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선대법회 특집, 대진 스님이 말하는 '금강경' 선공부
"분별심을 놓으라"
사진은 2004년 서울 보문사에서 열린 대진 스님의 금강경 강의를 경청하고 있는 불자들.
“방아를 다 찧었느냐?”
“다 찧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키질만 하면 됩니다.”
그날 밤 늦게 오조홍인 대사는
혜능 행자를 자기 방으로 불러들여 아무도 모르게 <금강경>을 강의했다.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應無所住而生其心).”
혜능은 이 구절에 이르러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이날 밤 홍인 대사는 혜능을 선종의 제6조로 정하고 전법의 징표로 가사와 발우를 물려준다. 육조혜능 스님과 <금강경>과의 기연이다.
“본종의 소의경전은 <금강경>과 전등법어로 한다”는 조계종헌의 규정에서 보듯 〈금강경〉은 조계종의 소의경전이자, 불자들이 가장 많이 읽는 경전 중의 하나이다. 선종을 표방하는 조계종이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택한 것은 “한 곳에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말고, 항상 머무르지 않는 마음을 일으키고, 모양으로 부처를 찾거나 보지 말 것을 강조한 정신” 때문이다.
또 인욕, 보시바라밀 등을 강조한 〈금강경〉 실천행 역시 소의경전으로 만든 이유 중 하나에 포함된다. 육조혜능 스님이 <금강경>으로 깨친 후 중시한 것도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서울 보문사에 매년 ‘선(禪)으로 본 <금강경>강의’를 개최해 선객들의 주목을 받은 대진 스님(백장암선원)은 “<금강경> 법문을 듣고 기억하거나 더 알려고도 하지 말고 지금 이 자리에서 무심(無心), 무념(無念)이 되는 것이 <금강경>을 바로 듣는 것”이라고 말한다.
스님은 “불법과 세간법에 대한 집착, 열반과 해탈, 깨달음이란 모든 개념을 내려놓고 순결한 텅빔 속에서 침묵과 휴식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금강경> 공부의 요체라고 말한다.
다음은 대진 스님의 <금강경> 강의에서 요약한 마음 공부법이다.
■ ‘지금 여기’서 설해진다
<금강경>은 2500년전의 한때(一時)만 설해진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서 설해지고 있다. 삶에 대한 헐떡임과 욕망, 갈망이 모두 사라졌을 때 부처님의 맑고 빛나는 눈동자와 고요한 숨소리를 느낄 수 있다.
귀와 의식을 활짝 열면 <금강경>의 어느 한 구절이 여러분을 일깨울지 모른다. 모든 시비와 분별심을 내려놓고 침묵 속에서 법문을 듣는다면 <금강경>이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통해 설해진다.
모양으로 부처를 찾거나 보지말고
순결한 텅빔 속에서 집착없는 삶을
■ 깨달음은 마음과 무관
‘깨달음의 마음’이란 없다. 오히려 깨달음은 마음과 무관하다. 진여심이나 평상심과 같은 마음은 없다. 그런 말들은 대상에 집착하지 말라고 가설한 명칭이다. 이 마음의 이면에 뭔가 있다고 허망한 생각을 버리라. ‘무심(無心)’을 삼독(탐진치)이 없어진 마음이라 말해서는 안된다. 무심이란 말 그대로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마음이 있는 한 성인과 범부, 선과 악, 번뇌와 보리가 한결같을 수 없다. 마음이 사라져야만 이러한 분별심이 사라진다. 깨달음은 무심이 주는 선물이다. 일심이 아닌 무심, 일념이 아닌 무념, 진심과 보리심이 아닌 무심이 돼야 한다.
■ ‘어떻게’ 하려는 순간 이미 어긋난다
깨달음에서 ‘어떻게?’란 말은 붙을 수 없다. 어떤 의도와 노력으로 자기를 뜯어고치고 향상시키려는 몸부림을 멈추고 침묵 속에서 휴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깨달음은 이미 주어져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고 찾아 헤매는 동안은 깨달음은 없다. 진정한 휴식이 찾아올 때 깨달음의 꽃은 피어난다.
<사진> 대진 스님
■ 깨어있는 찰나찰나가 축제
깨달음과 열반은 저 멀리 설정된 이상향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깨어있다면 찰나찰나 축제가 될 것이다. ‘날마다 좋은 날’이 되기 위해서는 아상(我相)을 내려놓아야 한다. 열반은 이미 주어져 있다. 여러분은 이미 생사를 넘어서 있다. 이 순간 이렇게 피어있다. 내가 있다는 한 생각이 없다면 삶의 애착과 고통, 중생이라는 생각, 열반의 세계가 모두 허구이자 꿈일 뿐이다.
■ 머물 곳을 찾지 말라
여러분은 한시도 멈추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몸의 세포와 맥박은 물론 생각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니 안주할 곳을 찾는 순간 무덤이 된다. 이것이다 싶어 잡으려 할 때는 이미 어긋난다. 머물지 않고 집착이 없을 때 늘 살아있게 된다.
■ 마음은 조복할 대상이 아니다
마음을 항복시키려 하지 말아야 한다. 몸을 항복받은 후 자기 마음과 싸움을 하지만, 이는 자신을 서서히 죽이고 새로운 아집을 형성한다. 존재하지 않는 마음과 왜 힘들여 싸워야 하는가. 하늘 높이 날아 오를 기회의 시간은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고 침묵 속에서 귀기울일 때 주어진다.
■ 자아의식 버릴 때 참된 보시 가능
‘내가 있다’는 자아의식(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이 발동하면 자비심도 사라진다. 이 자아라는 특성은 자기자신 보다 소중한 것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와 분리된 자아의식이 있는 한 외롭고 빈곤하다.
한 생각이 일어나더라도 형색에 머물지 말고 보시해야한다. 아무 조건없이, 타인의 삶을 그대로 인정한 채 나를 잊고 보시해야 한다.
■ 선 관련 학술서 안내
<고려말 나옹의 선사상 연구> 효탄 스님(민족사) 1만2천원
<고려후기간화선연구> 조명제(혜안) 1만8천원
<공의논리(깨달음총서17)> 가지야마 유이치(민족사) 6천5백원
<남방불교의 위빠사나와 북방불교의 간화선 의식> 활안 스님(불교통신교육원) 8천원
<논어와 선(깨달음총서45)> 한토다이가 외(민족사) 5천5백원
<대승경전과 선> 김호성(민족사) 1만8천원
<대혜종고선사와 간화선> 한정섭(불교통신교육원) 8천원
<묵조선연구> 김호귀(민족사) 2만원
<새롭게 쓴 선종사> 오키모토 가쓰미(불교시대사) 6천원
<서양철학과 선> 에리히 프롬 외(황금두뇌) 7천원
<선과 21세기> 석원영(들꽃누리) 6천6백원
<선과 깨달음> 박건주(운주사) 8천5백원
<선과 노장> 쉬샤오위에(운주사) 1만2천원
<선과 동방문화> 한국불교학술교류회 1만8천원
<선과 문학> 신규탁(장경각) 4천5백원
<선과 서구문명> 진각 스님(불교정신문화원) 1만2천원
<선과 일본문화> 야나기다세이쟌(불광) 6천원
<선과 정토(깨달음총서25)> 후지요시지카이(민족사) 5천5백원
<선의 세계> 고형곤(운주사) 1만3천원
<선의 역사와 사상> 성본 스님(불교시대사) 1만5천원
<선의 연구> 서전기태랑(명문당) 2천5백원
<선이야기> 일지 스님(운주사) 8천원
<선학의 이해> 현각 스님(여시아문) 1만5천원
<선학의 황금시대> 서돈각(천지)1만5천원
<여래선> 홍씨우핑 외(운주사) 2만원
<여래장사상> 정호영(대원정사) 6천5백원
<운문선 연구> 원공 스님(토방) 1만5천원
<유식사상과 여래장과 선> 김현두(아나) 1만원
<지눌의 선사상> 길희성(소나무) 1만5천원
'불립문자'를 읽는다, '깨닫기 위해'
설선대법회 특집, 경전과 선어록 읽기와 간화선
참선 수행자들은 책을 통해 바른 안목을 갖추는 방편을 터득해야 한다.
“부처님과 조사 스님들이 아무리 전함 없이 전했다 해도, 전해주는 상황이나 연유를 몰라서야 된단 말인가?”
11 세기 중국 송나라 시대에 선사들의 이야기 모음집인 <경덕전등록> 편집에 참석한 장락정앙(長樂鄭昻) 스님은 선의 체험은 전할 수 없지만, 선사들이 깨닫게 된 상황과 전후 사연은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어록의 존재이유를 밝힌 대목이다.
선사들의 깨닫기까지의 수행과, 깨달은 순간들의 상황을 기록한 선어록. 왜곡된 ‘불립문자(不立文字)’의 견해를 따르는 이들은 선어록을 우리 말로 공부한다든지 해석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최근 선어록이 깨달음의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판단아래, 선어록 공부 모임이 늘고 있다.
물론 선어록 공부는 단순히 선종 어록을 읽고 뜻을 풀이하는데 그치는 알음알이 공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선어록 해설과 설법을 통해 자칫 빠지기 쉬운 삿된 견해에서 벗어나 바른 안목을 갖추고, 이를 토대로 반야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마음의 문을 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깨닫는 일이야 수행자가 주체적으로 해야 하지만, 그것을 유발하는 동기 유발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선어록 공부는 이제 참선 수행자들의 인기있는 공부 방편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어록과 간화선 수행의 상관성에 대해 성본스님(동국대 선학과 교수)은 이렇게 설명한다.
“간화선이란 당대 선승들에 의해 이루어진 선문답(대화)을 읽고 일상생활 속에서 불법의 지혜를 체득하는 수행입니다. 법을 토대로 수행하고 공부하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들은 바는 많은데 이를 체계화하지 못합니다. 구슬은 많은데 꿸 실이 없는 것이죠. 경전은 바로 이 불법의 씨줄과 날줄을 형성하는 것으로, 경전을 읽음으로써 불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바탕을 닦을 수 있습니다.”
바른 안목 갖추는 방편, 공부 모임 늘어
뜻풀이에 그치는 '알음알음' 초월해야
역대 선사들은 경전을 읽는 ‘간경(看經)’과 선어록을 읽는 ‘간화(看話)’로 불법의 대의와 다양한 지혜를 체득하도록 했으며, 조실 스님들은 정기적인 상당법문(示衆)으로 수행자의 안목을 열어주었다. 선어록은 일상생활 속에서 전개된 구체적인 사건과 사례를 통해서 누구나 쉽게 불법의 정신과 사상을 생활 속에서 깨닫고 실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참선 수행자들이 애독해 온 경전과 선어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역사적으로도 가장 인기를 끈 참선 공부의 교과서는 단연 <금강경>과 <육조단경> <서장> <벽암록> <임제록>일 것이다.
이밖에도 <선요> <선문촬요> <몽산법어> 등 많은 선어록들이 참선 공부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 선가에서 많이 읽는 어록들의 핵심 내용을 알아보자.
☞ 참선 수행자들이 읽어야할 선서
■ 서장(書狀)
본래 제목은 <대혜보각선사서(大慧普覺禪師書>. 선문의 요지를 직접적이고도 철저하게 설명해, 공부하는 스님 사이에는 “<육조단경>을 스승으로, <서장>을 도반으로 삼는다”는 말이 전해왔을 정도다. 수록된 62편의 서신 가운데, 스님 2인, 여성 1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당대의 지식인이자 관료와 주고받은 편지글이다. 대혜 선사는 책에서 “익숙한 것은 서툴게 하라. 그리고 서툰 것은 익숙하게 하라. 수행이란 한마디로 그것밖에 없다”고 말한다.
■ 선요(禪要)
선(禪)의 요체에 대한 설법집이다. 고봉스님의 도를 깨친 후 20여년간 설법했던 것을 시자 지정(持正) 스님이 기록하고 직옹 거사가 편집하여 <선요>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총 29장으로 되어있으며 “큰 뜻(大志)을 세워 ‘현묘한 관문(玄關)’을 꿰뚫을 것”을 종지로 한다.
■ 선문촬요(禪門撮要)
조선 중기 휴정(休靜) 스님이 달마(達磨) 이래의 여러 선사들이 선학의 지침으로 삼았던 글을 모은 선학서. ‘마음이 부처’임을 밝힌 역대 조사들의 골수 법문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 신심명(信心銘)
3조 승찬 스님의 저술로 선의 극치를 불이중도(不二中道)로 보아 모든 대립과 차별, 시비와 득실의 망념을 떠나 평등 자재한 경지에 머무른 것을 설한 선시이다. 선승들에게 널리 읽혀 초기 선사상 형성에 기여했다.
■ 몽산법어(夢山法語)
송나라 몽산덕이, 동산 숭장주, 고담 및 고려의 나옹스님 등 5사의 설법 11편을 엮은 것으로 고려말 혜각스님이 ‘환산정응 선사가 몽산에게 주신 법어’ 등으로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것이다. 근대에 들어 경허·용성·혜암 스님이 몽산법어 강설을 했다.
■ 진심직설(眞心直說)
보조국사의 저술로 사람마다 본래 갖추고 있는 참마음(眞心)의 명칭과 본질, 미망의 근원, 참마음을 드러내고 증득하는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 혈맥론(血脈論)
보리달마의 혈맥이 견성성불(見性成佛)에 있음을 문답형식으로 논술하고 있다.
■ 관심론(觀心論)
마음 보는 법을 기술한 초기 선종의 어록이다.
■ 보리달마사행론(菩提達摩四行論)
도(道)에 이르는 두 길, 곧 이입(理入)과 행입(行入)을 제시하고 행입에 다시 보원행(報怨行, 전세 원한의 대가를 치르는 실천), 수연행(隨緣行, 인연에 따르는 실천), 무소구행(無所求行, 바라는 마음이 없는 실천), 칭법행(稱法行, 진리대로 살아가는 실천)의 네가지 실천을 말하고 있다.
■ 최상승론(最上乘論)
홍인 스님의 저술, 문답형식으로 수심요결을 밝힌 동산법문의 어록이다.
■ 완릉록(宛陵錄)
당나라 황벽희운 스님이 완릉 개원사에서 한 설법을 제자 배휴가 엮은 어록이며 요지는 즉심시불(卽心是佛)이다.
■ 전심법요(傳心法要)
문답체의 황벽희운 선사의 어록이며 요지는 심즉시불(心卽是佛)이다. 달마선종의 정통사상과 육조 혜능의 식심견성(識心見性)의 돈교법문(頓敎法門)이 담겨있다.
■ 선경어(禪警語)
명나라 박산무이가 참선할 때 생길 수 있는 병통과 대치방법을 제시하고 선승들을 경책하기 위하여 지은 글이다.
■ 수심결(修心訣)
보조국사의 저술로 마음 닦는 요결을 논술하되 정혜등지(定慧等持)의 필요를 말하고 돈오점수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
보조지눌 스님이 거조사에서 정혜결사를 맺고 결사의 이념과 수행의 지침을 밝힌 선언서. 형상에 집착하고 명리에 골몰하는 당시의 불교교단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시작하여 명리를 버리고 산림에 은둔하여 습정균혜(習定均慧)에 힘쓰고 달사진인의 고행을 본받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 간화결의론(看話訣疑論)
보조지눌 스님의 저술. 화엄원교 법계의 걸림없는 연기가 매우 뛰어난 사상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사구를 벗어나지 못하니 대혜종고가 제창한 경절의 활구를 참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고려 천책이 편찬한 것으로 ‘선과 교를 분별하는 문’ ‘여러 강사들이 수긍하고 귀의하는 문’ ‘군신들이 존중하고 신앙하는 문’ 등 3문으로 나눠 당시 쟁점이 된 선과 교의 갈등을 선에 의하여 교를 포섭하여 회통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 선교석(禪敎釋)
조선 휴정 스님의 저술. 묘향산 금선대에서 제자 행주, 유정, 보정 스님등 3인을 위하여 여러 조록과 사례등을 인용하여 선과 교를 판석하되 교가의 원교와 돈교조차 교외벌전의 선가에 미치지 못함을 지적하고 있다. 김재경 기자
[출처 : 현대불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