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설명) 부산시가 긴급 자연재난에 대비한 'E-30 계획'에 따라 30분 이내 대피장소로 지정한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길천리 월내초등학교. 해안에 인접해서 지진과 지진해일의 긴급 피난처로 적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종회 기자)
시민 생명을 책임지는 최후의 보루인 '지진 방재 매뉴얼'에 시민 안전에 대한 배려가 없다. 부산시의 매뉴얼에 마련된 대피소는 실제 대피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듯 대부분 내진 설계도 안된 부실투성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05년부터 'E-30 (대피·Evacuation-30분) 계획'을 세워 운용하고 있다. 남아시아 지진해일, 태풍 매미 등을 겪은 뒤 소방방재청의 제안에 따라 재해에 취약한 부산 전역의 30개 지구를 선정, 대피소를 지정하고 30분 이내에 해당 지구 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토록 한 것이다.
- 18곳 중 12곳 내진 설계조차 안돼 - 해일 위험 바다 옆에 설치된 곳도
하지만 'E-30 계획'에 의해 마련된 18개의 지진 및 지진해일 대피소 가운데 절반 이상인 12개가 내진 설계도 되지 않은 건물이었다. 자갈치시장 일원 시민의 대피장소인 봉래초등학교와 해운대해수욕장 대피소인 부산기계공고, 강서구 대항마을지구의 대항분교는 지진과 지진해일에 노출될 수 있는 지역이지만 내진설계는 갖춰지지 않았다.
특히 고리원전 인근의 기장군 길천마을지구 대피소인 월내초등학교는 바다와 직선거리가 12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대형 태풍에도 운동장이 물에 잠기는 등 지진해일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월내초등학교 주변에 사는 주민 이 모(62) 씨는 "2003년 태풍 매미 때 집 안방까지 물이 차올랐다. 일본처럼 큰 쓰나미가 오면 학교고 뭐고 남아나겠나"며 고개를 저었다.
시는 'E-30 계획'에 의해 마련된 대피소 이외에도 매뉴얼에 따라 초등학교 등 102개를 '지진 재난 대피소'로 지정해 놓았지만, 이 가운데 5개가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심층기획팀=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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