었구나.
賈生對鵩傷王傅(가생대복상왕부) : 복새가 날아든 것을 본 가생은 대복(부엉이) 된 것을 슬퍼하였고
蘇武看羊陷賊庭(소무간양함적정) : 잡혀간 소부는 양치기 노릇하며 적진에 잡혀있었다.
可念此翁懷直道(가념차옹회직도) : 이 노인들이 곧은 도를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으니
也霑新國用輕形(야점신국용경형) : 새 왕조 임금이 가벼운 형벌을 내리는 은혜 입었구나.
禰衡實恐遭江夏(녜형실공조강하) : 예형은 강하 태수를 만날까 실로 두려워했고
方朔虛傳是歲星(방삭허전시세성) : 동방삭은 세성이었다는 사실이 헛되이 전하는구나.
窮巷悄然車馬絶(궁항초연거마절) : 궁벽한 골목길은 서글프고 거마의 자취 끊어지고
案頭乾死讀書螢(안두건사독서형) : 책상머리에는 공부방 반딧불이 말라 죽어있구나.
350.제정현정자(題鄭縣亭子) 정현 지방에 있는 정자에 제하다
鄭縣亭子澗之濱(정현정자간지빈) : 정현 지방의 정자는 계곡 물가에 있는데
戶牖憑高發興新(호유빙고발흥신) : 높은 곳에 창문 달린 집인지라 새 흥이 인다.
雲斷岳蓮臨大路(운단악련림대노) : 구름 끊긴 서악 연화봉은 큰 길에 임해있고
天晴宮柳暗長春(천청궁류암장춘) : 갠 하늘 버드나무는 장춘궁을 어둡게 하는구나.
巢邊野雀羣欺燕(소변야작군기연) : 둥지의 들참새들 떼 지어 제비를 속이고
花底山蜂遠趁人(화저산봉원진인) : 꽃 아래의 산 속 벌들 멀리서 사람을 쫓아온다.
更欲題詩滿靑竹(경욕제시만청죽) : 푸른 대나무 줄기에 시를 가득 적고 싶어도
晩來幽獨恐傷神(만내유독공상신) : 저녁이라 고독하여 마음 상할까 두려워진다.
351.제처현곽삼십이명부모옥벽(題郪縣郭三十二明府茅屋壁) - 두보(杜甫)
처현 곽 명부의 초가집 벽에 쓰다
江頭且系船(강두차계선) : 강가에 잠시 배를 매어두고
爲爾獨相憐(위이독상련) : 그대 위해 홀로 그리워하네.
雲散灌壇雨(운산관단우) : 구름은 관단(灌壇)땅에 비 뿌리고
春青彭澤田(춘청팽택전) : 봄은 팽택의 밭을 푸르게 하네.
頻驚適小國(빈경적소국) : 작은 고을만 전전하는 것 자주 놀라
一擬問高天(일의문고천) : 그냥 높은 하늘대고 묻고자 하노라.
別後巴東路(별후파동로) : 이별한 뒤 파동땅으로 가는 길에
逢人問幾賢(봉인문기현) : 사람들 만나 당신 같은 현자 물어보리.
352.제초(除草) 풀을 뽑으며
草有害於人(초유해어인) : 쐐기풀은 사람에게 해로운 것인데
曾何生阻修(증하생조수) : 어찌하여 크게 자라 길을 막고 있는가?
其毒甚蜂蠆(기독심봉채) : 그 독이 벌이나 전갈만큼 심한데
其多彌道周(기다미도주) : 길을 메울 정도로 널려있구나.
淸晨步前林(청신보전림) : 이른 아침 집 앞 숲으로 산보 나가면
江色未散憂(강색미산우) : 강 경치가 시름을 덜어주지 못하고
芒刺在我眼(망자재아안) : 잔털이 눈이라도 찌를 것만 같은데
焉能待高秋(언능대고추) : 어떻게 가을이 깊어지길 기다리리
霜露一沾凝(상로일점응) : 이슬 서리 한 번이라도 맺히기 시작하면
蕙草亦難留(혜초역난류) : 향기로운 풀이라도 남아 있을 수 없겠지만
荷鋤先童稚(하서선동치) : 호미 들고 아이들 앞장 세워서
日入仍討求(일입잉토구) : 해질 때까지 풀을 찾아 없애버렸다.
轉致水中央(전치수중앙) : 뽑은 풀은 강물 속에 버려야 할 것이나
豈無雙釣舟(기무쌍조주) : 고기잡이 배 두어척 어찌 없으랴
頑根易滋蔓(완근이자만) : 뿌리가 질겨 그냥 두면 뻗어 가기 쉬워서
敢使依舊丘(감사의구구) : 원래 자라던 곳에 기대어 살아나리라
自玆藩籬曠(자자번리광) : 이제 이곳 울타리 주변이 환해졌으니
更覺松竹幽(갱각송죽유) : 솔숲과 대숲 더욱 그윽해질 것이로다.
芟夷不可闕(삼이불가궐) : 해로운 풀 없애는 건 빠트릴 수 없으니
疾惡信如讐(질오신여수) : 나쁜 것 미워하기 원수 보듯 하리라.
* 草 : 원제를‘除艹琰草’라고 한 것에 따라 여기서는 ‘쐐기풀’로 풀었다.
* 阻修 : 멀리까지 길을 막다. 장재(張載)는「擬四愁詩」는 ‘我所思兮在營州, 欲往從之路阻修(내 생각은 영주 땅 그곳에 가있는데 / 가보고 싶어도 길이 막혀 못가네)’라고 읊었다.
* 蜂蠆 : 벌과 전갈. 일반적으로 침을 가진 독충을 가리킨다.
* 道周 : 길가. 《시경詩經∙당풍唐風∙유체지두有杕之杜》에서 ‘有杕之杜, 生於道周(팥배나무혼자서정말외롭게 / 길가떨어져자라고있네)’라고 했다.
* 芒刺 : 곡식의 껍질에 있는 긴 수염 같은 것, 즉 깔끄러기를 가리킨다. 육구몽陸龜蒙은「薔薇」란 시에서 ‘外包芳菲雖笑日, 中含芒刺欲傷人(겉으로는 향기롭게 웃고 있지만 / 속에 있는 가시로 사람 상하네)’이라고 읊었다.
* 高秋 : 깊은 가을을 가리킨다.
* 沾凝 : 맺혀서 달라붙다. ‘霑凝’으로도 쓴다.
* 蕙草 : 혜초(蕙草)와 난초(蘭草). 혜(蕙)와 난(蘭)은 난초를 구분한 것으로 줄기 하나에 꽃이 하나 피는 일경일화(一莖一花)를 난(蘭)이라하고, 줄기 하나에 여러 송이의 꽃이 피는 일경다화(一莖多花)를 혜(蕙)라고 한다. 여기서는 뭉뚱그려 향초를 말한 것이다.
* 童稚 : 어린아이. 유장경(劉長卿)은 「送姨子弟往南郊」란 시에서 ‘別時兩童稚, 及此俱成人(헤어질 땐 두 녀석 다 어린아이였는데 / 지금 보니 둘 모두 다 자랐구나)’라고 읊었다.
* 討求 : 탐구하다. 조사하다. 찾다. 캐다.
* 轉致 : 전달하다. 나르다.
* 滋蔓 : (풀이나 덩굴 따위가) 널리 뻗어 자라다.
* 藩籬 :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울타리나 난간 등을 가리킨다.
* 芟夷 : 잘라내다. 잡초를 없애다. 《좌전左傳》(은공 6년隱公六年)에서‘爲國家者, 見惡如農夫之務去草焉, 芟夷蘊崇之, 絶其本近, 勿使能殖(나라와 집안을 운영하는 사람은 ‘악’을 마치 농부가 풀을 뽑는 일을 하는 것처럼 잘라 내서 쌓아두고 그 뿌리를 잘라 번성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이라고 했다.
* 疾惡 : (해로운 것을) 혐오하다. 증오하다. 싫어하다.
353.조전부니음미엄중승(遭田父泥飮美嚴中丞) 엄 중승을 칭송하는 어떤 농부가 억지로 술을 권하다
步屧隨春風(보섭수춘풍) : 집 나서 봄바람 따라 걷다가 보니
村村自花柳(촌촌자화류) : 마을마다 복사꽃과 봄버들이 좋았네.
田翁逼社日(전옹핍사일) : 한 농부 봄날 제사 가깝다고 하면서
邀我嘗春酒(요아상춘주) : 자기 집으로 가 술 한 잔 마시자고 하더니
酒酣夸新尹(주감과신윤) : 술 오르자 새로 부임한 성도윤을 칭찬하며
畜眼未見有(축안미견유) : 여태까지 이렇게 좋은 관리 없었다고 하면서
回頭指大男(회두지대남) : 고개 돌려 큰아들을 가리키며 말했네.
渠是弓弩手(거시궁노수) : 이 놈이 군대에 있을 때 활을 쏘았답니다.
名在飛騎籍(명재비기적) : 비기군 명부에 이름이 오른 탓에
長番歲時久(장번세시구) : 군에서 오랜 세월 고생고생 하다가
前日放營農(전일방영농) : 며칠 전에야 집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게 되었는데
辛苦救衰朽(신고구쇠후) : 고생하며 늙어가다 살아나게 된 저는
差科死則已(차과사즉이) : 세금과 부역으로 죽을 지경이 되더라도
誓不擧家走(서불거가주) : 식구를 데리고 도망가지 않겠다. 다짐했지요.
今年大作社(금년대작사) : 그런데 시끌벅적 크게 치러지는 봄 제사에
拾遺能往否(습유능왕부) : 두습유께서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叫婦開大甁(규부개대병) : 그러더니 며느리 불러 큰 단지를 열어서
盆中爲吾取(분중위오취) : 단지 안에 술을 떠서 내 술잔을 채웠네.
感此氣揚揚(감차기양양) : 의기양양한 그 모습에 감동을 하여
須知風化首(수지풍화수) : 애민이 바로 정치의 으뜸인 것을 알았네.
語多雖雜亂(어다수잡란) : 말이 많고 하는 말에 조리도 없었지만
說尹終在口(설윤종재구) : 성도윤을 칭찬하는 소리가 그치지 않아
朝來遇然出(조래우연출) : 아침에 집 나섰다 우연히 들른 집에서
自卯將及酉(자묘장급유) : 아침부터 저녁까지 술을 마셨네.
久客惜人情(구객석인정) : 긴 시간 손님을 대하는 그 마음이 아름다워
如何拒鄰叟(여하거인수) : 이웃 노인의 간절한 청 거절할 수 없었는데
高聲索果栗(고성색과율) : 농부는 사람을 불러 과일과 밤을 챙기고
欲起時被肘(욕기시피주) : 일어나려 할 때마다 그러는 나를 눌러 앉혔네.
指揮過無禮(지휘과무례) : 늙은 농부 하는 짓이 무례한 것 같아도
未覺村野丑(미각촌야추) : 산골 노인의 추한 모습이라 생각되지 않았는데
月出遮我留(월출차아류) : 달뜨자 다시 한 번 더 있다 가라고 하면서
仍嗔問升斗(잉진문승두) : 술이 얼마나 있는지는 묻는 게 아니라고 하네.
* 田父(전부) : 농사를 짓는, 특히 나이든 농부農夫를 가리킨다.
* 遭(조) :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만남을 가리킨다.
* 泥飮(니음) : 누군가에게 억지로 붙잡혀 술을 마시는 것을 가리킨다.
* 嚴中丞(엄중승) : 엄무 嚴武를 가리킨다. 엄무는 당시 성도윤成都尹 겸 어사중승御史中丞이었다. ‘美’는 찬미하는 것을 가리킨다.
* 步屧(보섭) : 천천히 걷는 것을 가리킨다. ‘屧’은 짚(또는 풀)로 엮은 신발을 가리킨다.
* 社日(사일) : 농촌에서 춘분(春分) 전후에 지내는 제사를 가리킨다. ‘社日’에는 춘사(春社)와 추사(秋社)가 있다.
* 春酒(춘주) : 겨울에 담가 봄에 익은 술을 가리킨다. ‘春酿’이라고도 한다. 《시경詩經⋅빈풍豳風⋅칠월七月》에서 ‘爲此春酒, 以介眉壽(가을에 거둔 쌀로 봄날 술을 담가서 / 노인들 장수 위해 드시게 하네)’라고 했다.
* 新尹(신윤) : 새로 성도윤으로 부임해 온 엄무를 가리킨다.
* 畜眼(축안) : 노안老眼. 겸칭이다.
* 弓弩手(궁노수): 쇠뇌 또는 활을 쏘는 병사, 즉 농부의 아들이 궁수弓手나 노수弩手로 전장에 나아가게 된 것을 가리킨다. ‘渠’는 ‘他’와 같다.
* 飛騎(비기) : 군대의 명칭이다.
* 長番(장번) : 당조(唐朝)의 병농일치(兵農一致) 부병제(府兵制)에서 교대 없이 장기간 병역(兵役)을 맡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 放營農(방영농) : 군대에서 나와 집으로 와서 농사를 짓다.
* 衰朽(쇠후) : 노쇠하다. 농부를 가리킨다.
* 差科(차과) : 요역(徭役)과 부세(賦稅)를 가리킨다. ‘差料’로 쓴 자료도 있다.
* 擧家(거가) : 온 집안이
* 拾遺(습유) : 관직명. 두보 자신을 가리킨다.
* 風化首(풍화수) : 위정자들의 임무가 애민愛民에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風化’는 ‘風俗敎化’의 준말이다.
* 雜亂(잡란) : 뒤섞여 어지러운 것을 가리킨다. 질서나 조리가 없는 것을 가리킨다.
* 朝來(조래) : 아침. 새벽.
* 卯酉(묘유) : 모두 시간을 가리킨다. ‘卯’는 12지 중 네 번째로 오전 다섯 시에서 일곱 시까지를 가리키고, 열 번째인 ‘酉’는 오후 다섯 시에서 일곱 시까지를 가리킨다.
* 久客(구객) : 객지에서 오래 지내는 것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킨다.
* 肘(주) : 말리다. 끌다. 여러 차례 사양을 하고 일어서려 했지만 그때마다 붙잡혀 주저앉게 된 것을 가리킨다. 나중에는 ‘被肘’가 견제(牽制)를 뜻하는 말로 쓰였다.
* 遮(차) : 저지하다. 방해하다.
* 嗔(진) : 나무라다. 탓하다. 꾸짖다. 화를 내다.
* 升斗(승두) : 되나 말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술(酒)을 가리킨다. 양만리(楊萬里)는 「仲秋月長句」란 시에서 ‘先生舊不論升斗, 近來畏病不飮酒(선생께서 옛날에는 양을 가리지 않더니 / 요즘에는 병 무서워 술을 안 마시네)’라고 읊었다.
* 숙종(肅宗) 보응(寶應) 원년(762), 두보가 성도초당(成都草堂)에서 지낼 때 쓴 작품이다.
당시 성도부윤(成都府尹)과 어사대부(御使大夫)를 겸임하고 있던 엄무(嚴武)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두보의 후견인 역을 맡고 있었다.
취중진담(醉中眞談)이라고 술에 취하면 속내를 쉽게 드러내게 되어 있는데 농부가 하는 말로 봐서는 당시 엄무에 대한 성도(成都) 사람들의 평판이 꽤나 좋았던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엄무가 성도부윤과 어사대부, 그리고 검남절도사(劍南節度使)를 겸하고 있을 무렵에는
그 세력이 강대하여 주변 이민족들의 소요가 일어나지 않던 시기였고 ‘애민(愛民)이 정치의 으뜸’으로 풀어 읽은 ‘須知風化首’란 구절에서 보듯 평화의 시기에 시달림을 당하지 않는 백성들의 삶은 당연히 편안했을 것인데 정치의 요체가 ‘사람들의 편안한 삶’이란 가치는 시공을 달리한 지금 이 땅에서도 변함없이 으뜸의 가치라고 해야 할 것이다.
354.조추고열퇴안상잉(早秋苦熱堆案相仍) 초가을 더위에 서류뭉치마저 쌓이는데
七月六日苦炎蒸(칠월륙일고염증) : 칠월 육일 날, 더위에 지쳐
對食暫餐還不能(대식잠찬환부능) : 음식을 보고도 잠시도 먹지 못하였다.
常愁夜來皆是蝎(상수야내개시갈) : 밤에도 모두가 전갈이라 항상 근심하는데
況乃秋後轉多蠅(황내추후전다승) : 하물며 가을 뒤에 더욱 전갈이 많아짐에야.
束帶發狂欲大叫(속대발광욕대규) : 관복을 졸라매니 발광하여 크게 소리치고 싶은데
簿書何急來相仍(부서하급내상잉) : 공문서는 어찌나 급하게 이어지는지 답답하다.
南望靑松架短壑(남망청송가단학) : 남쪽으로 푸른 솔이 골짜기에 걸친 것 바라보니
安得赤脚踏層冰(안득적각답층빙) : 어찌 해야 능히 맨발로 두꺼운 얼음을 밟아 볼까.
355.좌환산후기삼수(佐還山後寄三首) 두좌가 산에 돌아간 후 부친 3수
其一
山晩黃雲合(산만황운합) : 저물녘 山에는 黃金빛 구름 모이고
歸時恐路迷(귀시공로미) : 돌아갈 때는 길 잃을까 두려워지는구나.
澗寒人欲到(간한인욕도) : 계곡물은 차가운데 사람들 오려하고
林黑鳥應棲(림흑조응서) : 숲은 어둑어둑한데 새들은 깃들려 한다.
野客茅茨小(야객모자소) : 야객의 띠 집은 작고
田家樹木低(전가수목저) : 田家의 나무는 나지막하다.
舊諳疏懶叔(구암소라숙) : 엉성하고 게으른 숙부 예부터 알아
須汝故相攜(수여고상휴) : 모름지기 자네가 나를 이끌어 주리라.
其二
白露黃粱熟(백로황량숙) : 白露에 기장이 익어
分張素有期(분장소유기) : 나누어줌에 本來 期約이 있다.
已應舂得細(이응용득세) : 이미 절구에 잘 찧었을 텐데
頗覺寄來遲(파각기래지) : 부쳐주는 것이 더디다는 생각이 든다.
味豈同金菊(미기동금국) : 맛이야 어찌 金菊과 같을까
香宜配綠葵(향의배록규) : 香은 宜當 綠葵와 잘 어울리리라.
老人他日愛(로인타일애) : 老人은 평소부터 좋아한 것이니
正想滑流匙(정상활류시) : 매끈한 기장밥 수저에 미끄러짐 막 생각난다.
其三
幾道泉澆圃(기도천요포) : 몇 길 샘물 채마밭에 흘러들고
交橫落幔坡(교횡락만파) : 푸른 장막 언덕에서 만나 떨어진다.
葳蕤秋葉少(위유추엽소) : 무성한 채소는 시든 잎사귀 적고
隱映野雲多(은영야운다) : 많은 들에 구름 은은히 물에 비친다.
隔沼連香芰(격소련향기) : 못 건너로 향기로운 마름 이어져 있고
通林帶女蘿(통림대녀라) : 온 숲에는 여라가 둘러져 있다.
甚聞霜薤白(심문상해백) : 이슬 내린 부추가 하얗다는 얘기 들으니
重惠意如何(중혜의여하) : 중한 은혜에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356.촉직(促織) 귀뚜라미
促織甚微細(촉직심미세) : 아주 작고 가냘픈 귀뚜라미
哀音何動人(애음하동인) : 슬픈 소리 어찌 사람을 울리는가.
草根吟不穩(초근음불온) : 풀뿌리에서 초조하게 울다가도
床下夜相親(상하야상친) : 침상 아래서 밤에 정답게 속삭이네.
久客得無淚(구객득무루) : 오랜 나그네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고
放妻難及晨(방처난급신) : 버림받은 아낙 새벽까지 견디기 어려워라.
悲絲與急管(비사여급관) : 애절한 거문고나 격렬한 피리 소리도
感激異天真(감격이천진) : 네 천진한 소리의 감격에는 비기지 못하리.
* 促織 : 귀뚜라미(蟋蟀). * 哀音 : 슬픈 소리. * 不穩 : 초초함. 불안함.
* 久客 : 타향에서 오래 살게 된 나그네. * 放妻 : 쫓겨난 여인. 故妻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이 시는 전당시에 있으면 당 숙종 건원 2년(759) 가을에 지은 시이다. 당시 두보는 진주(秦州)에 있었으며 고향을 멀리 떠나 있어 밤에 귀뚜라미의 애절한 소리를 듣고 가을밤의 외로움을 읊은 시이다. 두보는 건원 원년 6월에 조정의 좌습유직에서 화주(華州)의 사공참군(司功參軍)으로 좌천되고 건원 2년 7월에 대기근으로 관직을 버리고 가족을 데리고 진주(秦州)와 동곡(同谷)을 유랑하였으며 이 때 삼리삼별의 연작시를 지었다
357.주몽(晝夢) 낮 꿈
二月饒睡昏昏然(이월요수혼혼연) : 초봄이라 실컷 자고 나도 흐리멍덩하고
不獨夜短晝分眠(부독야단주분면) : 밤이 짧아서 낮까지 자는 건 아니다.
桃花氣暖眼自醉(도하기난안자취) : 복사꽃 따스한 기운에 눈이 취한 듯
春渚日落夢相牽(춘저일낙몽상견) : 봄날 물가에 해가 지면 꿈을 청한다.
故鄕門巷荊棘底(고향문항형자저) : 고향 골목들은 가시덤불에 덮이고
中原君臣豺虎邊(중원군신시호일) : 중원의 군신은 반군폭정에 쌓여있네.
安得務農息戰鬪(안득무농식전투) : 어떻게 하면 농사에 힘쓰고 전쟁 그치며
普天無吏橫索錢(보천무리횡색전) : 천하가 태평하여 탐관오리 없게 할까.
* 饒睡 : 실컷 자다 * 春渚 : 봄날 물가 * 夢相牽 : 꿈을 청함. * 荊棘底 : 가시덤불 덮임
* 豺虎 : 승냥이와 범. 범 같은 반군 폭정. * 橫索錢 : 나랏돈 훔치는
전반부는 봄날 한낮에 나른한 잠에 취해 있는데 비해 후반부는 반군 폭도로 고향에 돌아갈 길 없는 자신과 백성의 비애를, 정치가 부재한 상황을 괴로워하고 있다. 이 시에서처럼 끝없는 번민은 그의 생애에 걸쳐 끝없는 집착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본다.
358.중과하씨 오수(重過何氏 五首) 하씨네를 거듭 지나다
其一
問訊東橋竹(문신동교죽) : 동교의 대나무에 대해 물었더니
將軍有報書(장군유보서) : 장군의 보고가 있었네.
倒衣還命駕(도의환명가) : 급히 수레 타고 돌아와
高枕乃吾廬(고침내오려) : 베개 높이 베고 누우니 바로 내 집이네
花妥鶯捎蝶(화타앵소접) : 앵무새가 나비를 모니 꽃잎이 떨어지고
溪喧獺趂魚(계훤달진어) : 수달피가 고기를 몰아쳐 개울이 시끄럽네.
重來休浴地(중래휴욕지) : 목욕하던 곳에 다시 와보니
眞作野人居(진작야인거) : 정말 야인이 살던 곳처럼 되어버렸네.
其二
山雨樽仍在(산우준잉재) : 산에 비 내려도 술동이는 그대로 두고
沙沈榻未移(사침탑미이) : 모래가 쌓여도 걸상을 아직 옮기지 않는다.
犬迎曾宿客(견영증숙객) : 개는 전에 묵고 간 손님을 맞고
鴉護落巢兒(아호낙소아) : 까마귀는 둥지에 떨어뜨린 새끼를 돌본다.
雲薄翠微寺(운박취미사) : 구름 엷어진 취미사 절간
天淸皇子陂(천청황자피) : 하늘 맑아진 황자 저수지라
向來幽興極(향내유흥극) : 지금까지 그윽한 흥취 지극하여
步屧向東籬(보섭향동리) : 나막신 신고 걸어서 동쪽 울타리로 향한다.
其三
落日平臺上(낙일평대상) : 평대 위로 해는 지고
春風啜茗時(춘풍철명시) : 봄바람에 차 마실 시간
石欄斜點筆(석난사점필) : 돌난간에서 비스듬히 붓 적시어
桐葉坐題詩(동섭좌제시) : 오동잎에다 앉아서 시를 짓는다.
翡翠鳴衣桁(비취명의항) : 물총새는 옷 말리는 나무에서 울고
蜻蜒立釣絲(청연립조사) : 잠자리는 낚싯줄에 서있다.
自今幽興熟(자금유흥숙) : 이제부터 그윽한 흥이 익어가
來往亦無期(내왕역무기) : 왕래함에 정한 때도 없어라.
其四
頗怪朝參懶(파괴조삼라) : 조정에 나아감을 소홀함이 자못 이상했나니
應耽野趣長(응탐야취장) : 유장한 들판 정취를 탐닉해서이리라.
雨抛金鎖甲(우포금쇄갑) : 비에는 금빛 갑옷이 버려져 있고
苔臥綠沈槍(태와녹침창) : 이끼에 녹슨 채 떨어진 창이 눕혀있다.
手自移蒲柳(수자이포류) : 손수 부들과 버들을 옮겨 심었으니
家纔足稻粱(가재족도량) : 집안형편이야 겨우 양식이 족하였다.
看君用幽意(간군용유의) : 그대를 보아하니 그윽한 마음 써서
白日到羲皇(백일도희황) : 대낮에도 복희황제의 시대에 이르시리라.
其五
到此應常宿(도차응상숙) : 이곳에 오면 반드시 늘 묵어야 하고
相留可判年(상류가판년) : 머물러 있으려면 일 년이라도 가능하다.
蹉跎暮容色(차타모용색) : 잘못 뜻을 잃어 저문 얼굴 빛
悵望好林泉(창망호림천) : 슬퍼하며 좋은 숲과 샘을 바라본다.
何日霑微祿(하일점미녹) : 어느 날에야 관리가 되었다가
歸山買薄田(귀산매박전) : 산으로 돌아와 척박한 밭이나 사게 될까.
期遊恐不遂(기유공부수) : 기약한 유람을 이루지 못할까 두려워
把酒意茫然(파주의망연) : 술잔을 잡으니 마음이 아득해지는구나.
359.중소(中宵) 한밤중
西閣百尋餘(서각백심여) : 백여 길 높이 서각에서
中宵步綺疏(중소보기소) : 한밤중 창가를 거니노라니.
飛星過水白(비성과수백) : 유성은 빛을 내며 물 위를 건너고
落月動沙虛(락월동사허) : 지는 달은 모래밭에서 움직인다.
擇木知幽鳥(택목지유조) : 나무를 골라 새가 깃들은 것을 알고
潛波想巨魚(잠파상거어) : 파도에 잠겨있는 큰 물고기 생각한다.
親朋滿天地(친붕만천지) : 친구들은 천지에 가득하여도
兵甲少來書(병갑소래서) : 전쟁으로 인해 오는 편지 드물구나.
대력 원년(766) 기주 서각에 기거할 때 지은 것이다. 한밤에 홀로 방안을 거닐며 느낀 감회를 묘사하였는데, 전쟁으로 소식을 들을 수 없는 친구들을 떠올리며 홀로 외롭게 떠도는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360.중제정씨동정(重題鄭氏東亭) 정씨의 동편 정자에 다시 제하다
華亭入翠微(화정입취미) : 푸른 산 빛 속 화려한 정자
秋日亂淸暉(추일난청휘) : 가을 해는 맑은 빛을 산란시킨다.
崩石欹山樹(붕석의산수) : 무너진 돌이 산 나무에 걸치고
淸漣曳水衣(청련예수의) : 맑은 잔물결이 물풀을 끌고 간다.
紫鱗衝岸躍(자린충안약) : 자줏빛 물고기 언덕에 부딪혀 뛰고
蒼隼護巢歸(창준호소귀) : 푸른 매는 둥지를 지키려 돌아간다.
向晩尋征路(향만심정노) : 저녁이 되어 갈 길을 찾는데
殘雲傍馬飛(잔운방마비) : 말곁에서는 남은 눈이 날린다.
361.중증정련(重贈鄭鍊) 정련에게 다시주다
鄭子壯行罷使臣(정자장행파사신) : 정선생 그대가 사신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떠나는데
囊無一物獻尊親(낭무일물헌존친) : 배낭에는 어버이에게 바칠 물건 하나 없다네.
江山道遠羈離日(강산도원기이일) : 갈 길 멀어 아득한 강과 산, 떠나는 날에
裘馬誰爲感激人(구마수위감격인) : 갓옷 입고 말 탄 이, 누군가 감격하는 이 있으리라
362.즉사(卽事) 즉흥적으로
暮春三月巫峽長(모춘삼월무협장) : 늦은 봄 삼월 달 무협은 길기도 한데
皛皛行雲浮日光(효효항운부일광) : 희고 흰 지나가는 구름이 햇빛에 떠있어라.
雷聲忽送千峯雨(뇌성홀송천봉우) : 우렛소리 홀연히 천 개의 봉에 비를 보내니
花氣渾如百和香(화기혼여백화향) : 꽃기운은 백 가지를 섞어 만든 향기 같아라.
黃鶯過水翻廻去(황앵과수번회거) : 꾀꼬리는 물을 지나 날개 치며 돌아가고
燕子銜泥濕不妨(연자함니습부방) : 제비는 흙을 물어 젖어도 꺼리지 아니한다.
飛閣卷簾圖畫裏(비각권렴도화리) : 날아갈 듯한 누각에서 주렴을 걷으니 그림속이나
虛無只少對瀟湘(허무지소대소상) : 허무하게도 오직 소상을 상대할 것은 드물어라.
363.증고식안(贈高式顔) 고식안에게 주다
惜別是何處(석별시하처) : 우리가 석별한 곳이 어디였던가?
相逢皆老夫(상봉개로부) : 서로 만나니 다 늙은이로세
故人還寂寞(고인환적막) : 친구들은 아직도 적막하고
削迹共艱虞(삭적공간우) : 고생하는 것까지 꼭 같네 그려
自失論文友(자실론문우) : 문학을 논하던 친구 헤어지고
空知賣酒壚(공지매주로) : 술사서 권하던 주막 공연히 생각나네.
平生飛動意(평생비동의) : 평생을 바삐 떠도는 마음
見爾不能無(견이불능무) : 그대를 보니 없앨 수가 없네그려.
* 削迹 : 수레의 바퀴자국을 없애버리는 것으로, 임용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 艱虞 : 간난(艱難)과 우환(憂患),
* 論文 : 문인 또는 문장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가리킨다. * 飛動 : 생동감 있게 흩날리다.
이 시는 건원乾元 원년(758) 6월, 두보가 화주사공참군華州司功參軍으로 좌천되어 가던 도중에 쓴 것이다. 고적(高適)의 조카이자 그 자신도 시인이었던 고식안(高式顔)은 안사의 난(安史之亂) 초기 반군들에게 두보와 함께 포로로 연금되어 있을 때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두보는 화주에서 벼슬을 내려놓고 진주秦州로 떠나기까지 자신의 대표적인 영사시詠史詩라 할 수 있는 <三吏와 三別>을 포함한 30여 수의 시를 남겼다.
364.증별하옹(贈別何邕) 장안으로 가는 하옹에게
生死論交地(생사논교지) : 생(生)과 사(死)를 논하는 이 경지에
何繇見一人(하요견일인) : 무슨 수로 그러한 사람 만날 수 있을까?
悲君隨燕雀(비군수연작) : 그대들 소인배 따름이 슬프지만
薄宦走風塵(박환주풍진) : 벼슬살이 얇은 풍진 속에 달려가네.
綿谷元通漢(면곡원통한) : 면곡(綿谷)은 원래 한나라와 통하지만
佗江不向秦(타강불향진) : 타강(沱江)은 진나라로 향하지 않네.
五陵花滿眼(오릉화만안) : 오릉(五陵)의 꽃이 눈에 가득하니
傳語故鄕春(전어고향춘) : 고향의 봄소식을 전해주오.
두보의 성도(成都) 시절 작이다. 하옹(何邕)은 당시 면곡현위(綿谷縣縣尉)로 두보와 시를 주고받으며 교류했던 인물이다.
* 燕雀 : 봄가을로 북쪽과 남쪽을 오르내리는 철새 제비를 가리킨다.
* 薄宦 : 그리 높지 않은 관직을 가리킨다. 고적(高適)은 「鉅鹿贈李少府」란 시에서 ‘李侯雖薄宦, 時譽何籍籍(이소부 관직이 높았던 것은 아니지만 / 그의 이름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네)’라고 했다. * 綿谷 : 지명
* 沱江 : 『한서(漢書)·지리지(地理志)』에서 ‘沱水, 在蜀郡郫縣西, 東入大江(타수는 촉군 비현 서쪽에 있는데, 동쪽으로 흘러 장강으로 들어간다).’이라고 했다.
* 五陵 : 서한(西漢)의 다섯 황제 무덤을 가리키며, 여기서는 장안(長安)을 의미하는 것으로 새겨 읽었다.
365.증비부소낭중십형(贈比部蕭郎中十兄)(747年) 비부낭중(比部郎中) 소씨(蕭氏)에게 주며
有美生人傑(유미생인걸) : 아름다운 사람 있어 인물을 낳았으니
由來積德門(유내적덕문) : 원래부터 덕업을 쌓은 가문입니다.
漢朝丞相系(한조승상계) : 한나라 조정에서는 승상의 핏줄이요.
梁日帝王孫(양일제왕손) : 양나라 때에는 제왕의 자손이었습니다.
蘊藉爲郎久(온자위낭구) : 관대한 마음 지니시고 오랫동안 낭중 벼슬 하였고
魁梧秉哲尊(괴오병철존) : 장대한 기골에 명철함을 지니신 존귀한 분입니다.
詞華傾後輩(사화경후배) : 문장이 화려하여 후배들을 경도시키고
風雅靄孤鶱(풍아애고건) : 용모가 우아하여 구름 가를 홀로 나는 새 같습니다.
宅相榮姻戚(댁상영인척) : 혈족께서는 인척들을 영광되게 하시고
兒童惠討論(아동혜토논) : 어린 저에게는 토론하는 은혜를 주셨습니다.
見知眞自幼(견지진자유) : 어려서부터 저의 진면목을 알아주셨으나
謀拙愧諸昆(모졸괴제곤) : 지혜가 모자라 여러 형님들에게 부끄럽기만 합니다.
漂蕩雲天闊(표탕운천활) : 이리저리 떠도니 구름길 하늘은 광활하기만 하고
沈埋日月奔(침매일월분) : 묻히어 사는 동안 세월은 빨리도 달아나버렸습니다.
致君時已晩(치군시이만) : 임금님께 다가가기에는 시간이 이미 늦어버리고
懷古意空存(회고의공존) : 옛날을 떠올리니 마음은 허전하기만 합니다.
中散山陽鍛(중산산양단) : 혜강은 산양에서 대장장이 일을 하고
愚公野谷邨(우공야곡촌) : 우공은 시골 골짜기 마을에서 살았습니다.
寧紆長者轍(녕우장자철) : 어찌 어르신 수레를 돌리게 하겠습니까?
歸老任乾坤(귀노임건곤) : 돌아가 늙어가며 천지에 이 몸을 맡기려 합니다.
366.증위좌승(贈韋左丞)/봉증위좌승장이십이운(奉贈韋左丞丈二十二韻) 위좌승께 올리는 글
紈袴不餓死(환고불아사) : 귀족들은 굶어죽지 않으나
儒冠多吾身(유관다오신) : 선비들은 자기 몸 그르치는 일도 많습니다.
丈人試靜聽(장인시정청) : 좌승 어르신 잠시 들어주십시오.
賤子請具陳(천자청구진) : 빈천한 이 몸 삼가 말씀 올립니다.
甫昔少年日(보석소년일) : 저는 옛날 어린 시절에
早充觀國寶(조충관국보) : 이미 장안에서 과거에 뽑혔었고
讀書破萬卷(독서파만권) : 만권의 팩을 독파하여 통달하였고
下筆如有神(하필여유신) : 붓을 들면 신들린 듯이 글을 썼습니다.
* 韋左丞 : 불우한 30대 두보를 도와준 좌승(차관보급)위제의 부친 韋嗣立(위사입)재상에게 三大禮賦를 지어 바침
* 丈 : 존칭. * 二十二韻 : 두句를 합쳐 한聯. 그 연의 끝 자를 韻이라함 곧 22련의 글. * 紈袴 : 흰 명주 바지. 귀공자란 뜻
* 不餓死 : 굶어죽지 않음. 굶어도 절개를 지킬 기백이 없어 보인다는 간접표현. * 多誤身 : 선비들이 입신을 못하고 수난을 받는다는 뜻. 漢書에 한고조가 찾아온 선비의 유관을 벗겨 소변을 누었다는 고사에 유래됨
* 試靜聽 : 즉시 들어 주십시오. 이 구절은 한대의 악부(민요)에 丈人且安坐(아버님 편히 앉으십시오.)를 본떠서 활용했음
* 請具陳 : 자세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 甫 : 두보의 이름. 자기를 나춰 상대에게 고할 때는 실명을 쓴다.
* 觀國賓 : 수험생으로 과거를 봄 * 破萬券 : 만권의 책을 독파하고 통달. * 下筆 : 글을 쓴다.
* 如有神 : 너무 뛰어나서 신들린듯하다. 下筆. 有神 등의 단어는 문선에서 빌어온 것을 볼 수 있다.
賦料楊雄敵(부료양웅적) : 글은 양우의 적수라 했고
詩看子建親(시간자건친) : 시는 자건에 가깝게 보였지요.
李邕求識面(이웅구식면) : 이웅도 만나보기 자청해왔고
王翰願卜隣(왕한원복린) : 왕한도 이웃이 되고자 했습니다.
自謂頗挺出(자위파정출) : 무척 뛰어나다는 자신을 품고
立登要路津(임등요로진) : 나라의 중요 직에 등용되면
致君堯舜上(치군요순상) : 금상을 보필하여 요순보다 높이 올리고
再使風俗淳(재사풍속순) : 순박한 민풍 세우고자 다짐 했지요.
* 賦 : 脚韻을 맞춘 장문의 서술식 문장. 한대에 유행한 漢賦는 중국 문학 중 높은 격에 속한다.
* 子建 : 曺植 * 李邕 : 당시 문단의 중진으로 두보를 후원했음 * 王翰 : 두보의 선배문인 * 卜隣 : 이웃이 되다
* 頗 : 몹시 * 挺出 : 특출함 * 要路津 : 높은 벼슬자리 * 淳 : 바르고 착하게 만듬
此意竟蕭條(차의경소조) : 끝내 뜻이 꺾여 외롭고 쓸쓸하게
行歌非隱淪(행가비은륜) : 떠돌이 시를 쓰나 은퇴자는 아닙니다.
騎驢三十載(기려삼십재) : 고난의 나귀 타고 떠돌기 오래였다오.
旅食京華春(여식경화춘) : 얻어먹으며 장안의 봄을 지났지요.
朝扣富兒門(조구부아문) : 아침에는 부잣집 문을 두드리고
暮隨肥馬塵(모수비마진) : 저녁에는 고관의 말 뒤 먼지를 쓰며
殘杯與冷炙(잔배여냉적) : 찌꺼기 술잔에 식은 안주 얻어먹고
到處潛悲辛(도처잠비신) : 가는 곳마다 슬픔과 아픔에 잠겼지요.
* 竟 : 결국에 * 蕭條 : 쓸쓸하고 실의에 참 * 行歌 : 떠돌며 노래함 * 隱淪 : 은둔함 * 騎驢 : 당나귀 탐. 가난한 자가 탔음
* 載 : 년 30재. 오랜 기간 * 旅食 : 떠돌며 얻어먹음 * 京華 : 장안 * 扣 : 두드리다 * 暮隨(모수) : 저녁에 따라감
* 殘杯.冷炙 : 찌꺼기 잔술. 식은 안주 조각 * 潛悲辛 : 슬픔과 아픔을 간직함.
主上頃見徵(주상경견징) : 금상이 선비를 찾는다 하여
欻然欲求伸(홀연욕구신) : 후련하게 실력을 펼치고자 하였으나
靑冥却垂翅(청명각수지) : 도리어 푸른 하늘에 날개 꺾이듯
蹭蹬無縱鱗(층등무종린) : 비늘에 힘이 빠져 물속에서 휘청거리니
甚愧丈人厚(심괴장인후) : 어르신의 후대에 심히 부끄럽고
甚知丈人眞(심지장인진) : 어르신의 진정에 정말 고마웠습니다.
* 主上 : 玄宗임금 * 頃 : 얼마 전 * 見徵 : 부름 받음 * 欲求伸 : 뻗어 나가려 함 * 靑冥 : 푸른 하늘 * 却 : 도리어
* 垂翅 : 날개를 늘어트림 * 蹭蹬 : 힘을 잃고 맥이 빠저 휘청거림 *縱鱗=비늘을 멋대로 놀려 물에서 놀음
每於百僚上(매어백료상) : 송구하게도 매양 백관 앞에서
猥踊佳句新(외용가귀신) : 새로 지은 좋은 시 올려 낭송했지만
竊效貢公喜(절효공공희) : 공우를 본 따서 웃음 지을 수도 없었고
難甘原憲貧(난감원헌빈) : 원헌의 가난 따위 더는 감당키 어려워
焉能心怏怏(언능심앙앙) : 공연히 속으로 불평만 할 수도 없으므로
祗是走踆踆(지시주준준) : 다만 여기 저기 바삐 돌아다닐 뿐이지요.
* 每於 : 언제나 * 百僚 : 많은 관료 * 猥踊 : 외람되게 시를 낭송함. * 竊效 : 속으로 흉내 내고자 함
* 貢公 : 전한의 貢禹가 친구 王吉이 벼슬하자 자기도 기대하고 의관의 먼지를 털었다는 고사.
* 難甘 : 견디기 어려움 * 原憲 : 공자 제자 중 가장 가난한 사람으로 돈 많은 子貢이 당신은 병이요? 하니 재물 없음이 빈이라 하고 도를 배우고 행하지 않음을 병이라 하는데 나는 빈이지 병이 아니요 했다(장자)
* 焉 : 어찌 하겠는가 * 怏怏 : 불평하다 * 祗是 : 오직 * 踆踆 : 앞으로 뛰어가다.
今欲東入海(금욕동입해) : 이제 동쪽 바다 넓은 곳으로 들고자
卽將西去秦(즉장서거진) : 서쪽 장안을 떠날까 하옵니다.
尙憐終南山(상련종남산) : 아직도 종남산이 아련히 보이고
廻水淸渭賓(회수청위빈) : 뒤 돌아보니 맑은 위수 그리우니
常擬報一飯(상의보일반) : 항상 밥 한 끼에도 보답코자 하는 마음
況懷辭大臣(황회사대신) : 어찌 좌승님을 떠나려 생각이나 하겠습니까?
白鷗沒浩蕩(백구몰호탕) : 백구같이 날아 하늘에 높이 뜨니
萬里誰能馴(만리수능순) : 만 리 먼 곳으로 떠나려는데 누가 능히 막을 수 있겠습니까?
* 東入海 : 동해에 들다. 동해는 자유. 광대의 상징으로 쓰였음 * 秦 : 여기서는 장안. * 尙憐 : 여전히 가슴 아파
* 終南山 : 낙양의 남쪽에 있는 산 * 淸渭 : 맑은 위수. * 擬 : 하고자 * 報一飯 : 한 끼 밥을 준 은혜도 보답한다.
* 況 : 하물며 * 懷辭 : 그리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떠나다. * 白鷗 : 흰 갈매기. 하늘을 나는 자유의 상징으로 표현함
* 沒浩蕩 : 넓고 아득한 바다 속으로 들어감. 즉 자유의 몸으로. * 誰能馴 : 누가 능히 길 드리겠는가.
* 이시는 747년 두보 37세로 그 때까지의 경험과 사상을 표현하고 있으며 李白. 高適. 李웅 등 당대 최고 문인들과 교우한 후 그의 청년기 시의 세계를 헤아려 볼 수 있다. 부도덕한 지도층을 비판하고 그들과 타협하지 않고 고난을 당하면서도 절개를 지킴은 물론 올바른 치세를 위한 참여와 충언을 끝없이 하고 있다.
367.증위좌승제(贈韋左丞濟) 위제 좌승에게 드립니다
左轄頻虛位(좌할빈허위) : 좌승의 자리 자주 비더니
今年得舊儒(금년득구유) : 금년에 관록의 선비 얻었습니다.
相門韋氏在(상문위씨재) : 재상으로는 위씨 집안이 있고
經術漢臣須(경술한신수) : 경술로는 한나라 신하가 필요하였다.
時議歸前烈(시의귀전렬) : 당시 의론은 선조의 업적에 따랐는데
天倫恨莫俱(천륜한막구) : 형제가 살아 같이하지 못함이 한스러웠다.
鴒原荒宿草(영원황숙초) : 할미새 우는 들판엔 묵은 풀이 황폐하고
鳳沼接亨衢(봉소접형구) : 중서성으로 형통한 길이 이어져 있었다.
有客雖安命(유객수안명) : 나그네 비록 천명을 편안하게 여기나
衰容豈壯夫(쇠용개장부) : 노쇠한 얼굴이 어찌 장부의 모습이겠습니까.
家人憂几杖(가인우궤장) : 식구들은 지팡이 진 늙은이 걱정하고
甲子混泥塗(갑자혼니도) : 세월을 진흙에 섞이어 천하게 살고 있습니다.
不謂矜餘力(부위긍여력) :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남은 힘을 자랑하고
還來謁大巫(환내알대무) : 돌아와 큰 무당을 뵙고자 하는 것을.
歲寒仍顧遇(세한잉고우) : 날이 차가워져도 보살피고 대접해주시니
日暮且踟躕(일모차지주) : 날이 저물어가도 머뭇거리는 것입니다.
老驥思千里(노기사천리) : 늙은 준마는 천리 길을 생각하고
饑鷹待一呼(기응대일호) : 굶주린 매는 한 번 불러주기를 기다립니다.
君能微感激(군능미감격) : 어르신께서 조금이나마 알아주시면
亦足慰榛蕪(역족위진무) : 또한 황량한 제 마음에 위로가 될 것입니다.
368.증위팔처사(贈衛八處士) 위팔처사에게
人生不相見 動如參與商. 今夕復何夕? 共此燈燭光. 少壯能几時? 鬢發各已蒼. 訪舊半爲鬼 驚呼熱中腸
(인생불상견 동여삼여상 금석복하석 공차등촉광 소장능기시 빈발각이창 방구반위귀 경호열중장)
사람살이 서로 만나지 못함은 늘 참성과 상성 같구나. 이 밤은 다시 어떤 밤인가? 등불 아래 그대와 함께 하다니.
젊은 시절이 얼마나 될까? 귀밑머리 다 세었구나. 옛 친구 찾으면 반은 죽어 놀라 이름 부르다가 속이 타버렸다네.
焉知二十載? 重上君子堂. 昔別君未婚 兒女忽成行. 怡然敬父執 問我來何方. 問答乃未已 驅兒羅酒漿.
(언지이십재 중상군자당 석별군미혼 아녀홀성항 이연경부집 문아래하방 문답내미이 구아라주장)
이십 년 만에 어찌 알았으랴? 다시 그대의 집을 찾을 줄을. 옛날 이별할 때 미혼이었는데
어느새 자식들이 줄을 이었구나. 반갑게 아비친구를 공대하며 내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네.
대답도 미처 마치지 못했는데 아이 시켜 술상을 차려내네.
夜雨剪春韭 新炊間黃粱. 主稱會面難 一擧累十觴. 十觴亦不醉 感子故意長. 明日隔山岳 世事兩茫茫.
(야우전춘구 신취간황량 주칭회면난 일거루십상 십상역불취 감자고의장 명일격산악 세사량망망)
밤비 속에 봄 부추 자르고 새로 지은 밥에는 기장을 섞었구나. 주인은 내게 얼굴 보기 어렵다며
술 한 번 들자 연거푸 열 잔. 열 잔에도 취하지 않는 것은 그대의 깊은 옛정 느꼈기 때문일세.
내일이면 산 넘어 서로 멀리 떨어지리니 인간사 우리 두 사람에게는 정말 막막하여라.
* 衛八處士 : 衛八은 姓이 衛氏로 형제 사이의 항렬[排行이라고 한다. 一族間의 尊卑를 표시하는 것으로 祖父行, 父行, 兄弟行, 子行이 각각 있으나 일반적으로 兄弟行을 가리킨다. 자기형제로부터 從兄弟, 再從兄弟, 三從兄弟, 族兄弟의 순으로 長幼의 차서에 따라 숫자를 붙이며 宗族이 번성한 경우 一門의 형제가 百이 넘는 경우도 있다.]이 여덟 번째임을 말한다.
*動 : 걸핏하면 혹은 어떤 일이 생기면 그때마다라는 말이다.
* 參與商 : 參星과 商星은 별자리 이름이다. 하나는 동쪽에 있고 하나는 서쪽에 있어, 각각 황혼녘에 뜨고 새벽녘에 뜬다.
* 舊 : 친구라는 말이다. * 焉知 :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 成行 : 줄을 이루다. 여기서는 많음을 형용한다.
*怡然敬父執 : 衛八의 자녀들이 반갑게 맞이하며 아버지 친구인 나의 안부를 묻는다는 말이다.
*怡然은 유쾌한 모양, 父執은 아버지의 친구를 말한다. * 乃未已 : 아직 마치지 못한 것이다.
* 間 : 섞는다는 뜻이다. * 故意 : 오랜 벗의 정을 말한다. * 茫茫 : 아득해 알지 못하는 것이다.
369.증이백 이수(贈李白 二首) 이백에게
其一
二年客東都(이년객동도) : 낙양의 길손 된지 2년 남짓 지나고
所歷厭機巧(소력염기교) : 관직 생활 중에 겪은바 간교함에 염증 느껴
野人對腥羶(야인대성전) : 순박한 야인이 비린내만 맡았고
蔬食常不飽(소식상부포) : 소찬도 배불리 채우지 못했소.
豈無靑精飯(기무청정반) : 어찌 없으랴. 도사의 청정 밥이
使我顔色好(사아안색호) : 나의 안색을 좋게 금 해주련만
苦乏大藥資(고핍대약자) : 귀한 약재 살 돈도 없으며
山林跡如掃(산림적여소) : 산속을 내왕할 길도 없도다.
李候金閨彦(이후금규언) : 이백은 대궐 금마문 출입한 선비였으나
脫身事遊討(탈신사유토) : 벼슬 길 버리고 은퇴 하고자
亦有梁宋遊(역유양송유) : 나와 더불어 양과 송의 땅을 떠돌며
方期拾搖草(방기습요초) : 장차 신선 약초 찾고자 하였지요.
* 東部 : 낙양. 서부는 장안 * 厭機巧 : 간교함에 염증느낌 * 野人 : 벼슬 안한 사람
* 腥羶 : 비린내 나는 반찬 * 蔬食 : 채식 *靑精飯 : 도사가 먹는 밥 * 苦乏 : 전혀 없다
* 大藥資 : 귀한 약 살돈 * 跡掃 : 발자국을 쓸듯
* 金閨彦 : 왕을 보필하며 금마문을 드나드는 학덕 높은 선비
* 脫身 : 남에게 허리를 굽히지 않는 성품으로 양귀비에 눈에 나 쫓겨남
* 事幽討 : 은퇴생활을 함 * 梁宋遊 : 양·송 땅을 돌다 * 方期 : 바야흐로 * 搖草 : 신선의 약초
시성 두보와 시선 이백은 744년에 기적같이 만났다. 그해 이백은 퇴직하고 동부로 유랑 떠나는 길이였다. 한편 두보는 735년 과거에 낙방하고 낙양에서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었다. 이때 이백은 44세 두보는 33세 청년으로 서로 만나자 마자 의기투합하여 2년간을 불후의 우정을 쌓고 평생을 서로 위로하고 존경하며 9수의 시를 남기였다.
두보는 이백의 호탕 표일한 낭만적 기질을 좋아하면서 그 영향을 받았으나 그 스스로의 유가적 본성을 버리지 않았다. 이백이 유배와 사면 등 비운으로 풀려나며 방랑하는 것을 듣고 그 문재를 찬양하고 억울함을 위로하였다. 이 시는 처음으로 이백을 읊은 시이다.
2. 秋來相顧尚飄蓬 未就丹砂愧葛洪. 痛飲狂歌空度日 飛揚跋扈為誰雄?
(추래상고상표봉 미취단사괴갈홍 통음광가공도일 비양발호위수웅)
가을이 되어 다시 만났지만 아직도 떠돌이 신세인데, 그대는 단사를 얻지 못했으니 갈홍에게 부끄러우리.
실컷 술 마시고 미친 듯 노래하며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데, 이런 제멋대로의 행동은 누구에게 영웅으로 보이려는 건가?
* 相顧 : 서로 돌아봄. * 飄蓬 : 바람에 흩날리는 쑥대를 말하며 나그네 신세라는 뜻. 飄(표)는 회오리바람. 蓬은 쑥 ‘봉’.
* 丹砂 : 단약을 만들어 내는 광물. * 葛洪 : 동진의 도교 이론가(283∼343?). 자는 치천(稚川), 호는 포박자(抱朴子). 만년에는 뤄푸산(羅浮山)에 들어가 연단(煉丹)과 저술에 전념함. 저서에 `포박자', `신선전' 등이 있음. * 飛揚跋扈 : 제멋대로 날뛰다.
* 이 시는 칠언절구로 천보 4년(745) 두보의 34세 때 지은 시이며, 이백과 함께 제주(斉州: 산동성 일대)를 유람하고 있다가 이백은 제주에서 도사 고여귀(高如貴)에게 입문하였고 두보는 제주사마(司馬)로 부임하였다. 이백이 도교에 입문하였는데 술만 마시고 다니는 것을 질책하는 시이다.
* 秋來相顧 : 가을부터 서로 돌아본다.
* 尙飄蓬 : 여전히 바람에 흔들리는 들 쑥 * 未就 : 아직도 얻지 못함
* 丹砂 : 신선이 된다는 선약. 이백은 도가의 求仙學道에 힘썼다
* 葛洪 : 동진 稚川人으로 선약의 원료로 빚는 연금술에 능했고, 그 원료인 단사가 구부현(베트남)에 있다는 말을 듣고 그곳의 靈이 되고자했다.
* 痛飮狂歌 : =통쾌히 마시고 미친 듯 노래함 * 空度日 : 허송세월 * 飛揚 : 새가 날아오르다
* 跋扈 : 대롱으로 된 어구를 뛰어 넘다(비양발호는 이백의 豪蕩放逸한 품을 묘사한 것)
* 爲誰雄 : 누구를 위하여 씩씩하게 날뛰었는가.
370.증전구판관량구(贈田九判官梁丘) 전씨 아홉 번째 아들 판관 전양구께 드립니다.
崆峒使節上靑霄(공동사절상청소) : 공동산 사절 가서한이 높은 벼슬에 오르니
河隴降王款聖朝(하롱강왕관성조) : 하룡의 항복한 왕이 우리 왕실에 복종했습니다.
宛馬總肥秦苜蓿(완마총비진목숙) : 대원국의 준마인 완마가 진의 목숙으로 살찌고
將軍只數漢嫖姚(장군지수한표요) : 장군으로는 하나라의 표요 곽거병만을 알아줍니다.
陳留阮瑀誰爭長(진류완우수쟁장) : 진류 땅의 완우와 누가 뛰어남을 다투며
京兆田郎早見招(경조전낭조견초) : 경조의 전랑에 의하여 일찍이 불리어 졌습니다.
麾下賴君才竝美(휘하뢰군재병미) : 휘하는 그대의 재주를 힘입어 모두가 훌륭하니
獨能無意向漁樵(독능무의향어초) : 오직 고기잡고 나무하는 저를 향하는 뜻만 없을까요.
371.증진이보궐(贈陳二補闕) 진보궐에게 드립니다
世儒多汩沒(세유다골몰) : 세상 선비들은 몰락하는 이가 많은데
夫子獨聲名(부자독성명) : 선생께서는 홀로 명성이 날리십니다.
獻納開東觀(헌납개동관) : 간언의 말씀 올리는 자가 동관에 알려져
君王問長卿(군왕문장경) : 군왕께서 사마상여같은 인물인가를 물으셨다.
皁雕寒始急(조조한시급) : 매는 추워져야 빨리 날고
天馬老能行(천마노능항) : 천마는 늙어서도 달릴 수 있습니다.
自到靑冥裏(자도청명리) : 날아서 푸른 하늘 안에 이르고부터는
休看白髮生(휴간백발생) : 백발이 생겨나는 것을 보지 마십시오.
372.증특진여양왕 이십운(贈特進汝陽王 二十韻) 특진 벼슬의 있는 여양왕에게 드리는 시
特進羣公表(특진군공표) : 특진께서는 여러 공들의 표상이시며
天人夙德升(천인숙득승) : 귀인의 오랫동안 쌓은 덕망이 높아집니다.
霜蹄千里駿(상제천리준) : 서리 밟는 발굽으로 천리를 달리는 명마이시고
風翮九霄鵬(풍핵구소붕) : 바람 날개짓하며 하늘까지 오르는 붕새이십니다.
服禮求亳髮(복례구박발) : 예의를 갖추심에 철저하시고
惟忠忘寢興(유충망침흥) : 충성을 생각함에 자고 일어남도 잊으십니다.
聖情常有眷(성정상유권) : 천자의 마음에 항상 돌보심이 있으나
朝退若無憑(조퇴야무빙) : 조정에서 물러나면 의지할 곳도 없는 것 같다.
仙醴來浮蟻(선례내부의) : 왕실에서 내리는 감로주는 부의라는 술이 나오고
奇毛或賜鷹(기모혹사응) : 기이한 새로는 혹 송골매를 내려주셨습니다.
淸關塵不雜(청관진부잡) : 맑은 대문에는 먼지 같은 사람들로 잡되지 않았고
中使日相乘(중사일상승) : 대궐의 사신은 날마다 수레 타고 찾아옵니다.
晩節嬉遊簡(만절희유간) : 늙어서도 노는 것이 간소하고
平居孝義稱(평거효의칭) : 평소 생활함에 효도와 의리로 칭송 받았습니다.
自多親棣萼(자다친체악) : 형제간의 친애함을 스스로 아름답게 여기니
誰敢問山陵(수감문산능) : 누가 감히 산릉에 대해서 물을 수 있겠는가.
學業醇儒富(학업순유부) : 학업은 순정한 유가처럼 풍부하시고
辭華哲匠能(사화철장능) : 문장은 뛰어난 문장가처럼 능숙하셨다.
筆飛鸞聳立(필비난용립) : 글씨를 날려 쓰면 난새가 솟아오르는 듯하고
章罷鳳鶱騰(장파봉건등) : 문장을 다 지으면 봉황새처럼 뛰어오는 듯하다.
精理通談笑(정리통담소) : 이치에 정통하여 담소하심이 능통하고
忘形向友朋(망형향우붕) : 신분을 잊고 친구를 대하신다.
寸長堪繾綣(촌장감견권) : 작은 장점도 친밀하게 돌보아주시고
一諾豈驕矜(일낙개교긍) : 한 번 허락해주셔도 어찌 교만하게 자랑하겠습니까.
已忝歸曹植(이첨귀조식) : 이미 외람되게도 조식 같은 분에게 기탁하였는데
何如對李膺(하여대리응) : 어떻게 해서 권세가 이응을 대하겠습니까.
招要恩屢至(초요은누지) : 불러주시니 은혜가 여러 차례나 이르고
崇重力難勝(숭중력난승) : 높이고 귀하게 여기심을 제 힘으로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披霧初歡夕(피무초환석) : 안개 헤치고는 처음 기쁜 저녁
高秋爽氣澄(고추상기징) : 높은 가을 하늘에 상쾌한 바람이 맑았습니다.
樽罍臨極浦(준뢰림극포) : 술잔을 들고 먼 포구에 서니
鳧雁宿張燈(부안숙장등) : 물오리와 기러기는 켜진 등불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花月窮遊宴(화월궁유연) : 꽃 핀 달 아래서 한껏 노닐며 잔치벌이고
炎天避鬱蒸(염천피울증) : 더운 여름날 무더운 습기를 피하였습니다.
硯寒金井水(연한금정수) : 벼루는 차가워 금정수 우물의 물 같고
簷動玉壺冰(첨동옥호빙) : 처마는 움직이는 것은 옥 같은 병의 얼음과 같다.
瓢飮惟三徑(표음유삼경) : 표주박으로 물 마시려면 오직 세 갈래 길이 있으니
巖棲在百層(암서재백층) : 바위굴 집은 백 층이나 높이 있습니다.
謬持蠡測海(류지려측해) : 잘못 표주박 가지고 바닷물을 재려하다니
況挹酒如澠(황읍주여민) : 하물며 승수와 같이 많은 술을 뜨려함에 있어서야.
鴻寶寧全袐(홍보녕전필) : 큰 보배가 어찌 완전히 숨겨질까
丹梯庶可凌(단제서가능) : 신선세계의 붉은 사다리는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淮王門有客(회왕문유객) : 회왕의 문하에는 빈객이 있으니
終不愧孫登(종부괴손등) : 끝내 손등과 같은 분에게 부끄럽지 않겠습니다.
373.증필사요(贈畢四曜) 필여에게 드리다
才大今詩伯(재대금시백) : 재주가 위대한 당대의 대 시인
家貧苦宦卑(가빈고환비) : 집안이 가난하여 낮은 벼슬이 고달파라.
飢寒奴僕賤(기한노복천) : 굶주림과 추위에 노복처럼 천해 보이고
顔狀老翁爲(안장노옹위) : 얼굴 모습은 노인처럼 되었구나.
同調嗟誰惜(동조차수석) : 나와 같은 재조인데, 아 누가 아껴주며
論文笑自知(논문소자지) : 문을 논란하면 혼자 알 뿐임을 자소한다.
流傳江鮑體(유전강포체) : 강엄과 포조의 시체를 전하나
相顧免無兒(상고면무아) : 돌아보니, 자식 없는 처지는 면하였구나.
374.증한림장사학사기(贈翰林張四學士垍) 한림학사 장기에게
翰林逼華蓋(한림핍화개) : 장한림은 황제의 측근에 가깝고
鯨力破滄溟(경력파창명) : 고래 같은 힘 창해도 부수어버립니다.
天上張作子(천상장작자) : 천상의 장작자시요.
宮中漢客星(궁중한객성) : 궁중의 한나라 사위십니다.
賦詩拾翠殿(부시습취전) : 습취전에서 시를 지으시고
佐酒望雲亭(좌주망운정) : 망운정에서 술자리를 도우십니다.
紫誥仍兼綰(자고잉겸관) : 자색 조서도 아울러 담당하시니
黃麻似六經(황마사륙경) : 황마지에 쓰신 글은 육경과 같습니다.
內頒金帶赤(내반금대적) : 내전에서는 붉은 금띠를 내려주시고
恩與荔枝靑(은여려지청) : 푸른 여지 과일을 은혜로이 내리십니다.
無復隨高鳳(무복수고봉) : 높이 나는 봉황새 다시 따를 수 없고
空餘泣聚螢(공여읍취형) : 쓸쓸히 남아 모은 반딧불에다 눈물만 흘립니다.
此生任春草(차생임춘초) : 이러한 삶을 봄풀에 맡긴 채로
垂老獨漂萍(수노독표평) : 늙어가며 홀로 떠도는 부평초 신세입니다.
儻憶山陽會(당억산양회) : 만약 산양의 모임을 기억하신다면
悲歌在一聽(비가재일청) : 저의 이 슬픈 노래를 한 번만 들어주십시오.
375.증헌납사기거전사인징(贈獻納使起居田舍人澄) 헌납사이고 기거사인이신 전징에게 드리다
獻納司存雨露邊(헌납사존우노변) : 헌납의 직무는 임금님 측근의 일
地分淸切任才賢(지분청절임재현) : 그 직분은 청절해야 하니 현명한 신하에게 맡겼구나.
舍人退食收封事(사인퇴식수봉사) : 사인이 물러나 식사하며 봉사를 거두고
宮女開函捧御筵(궁녀개함봉어연) : 궁녀는 함을 열어 임금님께 받들어 올린다.
曉漏追趨靑瑣闥(효누추추청쇄달) : 새벽 물시계에 종종걸음으로 중서성문으로 쫓아가
晴窓點檢白雲篇(청창점검백운편) : 갠 창가에서 백운편을 점검한다.
揚雄更有河東賦(양웅경유하동부) : 양웅에게는 다시 하동부가 있었으니
唯待吹噓送上天(유대취허송상천) : 오직 모시다가 불어 보내어 임금님께 보내주소서.
376.증화경(贈花卿) 화경에게 주다
錦城絲管日紛紛(금성사관일분분) : 금성의 음악소리 나날이 어지러워져
半入江風半入雲(반입강풍반입운) : 반은 강바람으로, 그리고 반은 구름으로 들어간다.
此曲祗應天上有(차곡지응천상유) : 이 곡은 다만 천상에만 있으리니
人間能得幾回聞(인간능득기회문) : 인간이 몇 번이나 들을 수 있을까
377.지덕이재(至德二載)/至德二載甫自京金光門出與親故別因出此門有悲往 지난 일을 슬퍼하다
서(序)
<至德二載甫自京金光門出(지덕이재보자경금광문출) 間道歸鳳翔(간도귀봉상)
乾元初從左拾遺移華州掾(건원초종좌습유이화주연) 與親故別(여친고별),
因出此門(인출차문) 有悲往事(유비왕사).>
<지덕 2년(757)에 나는 서울의 금광문(金光門)을 나와 샛길로 봉상(鳳翔)에 돌아갔다. 건원 원년(758)에 좌습유에서 화주연(華州掾)으로 폄직되어 친구들과 이별하였는데, 이로 인해 이 문을 나오니 지난 일에 대한 슬픔이 있었다.>
此道昔歸順(차도석귀순) : 이 길은 옛날에 임금께로 돌아가던 길
西郊胡正繁(서교호정번) : 서쪽 들판엔 오랑캐가 어찌나 많았던지.
至今猶破膽(지금유파담) : 지금도 여전히 간담이 떨어지니
應有未招魂(응유미초혼) : 응당 불러 위로하지 못한 영혼 있으리.
近侍歸京邑(근시귀경읍) : 가까이 모시면서 장안에 돌아왔는데
移官豈至尊(이관개지존) : 벼슬을 옮김이 어찌 황제의 뜻이겠는가.
無才日衰老(무재일쇠노) : 재주도 없으면서 날마다 늙어가는 몸
駐馬望千門(주마망천문) : 말을 멈추고 수많은 궁궐 문을 바라본다네.
* 지난날 안사(安史)의 난을 일으킨 반군들이 점령한 장안을 떠나 황제가 계시던 봉상으로 귀순할 때 이 길을 지나갔는데, 그때 서쪽 교외에는 반군들이 들끓고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간담이 서늘해져서 그때 놀라 달아난 혼백을 아직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좌습유가 되어 서울에 돌아왔는데, 이번에 화주사공(華州司功)으로 폄직하는 것이 어찌 황제의 뜻이겠는가. 스스로 자신의 재주 없음과 노쇠해짐을 탄식하며, 자기도 모르게 말을 멈추고 황제가 계신 궁전을 바라본다.
* 두보(杜甫)는 지덕(至德) 2년(757) 봄에 안사의 난을 일으킨 반군들이 점령하고 있던 장안을 목숨 걸고 탈출하여 숙종(肅宗)이 있는 봉상으로 도망쳤는데, 이때 금광문을 지나갔다. 그 후 좌습유가 되어 장안으로 돌아왔지만, 다음해인 건원(乾元) 원년(元年:758) 6월에 방관(房琯)을 구하려고 상소했다가 화주(華州) 사공참군(司功參軍)으로 폄직된다. 이때 화주로 가면서 다시 금광문을 지나게 되는데, 현재와 지난날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감정을 읊은 것이 이 작품이다.
* 서(序)를 제목으로 사용하여 제목이 무척 길다.
378.지일강산려(遲日江山麗) 나른한 봄날에 강산이 아름답고
遲日江山麗(지일강산려) : 나른한 봄날에 강산이 아름답고
春風花草香(춘풍화초향) : 봄바람에 꽃향기 더욱 훈훈하다.
泥融飛燕子(니융비연자) : 흙이 녹자 집짓는 제비들 날기 바쁘고
砂暖睡鴛鴦(사난수원앙) : 강모래 포근히 원항새 잠들어라.
* 遲日 : 나른한 봄날 * 泥融 : 흙이 녹다. * 飛燕子: 제비들이 집지을 진흙을 분주히 나른다.
* 沙暖 : 모래가 포근하다. * 睡鴛鴦 : 원앙이 잠들다.
이시는 두보의 우수(憂愁)를 감추고 잠시 대자연의 섭리와 조화 앞에 경건하게 소생의 봄과 생명의 약동을 받아들이고 있다.
379.지일견흥이수(至日遣興二首)/至日遣興奉寄北省舊閣老 동짓날 시름을 불어보며
其1
去歲茲晨捧御牀(거세자신봉어상) : 지난 해, 이 날 새벽 임금을 모시고
五更三點入鵷行(오경삼점입원항) : 오경 3점의 시간에 관리의 대열에 들었습니다.
欲知趨走傷心地(욕지추주상심지) : 바빠 분주하고 상심한 처지를 알려고 하셨으니
正想氤氳滿眼香(정상인온만안향) : 자욱하게 눈에 가득한 향연이 눈앞에 떠오릅니다.
無路從容陪語笑(무노종용배어소) : 모시고 한가하게 담소할 여유로운 길 없고
有時顚倒著衣裳(유시전도저의상) : 때때는 너무 급하여 거꾸로 옷을 입기도 했습니다.
何人却憶窮愁日(하인각억궁수일) : 어느 분이 궁하고 근심했던 날들을 생각이나 할는지
日日愁隨一線長(일일수수일선장) : 날마다 근심은 한 가닥 실처럼 늘어만 갑니다.
其2
憶昨逍遙供奉班(억작소요공봉반) : 지난날 생각노니, 황제를 모시는 반열에서 지나던 일
去年今日侍龍顔(거년금일시룡안) : 지난해의 오늘은 황제를 모시고 있었다.
麒麟不動爐煙上(기린부동노연상) : 기린 모양 향로 연기는 곧게 피어오르고
孔雀徐開扇影還(공작서개선영환) : 공작 수놓은 부채에서 그림자는 천천히 열리어 돌았다.
玉几由來天北極(옥궤유내천배극) : 옥 안석의 황제께서는 여전히 하늘의 북극성 같으시고
朱衣只在殿中間(주의지재전중간) : 붉은 옷 입은 백관들은 다만 전각 안에 그대로 있으리라.
孤城此日腸堪斷(고성차일장감단) : 외로운 화주성의 오늘, 나의 간장이 끊어질 만하나니
愁對寒雲雪滿山(수대한운설만산) : 근심스런 마음에 겨울구름 바라보니 산에는 눈이 가득하다.
380.지후(至後) 동지 후에
冬至至後日初長(동지지후일초장) : 동지 후에 해가 처음으로 길어지니
遠在劍南思洛陽(원재검남사낙양) : 멀리 검남에 와 낙양을 생각하노라.
靑袍白馬有何意(청포백마유하의) : 안녹산과 사사명은 무슨 뜻으로 일으켰는가.
金谷銅駝非故鄕(금곡동타비고향) : 금곡과 동타는 고향이 아니었던가.
梅花欲開不自覺(매화욕개부자각) : 매화꽃 피려하나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棣萼一別永相望(체악일별영상망) : 형제를 한번 이별에 영원히 서로 바라만 본다.
愁極本憑詩遣興(수극본빙시견흥) : 근심이 많아 시에 의탁하여 흥을 풀어
詩成吟咏轉淒涼(시성음영전처량) : 시가 지어져 읊으니 더욱 쓸쓸하고 슬퍼진다.
381.진주잡시 이십수(秦州雜詩 二十首) 진주 잡시
1. 滿目悲生事(만목비생사) : 어디를 보나 서글픈 인생의 모습
因人作遠遊(인인작원유) : 남들을 따라 멀리 길을 떠나고자 한다.
遲廻度隴怯(지회도농겁) : 농주의 큰 재를 넘기가 두려워 머뭇대고
浩蕩及關愁(호탕급과수) : 관문에 이르자 걱정 더욱 커진다.
水落魚龍夜(수락어룡야) : 물이 마른 어룡강에 밤이 깃들고
山空鳥鼠秋(산공조서추) : 허전한 조서산 가을이 쓸쓸하다.
西征問烽火(서정문봉화) : 봉화 떴나 물어보며 서쪽 향해 가다가
心折此淹留(심절차엄류) : 전운에 실망한 나는 이곳에 머물련다.
* 滿目 : 보이는 모든 것 * 因人 : 남을 따라 * 作遠遊 : 멀리 떠나려 함 * 遲廻 : 망설여져 느려짐
* 隴 : 농주의 고개, 높이 2천 미터로 7일을 걸려 넘는다함. * 浩蕩 : 크게 술렁임
* 及關 : 관문에 다음 * 水落 : 가물어 물아 마름 * 魚龍 : 강 이름. * 鳥鼠 : 감숙성의 산 이름.
* 問烽火 : 얼마나 봉화가 올랐나 묻는다. * 心折 : 마음이 꺾임 * 淹留 : 오래 머무름.
관직을 물러난 두보는 강촌(羌村)의 가족을 데리고 험하고 척박한 감숙성 진주(秦州)로 가고 이곳에서 절망적인 궁핍에도 명철보신(明哲保身)만하는 도가적 은퇴사상에 빠지지 않고 입공보국(立功報國)하겠다는 정열이 타고 있다. 그럴수록 그의 착잡한 심정이 이시에 잘 그려져 있고 이곳에 잠시 사는 동안 7수를 남겼다.
2. 晉州城北寺(진주성북사) : 진주성 북쪽에 절이 있고
勝跡隗囂宮(승적외효궁) : 명승의 발자취가 외효궁에 서려 있다.
苔蘚山門古(태선산문고) : 이끼긴 절 문은 낡아져 서 있고
丹靑野殿空(단청야전공) : 단청 바랜 전각은 허전하구나.
月明無葉露(월명무엽로) : 나뭇잎에 맺힌 이슬에 달빛이 반짝이고
雲逐度溪風(운축도계풍) : 계곡을 넘는 바람에 구름이 따라간다.
淸渭無情極(청위무정극) : 맑은 위수는 이다지도 무정하게
愁時獨向東(수시독향동) : 날 버리고 홀로 동으로 흐르느냐.
* 勝跡 : 명승고적 * 隗囂宮 : 전한대에 패자의 궁. * 苔蘚 : 이끼 * 山門 : 절의 문
* 雲逐 : 구름이 바람을 쫓아감 * 度溪風 : 계곡 넘는 바람 * 淸渭 : 맑은 위수 * 極 : 아주
* 愁時 : 시름에 차 있을 때
짧은 시 이면서도 표현의 묘가 극치를 이루었으니 月明無葉露. 雲逐度溪風(잎에 매친 이슬 달빛에 반짝이고, 계곡 넘는 바람에 구름이 따라간다)는 빼어난 구절 이다.
3. 州圖領同谷(주도령동곡) : 진주의 지도는 동곡을 거느리고
驛道出流沙(역도출류사) : 역참의 길은 사막으로 나아간다네.
降虜兼千帳(강노겸천장) : 투항한 오랑캐 장막은 천을 겸하건만
居人有萬家(거인유만가) : 백성들 사는 집은 만가에 이를 뿐
馬驕朱汗落(마교주한낙) : 말은 사나워 붉은 땀 떨어지고
胡舞白題斜(호무백제사) : 오랑캐 춤사위에 털모자가 기우는데
年少臨洮子(년소림조자) : 나이도 어린 임조의 소년
西來亦自誇(서내역자과) : 서쪽에서 와서 또 제 자랑하는구나.
4. 鼓角緣邊郡(고각연변군) : 북 피리소리 울리는 변경 땅에
川原欲夜時(천원욕야시) : 강과들에 어둠이 찾아든다.
秋聽殷地發(추청은지발) : 스산한 가을에 대지를 뒤 흔들고
風散入雲悲(풍산입운비) : 바람타고 구름 엉켜 더욱 슬피 울린다.
抱葉寒蟬靜(포엽한선정) : 나뭇잎에 묻힌 매미소리 조용하고
歸山獨鳥遲(귀산독조지) : 새들도 산으로 서둘러 돌아오네.
萬方聲一槪(만방성일개) : 사방에 온통 싸움소리 뿐이니
吾道竟何之(오도경하지) : 나의 갈 길은 어디 메 있느뇨.
* 鼓角 : 전쟁터의 북과 피리 소리. * 緣邊 : 변경지대 * 川原 : 강과 들. * 殷地 : 당을 뒤흔들다
* 入雲悲 : 구름에 엉켜 슬피 울다. * 抱葉 : 나뭇잎에 붙음 * 寒蟬 : 가을 매미
* 聲一槪 :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짐 * 吾道 : 나의 길. * 竟 : 결국 * 何之 : 어디로 가나
시어가 말쑥하면서도 침통하다 내용과 표현이 특출하게 조화롭다. 어수선한 상황에 망연히 서있는 두보. 현대의 휴머니스트 그것이라 하겠다.
5. 西使宜天馬(서사의천마) : 서역 사신에겐 천마가 의당한 것
由來萬匹强(유내만필강) : 원래는 일만 마리나 되었었지
浮雲連陣沒(부운련진몰) : 구름 같이 많은 말들 전쟁과 더불어 사라져
秋草徧山長(추초편산장) : 가을 풀만 산에 가득 자라고 있구나.
聞說眞龍種(문설진룡종) : 듣자하니 진짜 용마 중에서
仍殘老驌驦(잉잔노숙상) : 늙은 숙상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哀鳴思戰鬪(애명사전투) : 슬피 울며 전투를 생각하고는
廻立向蒼蒼(회립향창창) : 꼿꼿이 서서 푸른 하늘을 향하고 있다하네.
6. 城上胡笳奏(성상호가주) : 성 위에서 호가를 연주하니
山邊漢節歸(산변한절귀) : 산자락으로 한나라 사절이 돌아감이라
防河赴滄海(방하부창해) : 하북을 지키려 창해로 달려가나니
奉詔發金微(봉조발금미) : 칙명을 받들어 금미의 병사를 징발하였다네.
士苦形骸黑(사고형해흑) : 병사들 수고로워 모습이 까맣고
林疎鳥獸稀(림소조수희) : 숲은 성글어 새와 짐승이 드문데
那堪往來戍(나감왕내수) : 오가며 수자리하는 일 어찌 견딜 수 있으리오
恨解鄴城圍(한해업성위) : 업성의 포위를 푼 일이 한스럽기만 하네.
7. 莽莽萬重山(망망만중산) : 망망한 만 겹의 산
孤城石谷間(고성석곡간) : 성 하나 홀로 산골짜기 사이에 있어라
無風雲出塞(무풍운출새) : 바람도 없이 구름은 요새에서 나오고
不夜小臨關(불야소림관) : 밤도 아니거늘 달이 관문을 찾아든다.
屬國歸何晩(속국귀하만) : 속국에서는 돌아옴이 어찌 더딘가?
樓蘭斬未還(누난참미환) : 누란을 베려 아직 돌아오지 않는가?
煙塵一長望(연진일장망) : 연기와 먼지 속에 한번 길게 바라보노라니
衰颯正摧顔(쇠삽정최안) : 쇠락한 계절이 정히 얼굴을 상케 하누나.
8. 聞道尋源使(문도심원사) : 황하 근원을 찾던 사신
從天此路廻(종천차노회) : 하늘로부터 이 길로 돌아왔다 들었나니
牽牛去幾許(견우거기허) : 견우는 얼마나 멀리 있는가?
宛馬至今來(완마지금내) : 대완마 지금도 오고 있다네.
一望幽燕隔(일망유연격) : 멀리 떨어진 유주 연주를 한번 바라보나니
何時郡國開(하시군국개) : 어느 때에야 고을과 나라들이 열릴 것이랴
東征健兒盡(동정건아진) : 동쪽으로 전쟁나간 건아들은 다 사라지고
羌笛暮吹哀(강적모취애) : 오랑캐 피리만 저물녘 애처롭구나.
9. 今日明人眼(금일명인안) : 오늘 눈이 밝아졌나니
臨池好驛亭(림지호역정) : 연못가에 역 정자가 훌륭함이라
叢篁低地碧(총황저지벽) : 총죽은 땅에 낮게 파랗고
高柳半天靑(고류반천청) : 버들은 중천까지 높게 푸르구나.
稠疊多幽事(조첩다유사) : 그윽한 일들이 많고도 많건만
喧呼閱使星(훤호열사성) : 떠들썩하게 부르며 사신 행렬을 보고만 있네
老夫如有此(노부여유차) : 늙은이 이곳을 얻게 된다면야
不異在郊坰(불리재교경) : 먼 교외 들녘에 있는 것과 다름없을 것을
10. 雲氣接崑崙(운기접곤륜) : 구름은 곤륜까지 이어지고
涔涔塞雨繁(잠잠새우번) : 주룩주룩 변방에 비가 내린다.
羌童看渭水(강동간위수) : 강쪽 아이는 위수를 바라보는데
使客向河源(사객향하원) : 사신은 황하의 근원으로 향하누나.
煙火軍中幕(연화군중막) : 연화가 이는 곳은 군대의 장막이요
牛羊嶺上村(우양령상촌) : 우양이 노는 곳은 산 위 마을이라
所居秋草靜(소거추초정) : 내 거처에는 가을 풀이 고요하나니
正閉小蓬門(정폐소봉문) : 작은 사립문을 닫아걸고 있노라.
11. 蕭蕭古塞冷(소소고새냉) : 쓸쓸히 옛 요새는 차가운데
漠漠秋雲低(막막추운저) : 아득히 가을 구름만 낮구나.
黃鵠翅垂雨(황곡시수우) : 황혹은 빗속에 날개를 늘어뜨리고
蒼鷹饑啄泥(창응기탁니) : 창응은 굶주림에 진흙을 쪼누나.
薊門誰自北(계문수자배) : 계문에서는 뉘 북으로부터 오리요
漢將獨征西(한장독정서) : 한나라 장수 유독 서쪽을 정벌하느냐
不意書生耳(불의서생이) : 어찌 알았으리, 서생의 귀가
臨衰厭鼓鞞(림쇠염고비) : 늘그막 북소리를 질려할 줄이야
12. 山頭南郭寺(산두남곽사) : 산마루엔 남곽사
水號北流泉(수호북류천) : 물 이름은 북류천
老樹空庭得(노수공정득) : 늙은 나무는 빈 뜰에 맞춤이요
淸渠一邑傳(청거일읍전) : 맑은 개울은 온 마을에 전해지네.
秋花危石底(추화위석저) : 가을 꽃은 높은 돌 아래요
晩景臥鍾邊(만경와종변) : 저녁 햇살은 버려진 종 옆이라
俛仰悲身世(면앙비신세) : 굽어보고 우러르며 신세를 슬퍼하노라니
溪風爲颯然(계풍위삽연) : 시냇가 바람은 날 위해 선선히 불어오네.
13. 傳道東柯谷(전도동가곡) : 전하는 말에 동가곡에는
深藏數十家(심장삭십가) : 수십 가호가 깊이 숨겨있다는데
對門藤蓋瓦(대문등개와) : 문을 마주하여 등나무가 기와를 덮고
映竹水穿沙(영죽수천사) : 대나무 아롱지는 물길은 백사장을 가로지른다네.
瘦地翻宜粟(수지번의속) : 매마른 땅도 오히려 조를 심기에 적당하고
陽坡可種瓜(양파가종과) : 양지바른 언덕엔 외를 심기에 좋다네.
船人近相報(선인근상보) : 뱃사람아 가까워지거든 말씀 좀 해주시게
但恐失桃花(단공실도화) : 도화원 잃을까 걱정뿐이라네
14.萬古仇池穴(만고구지혈) : 만고의 구지혈이여
潛通小有天(잠통소유천) : 몰래 소유천으로 통한다네.
神魚今不見(신어금불견) : 신어는 지금 보이지 않지만
福地語眞傳(복지어진전) : 복지라는 말 정말로 전해지네.
近接西南境(근접서남경) : 서남 지경과 가까이 접해있으니
長懷十九泉(장회십구천) : 그곳의 열아홉 샘들을 늘 사모한다네.
何時一茅屋(하시일모옥) : 어느 때나 초가집 하나 엮어
送老白雲邊(송노백운변) : 흰 구름 곁에서 늙음을 보낼는지
15. 未暇泛滄海(미가범창해) : 창해에 배 띄울 겨를도 없이
悠悠兵馬間(유유병마간) : 병마 사이에서 오래 머무노라
塞門風落木(새문풍낙목) : 변새 관문 바람은 잎 진 나무에 불고
客舍雨連山(객사우련산) : 객사 비는 첩첩한 산에 내린다.
阮籍行多興(완적항다흥) : 완적은 떠돎에 흥이 많았지
龐公隱不還(방공은불환) : 방공은 숨어 돌아오지 않았노라
東柯遂疎懶(동가수소나) : 동가에서 거칠고 게으른 천성을 다하려니
休鑷鬢毛斑(휴섭빈모반) : 귀밑머리 희어진대도 이젠 뽑지 않으련다.
16. 東柯好崖谷(동가호애곡) : 동가곡 절벽과 골짜기 아름다워
不與衆峯羣(불여중봉군) : 뭇 봉우리들과 같은 부류가 아니라네.
落日邀雙鳥(낙일요쌍조) : 지는 해는 쌍쌍한 새들을 부르고
晴天卷片雲(청천권편운) : 갠 하늘엔 조각구름이 말려 있네.
野人矜險絶(야인긍험절) : 시골 사람들 험하다 자랑하니
水竹會平分(수죽회평분) : 물과 대나무를 공평히 나누게 되리라
採藥吾將老(채약오장노) : 내사 약초 캐며 장차 늙어 가리니
兒童未遣聞(아동미견문) : 어린 아이들에겐 아직 알리지 않았네.
17. 邊秋陰易夕(변추음역석) : 변방의 가을 날 흐려 쉬이 저녁 되고
不復辨晨光(불복변신광) : 새벽빛을 구분하지도 또한 못하노라
簷雨亂淋幔(첨우난림만) : 처마 비는 어지러이 휘장을 적시고
山雲低度牆(산운저도장) : 산 구름은 낮게 담을 넘는데
鸕鶿窺淺井(로자규천정) : 가마우지 얕은 우물을 기웃거리고
蚯蚓上深堂(구인상심당) : 지렁이 깊숙한 당 위로 오르누나.
車馬何蕭索(거마하소색) : 수레와 말은 얼마나 적적한지
門前百草長(문전백초장) : 문전에는 온갖 풀만 자라네.
18. 地僻秋將盡(지벽추장진) : 외진 땅 가을은 다 지나가는데
山高客未歸(산고객미귀) : 산 높은 곳 나그네 아직 돌아가지 못하네.
塞雲多斷續(새운다단속) : 찬 구름은 자주 끊어졌다 이어졌다 흘러
邊日少光輝(변일소광휘) : 변방의 태양은 햇살이 시들하구나.
警急烽常報(경급봉상보) : 위급함을 경계하느라 봉화는 항시 오르고
傳聞檄屢飛(전문격누비) : 소식 전하느라 격문이 거듭 날고 있나니
西戎外甥國(서융외생국) : 서융은 사위의 나라이거늘
何得迕天威(하득오천위) : 어떻게 하늘의 위엄을 거스른단 말이냐
19. 鳳林戈未息(봉림과미식) : 봉림의 전쟁이 쉬지 않아
魚海路常難(어해노상난) : 어해는 실이 늘 어렵구나.
候火雲峯峻(후화운봉준) : 봉화는 구름 봉우리처럼 높기만 한데
懸軍幕井乾(현군막정건) : 고립된 군대의 막사 우물은 말라 버렸네.
風連西極動(풍련서극동) : 바람은 서쪽 끝까지 불어가고
月過北庭寒(월과배정한) : 달은 북정을 지나 차가워라
故老思飛將(고노사비장) : 늙은이는 비장군을 사모하나니
何時議築壇(하시의축단) : 어느 때나 단 쌓는 일 의논할는지.
20. 唐堯眞自聖(당요진자성) : 요임금 진실로 스스로 성스러우시니
野老復何知(야노복하지) : 촌 늙은이가 또 무엇을 알리오.
曬藥能無婦(쇄약능무부) : 약초를 말리는 데 마누라 없을 수 있으랴
應門亦有兒(응문역유아) : 문을 지키는 데 아이도 있다네.
藏書聞禹穴(장서문우혈) : 책을 숨겨둔 우혈을 들었거니와
讀記憶仇池(독기억구지) : 기록을 읽으며 구지를 생각한다네.
爲報鵷行舊(위보원항구) : 조정의 옛 친구들에게 알리노니
鷦鷯在一枝(초료재일지) : 굴뚝새 한 가지 위에 깃들이고 있다네.
281.우목(寓目) 눈에 띠는 것들
一縣葡萄熟(일현포도숙) : 마을 어디에나 포도가 무르익고
秋山苜숙多(추산목숙다) : 가을 산에 거여목이 우거졌네.
關雲尙帶雨(관운상대우) : 관문하늘의 구름은 노상 비를 내리나
塞水不成河((새수부성하) : 변방의 강에는 물이 말라 흐르지 않네.
羌女輕烽燧(강녀경봉수) : 강족의 여인은 봉화를 우습게 알고
胡兒制駱駝(호아제낙타) : 호인소년은 낙타를 익숙히 모네 .
自傷遲暮眼(자상지모안) : 실망 속에 늙어 어두워진 눈이 슬프구나.
喪亂飽經過(상난포경과) : 처참한 전란을 싫도록 겪었으니!
* 寓目 : 눈에 띠는 것들 * 一縣 : 군 전체 * 苜 : 거여목. * 關雲 : 변방의 구름 * 塞水 : 변방의 강
* 羌女 : 강족의 여인 * 胡兒 : 오랑캐의 소년. * 制駱駝 : 낙타를 부리다 * 自傷 : 스스로 아파함
* 遲暮 : 실망 속에 늙어가는 인생 * 喪亂 : 전란과 죽음. * 飽經過 : 싫도록 겪음
빗물 쏟아져 내려도 강물 말라버리는 험준. 척박한 자연 속에 사는 변경 진주에서 전란과 굶주림의 가족과 지내면서 그곳의 낯 설은 풍습을 그려보고 실망 속에 늙어가는 자신의 처지를 상심하고 있다.
382.천말회이백(天末懷李白) 하늘 끝에서 이백을 그리워하다
涼風起天末 君子意如何? 鴻雁幾時到? 江湖秋水多. 文章憎命達 魑魅喜人過. 應共冤魂語 投詩贈汨羅.
(양풍기천말 군자의여하 홍안기시도 강호추수다 문장증명달 이매희인과 응공원혼어 투시증멱라)
찬바람 하늘 끝에서 이는데, 그대는 어떠신가요? 소식은 언제쯤 도달하려나? 강과 호수에는 가을 물이 불어 있겠지.
문장은 운명이 통달함을 미워하고, 귀신은 사람이 지나감을 기뻐하네. 응당 굴원의 원혼과 함께 대화하며,
멱라수에 시를 던져 주겠지.
* 天末 : 하늘가라는 말로 여기서는 진주(秦州)를 가리킨다. * 君子 : 이백을 지칭한다.
* 鴻雁 : 한나라 때 소무(蘇武)가 흉노에 사신으로 갔다가 억류되어 있으면서 기러기의 발에다가 편지를 매어 한나라로 부친 데에서 연유하여 흔히 기러기를 편지와 연관시켜서 쓴다.
* 文章憎命達 : 문장은 운명이 통달함을 미워한다는 뜻으로, 문장을 잘하는 사람은 운명이 기구함을 이른다. * 魑魅喜人過 : 전설 속의 사람을 해치는 도깨비 이매는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먹이로 삼는데, 사람이 험한 곤경에 빠지는 것을 비유한다. 여기서는 李白이 억울하게 유배당했던 일을 의미한다.
* 冤魂 : 굴원(屈原)을 지칭한다. 당시 李白이 사면되어 멱라수가 있는 호남성에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 汩羅 : 강 이름이다. 지금의 호남성(湖南省) 상음현(湘陰縣) 동북쪽에 있다.
383.천육표기가(天育驃騎歌)/천육표기도가(天育驃騎圖歌) 천육의 날랜 말을 노래하다
吾聞天子之馬走千里(오문천자지마주천리) : 내 들으니 천자(天子)의 말은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 하니
今之畫圖無乃是(금지화도무내시) : 지금 이 그림이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是何意態雄且傑(시하의태웅차걸) : 어쩌면 이리도 뜻과 태도가 웅장하고 또 걸출한가?
駿尾蕭梢朔風起(준미소초삭풍기) : 준마의 꼬리에 살랑살랑 북풍이 일어나네.
毛為綠縹兩耳黃(모위록표량이황) : 털은 녹표색(綠縹色)이요 두 귀는 황색이며
眼有紫燄雙瞳方(안유자염쌍동방) : 눈에는 자줏빛 불꽃이 일고 두 눈동자는 모났다오.
矯矯龍性合變化(교교룡성합변화) : 굳센 용과 같은 성질 변화에 합당하고
卓立天骨森開張(탁립천골삼개장) : 우뚝 서 있는 타고난 기골 삼엄하게 펼쳐져 있네.
伊昔太僕張景順(이석태복장경순) : 저 옛날 태복(太僕)인 장경순(張景順)이
監牧攻駒閱清峻(감목공구열청준) : 감목관(監牧官)이 되어 망아지 길들여 청준(淸峻)한 것 선발하였네.
遂令大奴守天育(수령대노수천육) : 마침내 태노(太奴)로 하여금 천육(天育)에서 맡아 기르게 하고
別養驥子憐神俊(별양기자련신준) : 특별히 준마의 새끼 길러 신묘하고 빼어남 사랑하였네.
當時四十萬匹馬(당시사십만필마) : 당시 사십만 필의 말 중에
張公歎其材盡下(장공탄기재진하) : 장공(張公)은 그 재질 모두 낮음 한탄하였다오.
故獨寫真傳世人(고독사진전세인) : 그래서 홀로 참모습 그려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니
見之座右久更新(견지좌우구갱신) : 자리 오른쪽에 놓고 봄에 오랠수록 새롭네.
年多物化空形影(연다물화공형영) : 여러 해 되어 실물은 없어지고 그림만 남았으니
嗚呼健步無由騁(오호건보무유빙) : 아! 힘찬 발걸음 달릴 길 없어라.
如今豈無騕褭與驊騮(여금기무요뇨여화류) : 지금인들 어찌 요뇨(騕褭)와 화류(驊騮)의 준마가 없겠는가?
時無王良伯樂死即休(시무왕량백락사즉휴) : 세상에 왕량(王良)과 백락(伯樂)이 없어 죽고 말 뿐이라오.
이 시는《杜少陵集(두소릉집)》 4권에 실려 있는 바, 천자의 마굿간인 천육(天育)에서 기르는 좋은 말(驃騎)을 그린 그림을 노래한 것으로, 천보(天寶) 말년에 지었다. 두보는 이밖에도 〈房兵曹胡馬(방병조호마)〉ㆍ〈高都護驄馬行(고도호총마항)〉ㆍ〈驄馬行(총마행)〉ㆍ〈瘦馬行(수마항)〉ㆍ〈病馬(병마)〉ㆍ〈題壁上韋偃畵馬歌(제벽상위언화마가)〉ㆍ〈白馬(백마)〉 등 말을 노래한 시가 많고, 또 〈畵鷹(화응)〉ㆍ〈義鶻行(의골행)〉ㆍ〈畵鶻行(화골행)〉ㆍ〈姜楚公畵角鷹歌(강초공화각응가)〉 등 독수리나 매를 읊은 시도 여러 편이다. 이는 두보가 천리마나 매의 웅자(雄姿)를 좋아했기 때문이고 또 이들 동물에 자신을 은근히 비유한 뜻도 있어서일 것이다.
* 天育(천육) : 마굿간의 이름. 厩(구) : 마굿간
* 驃騎(표기) : 천육에서 기르는 좋은 말
* 蕭梢(소초) : 흔들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로 말이 달릴 때 꼬리가 흔들리는 모양을 가리킨 것이다.
* 朔風(삭풍): 북풍(北風)
* 綠縹(녹표): 綠(녹)은 검정 빛이며 縹(표)는 청황색.
* 眼有紫焰雙瞳方(안유자염쌍동방) : 김륭(金隆)은 “焰(염)은 광채를 말한 것이고 方(방)은 형체를 말한 것이다.” 하였다.
* 太僕(태복): 궁중의 수레와 말을 관리하는 관아
* 張景順(장경순) : 개원(開元) 연간 사람으로 당시 말을 번식시키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개원 13년(725) 장열(張說)의 농우감목송덕비(隴右監牧頌德碑) 서(序)에 “원년에 기르는 말이 24만필이었는데 13년에는 43만필에 이르렀다. 上(현종)이 太僕少卿(태복소경) 兼 秦州都督(겸 진주도독) 監牧都副使(감목도부사) 張景順(장경순)을 돌아보고 이르기를 ‘나의 말이 이렇게 많이 번식한 것은 경의 힘이다.’ 하니, 대답하기를 ‘황제의 힘이고 왕모중의 명령이니, 신이 무슨 공이 있겠습니까.’ 했다.” 하였다.
* 太奴(태노) : 노복(奴僕) 중에 가장 장대(長大)한 자를 가리킨다.
* 騕褭(요뇨): 붉은 귀를 가진 검정말로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신마(神馬).
* 驊騮(화류) : 원래는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타던 팔준마(八駿馬)
* 八駿馬(팔준마) : 중국 주(周)나라의 목왕(穆王)이 사랑하던, 역사상 유명한 여덟 필의 말. 곧, 화(驊)·유이(驑駬)·적기(赤驥)·백의(白義)·요거(驍渠)·황유(黃騟)·도려(盜驪)·산자(山子).
* 王良伯樂(왕량백락) : 왕량(王良)은 춘추시대(春秋時代)에 수레를 잘 몰기로 유명한 사람이고, 백락(伯樂)은 손양(孫陽)의 자(字)로 옛날에 명마(名馬)를 잘 알아본 것으로 유명하다. 백락은 장자(莊子) 외편 馬蹄篇(마제편)에 나온다.
384.초당즉사(草堂卽事) 초당에 붙여
荒村建子月(황촌경자월) : 때는 동짓달 황폐한 촌마을
獨樹老夫家(독수노부가) : 한 구루 나무가 서 있는 이 늙은이의 집이로다.
雪裏江船渡(설리강선도) : 바라보면 눈보라 속 강배가 지나가고
風前逕竹斜(풍전경죽사) : 바람에 길섶 대숲이 휩쓸리도다.
寒魚依密藻(한어의밀조) : 추위에 물고기들 마름 풀 속으로 모여들고
宿鷺起圓沙(숙노기원사) : 간밤에 들었든 해오라기 모래펄에서 나온다.
蜀酒禁愁得(촉주금수득) : 이런 날 촉주 한잔이면 시름 이겨 내련만
無錢何處賖(무전하처여) : 돈 없으니 어디서 외상술을 먹으랴.
* 建子月 : 11월 * 逕 : 길섶 * 密藻 : 무성한 수초 * 禁 : 當의 뜻 * 賖 : 외상술 * 老夫 : 두보 자신.
* 宿鷺 : 駱賓王詩에 "宿雁下廬洲"라고 했는데, ≪杜臆≫도 "宿鷺는 마땅히 宿雁이라고 써야 옳을 것이다. 추운 겨울철에 오직 그러기(雁)가 있을 뿐, 해오라기(鷺)는 추위를 싫어하기 때문에 하얀 이슬이 내릴 때면, 곧 날아 가버린다."라고 했다. ≪物類志≫에도 "사람들이 연못에서 해오라기를 기르는데, 흡사 집에서 기르는 오리처럼 온순하다. 하지만 이슬이 내릴 때면 어디론지 날아 가버린다."고 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成都는 중국의 남부에 위치해 있고, 겨울철에도 영하이하로 잘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앞의 예문처럼 꼭 기러기만 있다고 볼 수 없다. 두보 같은 시인이 해오라기와 기러기를 구분 못 할리가 천부당만부당하다. * 蜀酒 : 사천성에서 나는 좋은 술.
두보 본가의 형국을 묘사하고 있다. 강가 한촌의 초라한 초가임을 알 수 있게 한다.
궁핍한 아쉬움은 있으나 개인 생활의 다른 욕심 없음을 나타내고 있다.
385.초동(初冬) 초겨울
垂老戎衣窄(수로융의착) : 늙어가는 몸에 꽉 끼는 군복을 입고서
歸休寒色深(귀휴한색심) : 쉬려고 돌아와 보니 겨울 빛이 깊어 있네.
漁舟上急水(어주상급수) : 고기잡이배는 급한 물살을 거슬러 올라오고
獵火著高林(엽화착고림) : 사냥 불빛은 높은 산 숲속에서 빛을 발하네
日有習池醉(일유습지취) : 산간(山簡)처럼 취하여 돌아오는 날도 있고
愁來梁甫吟(수래양보음) : 시름이 밀려오면 <양보음>을 읊조리네.
干戈未偃息(간과미언식) : 전쟁이 아직 그치지 않으니
出處遂何心(출처수하심) : 나아갈 곳은 어떤 마음을 쫓아야 하는가.
* 垂老 : 늙어가다. 노경에 이르다. * 戎衣 : 군복. * 窄 : 좁다. 비좁다. * 歸休 : 집으로 돌아가 쉼.
* 寒色深 : 겨울 기운이 깊어지다. * 習池醉 : 산간(山簡)처럼 취하여 돌아오다. 산간은 진(晉)나라 때 애주가로 자는 계륜이며 습씨(習氏)의 연못에 놀러가서 술에 취해 실려오곤 하였다.<晉書(진서)>
* 梁甫吟 : 제갈량이 남양 융중(隆中)에 은거할 때 부르던 노래 이름으로 제(齊)의 태산 기슭에 있는 양보산 지방을 노래했는데, 어진 사람이 세상에서 박해받음을 탄식하고 제나라의 안평중이 모략으로 세 선비를 죽인 이도살삼사(二桃殺三士)의 고사를 언급하였다. * 干戈 : 전쟁. * 偃息 : 멈추다.
* 出處遂何心 : 두보 자신이 막부에 계속 있어야 되는지 그만 두어야 하는지를 고심하는 것을 말한다.
이 시는 전당시에 있으며 당 광덕 2년(764) 두보의 53세 때 지은 시로 당시 두보는 절도사(節度使) 엄무(嚴武)의 추천으로 절도참모(節度參謀), 검교공부원외랑(檢校工部員外郞)에 임명되어 그의 막하가 되었다. 두보는 당시 집이 성도 교외 완화계(浣花溪)에 있었으며 휴가 받고 집으로 돌아와 초겨울의 정경을 묘사하고 술에 취해 지내며 토번과의 전쟁이 끝나지 않자 엄무의 막하를 떠나려는 마음이 앞서 앞날을 근심하는 모습을 읊었다. 두보는 다음 해(765)에 막부를 떠나 완화 초당으로 돌아왔다.
386.촉직(促織) 귀뚜라미
促織甚微細(촉직심미세) : 귀뚜라미 가늘게 우는데
哀音何動人(애음하동인) : 그 애절(哀切)한 소리 어찌나 마음을 흔드는지
草根吟不穩(초근음불온) : 풀 밑에서 울어 불안하더니
床下意相親(상하의상친) : 침상 아래로 와 마음 서로 친해지네.
久客得無淚(구객득무루) : 오랜 유랑생활 어찌 눈물 없으리
故妻難及晨(고처난급신) : 늙은 아내도 새벽까지 잠 못 이루는데
悲絲與急管(비사여급관) : 슬픈 거문고와 급한 퉁소보다
感激異天眞(감격이천진) : 天眞한 너의 소리 더욱 마음을 울리네.
이 시는 乾元(건원) 2년(759년)가을 秦州(진주)에서 지은 시이다.
387.촉상(蜀相) 촉의 재상
丞相祠堂何處尋(승상사당하처심) : 승상의 사당을 어느 곳에서 찾아야 하나?
錦官城外柏森森(금관성외백삼삼) : 금관성 밖의 잣나무 우거진 곳이라네.
映階碧草自春色(영계벽초자춘색) : 섬돌에 비치는 푸른 풀은 절로 봄빛이고
隔葉黃鸝空好音(격엽황리공호음) : 나뭇잎 건너 꾀꼬리는 무심히 고운 노래하고
三顧頻煩天下計(삼고빈번천하계) : 번거로운 삼고초려는 천하 위한 계책이었고
兩朝開濟老臣心(량조개제노신심) : 두 조정 열어 섬김은 노신의 충성심이었네.
出師未捷身先死(출사미첩신선사) : 군사 이끌고 나가 이기기도 전에 몸 먼저 죽으니
長使英雄淚滿襟(장사영웅루만금) : 길이 후대 영웅들 옷깃에 눈물이 가득하게 하네.
388.촌야(村夜) 시골의 밤
蕭蕭風色暮(소소풍색모) : 쓸쓸한 바람소리 해는 저물고
江頭人不行(강두인불행) : 강변에는 사람들도 나다니지 않는데
村舂雨外急(촌용우외급) : 빗소리 너머 들려오는 방아소리 다급하고
鄰火夜深明(인화야심명) : 옆집 등불 깊어가는 밤을 밝히네.
胡羯何多難(호갈하다난) : 반군 때문에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뒤
漁樵寄此生(어초기차생) : 촌부들 속으로 섞여 들어 살고 있지만
中原有兄弟(중원유형제) : 형제들은 아직도 중원 땅에 있어서
萬里正含情(만리정함정) : 가슴속엔 언제나 보고픈 마음 가득하네.
* 江頭(강두): 강변. 물가. 여기서는 두보의 초당이 자리한 금강錦江을 가리킨다.
* 胡羯(호갈):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대에 북방에서 들어온 이민족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안록산安祿山과 사사명史思明의 무리들을 가리킨다.
* 漁樵(어초): 어부과 나무꾼을 가리킨다. 여기서는 외진 곳에 은둔해 사는 자신을 가리킨다.
* 상원上元 원년(760) 10월에 쓴 작품이다. 두보는 이 해 4월부터 완화리(浣花里)에 마련된 초당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나이 쉰을 눈앞에 둔 마흔아홉 살 때였다.
* 백거이도 사십 대 초반의 어느 날 밤, 모친상을 치르고 난 뒤의 허전한 마음을 같은 제목의 시로 지어 읊은 바 있다.
- 백거이(白居易)의 시 「촌야(村夜)」 전문
霜草蒼蒼蟲切切(상초창창충절절) : 서리 내린 풀 속에서 벌레소리 절절해
村南村北行人絶(촌남촌북행인절) : 마을의 남과 북 길 가는 이 끊긴 뒤에
獨出門前望野田(독출문전망야전) : 문 밖으로 홀로 나가 너른 들을 바라보니
月明蕎麥花如雪(월명교맥화여설) : 달빛 환한 메밀밭이 눈 내린 것 같구나.
389.총마행(驄馬行) 청백색의 준마를 노래함
鄧公馬癖人共知(등공마벽인공지) : 등공(鄧公)의 말 좋아하는 성벽(性癖) 사람들 모두 아니
初得花驄大宛種(초득화총대완종) : 처음으로 화총(花驄)인 대완(大宛)의 종자 얻었다오.
夙昔傳聞思一見(숙석전문사일견) : 옛 부터 전하여 듣고 한번 볼 것 생각하였는데
牽來左右神皆竦(견래좌우신개송) : 끌고 오니 좌우의 사람들 정신이 모두 송연해지네.
雄姿逸態何崷崪(웅자일태하추줄) : 웅장한 자태 어쩌면 그리도 드높은가
顧影驕嘶自矜寵(고영교시자긍총) : 그림자 돌아보고 교만하게 울며 스스로 총애 받음 자랑하네.
隅目青熒夾鏡懸(우목청형협경현) : 네모진 눈 푸른빛이 나니 좌우에 거울이 매달린 듯하고
肉駿碨礌連錢動(육종외뢰련전동) : 살 갈기 울퉁불퉁하며 연이어진 돈 무늬 움직이네.
朝來久試華軒下(조래구시화헌하) : 아침에 끌고 와서 빛나는 수레 아래 한동안 시험하니
未覺千金滿高價미각천금만고가) : 천금이 비싼 가격임을 깨닫지 못하겠노라.
赤汗微生白雪毛(적한미생백설모) : 붉은 땀 백설 같은 털에 약간 배어 나오고
銀鞍却覆香羅帕(은안각복향라파) : 안장은 향기로운 비단 수건에 덮여 있네.
卿家舊賜公取之(경가구사공취지) : 공경(公卿)의 집안에 있던 옛 물건 공(公)이 취하니
天廄真龍此其亞(천구진룡차기아) : 천자 마굿간의 진짜 용마(龍馬)에 이것이 그 다음이라오.
晝洗須騰涇渭深(주세수등경위심) : 낮에 몸 씻으니 경수(涇水)와 위수(渭水)의 깊은 곳에서 뛰놀고
朝趨可刷幽幷夜(조추가쇄유병야) : 아침에 달리니 유주(幽州)와 병주(幷州)의 밤에 털 빗질하리라.
吾聞良驥老始成(오문량기로시성) : 내 들으니 좋은 천리마는 늙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하니
此馬數年人更驚(차마수년인갱경) : 이 말 몇 년 만 지나면 사람들 더욱 놀라게 하리라.
豈有四蹄疾於鳥(기유사제질어조) : 어찌 새처럼 빠른 네 발굽 지니고서
不與八駿俱先鳴(불여팔준구선명) : 팔준마(八駿馬)와 달려 먼저 울지 않겠는가.
時俗造次那得致(시속조차나득치) : 세속에서 별안간 어찌 얻을 수 있겠는가
雲霧晦冥方降精(운무회명방강정) : 운무(雲霧)가 자욱하여야 비로소 정기(精氣)가 내려 탄생하네.
近聞下詔喧都邑(근문하조훤도읍) : 근래에 들으니 말 구한다는 명 내려 도읍 떠들썩하니
肯使騏驎地上行(긍사기린자상행) : 어찌 기린을 지상에 다니게 내버려 두겠는가.
이 시는 《杜少陵集(두소릉집)》 4권에 실려 있다. 총마(驄馬)는 푸르고 흰 얼룩말로 천자가 태상(太常)인 양경(梁卿)에게 내린 말인데, 뒤에 이등공(李鄧公)이 보고 좋아하여 많은 돈을 주어 사들이고는 두보에게 시를 짓게 하였다. 두보가 지은 천리마(千里馬)에 대한 작품이 여러 편인데, 주로 표일(飄逸)한 기상을 읊었다.
* 大宛 : 대완은 한(漢) 나라 때 서역지방에 있던 나라의 이름. * 花驄 : 갈기를 잘라 다섯 갈래로 땋아 꽃잎 모양으로 장식한 말인데, 일명 오화마(五花馬)라고도 하며 또한 연전총(連錢驄)이라고도 한다.
* 夙昔 : 좀 오래 된 옛날. * 驕嘶 : 교만하게 울다. * 崷崪 : 높고 높다. * 隅目 : 네모진 눈으로 총마의 특징이라 한다.
* 肉騣 : 이덕홍(李德弘)은 “두시(杜詩)의 소주(蘇註)에 ‘내가 기산(岐山) 아래에 있을 때에 태주(泰州)에서 올린 총마(驄馬) 한 마리를 보았는데, 목덜미 아래에 겹겹의 살 갈기가 옆으로 나있고 결과 반대로 난 털이 살 갈기 끝에 나있었다.’라고 하였다.” * 碨礌 : 울퉁불퉁한 바위. * 卿家舊物公能取(경가구물공능취) : 당시 태상경(太常卿)으로 있던 양씨(梁氏)가 등공(鄧公)에게 총마(驄馬)를 하사하였으므로 말한 것이다. * 天廏 : 황실(皇室)의 마굿간을 이른다.
* 眞龍 : 《周禮(주례)》에 “무릇 말이 8척 이상인 것을 龍이라 한다.” 하였다. * 驥馬 : 천리마
* 八駿馬 : 주(周)나라의 목왕(穆王)이 사랑하던, 역사상 유명한 여덟 필의 말.
390.최부마산정연집(崔駙馬山亭宴集) 최부마의 산정에 연회로 모여서
蕭史幽棲地(소사유서지) : 퉁소 잘 분 소사 같은 분이 조용히 사는 땅
林間踏鳳毛(림간답봉모) : 숲 속에서 봉황의 털을 밟는다.
洑流何處入(보류하처입) : 스며 흐르는 물은 어디서 들어오는지
亂石閉門高(난석폐문고) : 어지럽게 흩어진 바위가 닫힌 문보다 높다.
客醉揮金椀(객취휘금완) : 객들은 취하여 금 술잔을 돌리고
詩成得繡袍(시성득수포) : 시를 지어서 수놓은 비단 도포를 얻는다.
淸秋多宴會(청추다연회) : 맑은 가을날은 연회가 많아
終日困香醪(종일곤향료) : 종일토록 향기로운 술로 곤욕을 치른다.
391.최씨동산초당(崔氏東山草堂) 최씨의 동산초당
愛汝玉山草堂靜(애여옥산초당정) : 당신의 옥산 초당의 고요함이 좋나니
高秋爽氣相鮮新(고추상기상선신) : 높은 가을 삽상한 기운 함께 신선하구나.
有時自發鍾磬響(유시자발종경향) : 때때로 절로 울리는 종소리와 경쇠소리
落日更見漁樵人(낙일경견어초인) : 지는 해에, 어부와 나무꾼을 다시 보는구나.
盤剝白鴉谷口栗(반박백아곡구률) : 쟁반에는 백아곡 어귀의 밤을 깎아놓고
飯煮靑泥坊底芹(반자청니방저근) : 청니성 제방 아래 미나리를 식용으로 삶았다.
何爲西莊王給事(하위서장왕급사) : 어찌하여 서쪽 장원의 왕 급사는
柴門空閉鎖松筠(시문공폐쇄송균) : 사립문 공연히 문 닫아 소나무 대나무 가뒀나.
392.최조행(催租行) 세금독촉장(稅金督促狀)
輸租得鈔官更催(수조득초관경최) : 세금 낸 령수증도 있는데 관청에서 독촉장을 발부하고
踉蹌里正敲門來(량창리정고문래) : 리장이 넘어질듯이 급히 달려와서 문을 두드린다.
手持文書雜嗔喜(수지문서잡진희) : 손에 문서를 들고 화를 냈다가 다시 기뻐하면서
我亦來營醉歸耳(아역래영취귀이) : "내가 일을 제켜놓고 왔으니 술값이라도 줘야지“
床頭慳囊大如拳(상두간낭대여권) : 베게 밑에 있는 주먹만 한 작은 저금통 꺼내
撲破正有三百錢(박파정유삼백전) : 깨뜨렸더니 더도 덜도 아닌 三百錢 이다.
不堪與君成一醉(불감여군성일취) : "나리의 술값으로는 턱도 없이 모자라겠지만
聊複償君草鞋費(료복상군초혜비) : 짚신이라도 한 켤레 사 신으시구려."라며 건넨다.
* 輸租(수조):세금을 납부하다 초(鈔)는 호초(戶鈔)로 관청에서 발급하는 세금영수증이다.
* 踉蹌(영창):숨 가쁘게 비틀거리며 달려오는 모습
* 文書문서()는 세금을 독촉하는 고지서. 일설에는 위의 호초(戶鈔)를 지칭한다고 했다.
* 雜嗔喜(잡진희):성냈다가 기뻐했다가를 번갈아하다.
* 慳囊(간낭):인색한 사람의 전대로 잔돈을 저금하는 도기로 만든 저금통을 지칭한다.
* 撲滿(박만) : 돈을 꺼내기 위해서는 저금통을 깨는 행위다.
* 이 시는 특정한 사건의 내용과 인물을 통해 다소 희극적인 장면을 구체적으로 전개했다.
첫 구절에 바로 “최조(催租)”라는 주제를 단도직입적으로 제시했다. “수조득초(輸租得鈔)” 4자는 관청이 세금을 독촉하나 농민은 이미 세금을 납부했고 다시 관청이 세금을 독촉하고 있다는 정황을 표현했다. 다음 구절은 세금을 독촉하는 관리의 뻔뻔하고 불량한 행동을 생생한 그림으로 그려 놓은 것처럼 생동감에 넘친다.
다음 3-4번 째 구절은 농민이 제출한 세금영수증을 든 이장이 처음에 화를 냈다가 다음에는 얼굴에 웃음기를 띠며 술값을 요구하는 행태를 묘사했다. 먼저 세금을 독촉했다가 영수증을 보고 다그칠 이유가 없어지자 처음에는 화를 냈다가 다시 얼굴에 웃음기를 띠고 돈을 갈취하는 교활하고 후안무치한 관리의 행태를 마치 살아있는 듯이 묘사했다. 후반부의 4구절은 농민이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전 재산을 꺼내 이장에게 주어 돌려보냈음을 묘사했다.
393.추수고고촉주인일견기(追酬故高蜀州人日見寄) 죽은 고촉주의 인일견고를 추모하여 수창하다
1. 開文書帙中(개문서질중) : 문갑을 열고
檢所遺忘(검소유망) : 잊었던 글을 뒤적여
因得故高常侍(인득고고상시) : 죽은 고상시의 것을 얻었다.
人日相憶見寄詩(인일상억견기시) : 인일에 그리워 보내온 시를 보니
淚灑行間(누쇄항간) : 눈물이 시 행간에 뿌려진다.
讀終篇末(독종편말) : 편의 끝가지 다 읽었다.
自枉詩(자왕시) : 시를 보내 온지
已十餘年(이십여년) : 이미 십년이 지났다.
莫記存沒(막기존몰) : 존몰의 연대를 기록하지 않은 채로
又六七年矣(우륙칠년의) : 또 육칠년이 되었다.
老病懷舊(노병회구) : 늙고 병들어 옛날을 생각하니
生意可知(생의가지) : 삶의 뜻을 짐작할 수 있다.
今海內(금해내) : 이제 세상에서
忘形故人(망형고인) : 몸을 잊을 정도로 친한 친구는
獨漢中王瑀(독한중왕우) : 오직 한중왕 이우
與昭州敬使(여소주경사) : 그리고 소주의 군수인
君超先在(군초선재) : 경초선만 있을 뿐이다.
愛而不見(애이불견) : 좋아하기는 하지만 볼 수가 없어
情見乎辭(정견호사) : 그리워하는 정을 글에 나타내었다.
大曆五年(대력오년) : 대력 5년
正月二十一日(정월이십일일) : 1월 21일에
卻追酬高公(각추수고공) : 돌이켜 고적의 작품에 따라 글을 지어
因寄王及敬弟(인기왕급경제) : 인하여 한중왕과 초선에게 보낸다.
2. 自蒙蜀州人日作(자몽촉주인일작) : 촉주자사 고적의 시를 인일에 내가 받고
不意淸詩久零落(불의청시구령락) : 청신한 시가 오래 알려지지 않았음을 몰랐도다.
今晨散帙眼忽開(금신산질안홀개) : 오늘 새벽 서랍을 들추다가 눈에 번쩍 띄어
迸淚幽吟事如昨(병루유음사여작) : 눈물을 머금으며 그윽이 읊어보니 어제일 같아라.
嗚呼壯士多慷慨(오호장사다강개) : 아, 장사는 의분이 많은 법이라
合沓高名動寥廓(합답고명동요곽) : 높은 이름 맞추어서 온 세상에 떨치었도다.
嘆我悽悽求友篇(탄아처처구우편) : 내가 처량하구나, 친구 시를 이제야 찾는다니
感時鬱鬱匡君略(감시울울광군략) : 시대를 생각하니 답답하도다. 임금을 바로잡을 책락이여
錦里春光空爛熳(금리춘광공란만) : 금리의 봄 경치는 찬란하고
瑤墀侍臣已冥寞(요지시신이명막) : 대궐에서 임금 모시던 신하인 그대는 이미 죽어 적막하고
瀟湘水國旁黿鼉(소상수국방원타) : 소상강은 물의고장, 악어 떼가 득실거리는데
鄠杜秋天失鵰鶚(호두추천실조악) : 두릉의 가을 독수리, 그대는 어디 갔소.
東西南北更堪論(동서남북갱감론) : 동서남북 떠돌아도 다시 누구와 의논하며
白首扁舟病獨存(백수편주병독존) : 조각배에 머리 센 늙은이 병만이 남은 신세로다.
遙拱北辰纏寇盜(요공북진전구도) : 멀리 서울에는 침입한 도적이 득실거리니
欲傾東海洗乾坤(욕경동해세건곤) : 동해의 물을 기울여 천하를 맑게 씻고 싶도다.
邊塞西蕃最充斥(변새서번최충척) : 변방의 오랑캐 토번이 가장 날뛰는지라
衣冠南渡多崩奔(의관남도다붕분) : 선비네는 남으로 피난한 자가 많았도다.
鼓瑟至今悲帝子(고슬지금비제자) : 거문고 타면서 지금은 황제의 자식을 슬퍼하여
曳裾何處覓王門(예거하처멱왕문) : 옷자락 끌고 어느 곳에서 왕문을 찾는단 말인가?
文章曹植波瀾闊(문장조식파란활) : 한중왕 문장은 위나라 조식처럼 물결 이는 것 같고
服食劉安德業尊(복식류안덕업존) : 선약을 먹어 한나라 우안처럼 덕성도 훌륭하도다.
長笛誰能亂愁思(장적수능란수사) : 긴 피리소리에 누가 어지러이 시름을 자아내나
昭州詞翰與招魂(소주사한여초혼) : 소주의 태수여, 글로 고적의 혼을 불러주려무나
* 人日 : 사람의 날 곧 음력 정월 초이렛날(음력 1월 7일). 영신(靈辰). 이 날 문사들은 명일처럼 시를 주고받았음.
393.추수고고촉주인일견기(追酬故高蜀州人日見寄)
고(故) 고촉주(高蜀州)가 인일(人日)에 부쳐준 시에 추후에 답하다
自蒙蜀州人日作(자몽촉주인일작) : 촉주자사 고적의 인일 시를 받고 나서
不意淸詩久零落(불의청시구영락) : 그 청신한 시가 오래 문갑 속에 떨어져 있음을 몰랐는데
今晨散帙眼忽開(금신산질안홀개) : 오늘 새벽 흩어진 글을 살피다 눈에 번쩍 띄어
迸淚幽吟事如昨(병루유음사여작) : 눈물 머금어 읊어보니 어제의 일 같구나.
두보는 高適(고적)의 人日寄杜二拾遺(인일기두이습유) <정월 초이렛날에 습유 두이에게 부치다> 이 시를 받은 후 고적의 생사를 모르다가 고적이 죽은 지 5년 뒤에야 이 시에 답하여 ‘고(故) 고촉주(高蜀州)가 인일(人日)에 부쳐준 시에 추후에 답하다[追酬故高蜀州人日見寄]’라는 제목의 시를 지었다.
인일기두이습유(人日寄杜二拾遺) - 고적(高適)
정월 초이렛날에 습유 두이에게 부치다
人日題詩寄草堂(인일제시기초당) : 인일(人日)이라 시를 지어 초당에 부치니
遙憐故人思故鄕(요련고인사고향) : 고향 생각할 친구 멀리서 그리워하네.
柳條弄色不忍見(유조롱색불인견) : 버드나무 가지 빛을 희롱하니 차마 볼 수 없고
梅花滿枝空斷腸(매화만지공단장) : 매화꽃 가지에 가득하니 부질없이 애간장만 태운다오.
身在南蕃無所預(신재남번무소예) : 몸은 남쪽 변방에 있어 간여하는 바 없으나
心懷百憂復千慮(심회백우복천려) : 마음은 백 가지 근심에 다시 천 가지 생각 품었네.
今年人日空相憶(금년인일공상억) : 금년 인일(人日)에 부질없이 서로 그리워하니
明年人日知何處(명연인일지하처) : 명년 인일(人日)에는 어느 곳에 있을지 알까.
一臥東山三十春(일와동산삼십춘) : 한 번 동산(東山)에 누워 삼십 년 지내니
豈知書劒老風塵(기지서검로풍진) : 어찌 책 읽고 검술(劍術)한 선비 풍진 속에서 늙을 줄 알았으랴.
龍鍾還忝二千石(용종환첨이천석) : 노쇠하고 못난 이 내 몸 도리어 이천 석의 녹을 받으니
愧爾東西南北人(괴이동서남북인) : 동서남북으로 떠돌아다니는 그대에게 부끄럽노라.
시는《唐詩訓(당시훈)》2권에 실려 있는 바, 정월 7일(人日)에 오랜 친구인 두보에게 부친 시로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고적(高適)은 그의 재주를 시기한 이보국(李輔國)의 비방을 받아 태자소첨사(太子少詹事)로 좌천되었다가 건원(乾元) 2년(759)에 팽주자사(彭州刺史)로 나갔는데, 이 시는 상원(上元) 2년(761) 그가 촉주자사(蜀州刺史)로 있을 때에 지은 것이다. 두보는 이 시를 받은 후 고적의 생사를 모르다가 고적이 죽은 지 5년 뒤에야 이 시에 답하여 ‘고(故) 고촉주(高蜀州)가 인일(人日)에 부쳐준 시에 추후에 답하다[追酬故高蜀州人日見寄]’라는 제목의 시를 지었다.
* 人日(인일): 사람의 날 곧 음력 정월 초이렛날[1월 7일]. 영신(靈辰). 이 날 문사(文士)들은 명일(名日)처럼 시를 주고받았음.
동방삭 점서(東方朔占書)에 ‘정월 초하루를 닭[계鷄]의 날, 이틀을 개[구狗]의 날, 사흘을 돼지[시豕]의 날, 나흘을 양(羊)의 날, 닷새를 소[우牛]의 날, 엿새를 말[마馬]의 날, 이레를 사람[인人]의 날, 여드레를 곡식[곡穀]의 날이라 하는 바, 그 날이 맑으면 생육(生育)에 좋고 흐리면 재앙(災殃)이 든다.’ 했음.
* 杜二(두이) : 당의 詩聖 杜甫(시성 두보). 二는 排行(배항)이라 하는데 형제를 연령순으로 번호를 붙여 부르는 일을 말하며 두보는 형제 순서로 두 번째라는 뜻임.
* 拾遺(습유) : 당의 벼슬 이름으로 諫官(간관)의 하나였음. 습유는 ‘빠진 글이나 행위의 결점을 보충함’의 뜻을 가졌음.
* 遥憐(요련) : 헤어져 멀리있어 그리운 생각이 일어난다는 뜻。
* 故人(고인) : 옛글에는 고인을 친구로 표현함
* 柳条弄色不忍見(유조농색불인견) : 버드나무 가지에서 싹이 터 색을 희롱하니 견딜 수 없다. 柳条(유조):버드나무 가지
* 心懐百憂復千慮(심회백우복천려):마음은 백 가지 근심에 다시 천 가지 생각 품었네. 百憂:이것 저것 두루 생각하다
* 東山(동산) : 중국 절강성(浙江省) 소흥현(紹興縣) 동쪽에 있는 산으로 술로 유명하고 晉(진)의 宰相 謝安(재상 사안)이 은거한 곳이며, 뜻이 고상한 사람이 사는 곳을 가리키기도 함.
* 書劒(서검) : 글과 칼. 文武(문무).
* 風塵(풍진) : 바람과 티끌. 세상에 일어나는 어지러운 일.
* 龍鍾還忝二千石(용종환첨이천석) : 용종(龍鍾)은 여러 說이 있으나 노쇠하고 못난 사람을 칭하며 이천석(二千石)은 벼슬의 품계로 연봉이 2천석에 이르는 관원이다.
* 고적(高適) : 당나라 시인으로 기원 706년에 태어나서 765년에 죽었다. 자는 달부(達夫)이고 지금의 하북성 경현(景縣)인 발해(渤海) 인이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이 가난하여 20세 경에 장안으로 들어가 벼슬을 구하려 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양(梁)과 송(宋) 땅을 10여 년간에 유랑하며 빈한하게 지냈다. 그 기간 동안 고적은 이백(李白)과 두보(杜甫)와 교우를 맺어 같이 수렵을 나아가 시를 쓰며 소일했다.
394.추야 오수(秋野 五首) 가을 들판
1. 秋野日荒蕪(추야일황무) : 가을 들판 날마다 거칠어지고
寒江動碧虛(한강동벽허) : 차가운 강에는 푸른 하늘이 출정이네
繫舟蠻井絡(계주만정락) : 오랑캐 땅 구석에 배 매어놓고
卜宅楚村墟(복댁초촌허) : 초나라 시골에다 집 마련하였네.
棗熟從人打(조숙종인타) : 대추가 익음에 사람들 따라 털고
蔡荒欲自鋤(채황욕자서) : 거칠어진 아웃 밭을 호미질하려네
盤飱老夫食(반손로부식) : 소반에 차려진 늙은이 밥
分減及溪魚(분감급계어) : 조금 들어서 개울의 물고기에게 준다.
2. 易識浮生理 (역식부생리) : 덧없는 삶의 이치 알기는 쉬워도
難敎一物違 (난교일물위) : 한 가지 사물에게도 어긋나게 하기는 어려워라
水深魚極樂 (수심어극락) : 물이 깊으니 물고기 즐거워하고
林茂鳥知歸 (림무조지귀) : 숲이 무성하니 새는 돌아갈 줄을 아는구나.
吾老甘貧病 (오로감빈병) : 이 몸이 늙어 가난과 병을 무던히 여기나니
榮華有是非 (영화유시비) : 영화에는 시비가 따른다네.
秋風吹几杖 (추풍취궤장) : 가을바람 기댄 안석과 짚은 지팡이에 불어오니
不厭北山薇 (불염북산미) : 북산의 고사리를 싫어하지 않는다네.
3. 禮樂攻吾短(례악공오단) : 예법과 음악으로 나의 단점을 다스리고
山林引興長(산림인흥장) : 산림에 살면서 흥을 돋우며 오래 있도다.
掉頭紗帽側(도두사모측) : 책 읽으며 머리 흔드니 사모가 기울고
曝背竹書光(폭배죽서광) : 등 뒤에 햇볕비치니 책이 훤히 밝구나.
風落收松子(풍락수송자) : 바람에 떨어지니 솔방을 줍고
天寒割蜜房(천한할밀방) : 날씨가 차가워 꿀통을 따고 있네.
稀疎小紅翠(희소소홍취) : 드물고 성글어진 작은 붉고 푸른 꽃
駐屐近微香(주극근미향) : 발길을 멈추고 옅은 향기를 맡는다.
4. 遠岸秋沙白(원안추사백) : 먼 언덕배기는 가을 모래 희고
連山晩照紅(련산만조홍) : 잇닿은 산에는 저녁 햇빛 붉도다.
潛鱗輸駭浪(잠린수해랑) : 잠긴 물고기 놀란 물결 타고
歸翼會高風(귀익회고풍) : 둥지 찾는 새의 날개 높은 바람 모은다.
砧響家家發(침향가가발) : 다듬이질 소리 집집마다 들리고
樵聲箇箇同(초성개개동) : 나무꾼 노래 소리 모두가 같구나.
飛霜任靑女(비상임청녀) : 날리는 서리는 가을 여신의 뜻에 맞기고
賜被隔南宮(사피격남궁) : 내려진 이불은 남궁과는 떨어져있네.
5. 身許騏驎畵(신허기린화) : 기린각에 화상 그려질 공신이 되기를 바란 이 몸인데
年衰鴛鷺群(년쇠원로군) : 늙어서야 낭관의 무리에 들었도다.
大江秋易盛(대강추이성) : 큰 강은 가을이라 물결 크게 일기 쉽고
空峽夜多聞(공협야다문) : 빈 골짝 밤이 되니 온갖 소리 다 들린다.
逕隱千重石(경은천중석) : 천 겹 바위에 길은 가려지고
帆留一片雲(범류일편운) : 돛 아래로 한조각 구름이 머무는구나.
兒童解蠻語(아동해만어) : 아이들은 오랑캐 땅 사투리 다 익히니
不必作參軍(불필작참군) : 반드시 참군이 된 학릉처럼 될 필요는 없으리라.
395.추우탄 삼수(秋雨歎 三首) 가을비를 탄식하다
其一
雨中百草秋爛死(우중백초추난사) : 빗속의 온갖 풀들 가을 되어 시들어 죽는데
階下決明顔色新(계하결명안색신) : 섬돌 아래 결명초는 빛깔이 새로워라
著葉滿枝翠羽盡(저엽만지취우진) : 잎이 무성한 가지는 푸른 깃털 덮개 같고
開花無數黃金殘(개화무수황금잔) : 무수한 꽃 봉우리들 황금 동전 같구나.
凉風蕭蕭吹汝急(량풍소소취여급) : 서늘한 바람 쓸쓸히 그대에게 세차게 불어오니
恐汝後時難獨立(공여후시난독립) : 그대가 뒤에 홀로 견디기 어려울까 걱정 되네.
堂上書生空白頭(당상서생공백두) : 당상의 서생은 공연히 머리만 희어지고
臨風三嗅馨香泣(임풍삼후형향읍) : 바람 따라 몇 번씩 향기 맡으며 눈물짓는다.
* 爛死 : 화상(火傷)으로 인하여 죽음. 여기서는 시들어 죽었다는 뜻. * 決明 : 콩과의 한해살이 풀. 칠팔월에 노란 꽃이 피며 차로 활용되며 눈을 밝게 해준다 하여 결명이라고 부른다. * 著葉滿枝 : 가지에 가득 붙은 잎. 著은 붙을 착.
* 翠羽蓋 : 새의 깃털로 만든 수레의 덮개. * 後時 : 때 늦은. 결명이 다가올 추위를 어떻게 견디겠느냐는 비유.
* 馨香) : 꽃다운 향기(香氣). 향내
其二
闌風長雨秋紛紛(난풍장우추분분) : 이리저리 부는 바람과 오랜 비가 가을을 어지럽히니
四海八荒同一雲(사해팔황동일운) : 온 세상이 모두 똑 같은 구름이구나.
去馬來牛不復辨(거마래우부복변) : 가는 말과 오는 소를 구별 못하겠는데
濁涇清渭何當分(탁경청위하당분) : 흐린 경수와 맑은 위수를 어찌 구별할 수 있을까.
禾頭生耳黍穗黑(화두생이서수흑) : 벼에는 싹이 돋고 기장의 이삭 썩어 검은데
農夫田婦無消息(농부전부무소식) : 농사짓는 사람들 소식 하나 없구나.
城中斗米換衾裯(성중두미환금주) : 성안에서는 쌀 한말과 비단 이불을 바꾸는데
相許寧論兩相直(상허녕론량상직) : 서로에게 허락했으니 어찌 두 가치를 따지겠는가.
* 闌風長雨 : 이리저리 헤쳐 부는 바람과 오래도록 오는 비. 闌風伏雨(난풍복우)로 되어 있는 本도 있다.
* 紛紛 : 흩어져 어지러움. * 四海八荒 : 온 세상. * 濁涇清渭 : 경수(涇水)는 섬서성(陝西省)의 강 이름으로 하류에서 위수(渭水)와 합치는데 경수는 흐리고 위수는 맑다. * 禾頭生耳 : 벼이삭에는 싹이 돋는다. 벼를 거두지 않으니 그대로 싹이 생긴다는 뜻. * 黍穗黑 : 기장 이삭이 거멓게 되다. * 農夫田婦 : 농사짓는 사람들. * 衾裯 : 이불과 홑이불.
其三
長安布衣誰比數(장안포의수비수) : 장안의 벼슬 없는 선비를 누가 인정해주랴.
反鏁衡門守環堵(반쇄형문수환도) : 대문 걸어 닫고 울타리 안을 지키네.
老夫不出長蓬蒿(노부불출장봉호) : 이 늙은이 나가지 않으니 온 사방에 쑥대만 자라고
穉子無憂走風雨(치자무우주풍우) : 어린 아이들은 걱정 없이 비바람에 뛰노는구나.
雨聲颼颼催早寒(우성수수최조한) : 빗소리 우수수 이른 추위를 재촉하는데
胡雁翅濕高飛難(호안시습고비웅) : 북쪽 기러기 날개 젖어 높이 날지 못하네.
秋來未曾見白日(추래미증견백일) : 가을이 왔어도 갠 날을 본적 없으니
埿污后土何時乾(니오후토하시건) : 진흙탕 땅은 언제나 마르려나?
* 布衣 : 벼슬이 없는 선비. 베옷 * 比數 : 비교하여 셈함. 동등하게 대해주다. * 反鎖衡門 : 대문을 걸어 잠그다
* 衡門 : 두 개의 기둥에다 한 개의 횡목을 가로질러서 만든 허술한 대문이라는 뜻으로, 은자가 사는 곳을 이르는 말
* 環堵 : 울타리. 담장. * 蓬蒿 : 쑥. * 稚子 : 어린아이. * 颼颼 : (바람이) 우수수 불다. 빗소리.
* 胡雁 : 북녘의 오랑캐 땅에서 오는 기러기. * 翅 : 날개. * 未曾見 : 일찍이 본 적이 없음.
* 白日 : 구름이 끼지 아니한 밝은 해. 대낮. * 泥汚 : 흙탕물. * 后土 : 땅. 중국 신화에 나오는 토지의 신으로 기원전 113년에도 한(漢)나라의 무제가 제사를 지냈다. 후토는 땅의 최고 주관자이다.
396.추적(秋笛) 가을 피리
淸商欲盡奏(청상욕진주) : 맑은 소리 연주가 끝나려는데
奏苦血霑衣(주고혈점의) : 연주의 고통에 피가 옷을 적신다네.
他日傷心極(타일상심극) : 지금까지 마음 상함이 심하리니
征人白骨歸(정인백골귀) : 원정 떠난 장정들은 백골 되어 돌아왔네.
相逢恐恨過(상봉공한과) : 서로 만나 한스럽게 지나칠까 두려워
故作發聲微(고작발성미) : 시작하는 소리를 작게도 만들었구나.
不見秋雲動(불현추운동) : 가을구름의 움직임 보이지 않는데
悲風稍稍飛(비풍초초비) : 서글픈 바람에 조금 씩 조금씩 날아오른다.
397.추정(秋情) 가을철에 느끼는 쓸쓸한 생각
高秋蘇肺氣(고추소폐기) : 하늘 높은 가을에 폐병에서 나으니
白髮自能梳(백발자능소) : 흰 머리카락을 스스로 빗을 수 있어라.
藥餌憎加減(약이증가감) : 약 복용하기를 증감하는 것을 미워하니
門庭悶掃除(문정민소제) : 문앞 뜰을 고민하면서 빗자루 질 한다.
杖藜還客拜(장려환객배) : 명아주 지팡이 짚고 나그네 인사에 답하고
愛竹遣兒書(애죽견아서) : 대를 사랑하니 아이 보내어서 글을 쓰게 한다.
十月江平穩(십월강평온) : 시월에 강물이 잔잔하고 고요하면
輕舟進所如(경주진소여) : 가벼운 배 타고 가고 싶은 곳으로 나아가리라.
398.추진(秋盡) 가을이 다 가는데
秋盡東行且未廻(추진동행차미회) : 가을이 다 가는데 동에서 돌아가지 못하니
茅齋寄在少城隈(모재기재소성외) : 초가집을 소성의 모퉁이에 붙여 두었어라.
籬邊老却陶潛菊(리변로각도잠국) : 울타리 가에는 도잠의 국화가 늙었으니
江上徒逢袁紹杯(강상도봉원소배) : 강위에서 다만 원소의 잔을 만났어라.
雪嶺獨看西日落(설령독간서일락) : 눈 덮힌 산봉우리에 서쪽의 석양을 홀로 보니
劒門猶阻北人來(검문유조북인래) : 검문엔 여전히 북녘 사람 왕래를 막는구나.
不辭萬里長爲客(불사만리장위객) : 만리에 오랜 나그네 신세를 면하지 못하니
懷抱何時好一開(회포하시호일개) : 마음 속 생각을 어느 때 좋게 열리오.
399.추풍 이수(秋風 二首) 가을바람
其一
秋風淅淅吹巫山(추풍석석취무산) : 가을바람 우수수 무산에서 불어오면
上牢下牢修水關(상뢰하뢰수수관) : 위아래 감옥에선 수관을 손질한다.
吳檣楚柁牽百丈(오장초타견백장) : 오땅의 돛대와 초땅의 키를 단 큰 배를 이끌고
暖向神都寒未還(난향신도한미환) : 따뜻할 때 천자 계신 곳으로 떠났는데 추워져도 돌아오지 않네.
要路何日罷長戟(요로하일파장극) : 이번에는 어느 때에나 긴 창을 깨뜨릴까(전쟁이 끝날까)?
戰自青羌連百蠻(전자청강연밴만) : 전투는 청강에서 백만까지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데.
中巴不曾消息好(중파부증소식호) : 국경에는 좋은 소식 들리질 않고
暝傳戍鼓長雲間(명전수고장운간) : 짙은 구름 사이로 싸움 돋우는 북소리만 저물도록 울리퍼지네.
其二
秋風淅淅吹我衣(추풍석석취아의) : 가을바람이 내 옷에 불어오는데
東流之外西日微(동류지외서일미) : 동으로 흐르는 물 건너 서녘햇빛 엷다.
天淸小城擣練急(천청소성도련급) : 날 맑은 작은 성에서 비단 다듬질 빨리하고
石古細路行人稀(석고세노항인희) : 오래된 좁은 길에는 길 가는 사람 드물다.
不知明月爲誰好(부지명월위수호) : 알지 못하리. 밝은 달은 누구 위하여 좋고
蚤晩孤帆他夜歸(조만고범타야귀) : 조만간에 외로운 배로 다른 날 밤에 돌아갈까.
會將白髮倚庭樹(회장백발의정수) : 모름지기 백발을 가져 뜰 나무에 의지하니
故園池臺今是非(고원지대금시비) : 고원의 못과 집들은 지금 옳고 그름이 어떠할까.
* 靑羌 : 강족의 한 갈래로, 푸른색을 숭상하여 청강이라 했다. 용감하고 싸움을 잘하였다. 화양국지 남중지 권4에는 "남중으로 옮겨온 강한 청강 군사 1만여 명은 촉나라에 속하여 5부가 되었는데 싸움에서 당할 자가 없어 비군(飛軍)이라 불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 百蠻 : 여러 남쪽 오랑캐. * 戍鼓 : 싸움의 북소리.
400.추흥팔수(秋興八首) 가을 흥취
1.玉露凋傷楓樹林(옥로조상풍수림) : 옥 같은 이슬 맞아 단풍나무 숲 시들고
巫山巫峽氣蕭森(무산무협기소삼) : 무산의 무협에는 가을 기운 쓸쓸하다.
江間波浪兼天湧(강간파랑겸천용) : 강의 물결은 하늘로 치솟고
塞上風雲接地陰(새상풍운접지음) : 변방의 바람과 구름 땅을 덮어 음산하다
叢菊兩開他日淚(총국양개타일루) : 국화 떨기 두 차례 피어나니 지난날이 눈물겹다.
孤舟一繫故園心(고주일계고원심) : 외로운 배 묶어둔 것 고향 생각하는 마음
寒衣處處催刀尺(한의처처최도척) : 겨울옷 준비에 곳곳에서 가위질과 자질을 재촉하고
白帝城高急暮砧(백제성고급모침) : 백제성은 높고 저물녘 다듬이질 소리 바쁘기만 하구나
2.夔府孤城落日斜(기부고성낙일사) : 기주의 외로운 성에는 저녁 해 기울고
每依北斗望京華(매의북두망경화) : 언제나 북두성 보며 서울을 그린다.
聽猿實下三聲淚(청원실하삼성루) : 원숭이 울음 세 번 들으면 눈물이 떨어지고
奉使虛隨八月槎(봉사허수팔월사) : 사신 수행은 팔월 뗏목처럼 헛되었다.
畵省香爐違伏枕(화성향로위복침) : 상서성에 숙직할 일 몸이 아파 어긋나고
山樓粉堞隱悲笳(산루분첩은비가) : 산의 누의 성가퀴에는 애달픈 피리소리이 은은하다.
請看石上藤蘿月(청간석상등라월) : 보시오, 바위 위의 등라에 걸린 달이
已暎洲前蘆荻花(이영주전노적화) : 영주 섬 앞 갈대꽃을 비추고 있는 것을
3.千家山郭靜朝暉(천가산곽정조휘) : 산성의 일천 집들에 아침 햇살 고요한데
日日江樓坐翠微(일일강루좌취미) : 날마다 강가 누대에서 푸른 산기운 속에 앉아본다.
信宿漁人還汎汎(신숙어인환범범) : 이틀 밤을 지낸 어부 다시 배를 띄우고
淸秋燕子故飛飛(청추연자고비비) : 맑은 가을에 제비는 일부러 하늘을 난다.
匡衡抗訴功名薄(광형항소공명박) : 광명처럼 간언을 올렸지만 공명은 낮았다.
劉向傳經心事違(유향전경심사위) : 유향처럼 경전을 전하려 하나 마음과 일이 어긋나네.
同學少年多不賤(동학소년다불천) : 어린 시절 같이 공부한 이들 모두 부귀하여
五陵衣馬自輕肥(오릉의마자경비) : 오릉 땅에 살면서 옷과 말은 빠르고 살찐 것들이라네.
4.聞道長安似奕棊(문도장안사혁기) : 듣자니, 장안의 시국이 바둑판이라니
百年世事不勝悲(백년세사불승비) : 평생의 세상 일 슬픔 이기지 못하겠네.
王侯第宅皆新主(왕후제택개신주) : 왕후의 저택은 모두가 새 주인
文武衣冠異昔時(문무의관이석시) : 문무의 의관도 옛 날과는 다르다네.
直北關山金鼓震(직북관산금고진) : 바로 북쪽 관산은 징과 북이 진동한다.
征西車馬羽書馳(정서거마우서치) : 서쪽 정벌 떠나는 수레와 말들 그리고 격문은 치닫고
魚龍寂寞秋江冷(어룡적막추강냉) : 가을 강은 차갑고 물고기도 조용하니
故國平居有所思(고국평거유소사) : 고국에 살던 그 때가 생각나네.
5.蓬萊古闕對南山(봉래고궐대남산) : 봉래산 높은 궁궐은 종남산과 마주보고
承露金莖宵漢間(승로금경소한간) : 이슬 받는 통천대의 금줄기대는 하늘 은하수에 닿았도다.
西望瑤池降王母(서망요지강왕모) : 서쪽으로 요지를 바라보니 서왕모가 내려오고
東來紫氣滿函關(동래자기만함관) : 동에서 온 보랏빛 상서로운 구름 함곡관에 가득하다.
雲移雉尾開宮扇(운이치미개궁선) : 구름이 꿩 꼬리 깃 부채로 옮겨지니 궁궐의 부채 열리고
日繞龍鱗識聖顔(일요용린식성안) : 햇빛이 용의 비늘을 둘러싸니 비로소 임금의 얼굴 보였다네.
一臥滄江驚歲晩(일와창강경세만) : 푸른 강 자연에 살면서 한해가 저물어감에 놀라나니
幾回靑瑣點朝班(기회청쇄점조반) : 지난 날 조회 때에 청쇄문에서 몇 번이나 점호를 받았던가?
6.瞿唐峽口曲江頭(구당협구곡강두) : 구협당 어구와 곡강 머리가
萬里風煙接素秋(만리풍연접소추) : 만리 먼 곳이 안개바람으로 가을이 가득하다.
花萼夾城通御氣(화악협성통어기) : 화악루의 협성에는 임금의 행차가 이이지고
芙蓉小苑入邊愁(부용소원입변수) : 부용 작은 연못에는 변방 시름 깃든다.
珠簾繡柱圍黃鵠(주렴수주위황곡) : 수놓은 기둥의 구슬발은 누런 고니를 두르고
錦纜牙檣起白鷗(금람아장기백구) : 비단닻줄 상아돛대에서 흰 갈매기 날아오른다.
回首可憐歌舞地(회수가련가무지) : 머리 돌려 노래하고 춤추던 곳 바라보니 애달고나
秦中自古帝王州(진중자고제왕주) : 진중은 예로부터 제왕의 고을이라네.
7.昆明池水漢時功(곤명지수한시공) : 곤명지의 물자원은 한나라의 공이니
武帝旌旗在眼中(무제정기재안중) : 한 무제의 깃발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織女機絲虛夜月(직녀기사허야월) : 직녀 베틀 위의 실은 달빛 아래 실없고
石鯨鱗甲動秋風(석경인갑동추풍) : 돌고래 비늘 껍질 가을바람에 펄렁인다.
波漂菰米沈雲黑(파표고미침운흑) : 줄 열매 파도에 떠다니고 검은 구름 물에 잠기고
露冷蓮房墜粉紅(노냉연방추분홍) : 연방엔 이슬이 차고 붉은 연꽃은 떨어진다.
關塞極天唯鳥道(관새극천유조도) : 변방의 관문 하늘에 닿아 오직 새들만 날고
江湖滿地一漁翁(강호만지일어옹) : 강과 호수만 가득한 땅엔 늙은 어부 한 사람.
8.昆吾御宿自逶迆(곤오어숙자위이) : 곤오와 어숙으로 가는 길 구불구불
紫閣峰陰入渼陂(자각봉음입미피) : 자각봉 산그늘 미피 땅에 들어온다.
香稻啄殘鸚鵡粒(향도탁잔앵무립) : 향기로운 벼에는 앵무새 낱알 쪼아 먹고
碧梧棲老鳳凰枝(벽오서로봉황지) : 벽오동 나무에는 봉황새 가지에 깃든다.
佳人拾翠春相問(가인습취춘상문) : 봄이면 가인들은 비취새 깃털 주워 서로 묻고
仙侶同舟晩更移(선려동주만갱이) : 저녁이면 좋은 짝이 함께 배를 타고 다시 옮겨갔다.
彩筆昔曾干氣象(채필석증간기상) : 글 솜씨가 한 때는 하늘을 찔렀는데
白頭今望苦低垂(백두금망고저수) : 백발 된 지금 바라보다 애써 고개 숙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