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해봅시다
|
19-10-09 02:02
물빛 36집 원고 / 정정지
목련
조회 수 202 댓글 0
자화상
여고 시절에
밤이 늦도록 수를 놓았다
한 땀 한 땀 놓다보면
작품이 완성되었다
하루하루를 살면서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아주 조금씩 붓질을 하고 있다
내가 세상을 하직하는 날
완성될 자화상
안개에 싸였던 날
태풍 불던 날
별빛 유난히 반짝이던 날
모두 그 속에 들어있다
한적한 산골에 핀
하얀 구절초를 그리고 싶은데
오늘은 군청색 물감이
붓 끝에 묻어있다
시
멀리 있어
더 반짝이는 바다
물길 따라 흐르다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다
앞을 막는 산을 돌아가노라면
흔적조차 없다
지름길은 보이지 않는
그에게로 가는 길
조약돌 쓰다듬으며
마른 땅 적시며
해오라기에게 말 걸기도하며 가는 길
이리 흘러 가 닿기엔
너무 먼 바다
노을에 취한 하늘이
얼굴 붉어질 때쯤엔
먼 길 돌아
그의 품에 안겨보고 싶다
무너지는 봄
목련이 지고 있다
긴 기다림 끝에
내 곁으로 돌아온 지 며칠
눈보라 견디며
다부지게 준비한 속마음 드러내지 않더니
작심한 듯 가만히 열어 보이던
상앗빛 미소
그립던 마음
풀어놓을 틈도 없이
서둘러 떠난다
비로소 시작된 봄이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제비꽃이 힘껏 받쳐보지만...
선물
춥고 바람마저 불고 있었다
마음도 얼어붙었다
그가 품안에서
말 한 마디 꺼내서 건네주었다
화장기 없는 따뜻한 말
얼음 뚫고 여린 순이 돋더니
언 땅을 조금씩 녹이고
가지 벋고 꽃도 피웠다
요한스트라우스의 봄의 왈츠가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가을 오면 씨앗을 받아야겠다
손이 찬 누군가에게 나눠 줄
꿈의 대화
오카리나 선생님이
새로운 악보를 주셨다
꿈의 대화 악보는
캄캄하고 거대했다
열릴 때까지 두드려야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세계
어느 날 처음 미소 짓더니
살며시 열어 보여주는 속살
한무리 나비가 날아올랐다
자맥질하듯
날개옷이 미풍에 흔들리듯
허공을 헤엄쳐다니는
환한 저 물결
귀를 막고
어쩌다 그 길로 접어든 후
돌아오는 길을 잃은 사람이 있다
길 아닌 길을
길이라 우기는 흔들리지 않는 저 자신감
천길 낭떠러지
까마귀 울음만 가득한 그곳을 향해
안간힘 쓰며 가고있는 사람
혼신의 힘을 다 해
그를 부르는 소리
메아리 되어 돌아오고
점점 멀어져가는 그
카페 게시글
작품토론방/옛자료
물빛 36집 원고 / 정정지
꽃나비달
추천 0
조회 3
24.09.02 08:02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