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일자리냐 ‘시위 일자리’ 논란이냐…서울시의회, 전장연·민주당 ‘사회적 대타협’ 놓고 격돌민주당,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조례 추진…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시위 중단 선언국민의힘 “장애인 노동권은 보장하되 혈세가 특정 단체 활동에 쓰여서는 안 돼”손목닥터9988 지원 대상 논란까지 겹치며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지원’ 형평성 쟁점 부상
'서울시의회가 장애인 노동권 보장과 공공일자리 정책을 둘러싸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4일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선언하면서, 장애인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제도화하는 조례안의 처리와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 중단을 맞바꾸는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장애인의 노동권과 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조례로 제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해당 사업이 과거 운영 과정에서 집회·시위와 캠페인 등에 편중됐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시위 중심 일자리’가 부활할 가능성을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핵심은 단순한 정당 간 정치공방이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일자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장애인의 권리를 어떻게 실질적인 고용과 자립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논쟁이다.
과거 사업에서 드러난 ‘50.4%’의 문제
서울시는 과거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운영하면서 최중증 장애인에게 노동 기회를 제공하고 장애인 권익옹호·문화예술·인식개선 등의 활동을 수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지난 3년간 참여자의 직무활동 가운데 50.4%가 집회·시위·캠페인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이를 사업 효과와 공공성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2023년 사업을 종료한 뒤 2024년부터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특화일자리 사업으로 개편했다.
사업 규모도 논란의 한 축이다.
2023년 사업 종료 당시 서울시는 약 58억원의 예산으로 393명의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후 서울시는 기존 사업을 특화일자리로 전환하면서 2026년에는 약 6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380명의 최중증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논쟁은 ‘장애인 일자리를 줄이느냐 늘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일자리를 만들어야 장애인의 삶이 실제로 달라지는가가 핵심이다.
민주당 “권리 보장 위한 노동” vs 국민의힘 “공공일자리의 본질 지켜야”
민주당 측은 권리중심공공일자리가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고 사회 참여를 확대하는 노동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일자리라면 정치적 집회나 특정 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오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민주당과 전장연 측은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는 캠페인과 집회·시위 역시 사회적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노동이라고 보는 반면, 서울시와 국민의힘은 공공재정으로 지원되는 일자리라면 보다 명확한 직무 기준과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이미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결국 시민들이 확인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장애인의 권리 증진이라는 공익적 목적과 공공일자리의 직무 수행을 어떻게 구분하고 조화시킬 것인가다.
‘사회적 대타협’에도 정치적 논란은 계속
24일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민주당이 조례안 통과를 추진하고 전장연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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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조례안 통과 약속과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중단 선언이 맞물린 것을 두고 ‘정치적 거래’라는 취지의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단순히 정당 간 공방으로만 볼 경우 중요한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노동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동시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이동권과 일상 역시 보호받아야 한다.
어느 한쪽의 권리가 다른 시민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방식으로 실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시민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손목닥터9988까지 겹친 ‘서울 생활인구’ 형평성 논란
같은 날 서울시의회에서는 ‘손목닥터9988’의 지원 대상 문제도 다시 논쟁의 중심에 섰다.
현재 추진되는 조례 개정안은 서울에 주소를 두지 않은 서울 소재 직장인·자영업자·대학(원)생 등을 사업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지원 대상이 사실상 주민등록상 서울시민 중심으로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 대목에서 시민들이 주목하는 것은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하느냐’보다 서울시 예산의 혜택을 어디까지 서울의 생활권 인구에게 인정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서울에는 주민등록상 서울시민만 사는 것이 아니다.
경기도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있고, 서울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매일 서울의 교통·상권·공공서비스를 이용한다.
반대로 서울시는 서울시민의 세금과 재정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에 예산 지원 대상을 주민등록상 시민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이 문제 역시 단순히 ‘혜택을 빼앗는다’는 정치적 표현을 넘어, 서울이라는 도시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할 것인지, 실제 생활권을 기준으로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장애인 복지는 ‘권리’와 ‘자립’을 함께 봐야
장애인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분명하다.
장애인이 자신의 능력과 조건에 맞는 일을 하고, 정당한 임금을 받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 공공일자리를 둘러싼 논쟁 역시 ‘장애인을 지원하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어떤 일자리가 장애인의 자립을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하는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문화예술 활동, 장애인식 개선, 권익옹호 활동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나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업무의 내용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특정 단체가 사업을 독점하거나 정치적 활동과 공공일자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도 방지해야 한다.
서울시가 기존 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맞춤형 특화일자리로 전환한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실제 서울시는 기존 사업 참여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후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의 다른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다시 참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타협’보다 투명한 기준
이번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정당이 이기느냐가 아니다.
시민이 낸 세금이 장애인의 삶을 개선하고 있는지, 일자리가 실제 직업 경험과 자립으로 연결되는지, 사업을 특정 단체가 좌우할 가능성은 없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조례가 통과되더라도 최소한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공공일자리의 직무 내용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둘째, 사업 수행기관 선정 과정과 예산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특정 단체에 사업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경쟁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넷째, 장애인의 실제 취업과 자립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다섯째, 집회·시위와 같은 정치·사회적 활동과 공공일자리의 직무 영역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마련된다면 장애인 권리보장과 시민의 세금에 대한 책임성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될 수 있다.
“장애인의 권리는 더 강하게, 혈세의 관리는 더 엄격하게”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정책과 사업이 자동으로 정당화되는 것도 아니다.
공공예산은 장애인에게도, 비장애인에게도 모두 소중한 시민의 돈이다.
따라서 장애인 정책은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그 과정에서 예산의 투명성, 사업의 공공성, 직무의 실효성, 특정 단체와의 이해관계 여부를 더욱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이번 서울시의회의 논쟁은 이러한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장애인의 노동권은 정치적 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동시에 시민의 세금 역시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객관적인 기준과 투명한 관리가 필요하다.
장애인이 당당하게 일하고 자립할 수 있는 일자리, 서울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 그리고 누구에게나 설명 가능한 투명한 예산 집행.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이 세 가지일 것이다.
정치권이 이번 논쟁을 정쟁으로 끝내지 않고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해야 시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이 되는가’를 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2026년 8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