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닭을 울게 하고 진흙소를 북치게 한다 - 2
월산스님
다음날 새벽 월산 조실스님께서 미리 새벽예불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길이었고, 나는
예불을 하러 가는 도중에 서로 마주쳤다. 내가 절룩절룩절룩 더 심한 시늉을 하니
월산 조실스님께서 합장을 하며 머리도 숙이고 허리도 숙이면서,
"예, 예, 예."
하며 하인이 주인을 대하듯 뒤로 물러서며 무서워 쩔쩔쩔 매는 시늉을 했다.
나는 얼른 절룩절룩절룩임을 멈추고 월산 조실스님께 선 채로 큰 절 세 번 올리면서
말했다.
"만산 만달이 풀잎마다 돌멩이마다 가득하니, 풀잎마다 돌멩이마다 만산 만달을 가득
토합니다."
월산 조실스님께서 합장을 하며 빙그레 웃으시면서 말했다.
"그대가 만산 만달이니 천하가 항상 밝고, 그대가 만 풀잎 만 돌멩이니 천하가 항상
풍년이구나."
나는 다시 선 채로 월산 조실스님께 큰절 세 번 올리고 대웅전으로 향했다.
또한 그날 석굴암 대중방에서 월산 조실스님과 석굴암 여러 대중스님과 객승 몇 분과
객승인 나도 함께 막 점심공양 후 다과를 하며 이런저런 격의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문득 월산 조실스님께서 나에게 물었다.
"그대 은사님은 누군고?"
"무명승(無名僧)입니다."
순간 월산 조실스님도 석굴암 여러 대중 스님도 몇 분 객승스님들도 객승인 나도 동시에
하하하하하! 하고 한바탕 격의 없는 웃음바다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