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레.....촌에선 ‘소구레’라고 한다. 울 마누라는 나보고 입이 짧다고 이야기한다. 다들 인정 안 하는 말이지만 나도 분명 못 먹는 게 있긴 하다. 난 아직 홍어 삭힌 것과 고래고기를 잘 먹지 못한다. 창녕 장날에 집안 형님이 수구레 국밥을 사준다. 첫숟가락 들기도 전에 냄새에 질렸다. 내 입에 맞는 맛이 아니다. 마치 예천 용궁 순댓국 먹는 기분이었다.
현풍에 가서 수구레를 한번 먹어보란다. 맛이 영 다르고 쥑여준다는 말이다. 현풍엔 자주 가는 곳이라 난 약간 의아했다. 왜 수구레국밥 이야기를 못들었지??? 하긴 현풍곰탕에만 꽂혀있었기에.....근데 그래도 그렇지. 현풍에 사는 놈에게 물었더니 그 답이 바로 나왔다.
“난 임마, 수구레 싫어해....”
현풍시장엘 갔더니 수구레 국밥집이 보인다. 근데 여러 집이 있어 아무 곳이나 들어갈 수 없어 현풍에서 잘나가는 아줌마에게 전화했다. 어느 집이 원조인지 물었더니 수구레국밥 못 먹는단다. 그래서 어느 집이 원조인지도 모른단다. 수구레 먹으러 여기까지 왔다는 말에 이해 못 하겠다는 투로 핀잔을 준다. 할짓 더럽게 없다고.
식당 앞에서 인터넷 검색을 했다. 방법이 없지않는가. 그랬더니 두 집이 유명하다고 나온다. ‘현대’와 ‘장세미’
내가 몰랐던 이야기도 있다. 현풍 수구레 국밥이나 창녕수구레 국밥집이 같다는 것이다. 창녕 장날엔 현풍 현대식당이 창녕에 가서 장사한다는 이야기다. 그럼 맛이 똑 같잖아. 일단 먹어 봐야 맛을 아니깐 현풍에선 ‘장세미’집 수구레 국밥을 먹어보기로 했다. 완전히 진국이었다. 역한 특유의 수구레 냄새도 똑 같았다. 할머니는 나를 보더니 잘 처먹게 생겼는지 먹고 모자라면 더 주겠단다. 갖은 향신료를 다 넣어서 엊기로 먹었다. 싫어하는 사람은 싫어할만 한 음식이다. 이 냄새와 맛에 길들여 진 사람들은 이 맛에 먹을테고.
창녕장날. 수구레 국밥집 천지이다.
현풍 수구레 국밥집
정말 뻘건 돼지고기국인줄 알았다. 얼마나 비쥬얼이 뛰어나든지 군침이 절로 났다.
정말 먹음직 스럽다
인정사정없이 옆에 있는 모든 것을 따 때려 넣어야 했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첫댓글 현풍 수구레국밥 먹으러 갔는데 기름이 둥둥 떠있어 영 입으로 들어가지 않았어요. 저는 겨울철만 되면 사골을 고는데 수구레를 좀 많이 사서 삶아 찟어서 사골국에 넣어 먹어요.
현풍장은 저희 부부모임에서 자주 가는 곳인데 여인들은 아직 수구레국밥을 정복하지 못했습니다.
오후에 가면 수구레국밥이 이미 동나고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다시 가 보는 현풍장엔
없는 것 빼곤 다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