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외씨버선길 탐방의 마지막 코스인 13길 '관풍헌가는길'을 걸으러 간다
외씨버선길 13길 '관풍헌가는길'은 본래 '김삿갓면사무소'에서 출발하여 영월읍 영흥리 소재 '관풍헌'에 이르는 24.6km의 거리이지만
지난번 외씨버선길 12코스 탐방 때 13코스 일부 구간을 추가로 걸었기 때문에 오늘은 각동교(13-5 지점)에서 시작하여 관풍헌에 이르는 15.8km 구간만 걸으면 된다
오전 9시 들머리 도착
각동교(13-05 지점) ~ 고씨동굴등산로 사거리, 3.4km, 약 1시간 20분 소요
초반 각동교에서 사모개에 이르는 2.7km 구간은 평지나 다름 없는 숲길 또는 완만한 경사의 포장길로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이후 사모개에서 고씨동굴등산로까지 올라서는 0.7km 구간은 경사가 있는 까칠한 너덜길로 인하여 다소 힘들 수 있으나 울창한 원시의 숲을 걸어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오늘 탐방은 남한강을 가로질러 김삿갓면 진별리와 각동리를 잇는 '각동교' 서단에서 약 2백여 미터 떨어진 595번 지방도(외씨버선길 13-5 지점)에서 좌측 산길로 올라서면서 시작된다
오늘도 무더운 날씨와 탐방로의 난이도 등을 감안하여 A코스와 B코스로 나누어 진행한다. A코스 탐방인원은 10명
많지 않은 인원이라 사진을 찍으며 일행과 보조를 맞춰 걷기에는 버거울 수 있겠다
외씨버선길 졸업 구간을 출발하는 우리 일행을 환송이라도 해주려는 듯 칡넝쿨로 멋지게 단장한 터널길을 통과하면서 일단 기분을 '업'시키고...^^
서서히 걸어 들머리에서 2백여 미터 지점에 이르니 수풀 사이로 '각동교'가 눈에 들어온다
각동교는 남한강을 가로질러 김삿갓면 진별리와 각동리를 연결해 주는 다리다
최근에 내린 장맛비의 영향인지 남한강 물은 온통 황톳빛으로 변해 있다
힘들것이라는 걱정과는 다르게 탐방 초반 울창한 숲 사이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걸으며 잠시나마 여유의 시간을 가져 본다
길론골에서 흘러내린 길론천?을 건너고...
탐방로는 최근에 예초작업을 했는지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사람의 왕래가 적어 여름철에는 수시로 예초 작업을 하지 않으면 금방 풀숲으로 변하겠다
들머리에서 숲길로 약 1km 쯤 들어오니 '외씨버선길'과 '운찬고도' 안내표지목이 서 있는 지점에 도착한다
안내표지목을 지나면서 탐방로는 널찍한 시멘트 포장길로 변한다. 길론마을로 들어서는 길론길이다
길 가의 으름넝쿨에는 으름이 주렁주렁...
으름을 '토종 바나나'라고도 하지만 나는 아직 으름을 먹어보지 않아 그 맛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
기회 있을 때 군데군데 흐드러지게 익어가는 산딸기를 따 먹으며 원기를 충전하고...ㅎ
이제 산딸기도 제철을 지났는지 단맛이 앞선 구간에서 먹었던 것만 못하다
누리장나무
나무에서 누린내가 난다 하여 누리장나무라고 부른다는데 누리장나무를 몇 번을 지나쳤어도 색다른 냄새를 맡아보지는 못한 것 같다
길론마을
길론(吉論)은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염원으로 만들어진 지명이라고 한다
'외씨버선길 13길'과 '운탄고도 1길'은 영월 읍내의 팔괴교를 건널 때까지는 같은 코스로 진행하기 때문에 어떤 표지목을 따라 걷더라도 알바할 염려는 없다
한여름 뙤약볕에 길론마을로 향하는 그늘 없는 포장길을 걸으려면 힘들고 지루할 수 있겠다
오늘은 다행히 뙤약볕은 아니지만 날씨가 습해 등줄기가 벌써 축축하다
동네가 한적하여 완전 자연인은 아니더라도 세상 걱정 없이 조용히 살기에는 좋겠다
빈집 같은데... 한 번 알아봐?^^
언덕길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지난 구간에서 끼고돌았던 '마대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형적으로 마대산은 지금 올라서고 있는 태화산의 동남쪽에 위치한다
옥수수밭을 끼고 이어지는 정겨운 마을길을 걸으며 여기가 강원도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옥수수는 전국 어디서나 재배되고 있는 작물이지만 '옥수수'하면 강원도가 먼저 연상되는 건 나만의 선입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같은 옥수수라도 대규모로 경작하는 옥수수보다는 밭이랑 사이 또는 밭둑에 무심하게 심어 놓은 옥수수가 훨씬 더 맛있어 보인다
들머리에서 2km 지점
'메꽃'은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개인적으로 올 들어 처음 본 것 같다
힘들고 지칠 때는 고개 숙이고 땅만 보고 걷기...^^
포장도로 끝~~~. 약 25분 동안 길론 마을길 포장도로만 따라 올라왔다
마대산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포장도로에서 벗어나 비포장 임도길을 2~3분 올라서니 널찍한 공터가 나온다
안내표지목을 보니 여기가 '사모개'란다
'사모개'란 지명이 특이하여 집에 와서 지명의 유래를 찾아봤으나 걸맞은 유래를 찾을 수가 없다
다만, 영월문화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삼옥리(三玉里)'에 대한 지명의 유래에서 '사모개'라는 단어가 언급되지만 삼옥리는 여기와는 상당히 먼 거리에 있어 이곳 사모개에 대한 설명은 아닌 것 같다
'영월읍 삼옥리'는 영월읍에 있는 봉래산과 완택산 사이로 흐르는 동강 주변에 있는 마을이다
삼옥리(三玉里, 사목)
본래 寧越郡 川上面지역으로 면 소재지는 '평마을'에 있었다. 1914년 3월 1일 행정구역 조정으로 땍빼리(닥바우), 번재, 사지막, 송이골, 벌말, 상촌, 먹골, 성안, 섭사, 웃구룬(길운)을 합하여 '삼옥리(三玉里)'라고 하였다.
삼옥의 자연 부락에는 사지막(砂地幕), 섭사(涉砂)등 모래와 관계된 지명이 많이 있듯이 이곳은 입자가 가는 모래가 많은 갯가 이므로 '사모새→사모개→사목→삼옥'으로 그 지명이 변하였다.
즉, 원래의 땅이름은 물결에 밀린 모래가 쌓인 보드랍고 고운 모래가 많은 동네이므로 '사모개'라 하였다. 그러나 이곳 사람들은 삼옥을 '山如玉, 水如玉, 人如玉'이라 하여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마을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동쪽은 연하리, 서쪽은 영흥리, 남쪽은 덕포리와 접해 있으며 현재 3개 행정리 140여 가구에 560명의 주민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출처 : 영월문화원]
호두
사모개를 뒤로 하고 다시 숲으로 들어서면 이제부터 제법 까탈스러운 원시의 산길이 기다리고 있다
풍혈지대
뜻밖에 계곡에 풍혈지대가 있더 바위 틈새로 불어 나오는 서늘한 바람으로 무더위로 흠뻑 젖은 땀을 식혀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진다
다래나무와 이끼 낀 바위, 양치식물로 가득한 계곡길은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숲 그대로다
힘들 때는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물소리만 들어도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군데군데 너덜길에서는 낙엽이 많이 쌓이는 계절이 되면 탐방로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우와~ 물속에 잠시 앉아 있다 갔으면 좋겠다
'사모개'에서 10여 분을 걸으니 계곡 가운데에 '산신바위'가 보이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작고 초라하다
산신바위(괴목(槐木))
샘골과 새터 사이에 있다. 마을에 큰 괴목(느티나무)이 있었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앞에는 커다란 거북바위가 있어 구암(龜岩)이라고도 했다
옛 길은 길론을 거쳐 사모개, 동지모둑, 팔괴로 연결된다.
계곡에 장엄히 내려앉은 이 바위는 길을 걸어가는 옛사람들이 염원을 담아 돌을 던져서 바위 위에 돌이 올라앉으면 아들을 낳게 해 준다고 하여 산신바위라 한다.
그런데 밑도 끝도 없이 산신바위 해설판에 '괴목 (槐木)'마을에 대한 해설은 왜 써놓았을까?
집에 돌아와 영월군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괴목(槐木)'에 대한 지명유래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이 쓰여 있다
"괴목(槐木) : 샘골과 새터 사이에 있다. 마을에 큰 괴목(槐木, 느티나무)이 있었으므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앞에는 커다란 거북바위(龜岩)가 있어 '구암'이라고도 했다.
지도를 확인해 봐도 '괴목'마을은 태화산 남쪽 자락 남한강 위쪽에 있는 마을로 길론마을 상단에 위치한 이곳 '산신바위'와는 상당한 거리에 있는 마을이다
아마도 해설판을 바꿔 세우는 과정에서 담당자의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과거의 해설판에 쓰여진 내용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산신바위
이곳은 옛날 각동에서 흥월, 팔괴를 거쳐 영월읍으로 가는 옛 길로써 우마차가 다닐 정도의 대로였으며 화전민의 삶의 기록이 담겨 있는 길이다
옛 길은 길론을 거쳐 사모개, 동지모둑, 팔괴로 연결된다.
계곡에 장엄히 내려앉은 이 바위는 길을 걸어가는 옛사람들이 염원을 담아 돌을 던져서 바위 위에 돌을 던져서 돌이 올라앉으면 아들을 낳게 해 준다고 하여 산신바위라 한다.
무심한 바위 하나에도 의미를 정하여 고단한 삶의 길에 잠깐의 여유와 행복을 빌었던 것 같다
바위에 돌을 던져 얹으면 아들을 낳게 해준다는데 바위에 얹혀진 돌은 보이지 않는다. 요즘은 '아들 < 딸'이라서 그런가?^^
그런데 이렇게 경사진 계곡길이 과거에는 우마차가 다닐 정도의 대로였다고?
제 몫을 다하고 쓰러진 고목은 다시 자연을 살리는 밑거름이 되고, 있는 그대로 숲의 일부분이 된다
숲은 짙은 녹음으로 가득하고, 그 숲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소리가 시원하다
이끼 낀 너덜길을 걸을 때는 조심조심...
ㅎㅎ 우리 대장님, 맨 후미로 가는 주제에 온갖 참견 다하며 느려터지게 따라오는 '진상'을 데리고 가느라 복장이 터진다.^^
가는 듯 마는 듯 기어가는 달팽이 모습이 딱 나를 보는 듯.ㅋ
능선 위로 올라서는 마지막 계단
들머리에서 1시간 20분 걸려 10시 20분 고씨동굴등산로 사거리에 올라선다.
첫댓글 운탄고도 1 구간을 갔을 때나 이번 외씨버선길 13구간인 관풍헌 가는길에서나 태화산 줄기를 가지 못했네요.
앞으로도 가지 못할 듯 싶네요.
대신 강바우님의 작품을 이렇게 감상하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