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 23,1.4-11.15-16.27.34ㄴ-37; 마태 13,54-58
찬미 예수님
오늘은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 기념일입니다. 비안네 신부님은 1786년 프랑스에서 태어나셨고, 1859년 73세의 나이로 선종하셨습니다. 신부님은 성심껏 고해성사를 주셨고 가난과 겸손의 삶으로 전 세계 본당 신부의 주보 성인으로 선포되셨습니다.
제가 2001년부터 교구 성소 담당 신부를 2년 했는데요, 성적이 부족한 학생들이 신학교에 가겠다고 오면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그 성적으로는 어렵겠다”고 말하면 항상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누굴까요? “비안네 신부님은 공부 못하셨지만 훌륭한 신부님 되셨잖아요.” 그럼 저는 이렇게 되묻습니다. “너도 하루에 열여섯 시간씩 고해성사 줄 수 있니?”
왜 항상 누군가의 단점은 이야기하면서, 성인으로 사신 그 삶은 본받으려 하지 않는 것일까요? 비안네 신부님이 공부 못하셨다는 것은 알면서, 열여섯 시간씩 고해성사 주셨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요, 그럼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 각오와 정성으로 지금 공부를 해….” 비안네 신부님은 아주 열심히 공부하셨고, “훌륭한 성직자가 되는 방법은 훌륭한 신학생으로 사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셨습니다.
비안네 신부님은 공부를 못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인해 기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당시 라틴어로 이루어지던 신학교 교육을 잘 따라가지 못하셨던 탓이 큽니다. 신부님은 어렵게 사제 서품을 받으신 직후에도 고해성사를 집전할 수 있는 권한은 유보되셨었는데, 역설적으로 한평생 고해성사를 주시는 것이 가장 주된 일과가 되셨습니다.
겨울에는 11시간, 여름에는 16시간 고해성사를 주셨고, 한 해에 2만 명 정도가 찾아와 고해성사를 청했다고 합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고해성사 주는 게 많이 힘든가 보다’라고 생각하실까봐 말씀드립니다. 저는 고해소에서 은총 체험을 많이 하고 있고, 또 제가 사제가 되어 가장 중요한 일은 미사 드리고 고해성사 드리는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고해성사 자주 하시면서 ‘이것이 신부 괴롭히는 일’이라고 전혀 생각지 마시고, ‘신부가 해야 할 일 하게 해 주는 것이다’ 생각하시고, 또 그것이 ‘신자의 권리’라는 점을 생각하시고 편하게 성사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교황님께서는 2019년에 비안네 신부님 선종 160주년을 맞이하여 사제들에게 서한을 보내셨는데, 그중 몇 말씀을 함께 나눠보고자 합니다.
1. “우리가 시련을 겪거나 나약해지거나 자신의 한계를 인식할 때, ‘무엇보다 최악의 유혹은 그 문제만 계속 곱씹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우리는 우리의 시각과 판단력과 용기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 감사는 언제나 ‘강력한 무기’입니다.…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모든 것에 대하여 묵상하고 진심으로 감사드릴 때에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삶과 사명을 쇄신할 수 있는 생기를 주시도록 성령께 자신을 맡겨 드릴 수 있습니다.”
2. “현실에, 교회에, 또는 우리 자신에 대해 실망했을 때, 달콤한 슬픔에 젖어 들고자 하는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동방 교부들은 이를 권태라고 불렀습니다. … 이러한 슬픔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슬픔은 우리 귓가에 대고 ‘늘 그렇게 해 왔잖아.’라고 나지막이 속삭이면서 악과 불의를 점점 더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합니다. 슬픔은 불만과 적의를 품게 하여 변화와 회개를 위한 모든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달콤한 슬픔이 우리 삶이나 우리 공동체를 엄습할 기미가 있을 때,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확고한 마음가짐으로 성령께 … 청합시다. 부활하신 주님의 … 말씀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합시다.”
3. “때로는 역사의 먼지 자욱한 길에서 동떨어져 우리 자신과 우리 일만 신경 쓰며 안주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투쟁하고 기다리며 사랑하려 하지 않고 단지 후회와 불평, 비난과 조롱이 우리 행동을 지배하기도 합니다. 그런 때에 성모님을 바라봅시다. 성모님께서는 … 모든 ‘티끌’을 우리 눈에서 씻어 주시어, 당신 백성 한가운데에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기념할 수 있게 해 주실 것입니다.”
첫댓글 달콤한 슬픔이 유혹이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