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開運寺遇雨 개운사에서 비를 만나다
崔濯斯 呂奉岩 李石儂 崔迺隱 皆在坐.
최탁사, 1) 여봉암, 2) 이석농, 3) 최내은 4)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1)
聽雨民憂移 빗소리에 백성의 근심 떠나고
我詩世慮銷 나의 시는 세상염려를 녹이네.
簷端生急深 처마 끝에선 급하게 쏟아지니
溪曲有崩橋 개울에 굽이쳐 다리 무너질라.
家在客刀近 집에는 객도가 가까이 있어도 5)
獅如太行遙 사자는 태행산처럼 멀리 있네. 6)
將送咸兒去 장차 아이들을 모두 보내거든
南涯付信潮 남녘서 조수에다 편지 보내소.
(2)
谷漲水都隱 골짜기 넘치면 물속에 다 숨고
山深日影銷 산이 깊어 해 그림자 사라지네.
邦憂如灑楫 나라걱정은 노를 씻는 것 같고
鄕信似虹橋 집에서 오는 편지 홍교와 같네. 7)
山好緣城在 산 좋으면 도성도 따라 생기고
家因庇雨遙 비 막아주니 멀어도 내 집이라.
吾曺皆斷飮 우리 마을이 술을 다 끊는다면
面上罕紅潮 얼굴 붉히는 일은 막아 주리라.
_____
1) 최탁사(崔濯斯/ 1858-1927): 1902년에 안수 받은 한국 최초의 개신교회 목사이며 정동교회 최초 한국인 담임자를 지낸 최병헌(崔炳憲) 목사의 호(號)가 탁사이다.
2) 여봉암(呂奉岩): 봉암은 여병현(呂炳鉉/ 1867-?)의 호. 일찍이 일본, 1896년에는 미국 하바드대학, 또 영국 할레이 대학에서 3년 수학하고 귀국, 배재학당에서 영어교사와 영국 영사관 통역관, YMCA 창립 이사 등을 지냈다.
3) 이석농(李石儂): 석농이 전주출신 이석한(李錫漢)의 호인데 불확실하다.
4) 최내은(崔迺隱): 최두영(崔斗榮)의 호(號)가 내은이다.
5) 객도(客刀): 흔히 쓰는 것 말고 여유로 노는 칼이다.
6) 사여태행요(獅如太行遙): 사자는 태행산과 같이 멀리 있다는 표현인데, 앞의 칼이 들어간 구절에 대(對)로 삼아서 사냥할 대상으로 나타냈으니 필시 시인의 마음에는 무엇인가 공격해야할 목표물을 암시하는 것 같다. 칼도 집에 가까이에 있으나 목표물인 사자는 공격의 거리가 아닌 아주 먼 곳에 있어 잡기가 어렵다는 말이 된다. 이백(李白)과 같은 옛 시인들이 가기 힘든 길이라는 ‘행로난(行路難)’의 제목으로 쓴 시문에 태항산을 언급했으니 멀고 힘든 곳이라는 의미를 암시한다.
7) 홍교(虹橋): 무지개처럼 굽어진 모양의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