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 섬나라 정취(水國巨濟情趣) > 2012년 作 /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조선 초기 옛사람들은 거제도의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해 수많은 시(詩)를 남겼다. 광활한 수평선 위에 크고 작은 섬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어선은 만선의 기쁨에 휘날리는 깃발 꽂고 달린다. 어부의 노랫소리 해풍에 실려 오고 그윽한 바다에 복사꽃 가득하니 곧 여기가 신선이 사는 선경(仙境)이다. 아래는 <경상도 여지도서 거제부읍지(1759년) 음영(吟詠)편>에 실려 전하는 조선초기 거제풍경을 읊은 한시들이다.
하연(河演,1376~1453) 선생은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자는 연량(淵亮), 호는 경재(敬齋)ㆍ신희옹(新稀翁), 본관은 진주(晉州)이다. 태조 5년(1396)에 문과에 급제하여 집의, 대사헌, 좌찬성,좌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하고, 편서에 『경상도지리지(慶尙道地理志)』, 『진양연고(晉陽聯藁)』가 있으며, 저서로는 『경재집(敬齋集)』이 있고 시호는 문효(文孝)이다. 1449년 고현성 축조에 큰 역할을 하신 분이다. 아래 시는 1425년(세종 7)에 경상도관찰사로 부임시 경남 남해안을 순행하다가, 견내량 동쪽해안(현 신거제대교)에 위치한 거제도 무이루(撫夷樓)에서 지은 한시(漢詩)이다.
1) 무이루(撫夷樓) / 하연, 1425년.
古島衣冠異 옛 섬은 의관이 다르고
元戎號令新 원융(元戎)의 호령은 신(神) 같도다.
葦航通北路 갈잎 배는 북쪽 길과 통하고
獷俗接東鄰 거친 풍속은 동쪽 이웃과 접했네.
海晏妖氛息 바다가 고요하니 요사한 기운 그쳤고
時淸化日新 시대가 청명하니 교화가 날로 새롭다.
一區烟火足 한 구역에 연화(煙火)가 흡족하니
盡是太平民 모두 다 태평성대 백성이어라.
◯ 세종 초기 거제도는 새로운 변화를 맞아 역동적인 환경에 놓이게 된다. 세종즉위년 상왕 태종과 세종이 대마도 정벌을 단행하여 왜구를 퇴치하니 예전에 육지로 피난 간 거제민과 왜구의 잦은 약탈에 숨죽여 살아가던 거제도민이 함께 황폐해진 땅을 일구어, 풍요로운 태평성대를 맞는다. 먼저 수군진영이 신설되고, 이어 섬에 관청이 들어선다. 온 거제섬이 태평성대를 맞이한 어느 해, 가을색이 빼어나고 산천초목이 향기로울 때, 집집마다 밥 짓는 연기 가득하다. 멀리 나간 푸른 파도가 거제의 용(龍)과 함께 돌아와 덩실덩실 춤을 추니, 산자락 가을 구름 멈춰서고 석양빛 머금은 금빛물결 빛난다. 아래는 이 당시의 거제도 풍치(風致)를 읊은 한시들이다.
2) 경상우수영 기성(거제)에서 읊는다(右岐城詠) / 이범(李範,1535~?).
烟花開千戶 연화(煙火)는 온 마을에 피어나고,
桑麻蓋四鄰 상마(桑麻)는 사방을 덮었네.
海山秋色秀 바다와 산에 가을 색이 빼어나고,
洲橘晩香新 물가에 열린 유자는 늦게까지 향기가 새롭네.
3) 거제군산삽해(巨濟群山揷海) / 이범(李範)
群山揷海淺還深 여러 산이 바다에 꽂힌 듯 얕았다가 깊었다가
頃刻能晴又易陰 잠깐 사이 개였다가 또 쉽게 그늘지네.
誰倚船窓夜吹笛 누군가 밤에 선창(船窓)에 기대어 피리 부는지,
滿船風雨老龍吟 배에 가득한 비바람에 늙은 용이 읊조리는 듯.
4) 조접부상만리회(潮接扶桑萬里回) / 송처검(宋處儉, 세종 세조때 문신).
山從見乃千峯斷 “산은 견내(見乃梁)를 따라 천 봉우리가 솟아났고,
潮接扶桑萬里回 파도는 부상(동쪽바다)에 닿았다가 만리 길 돌아온다.”
연분도구만조회(煙分島口晩潮回) / 이근(李覲, 세조때 문신).
天接海門秋水遠 “하늘은 해문[海門]에 닿은 듯 가을 물결이 멀고,
煙分島口晩潮回 연기는 섬 어귀를 가르고 늦은 파도 돌아오네.”
◯ 이근(李覲)선생은 세조5년 1월에 왕명으로 <잠서주해(蠶書註解>를 편찬했다. 세조5년 1459년 8월 대사성을 지낸 송처검(宋處儉)이 일본국 통신사로 임명되었을 때, 당시 서장관은 이근(李覲)이었다. 예물을 가지고 일본으로 가서 우리나라에 없는 서적 등의 물건을 사오게 하였다. 이 분들이 대마도로 출항할 때 거제도 견내량을 거쳐 지세포에서 대기했다가, 대마도에 도착 일본본토로 갔다. 1460년 10월6일 새벽에 100여명이 세척의 배에 나누어 타고 일본국왕선2척 대마도왜선2척과 함께 출항하였으나, 큰 풍랑을 만나 두 분 다 행방불명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