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9차 경기도 연천 고대산(2024.3.7.)
오늘은 경기도 연천의 고대산을 다녀왔습니다. 연천은 휴전선을 접하고 있는 최북단 지역입니다. 도착하니 눈이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좋지 않아 아래에서 숲길 걷기나 할까 하다가 이선영, 김영분 두 분이 가는 것에 용기를 내서 올라갔습니다. (사실 이 두 분은 같이 산행을 그렇게 했어도 성함을 몰라서 오늘 결례를 무릅쓰고 이름을 물었습니다. 찍은 사진을 보내기 위해서 전화번호도 알아야 했으니까요.)
눈이 오고 게다가 안개까지 끼어서 멀리 경치는 볼 수 없었지만 신선이 된 느낌이기도 하였습니다. 정상에 가까워지니 폭설은 아니지만 거의 함박눈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선영 대원은 아직 처녀의 감정을 벗지 못했는지 눈이 오는 것을 보고 정말 처녀처럼 좋아하더군요. 정상에 가기 전에 점심을 먹는데 눈이 반찬에, 밥에 내려앉아서 밥에 눈을 비벼 먹는 꼴이었습니다. 추운 줄도 눈을 맞으며, 눈을 반찬 해서 먹는 것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재미가 눈 때문이 아니라 내 앞에 있는 두 처녀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점심을 먹고 보니 벗어놓은 배낭에 눈이 소복이 쌓여 있더군요.
겨울 산행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눈이 아니겠습니까? 눈 산행도 여러 가지입니다. 멋진 설경으로 눈으로 보는 눈 산행, 눈은 아니지만 눈보다 더 눈부신 상고대를 보는 산행, 그리고 오늘처럼 눈을 맞으며 하는 산행이 그것입니다. 몇 주 전 태기산 설경은 정말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저 지난주인가 남원 만행산의 상고대도 정말 대단했지요. 이렇게 보면 우리 목요 천봉은 올해의 겨울 산행의 세 가지 백미를 다 경험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고대산은 매우 가파른 산이었습니다. 대부분 산길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지만 이 고대산은 올라갈 때는 계속 오르막, 내려올 때는 계속 내리막이었습니다. 산 정상에서 백마고지가 보인다고 했지만 오늘은 눈과 안개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곳곳에 분단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지형지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여기가 우리의 최북단이지만 통일이 되어 저 백두산을 남쪽에서 올라갈 수 있는 날을 그리워해 보았습니다. 백두산에서 보는 설경,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내려오니 맛있는 컵라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총무님이 무슨 묘수를 부렸는지 농간을 부렸는지 어떤 분이 아이스크림값으로 10만 원을 쾌척하셨다고 자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추운 날에 아이스크림 먹기는 좀 거시기해서 다음 주에 백설기를 제공하겠다고 하더군요.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천봉은 돈복이 터진 것 같습니다. 다음 주에는 방석하 고문님의 거금 백반원으로 거하게 점심을 먹여 주겠다고 합니다.
오늘도 참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첫댓글 3월에 함박눈 너무 멋진 하루입니다. 비가 오리라 예상하고 별 기대 안했었는데 눈이 내리니 데크길만 걸어도 한껏 운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4주째 연속 궂은 날씨, 다음주엔 맑음을 기대해 봅니다. 총장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가파른 산길을 모두 안전하게 다녀오신 대원님들 우리의 자랑입니다. 휴전선이 그려저있는 안내문이나 6.25 격전지이었다는 표지를 보면서 우리지방에서 느끼지 못한 진한 안보에 대한 여러생각을 하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