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감(망개)나무 추억 - 어느 겨울 눈 내리는 날 밤 TV에서 망개떡장사를 보면서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가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어서 큰 밑천이 들 것 같지도 않았고 떡상자를 물지게처럼 매고 이골목 저골목 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되는대로 파는 모습이 노마드 같아서 마음이 더 끌렸다.
망개떡이 생소해서 다움(Daum)에서 검색해보니 '망개나무잎으로 싸서 찐 떡'이라는데 전국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었다. 다시 망개나무를 찾아보니 우리 고향에서는 맹감나무라고 부르는것아었다. 그런데 그 잎으로 떡을 만드는 것을 본적이 없었으나 영남이나 중북부에서는 많이 사용된단다. 맹감나무는 한국, 중국 등에 널리 분포하여 사는 다년생초본이란다. 열매는 술을 담궈먹기도하고 뿌리는 토복령이라하여 약재로도 사용된단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맹감나무가 그렇게 다양하게 쓰이는 것을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어렸을 때는 맹감잎으로 떡을 쩌먹는 것도 맹감열매로 술을 담구는 것도 뿌리를 토복령이라고 약재로 쓰는 것도 알지 못했었다. 내가 아는 맹감나무는 잎모양이 타원형으로 겉이 동백잎처럼 윤기가 번지르하고 열매가 익으면 빨간 구술같아서 늘 갖고 싶었었다. 이 된 여름에 맹감나무를 생각한 것은 어렷을 때 맹감잎으로 했던 여러가지 놀이들이 생각나서이다.
여름날 소먹이려(소뜯기려)가는 길에는 여러 추억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요새같이 더운 날 찾게 될 시원한 우물샘과 지금쯤 한창일 맹감잎이 생각난다. 동네 아그들이 소를 끌고 뒷동산으로 모여들면 일단 소들을 커다란 소나무들에 묶어두고는 씨름, 일본씨름, 고상받기 등 가지가지 놀이를 했다.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목이 말라서 헐떡거리면 자연히 찾아가는 곳은 우리 할머니 때부터 길러다 먹었다는 뒷재들샘이었다.
들샘은 동네 뒤편 낮은 산자락에 있었는데 커다란 화강암으로 장방형모양으로 에워싸이고 샘 안쪽으로는 초록이끼가 무성히 자랐다. 샘바닥에서는 시원한 샘물이 사시사철 솟아났었고 흘러넘치는 물은 산골논으로 흘러내렸다. 운동이 끝난 다음 너나없이 들샘으로 달려가서는 배꾸리를 널따란 바위에 딱붙이고 엎드려서는 목을 기린처림 내려뜨려 천하에 시원한 물을 꿀꺽꿀꺽 마셨다. 그 아랫것들은 형아들 물먹기가 끝난 다음 형아들이 발목을 잡아주면 형아들이 했던 것처럼 목을 떨구어서 그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먹었다.
그런데 좀 점잖은 아그들은 샘 주변에서 구해온 맹감잎을 오구려 국자처럼 만들어서 쥐고는 팔을 내려뜨려서 샘물을 길러서 마시기도 했었다. 물을 뜰 때는 욕심껏 맹감잎국자에 가득 채웠지만 입에 까지 오는 도중 질질 흘려서 막상 입에 들어가는 몇 방울 안되었다. 그래도 반복해서 길러마시다보면 이내 갈증이 풀렸다.그리고 목줄기를 타고 배까지 흘러내리는 물줄기로 시원함이 그만이었다. 그리고 어떤 고약한 형아들은 소나무 그늘아래 앉아서 맹감잎에 물 떠오르기를 시키기도 했었다
그런가하면 맹감나무 잎으로 어떤 친구는 왕관도 만들었다. 맹감잎을 한잎씩 또 한잎씩 맹감줄기에 꽤메어서 머리에 쓰기도 했었는데 줄기에 기시가 있어서 조심해야했다. 그래도 손재주가 좋은 친구가 만든 것은 마치 왕관같기도 해서 王놀이도 했었고 또 올림픽월계관 같아서 친구들이 서로 돌려가면서 써보기도 했다. 마치 우승한 선수처럼 손을 치켜들어 폼을 잡았었다. 점차 장난이 심해지면 쉽사리 망가져부렀다. 그래도 다음 날 또 만들었다.
또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라서 누구나 神農씨가 되었던 것 같다. 맹랑한 아그들은 연녹색 옥구슬 같은 맹감열매을 입에넣어 깨물어보다가 보기와는 달리 시금털털하다고 하면서 뱉어냈었다. 허기야 가을철에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또 먹어보지만 맛은 여전히 없었으며 육질은 퍽퍽했었고 어르신들은 회충이 생긴다고 못먹게 했었다. 그래도 빨간 열매가 마냥 아까워서 주머니에 넣어 집으로 가져가서 동생들에게 주기도 했었다. 그리고 빨간열매를 줄기채 꺽어서 억새꽃, 노오란 탱자와 함께 묶어서 큰방 문지방에 걸어두기도 했었다.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러서 그 시절의 친구들은 모두 객지로 나가고 늙어져서 소식도 없다. 그런데 그 시원했던 뒷재들샘물은 여전히 솟아오르고 맹감(망개)잎은 그 옛날처럼 여전히 번지르르한지 궁금하다. 그리고 올 여름에도 우리고향 아이들은 옛날 우리 처럼 맹감잎놀이를 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