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웃음쟁이
"금호강에 왜 왔노"
"이래 좋은데 우째 안 오노"
금호강 다리난간에 대각선으로 걸터앉아
펄럭이고 있는
플래카드에서 유혹하는 얘기처럼
오지 않고는 못 배길 듯
근무가 끝나기가 무섭게 숨도 쉬지 않고 뛰다시피 달려왔다.
토요일 오후 도착하니
주 무대에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지역 가수들이 하나둘 감미로운 목소리로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한두 곡 듣다 보니 평소 들어본 적이 없는 금지 씨의 금호강에 대한 노래가 흥겨운 가락을 타고 흘러나온다.
"그 옛날 금호강에 배를 띄워라,
달은 밝은데
침산정 바라보며 놀던 임아
유채꽃 향기에 젖어”
흥얼흥얼 나도 모르게 콧소리로 따라 불렀다.
나 자신이 북구민이라서 그런지
"금호강 북구 40리" 제목이 말해주듯 노랫말이 참으로 정겹고 예쁘기만 하다.
금호강 바람 소리길
여기에 온 이유는 단 하나다.
평소에 금호강을 걸으며
하중도를 몇 번씩이나 오고 갔지만
정작 금호강 바람 소리길은 아직 걸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마침 축제라고 하니 걷기라면 만사를 제쳐둘 만큼 좋아하는 나인지라 대구를 사랑하는 시민의 일원으로써 응원도 할 겸 한몫을 보태고 싶어서 왔다.
축제 주 무대가 설치된
산격대교에서 하중도까지 4, 8km를 혼자서 걸었다.
계획은 하중도까지 갔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꽤 거리가 있다 보니 걸어가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떠올린다.
먹고 사는 생각에서 시작하여 아이들의 미래 더 나아가 앞으로의 건강문제까지
소소한 일상 같지만 하나하나 마음에 안 켕기는 데가 없다.
사람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렇다지만
서민들의 애환은 세상 다하는 날까지 끝이 없는 거 같다.
걸어가며 지나간 내 삶을 되돌아보고 또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어쩌면 한발 내딛는 걸음 자체가 내게는 일종의 마음 수양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루함을 느낄세라
앞뒤로 심심치 않게 빨강, 파랑 자전거가 찬바람을 쉬익 소리내며 달리고
빨강, 노랑 원색의 재킷을 예쁘게 걸치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하나둘 어깨를 맞부딪칠 때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부지런히 지나간다.
더없이 맑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바람은 강둑을 넘어 사각사각 소리 내어 불어왔다.
강바람을 동무 삼아 걷노라니
새롭게 단장한 금호강 공유지에는
물억새가 출렁이며 춤을 추고
햇빛을 머금은 강아지풀이 보석처럼 빛을 발하며 바람결에 살랑거리고 있다.
하얀색, 자주색, 연분홍색 코스모스 삼 형제가 서로 자기를 봐 달라고 손짓을 해대니 하중도에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코스모스와는 전혀 색다른 느낌을 주고 훨씬 이쁘게 보인다.
햇살 따스한 가을날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며 걷다보니 어느사이 하중도에 도착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위해
활짝 웃는 코스모스를 찿느라 요란을 떤다.
여러번 다녔기에 근성으로 대충 둘러보고는 계획대로 버스를 타고 돌아갈까 하다가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4,8km를 다시 간다.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니
조금전에 빠뜨리고 지나쳤던것들을
마치 숙제를 검토하듯 더 자세히 둘러본다.
역시나 조금전 몇번이고 마주쳤던 노란꽃
알듯 모를듯 해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았다.
뚱딴지라는 노란 꽃
꽃이나 잎이 전혀 감자같지않은데
뿌리가 감자처럼 생겼다해서
일명 돼지감자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금호강가에는 수 없이 엄청 많이 피었다.
꽃 이름을 알아챈 순간
"그래 뚱딴지"하고는 입에서 피식하고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어쩌면 내가 지금 뚱딴지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좋다.
행복이 별거있더냐. 내 마음이 즐거우면 그것으로 족한것을, 꽃이 웃는게 아니라 사실은 내가 웃고 있는것이다.
(봉이)
금호강 축제
축제 주 무대
강아지풀
뚱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