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실 강지영씨라는 분이 누군지 모릅니다.
단지 어제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고,
이분의 삶이 나와 너무 닮아 있어서 소개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반세기 이상을 완벽주의자라는 테두리에 갇혀 능력이 되면 되는대로 완되면 되게하려고
발버둥을 치면서 살았고 결국 나에게 남은것은 신체적 육체적 아픔뿐이였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강지영씨의 글에 깊은 공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아, 나 지금 진짜 황홀하다’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보통은 거창한 성공을 거두었을 때나, 수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을 때 그런 기분이 들 거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내가 노력한 만큼 눈부신 결과가 나오고, 세상이 나를 향해 엄지를 들어 올릴 때 말이죠.
그런데 방송인 강지영 씨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요,
정작 본인이 꼽는 가장 빛나는 순간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거창한 무대 위에 있지 않았습니다.
스포트라이트가 꺼지고, 세상이 요구하던 빽빽한 기대감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찾아온 진짜 자신의 이야기.
오늘은 조금은 솔직하고, 그래서 더 마음이 가근해지는
강지영의 ‘거의 황홀했던 순간들’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처음 화면에 나왔을 때 강지영 씨의 모습을 기억하시나요?
도도해 보이는 인상에, 당차고 빈틈없이 똑 부러지는 전형적인 엘리트 아나운서의 모습이었죠.
미국에서 회계사 시험까지 합격했던 인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남들이 보기엔
그야말로 모든 걸 다 가진 사람, 늘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뒤에 숨겨진 그녀의 실제 속마음은 완전히 달랐다고 해요.
화면 밖의 일상은 매일매일이 얼음판 위를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했습니다.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 '남들 눈에 내가 조금이라도 부족해 보이면 어쩌지' 하는
깊은 불안함 때문에, 정작 뉴스 원고를 쥐고 있는 손은 늘 경련이 일어날 것처럼 떨리고 있었습니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너무나 크다 보니, 오히려 제 실력을 반도 보여주지 못하고
밤마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던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어졌죠.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될까?" "남들은 저렇게 화면에서 자연스러운데,
왜 나만 이렇게 유난히 뻣뻣하고 어색할까?"
방송이 끝난 뒤 텅 빈 스튜디오를 빠져나오며,
그녀는 매일 밤 스스로에게 옥죄는 잣대를 대곤 했습니다.
남들에게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단 한 번도
따뜻한 칭찬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날들이었습니다.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방송국이라는 공간에 서 있으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단 한 번도 편안하게 숨을 쉬거나 웃어보지 못했던 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녀의 삶에 아주 작지만 결정적인 균열이 찾아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완벽해야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스스로 만든 감옥의 창살을 조금씩 깨부수기 시작한 거죠.
앵커 브리핑을 맡아 진행하고, 여러 다양한 예능과 시사 프로그램들을 넘나들며
시청자들과 만나다 보니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움직이고 울리는 건, 단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매끄러운 멘트나
완벽하게 연출된 표정이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오히려 약간의 인간적인 빈틈,
그리고 그 빈틈을 채우고 있는 솔직한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때부터 강지영 씨는 멋있어 보이려는 마음, 잘해 내야 한다는
어깨의 짐을 하나씩 내려놓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인정하고, 떨리면 떨리는 대로, 혹시나 말이 꼬이거나
틀리면 겸허하게 수용하면서 어깨에 들어가 있던 억지 힘을 뺀 겁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건요, 어깨와 목에 들어가 있던 팽팽한 긴장의 힘을 빼고 나니까
그동안 보이지 않던 주변의 풍경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나를 불안하게 바라보던 시선 대신, 함께 방송을 만들어가는 동료들의 따뜻한 눈빛이 보였고요.
스튜디오 안을 채우고 있던 정겨운 공기, 그리고 TV 화면 너머에서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비로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책을 통해, 그리고 자신의 삶을 통해 말하는 ‘황홀함’은 세상을 흔들 만한
대단한 뉴스 기삿거리나 화려한 수상 소감이 아니었습니다. 하루 동안
나를 짓눌렀던 긴장되는 생방송이 무사히 끝나고, 퇴근길 캄캄한
차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나지막이 틀었을 때 밀려오는 조용한 안도감.
타인의 차가운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 하루도 내가 내 삶을 진심으로
잘 버텨냈구나' 하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뿌듯함.
그게 바로 강지영이 온몸으로 느꼈던 '거의 황홀한 순간'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완벽하게 단 한 점의 오차도 없는 상태를 '황홀함'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진짜 일상은 늘 조금씩 삐걱거리고 부족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그녀는 결점 없는 완벽한 황홀이 아니라, '거의 황홀한' 그 소소하고
한 끗 차이인 일상의 순간들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조금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시련이 오면 오는 대로 내 삶을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너그러운 마음이 생긴 것이죠.
지금 이 글을 듣고 계신 여러분의 오늘 하루는 과연 어떠셨나요?
혹시 타인이 정해놓은 눈높이와 기준에 나를 맞추느라, 혹은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완벽이라는 무거운 틀에 갇혀 너무 지치고 다치진 않으셨나요?
강지영 씨의 삶과 글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하는 위로는 생각보다
아주 간결하고 명확합니다.
조금 틀려도 괜찮고,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돌아서 가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어깨의 힘을 살짝 빼고, 고생한 나 자신을 가만히 다독여줄 때,
비로소 우리 삶에도 '거의 황홀한' 아름다운 순간들이 조용하게 스며든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퇴근길에, 혹은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여러분만의 '거의 황홀했던 순간'을 한 번 가만히 떠올려보시면 어떨까요?
남들이 쳐주는 요란한 박수 소리보다 훨씬 더 소중한 건, 오늘 하루라는
시간을 무사히 잘 견뎌낸 나 자신에게 건네는 아주 따뜻한 미소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