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높은 식사 한끼가 당신의 회사를 살린다◇
‘온 더 테이블(On the table)’. 비즈니스와 테이블은 참 밀접한 관계다. 업무와 관련해 이해당사자들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거나 식사 혹은 차 한잔의 여유로움을 나누는 곳에는 항상 테이블이 놓여 있다. 때문에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은 ‘테이블 위’에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업무상 중요한 사람과 식사를 함께하는 레스토랑의 ‘테이블’에서는 음식을 먹는 것 이상으로 기업성패에 있어 결정적인 대화가 오갈 수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기업 시대다. 외국인을 많이 접할 기회가 있는 비즈니스맨들이라면 이 같은 다이닝(식사) 테이블 매너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야 하는 게 요즘이다.
<이코노믹 리뷰>는 유럽과 중동, 그리고 한국의 호텔 레스토랑 업계에서만 22년을 몸담은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헤럴드 레인프로이(38·프랑스인) 식음료 이사의 조언을 토대로 비즈니스맨들의 고민스런 과제인 ‘테이블 매너’에 대한 8가지 현실책을 제시한다.
●매너1-테이블에 앉기 전 이미 시작
“비즈니스 테이블 매너는 레스토랑에 도착하기 전 이미 시작된다!”
식사 테이블 매너가 레스토랑(음식점)에서만 이뤄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즈니스를 위한 식사에 초대되거나 상대를 초청할 때에는 레스토랑에 오기 전 상대방에 대한 성향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약 파트너와 식사일정을 잡았다면 비서나 주변사람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정보를 미리 알아둔다. 물론 그쪽에서 원하면 나에 대한 성향도 전달해주면 좋다. 상대방이 채식주의자인지 무슬림인지 그리고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등 음식 관련 사항은 기본이고 취미, 특기, 경력, 즐겨 듣는 음악 등 개인적인 취향이나 경험까지 체크해두면 업무적인 얘기를 꺼내기 전 상대방과 화기애애한 식사시간을 즐길 수 있다.
“프랑스에 일할 당시 한 바이어와 저녁식사를 한 적이 있어요. 전 비서를 통해 미리 그 바이어가 예쁜 시계를 최근에 구입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습니다. 식사하는 도중 슬쩍 시계 얘기를 꺼냈는데 상대가 의외로 제게 호감을 가지면서 자연스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어요. 덕분에 전 계약을 쉽게 성사시켰죠.”
헤럴드 이사는 때로는 별것도 아닌 얘기가 비즈니스상 중요한 계약성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비즈니스의 외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상대방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외국인 바이어가 방한했을 때 ‘비행기는 어땠냐’, ‘숙박한 호텔은 괜찮았냐’는 식으로 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훨씬 빨리 그와 친숙해질 수 있다는 게 헤럴드 이사의 조언이다.
●매너2-비즈니스 파티에 초대됐을 경우
외국인으로부터 비즈니스 파티에 초대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가장 먼저 드레스 코드를 확인해야 한다. 캐주얼인지 정장인지, 캐주얼에도 넥타이를 매지 않는 정도인지, 아니면 면바지에 셔츠를 입는 정도인지 사전에 알고 가야 자연스레 파티에 동화될 수 있다. 비즈니스 파티를 주최할 때 역시 미리 손님들에게 드레스 코드에 대해 얘기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의상 준비가 끝났다면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몇 명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취합하면 비즈니스를 위한 ‘인맥 쌓기’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라운드 테이블에서 여러 명이 식사하는 경우 서빙순서를 제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상 VIP에게 먼저 서빙을 권하는 것이 예의다. 하지만 정치나 경제, 종교계 등 여러 분야의 사람이 섞여서 앉게 될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수상이라든가 왕자, 대통령, 총리, 종교 대표자, 여성, 장년층 등처럼 말이다. 이럴 때는 제일 먼저 종교 관계자를 권하는 게 낫고 다음으로는 여성에게 서빙을 양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매너3-상대방의 나라에 대해 공부하라
중고등학생 시절 사회시간에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한번쯤은 배웠을 것이다. 테이블 매너 역시 국가와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10년 전의 경우 아랍에서는 여성보다는 남성을 먼저 자리에 앉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아랍지역에서 여성들은 배려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 또 음식을 먹을 때는 포크나 스푼보다는 손으로 직접 먹어야 했다. 물론 지금은 국제적 매너가 일반화되면서 이 같은 일은 사라졌다고는 한다.
중국의 경우 초대받은 저녁식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선물을 들고 가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인식되는 지역이 있고, 인도에서는 식사 중에 종교적·문화적 이유로 술을 권하지 않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이처럼 나라가 다양한 만큼 테이블 매너 역시 다양하다. 그 나라만의 특별한 테이블 매너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내일 외국인과의 저녁 약속이 잡혀 있다면 상대방 나라만이 가진 특별한 테이블 매너에 대해 사전에 알아보고 나가는 것이 좋다.
●매너4-한국인이 유념해야 할 것 3가지
한국 생활만 2년 가까이 된 헤럴드 이사에게 특별히 궁금한 게 있어 물었다.
“서양식 테이블 매너에 익숙지 못한 한국인들이 쉽게 지나치는 비매너 유형은 뭐가 있을까요?”
헤럴드 이사는 크게 3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여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에티켓이 부족하다는 것. 아무래도 ‘남존여비’라는 전통적 사상이 잔재해 있고 비즈니스상 여성이 남성의 서브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테이블에서도 남성보다 여성이 덜 대접받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한국인과 외국인이 섞여 있을 때 한국인 호스트가 남성들에게 먼저 메뉴를 선택하게 하면 같이 있던 외국인들은 오히려 여성 참석자에게 선택권을 넘기는 풍경을 자주 봤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휴대폰을 꺼두지 않고 식사에 임하는 경우다. 아무리 캐주얼한 다이닝이라도 외국에서는 ‘진동모드’도 아닌 아예 전원을 꺼놓는다고 한다. 중동지방에서는 휴대폰 소리가 울리기라도 하면 해당 손님에게 웨이터가 직접 다가가 꺼달라고 요구까지 할 정도다.
헤럴드 이사는 “굳이 한국의 경우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면서도 “식사하는데 나를 가장 화나는 게 하는 일이 바로 휴대폰 소리”라고 꼬집었다.
한국인들이 유념해야 할 세 번째 테이블 비매너 유형은 큰소리로 얘기하는 것. 지금 내가 있는 테이블 말고도 다른 테이블에서는 비즈니스상 상당히 중요한 얘기가 오갈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는 이치다.
●매너5-이름은 ‘알고’ 눈은 ‘맞추고’여성은 ‘챙겨라’
해외 세미나나 기업의 발표회장 등 여러 명이 큰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처음 만난 사람이라도 반드시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에서처럼 ‘김 이사님, 정 사장님’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게 낫다. 호칭보다는 성이나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친근함을 배가시켜주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설명했듯 멤버 중 여성이 있다면 반드시 먼저 자리에 앉게 하고 먼저 서빙을 받도록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적어도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는 여전히 ‘레이디 퍼스트’가 정형화돼 있다.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중간중간에 중요한 것은 바로 ‘아이 콘택트(Eye contact)’다. 즉 상대방과 눈을 맞추며 얘기하는 것이다. 음식을 먹고 있더라도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시작했다면 먹는 것을 중단하고 눈을 맞춰 경청하도록 한다.
●매너6-비호의적 상대를 만났을 때
항상 내가 좋아하는 상대와 식사를 할 수는 없다. 특히 비즈니스상 나에게(혹은 우리 회사에) 부정적이거나 적대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상대방과 같이 하는 식사는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장소의 선택이 중요하다. 공개적인 일반 테이블 자리보다는 당사자들 간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별실’을 예약해 두는 게 좋다. 대화에서는 그 사람의 성향에 대해 미리 파악을 해두고 가급적이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분야나 업무내용에 대해 서두에 꺼내지 않도록 주의한다.
장소와 함께 식사시간의 조절도 필요하다. 일종의 ‘패스트 푸드’를 먹는 느낌처럼 식사 템포를 빠르게 조절하는 게 좋다. 이 경우 미리 레스토랑 측에 요청해 코스 요리가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얘기해두고 총 식사시간을 상대방에게도 얘기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비호의적인 상대방과는 이처럼 가급적이면 타이트하게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게 효과적이다. 오랜 식사시간은 대화를 더 늘어지게 해 오히려 업무상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매너7-와인 스트레스 없애는 3가지 팁
비즈니스맨들의 주력 스포츠가 ‘골프’라면 최고 인기 주류는 바로 ‘와인’이다. 기업 CEO들의 경우 ‘와인 스트레스’까지 받는다는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이제 비즈니스 테이블에서 와인 한잔을 기울이는 것은 딱딱한 분위기를 완화시켜주고 서로 간 공감대를 형성해주는 ‘필수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와인이 지적인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는 법. 분위기를 편안하게 해주는 ‘도구’로만 생각한다면 와인에 대한 스트레스는 의외로 간단하게 풀릴 수 잇다.
헤럴드 이사는 와인에 대해 잘 모르거나 두려워하는 비즈니스맨들을 위해 외국인 바이어를 만났을 때 다음의 딱 3가지만 기억하라고 조언한다.
첫째, 정말 중요할 계약 건이 걸려 있을 때 와인가격은 생각하지 말고 페이머스(Famous)한 와인을 선택하라. 유명와인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와인을 골라주는 것을 보고 상대는 “와! 나한테 이런 와인을 권하다니…” 하고 감탄할 것이다.
둘째, 상대방의 국적을 파악해 그 나라와 근접한 지역의 와인에 대해 살짝 공부해 놓고 만나라. 만약 오스트레일리아 사람이라고 한다면 오스트레일리아 와인 중 인기 있는 브랜드 하나만 알고 가도 이야깃거리는 충분하다.
셋째, 상대방이 나보다 더 많은 와인 종류를 알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맞춰줘라. 설령 내가 더 많이 알고 있고 상대가 잘못된 와인상식을 갖고 있다손 치더라도 앞서 말했듯이 와인은 ‘분위기 메이커’이지 ‘잣대’가 아닌 탓에 상대방을 배려하는 와인 예절을 가져라.
●매너8-지나친 매너 집착은 역효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너무 테이블 매너에만 집착하다 보면 분위기가 경색돼 결과적으로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
매너에 있어 정형화된 틀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상대방이 나보다 연장자이거나 직급이 높거나 초대손님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제가 먼저 먹겠습니다”, “제가 맛을 먼저 보겠습니다”라며 본인이 먼저 식사를 시작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테이블에서는 유쾌한 마음을 갖고 상황에 따라 소신 있고 자신 있게 대처하면 그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