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茶山)의 경제사상과 창조경제와의 융합
2013.5.13
현재 세계경제는 장기 침체국면이고 한국경제도 불황과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3년 4월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매킨지(Mckinsey)는 지난 14일 "지금 한국 경제는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 같다"며 "신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는 추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고 미국의 외교매체인 포린폴리시도 17일“멈춰버린 기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한국의 경제 성공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가 표방하고 있는 창조경제란 결국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경제전반에 걸친 비합리적 행태를 제거해 경제혁신을 하자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향후 5년간 131조원을 들여가며‘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주요 정책 목표는 우선 공직기강을 확립해 나가는 터전 위에서 경제성장 동력을 살려 내고 그동안 우리경제에 만연했던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동반성장 차원에서 과감히 혁파하고, 아울러 사회전반에 만연된 4대악을 청산하고,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탈세를 뿌리뽑겠다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한국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이러한 난제들을 창조적으로 슬기롭게 헤쳐 나가자는 취지에서 제도개선과 경제살리기로 집약해서 생각해 볼 수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탄생 250주년을 맞은 다산(茶山,정약용1762~1836)의 실학사상을 통해서 그가 실학자로서 이루고자 했던 국가 개혁론과 경제사상에서 창조경제의 답을 찾아 볼 수있을 것이다.
첫째로 다산의 개혁론에는 근대정신에로의 접근이 뚜렷하다.
다산은 그 당시 공리공담으로 흐른 성리학을 비판하고 현실적인 목민사상을 강조하였고 모든 부분에 있어서 불합리한 요소는 과감히 제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항상 진지하고 냉철하게 현실문제에 접근하려 했으며 알프레드 마샬교수가 말한바와 같이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Cool head but warm heart) 정치.사회 현상을 인식하려고 했다. 그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개혁이 요청될 때에는 단호하게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제.사회현상을 분석하는데는 냉철하게, 그 해결책은 정열적으로 강구한 개혁론자였다.
농업을 중시한 다산은 주요산업의 국영론(농업), 토지의 균등한 배분, 조세의 효율적인 관리 주장 및 토지독점에 의한 부의 편재를 비판하고, 효율적이며 부의 평등한 복지사회를 그의 이상국가로 삼았다. 경제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통해서 그 대안을 제시한 것이 위대하다.
공직자의 청렴과 기강확립은 언제나 중요한 덕목이다. 이번 박근혜대통령 미국 방문시에 불거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은 국가의 품격을 사정없이 추락시켜 버렸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한 순간에 추락하여 감옥으로 가는 것을 볼때 공직자들의 비리는 예나 지금이나 반드시 척결해야 할 대상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다산은 공직을 함부로 맡지 말라,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목민관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자기관리(律己), 공(公)을 받드는것(奉公), 민(民)을 사랑하는 것(愛民)을 들고 있다.
둘째로 다산의 경제사상을 보면 그 당시 국가경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농업부문 이외에 중국으로 부터의 선진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였고 더 나아가 상업.광업. 대외무역 등 기타의 산업부문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특히 다산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부국강병해지는 길이라고 했다. 다산은 그 당시 수원 화성 축조공사에 거중기를 직접 개발하여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예산을 많이 절감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 과학기술과 IT(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는 것과 상통한다 하겠다. 다산은 민생문제 해결의 기본적인 열쇠는 토지제도의 개혁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만성적인 악폐에 시달리고 있는 농촌사회와 국가를 구제할 수있는 이상적인 전제(田制) 개혁을 주장했다. 핵심은 농사짓는 사람만이 토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원칙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부동산 실명제법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지만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때 보면 대부분의 공직자들이 주민등록 위장전입 등의 방법으로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하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은 사례가 빈번하다. 그의 경자유전의 법칙은 오늘날에도 우리나라 농지제도의 기본 철학이 되고 있다.
다산은 상업의 임무는 원활한 물자유통에 있으므로 일반 백성들에게 꼭 필요한 소금 같은 필수적인 식품은 백성들이 쉽게 구입할 수있어야 하며 만약 그것을 국가의 좋은 수입원으로 삼아 독점하는 것은 악행이라고 비판하였다. 오늘날 시장경제 하에서의 매점매석의 폐단을 거론한 것이다. 현재도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가공식품 업체들이 지난 5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속내를 보면 현재 매출 1조원 넘는 독과점 식품업체들이 멋대로 가격을 올려 자기 배만 불린 것으로 들어났다. 특히 상위 20개 식품업체들은 4년 만에 이익이 45%나 늘어 났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와의 ‘갑.을’관계에서 파생되는 불공정거래 행위의 폐해도 심각하다. 다산의 독점에 대한 반대는 고전경제학의 자유경쟁원리와 비슷한 것으로서 그의 민본사상은 국가근본을 백성에 둔데 있다.
다산이 주장하는 조세행정론은 하부로는 농민들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상부로는 국가재정의 손실을 방지하려는데 기본 목표를 두고 있는 것이다. 그는 조세제도가 잘못된 것은 조선의 토지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박근혜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을 내 걸었다. 지하 경제의 규모가 커지면 경제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사회의 도덕적 기반을 침식하는 등 폐해가 크기 때문이다.
다산 경제사상의 근본 이념은 부(富)의 균등한 분배에 있다. 오늘의 시각에서 본다면 양극화 해소 차원이다. 다산은 유아(幼兒)나 노인 및 불구자 병자들이 재정적인 면에서 자립할 수 없을 때 국가가 이를 구제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빈부의 격차를 국가의 개입에 의하여 해결하려는 복지체제를 강구함으로서 평등한 복지국가를 건설하려 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복지제도의 전형이라 하겠다.
다산(茶山)의 시기에는 삼정(田政, 軍政, 還政)이 문란한 시대상황이었다. 삼정의 문란은 국가재정을 파탄으로 몰고 가는 형국이어서 동시에 사회불안 요인도 그만큼 가중되게 되었다. 그는 당시의 정치.사회 현실을 “터럭 한 끝에 이르기 까지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고 진단하고 지금에 와서 개혁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나라가 망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다산의 저술에 일관된 경제사상은 막스웨버에 못지 않는 경제윤리관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바로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문제를 개선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긴요한 기본철학이 되고 있다. 다산 이후(1表2書) 20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의 경제사상이 서구경제사상과 같이 정교한 경제이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낱 고전(古典)이 아닌 오늘날 한국의 창조경제를 이끌어 가는데 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겠다.
- 성범모/ 경제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