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입시를 마친 조경빈 입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정말 어렸을 때 부터 글을 쓰고 캐릭터를 만들고 시를 짓는 것에 흥미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던 건 고등학교 3학년 여름부터 였네요. 항상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다, 혹은 제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깊게 박혀 있었어서 시험 점수와 등수와 대학교의 타이틀만 보고 학창시절을 보내 왔던 것 같아요. 그렇게 고등학교 내내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조차도 생각하지 못하고 공부만 악착같이 하다보니 나중엔 말도 안 되게 성적이 떨어지더라구요. 1점대를 유지하던 내신을 아무런 열의도 없고 미래도 안 보인다는 터무니없는 핑계로 3점대까지 떨어뜨려 놓고 ㅋㅋ그러다 3학년이 되어서야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게 뭔가 되짚어 생각해 보니 글과 문학과 이야기들 뿐이었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3 여름방학 시작과 동시에, 정말 늦게 고도를 와서 매일매일 글을 배우면서도 걱정을 했었어요. 산문반에서 실기를 약 두 달 가량밖에 연습하지 못하고 수시 실기를 치뤄야 했습니다. 저는 영화과 수업도 같이 들었었는데, 심지어 영화과 실기는 딱 세 번 수업을 듣고 갔었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했죠, 사실은 자만하기도 자주 했던 것 같습니다. 국민대 세종대 성균관대 영화과와 동국대 중앙대 경기대 문창과, 서울예대 극작과 실기를 보고 복원작 평가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대충 뭐 이정도면 붙겠지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으니까요. 그게 독이 되어서 나중에 중앙대 실기까지 한 달 가량 시간이 주어졌을 때에는 정말 필사도 안 하고 과제도 성심성의껏 안 하고 학원에서도 넋을 놓고 시간만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그렇게 수시 실기 4개를 죄다 망치고 안전빵(?)으로 지원했던 학종 2개마저 1차에서 탈락해버린데다가, 또 실기를 핑계로 공부까지 게을리해서 수능에서 단 한 번도 못 맞아본 등급들을 받고 바로 고도 정시반에 다시 왔었어요. 당연히 맞출 줄 알았던 중앙대 최저도 어이없게 못 맞췄다는 건 지금 생각해도 분하긴 하네요. 그래도 이제 와서 돌아보면 정시를 준비했던 그 2달 가량이 제 여태까지의 삶에서 가장 의미있게 보낸 나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산문에 너무 자신이 없었고 무서워지는 기분에 정시 때는 운문 반으로 가서 실기 준비를 했어요. 그렇다기엔 운문도 잘했던 건 아니었겠지만 시 쓰는게 너무 .... 재미있더라구요 특히 산문시가ㅋㅋ재능이나 실력과는 상관없이 내가 운문이 적성에 맞나? 하는 생각도 이따금 혼자 했었네요. 그래서인지 정시 실기는 더 필사적으로 준비했어요. 산문을 할 때는 40편도 채 못 썼었는데 운문에서는 더 짧은 기간 동안 거의 60편을 썼습니다. 물론 동그라미와 세모도 운문이 압도적으로 많이 받았었구요. 또 수시 때 없었던 준비작이 이번 정시 때는 서너 개라도 있어서 마음이 많이 놓였었네요.
정시 실기 이야기만 따로 해 볼게요. 정시는 추계예대가 제일 먼저었습니다. 시험장에 가서 정말 정신없이 활용을 하고 저 스스로도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서 정말 기대도 안 했는데, 덜컥 합격을 받더라구요. 심지어 장학금까지 받았다는게 안 믿겼어요. 수시 때와 다르게, 정시 때는 실기를 보러 다니면서도 계속해서 초고를 써서 과제도 내고 필사도 나름 열심히 하려고 했었습니다. 주신 우수작들은 거의 4~5번은 반복해서 필사하느라 몇몇 문장들은 아예 외워버릴 정도였네요.
다음 실기였던 명지대는 그나마 추계예대 실기 보다는 나은 것 같다는 느낌이 전부였어요. 명지대도 정말 정신없이 활용을 하고 시간도 다 안 채운 채로 나와서 인상깊은 내용은 없는 것 같아요, 학교 도서관이 되게 좋다는 것 정도 ...... ㅎㅎ
그 다음은 한양여대였습니다. 하필 서울예대랑 실기 날짜가 겹치더라구요. 사실 전 서울예대를 정말 너무 간절하게 가고 싶었지만 한양여대로 실기를 보러 가라는 실장님과 원장선생님을 믿고 한양여대로 갔었습니다. 그게 정말 신의 한수였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바로 전날 쓴 초고를 활용했었는데 처음으로 꽤 괜찮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ㅋㅋㅋ또 제가 가고 싶어 했던 대학 중 하나인 한양대가 바로 옆에 있어서 동기부여가 참 많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담이지만 그 동기부여를 잊지 않고 한양대 편입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구요.
마지막 실기는 숭실대였어요. 숭실대도 제가 전부터 가고 싶어했던 대학이었기 때문에 숭실대는 정말 ... 진짜 정말 열심히 시험을 쳤어요. 다행인 건 제 실력보다 잘 보고 나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는 거예요. 그도 그럴 게 1 한양여대에 가서 썼던 시를 더 열심히 퇴고해서 전날 만든 가장 나은 준비작이 있었고, 2 원장님이 그 전 복원작을 평가해주시며 했던 발상(검은 고양이가 흰 눈을 밟고 멀어지는 장면을 떠올려보라고, 그게 마침표나 쉼표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느냐고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에 많이 남았었거든요)을 활용하기도 했고, 3 필사를 많이 한 덕분에 우수작에 있던 좋은 문장들이 계속 떠올라 실기 시험 중에도 많이 참고가 되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이렇게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합격을 하고 후기까지 쓰고 있네요.
제목에 적은 것처럼 저는 추계예대, 한양여대, 숭실대에 실기 전형으로 합격을 했고 숭의여대와 명지전문대까지 일반 전형에 예비합격까지 했어요. 이게 다 같이 힘써주신 선생님들 덕분이라는 말씀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수시때 (아이스크림도 사 주시고 ...)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며 칭찬도 아끼지 않아주셨던 김남숙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한번도 말 못 했었지만 학원 다니기 전부터 선생님 작품들을 알고 있었거든요. 되게 좋아해서 친구들과 얘기도 나누고 그랬었는데 정작 그런 얘기를 아무것도 못 드렸다는게 저로서는 아쉬워요ㅜㅜ 항상 응원해주시고 여러 자료들 많이 챙겨주시던 실장님께도 너무 감사드려요 마지막 날 주셨던 사탕은 숭실대 가서 달게 잘 먹었습니다ㅎㅎ 또 정시때, 아주 잠깐이었지만 기억에 남는 말들 많이 해주셨던 조찬연 선생님께도 짧게나마 감사 인사 드립니다. 그리고 원장님께 정말 여러번 감사드려요. 입시를 떠나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앞으로 제가 가꿔 나가야 할 삶의 태도나 자세들을 배운 것 같다고 생각해요. 항상 강조하셨던 '선택과 집중', 이라던지 '생각을 하지 말고 상상을 하라'는 말씀 등등은 시간이 오래 지나서도 못 잊을 것 같습니다ㅎㅎ
두서가 너무 없는 후기인 것 같네요, 텍스트로 얼마나 마음을 담을 수 있겠냐만은 래도 거듭 감사드려요. 시든 소설이든 평론이든 어쨌거나 제가 글을 쓰고 문학을 배우려고 한다니 마냥 기쁘다는 감상입니다. 다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