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4]
소쇄원 느티나무의 꿈
서우당 이성칠
그림자 하나 믿고 지난 세월 돌이키니
내 주인 양공(梁公)인 줄 진즉 알았더라면
이 자리에서
천년을 꿈꾸진 않았으리
갈바람에 더디 우는 대 그림자
상하지(上下池)에 먼지 없는 군자일 뿐
48영* 이름마저 못 올린 몸
빈손으로 뒹군지 얼마큼이냐
흘러간 수백 년
그때 묵객(墨客)이야 다시 올리 없으려니
남도땅 한 뙈기 빌려
독불장군 젖어도 보았네
땅의 전령사 뉘인 줄 아는 그대 만나
한없는 길손들 그림자로 품어준
천년목의 꿈
드디어 49영에 닿아 여름을 덮는다
* 소쇄원 48영(瀟灑園 四十八詠)과 느티나무: 1548년에 쓰여진 하서 김인후의 작품. 每 詠마다 詩題가 있고 다시 오언 절구로 20자의 한자로 씀. 그 내용은 소쇄원의 내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느티나무는 일반적으로 홰나무로 지칭되지만, 소쇄원에서는 48영 제24영 ‘의수괴석倚睡槐石’ 에서 ‘개미에게 물릴까 봐 두렵다’라는 구절과의 관련성으로 보아 느티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곳에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점과 소쇄원 내의 여러 곳에 느티나무가 식재된 점 등이 이를 더욱 뒷받침해 준다. 시인은 느티나무를 사랑하고 가장 오래된 보호수들을 지켜봐 왔기에 새로이 제49영으로 느티나무를 시제로 명확히 하고픈 마음을 그려보았다.
[퇴고. 3]
소쇄원 느티나무의 꿈
서우당 이성칠
그림자 하나 믿고 지난 세월 돌이키니
내 주인 양공(梁公)인 줄 진즉 알았더라면
이 자리에서
천년을 꿈꾸진 않았으리
갈바람에 더디 우는 대 그림자
상하지(上下池 )에 먼지 없는 군자일 뿐
48영* 이름마저 못 올린 몸
빈손으로 뒹군지 얼마큼이냐
흘러간 수백 년
그때 묵객(墨客)이야 다시 올리 없으려니
남도땅 한 뙈기 빌려
독불장군 젖어도 보았네
땅의 전령사 뉘인 줄 아는 그대 만나
한없는 길손들 그림자로 품어준
천년목의 꿈
드디어 49영에 닿아 여름을 덮는다
* 소쇄원 48영(瀟灑園 四十八詠)과 느티나무: 1548년에 쓰여진 하서 김인후의 작품. 每詠 마다 詩題가 있고 다시 매영 마다 5언절구로 20자의 한자로 쓰여짐. 그 내용은 소쇄원의 내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느티나무는 일반적으로 홰나무로 지칭되지만, 소쇄원에서는 48영 제24영 ‘의수괴석倚睡槐石’ 에서 ‘개미에게 물릴까 봐 두렵다’라는 구절과의 관련성으로 보아 느티나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그곳에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점과 소쇄원 내의 여러 곳에 느티나무가 식재된 점 등이 이를 더욱 뒷받침해 준다. 이에 시인은 느티나무를 사랑하고 가장 오래된 보호수들을 많이 봐왔기에 49영에서 명확히 하고픈 마음을 그렸다.
[퇴고. 2]
소쇄원의 느티나무
이성칠
그림자 따라 살던 이 몸
진즉 알았더라면
이 자리에서 천년을 꿈꾸진 않았으리
갈바람 더디 우는 댓잎처럼
한낱 먼지없는 빗자루였다면
48영 기대어 낙엽만 떨구었을까
흘러 온 기백년
떠난 임 되돌아온다면
남도땅 한뙤기 빌려 낙락장송이나 되었을 걸
천지인 그 가운데
오가는 얼굴들 길목에서 그늘로 살았으니
천년의 꿈 깨어지더라도 벗님 되어 남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