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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체를 이해하기 위한 ‘수학적 다양체’에 대하여
▲ 들뢰즈의 다양체와 수학적 다양체
넘어가서 다양체 개념은 수학적 다양체 개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다. 보통 수학 쪽에서는 manifold라는 개념을 쓰죠. multiplicity라는 말 보다는. 이것을 구분하기 위해서 수학 쪽에서는 manifold가 다양체죠. 여기서는 구분하려고 수학적 다양체라는 말을 썼어요. 이 용어는 일정한 특성을 갖춘 기하학적 공간을 가리킨다. 기하학적 공간인데, 그 기하학적 공간을 특징짓는 어떤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죠. 현대 기하학에서. 옛날에는 그냥 공간을 유클리드적으로 봤기 때문에 간단하게 파악했는데 지금은 상당히 복잡하죠.
-책 낭독-
그러니까 갈릴레오가 쓴 책들을 보면 대포이야기가 많이 나오죠. 조금 딴 이야기지만, 갈릴레오가 활동할 당시 이탈리아는 근대적인 국가 통일이 안 되었던 시기죠. 굉장히 지역 간의 전쟁도 심하고. 그런데 이 사람이 갈릴레오의 ‘대화’편에,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데, 대화편의 배경이 무기고 앞이에요. 근대과학이라는 것이 사물을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서, knowledge is power가 되는, 베이컨의 말처럼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맥락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대포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각도를 잡는 거예요. 몇 도를 맞춰서 쏴야지 가장 멀리 나간다던가, 어디 떨어진다던가. 세타(θ)를 얼마만큼 해야지 포가 어떻게 날아간다는, 궤적. 궤적을 많이 이야기하죠. 곡선도 많이 이야기하고. ▲ 기하학의 고전적 수학에서 현대의 대수학으로
-책 낭독-
기하학 공간을 만들어놓은 다음에 곡선을 놓는 거죠. 놓는다는 말은 번역을 조금 고민해봐야 할 거 같아요. ‘정위시키다.’라는 말도 있는데, 너무 딱딱하고. 설정한다는 말도 있고. 아니면 심는다는 말도 있는데.
-책 낭독-
두 축에 기준해서. 곡선의 모든 점들은 두 수의 짝, 즉 좌표를 구하게 된다. 이렇게 해야 되겠죠. 이것을 보통 ‘cartesian coordinates(데카르트 좌표)’라고 하지요. 이렇게 중학교 때 많이 배운 원점이 되고. 원래 이름은 Decartes인데, 여기 De라는 것은 영어의 of와 같죠.
원래 이 집안의 이름은 Cartes죠. 즉 ‘카르트 집안의 르네’라는 뜻이에요. 이름들 보면 Von 뭐라고 하는 이름들이 다 of의 의미입니다. Van도 of 라는 의미인데, 이 of를 빼요. 형용사를 만들 때. 그래서 Decartesian이 되는 것이 아니고 Cartesian이 되는 거죠. 그런데 우리말로 번역할 때는 데카르트라고 하는 거예요. 좌표 상에 점이 하나 있으면, 예전에 배웠겠지만 x1, y1 이런 식으로. 이런 방식을 데카르트가 고안을 하죠.
-책 낭독-
현대과학이 형성되는데 상당히 중요한 문턱입니다, 이게. 옛날 그리스 수학은 대수학을 기하학으로 풀거든요. 그리스 수학은 상당히 기하학적입니다. 대수문제도 기하학으로 푸는데. 현대의 수학은 기하학을 대수로 풀어요. 그래서 현대 수학, 기하학 책을 펴면 그림이 없어요. 보통 초보적인 기하학 책은 그림이 많을 것인데, 현대 기하학 책을 보면 의외로 그림이 하나도 안 나와. 왜? 모든 기하학적 공간을 전부다 수로 환원시켜버리거든요. 이 점은 좌표 값으로 표현되는 거죠. (x2, x2), (y1, y2) 두 점 사이의 거리를 구하라면, 기하학적인 직선. 기하학적으로 표시하면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해서 이렇게 계산하죠. 또 원 같은 것은 x2+y2=R2인가? 그렇게 전부 숫자로 표현합니다.
▲ 해석기하학과 아페이론(apeiron)
-책 낭독-
해석기하학이라는 것은 analytical geometry입니다. 가끔 오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학에서 analysis는 분석이 아니고 해석이에요. 해석(解析)학 할 때의 그 석(析)자(字)요. analytical geometry이죠.
해석학이 뭐냐? 수학에서 해석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데. 가장 근접한 대답이 limit, 극한을 다루는. 어떤 식으로든 수열이든 미분이든 적분이든 급수든 간에 limit를 다루는 수학적 담론을 analysis, 해석학이라고 할 수 있죠. 고등학교 때 수열하고 미적분을 배우죠. 그게 해석학의 한 종류들이지 그러니까. 수열도 뭐예요? 무한급수를 배우죠? 기억나요? 무한급수. 제곱, 제곱해서 무한히 가는 것. limit, Y가 0으로 갈 때, 어쩌고. 이런 것을 다루는 게 다 해석학 범주에 들어가는 거예요. limit라는 개념이 들어가는 것이 다 해석학이죠. 아주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희랍철학의 ‘아페이론(apeiron)’하고 연관된 것입니다. 희랍철학의 아페이론. 희랍철학은 아페이론을 싫어했죠. 왜 싫어했어요? 아페이론은 연속적이거든. continuous하잖아요. continuous한 것은 개념화가 안 되거든요. 딱 끊어져야 뭐가 이야기가 될 거 아니에요. 아페이론은 연속적인 거잖아. 음악도 딱딱 끊어서 잡아야 화성이 나오는 거 아니에요.
언젠가 강의할 때 몇 번 이야기했지만, 이건 수학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음악, 현대미술, 현대의 문명 이라는 것. 희랍문명이 거부했던 아페이론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현대문명입니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그게 한 두 분야가 아니라 이를테면 디지털, 현대음악, 현대미술, 수학도 마찬가지고, 어찌 보면 인류의 문명사를 아페이론으로 볼 수 있어요. 아페이론 개념이 정복되는 역사. 희랍철학자들이 기피했던 아페이론을 정복해가는 역사가 현대문명이라고 해도 크게 과장된 말은 아니지 싶은데, 그런 문명사적 과정의 수학적 version이 해석학이에요. 그렇게 큰 틀에서 보면 좋죠.
그런데 데카르트와 페르마의 해석기하학도 이미 limit라는 게 들어가지만, 지금 우리가 다양체라는 것을 이야기할 때는 훨씬 그보다 더 정교화 된, 나중에 나오는 가우스와 리만의 미분기하학에 속한다. differential geometry죠. 오늘날 수학과의 전문 필수과목 중 하나지요. 가장 기본적인 것. differential geometry.
그러니까 오늘날의 기하학은 정태적으로 주어진 것을 다루는 게 아니라 differential한. 형성되어가는, 만들어가는, 운동하는 그런 기하학을 다루는 거죠. 그러나 해석기하학보다 미분기하학이 훨씬 고급기하학이지만 기본 발상은 같다.
-책 낭독-
미분이라는 것은 라이프니츠가 발명한 것이고, 뉴턴도 물리적 맥락에서 같이 발명했고, 18세기, 19세기 거치면서 적분까지 들어오면서 미적분학이 완성되죠. 그래서 고등수학의 가장 꽃이 미적분학인데.
-책 낭독-
둘 이상의 양적변화들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가 뭐요, 이게? 흔히 아는 단어로 하면? 예컨대 수요와 공급 이 있다. 수요도 변하고 공급도 변하죠. 그러니까 둘 이상의 양적 변화들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들. 함수지 뭐. 함수. 아주 좀 거칠게 말하면, 과학이라는 것은 함수를 다루는 거죠.
경제학이 뭐예요? 경제적인 variable들, 변수들 사이에 관계를 찾는 게 경제학입니다. 생물학이란 뭔가, 생물학이란 세포들 등등, 혈압 등 관계들을 찾는 것이고. 과학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 첫째로 system, 계를 분리해내요.
모든 과학의 출발점은 system이에요. 왜? 일단 논의 대상을 정해야할 거 아니에요. 이 방을 물리학자가 보면 thermal system이죠. 열계(熱界). 생물학자가 말하면, 하나의 생태계이고. 사회학자가 말하면 한국이라는 시스템. 모든 과학의 출발점은 그 과학이 다루는 영역, 대상을 일단 분절하는데서 시작하는 거예요. articulation하죠. 그게 바로 system이죠. 과학책 보면 전부 계라는 말부터 시작해요. 맨 처음에 나오는 게 system이라는 말. 닫힌 계, 열린 계, 개방 계, 폐쇄 계 나오죠.
둘째로 중요한 게 뭘까. 변수들이죠, variable들. 뭐에 초점을 맞추느냐 하는 거죠. 경제학자가 여기 경제를 다 다룰 수 없잖아요. 경제학자가 홍익대 앞에서 무슨 물건을 파는지 어떻게 다 다뤄요. 다룰 필요도 없고. 그 과학에 초점을 맞출 변수를 찾아야 하잖아요. 그럴 거 아니에요. 경제학 같으면 수요, 공급. 의학이면 혈압, 맥박, 심전도 이런 것일 테고. 그 상관된 계를 핵심적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variable들. 그것을 찾아야할 것 아니에요.
그럼 세 번째는 뭐예요. 그 variable들의 변이, 시간 속의 변이를 추적해야지. 경제학 같으면 시간속의 수요가 어떻게 변하느냐, 공급이 어떻게 변하느냐 이야기할 테고. 의학자 같으면 맥박 수가 어떻게 변하느냐, 심박 수가 어떻게 변하느냐 찾아야할 거 아니에요.
네 번째는, 그 변화들 사이에 함수관계가 뭐냐는 거죠. 함수관계가. 만약에 변수가 3개이면 아니, 간단하게 예를 들어, 수요와 공급 2개이면 x와 y사이의 함수 관계가 뭐냐는 거죠. 면 뭡니까. x가 1,2,3,4변하는데 따라서 y는 1,4,9,16 이렇게 변하겠죠. 이런 거죠. ▲ 미적분 함수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물론 과학이라는 것이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하고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간단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science라고 할 때 science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이거예요. 계를 분리하고, 변수를 잡아내고, 변수의 변이를 추적하고, 그것들 사이의 함수관계를 찾아내는 거죠. 가장 과학의 중요한 기본이죠.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그런 이야기인데. 둘 이상의 양적 변화들 사이에 성립하는 관계들을 포함한다는 대목. 그것을 포함해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되어왔다. 그래서 이 미적분이 왜 중요하냐? 미적분이 바로 지금 이야기한 이런 것을 표현하는 수학이 미적분이거든요.
아까 수요, 공급 가장 단순한 예를 들어가지고, 간단히 이야기하면, 우리는 보통 공급을 x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x가 변해간다고 표현하면 dx죠. 공급은 dy죠. y=3x라는 정태적 방법이 아니라 dy/dt, 시간 속에서 y가 변해가는 것은, 예컨대, 3dx/dt. 시간 속에서 x의 변화는 3배이다. 이거죠. 아주 쉬운 예를 든다면. 이게 함수관계죠. 물론 아주 복잡하게, 예컨대 장자크같은 사람은 텐서(tensor)방정식, 벡터장 이런 것도 나오고 복잡한 게 많은데, 요새는 measure theory라는 것도 나오고 나도 잘 모르겠어요. 하도 복잡해서.
가장 일반적이고, 현재 공학 의학 등에서 가장 일반적인 것이 미분방정식이에요. 변수들의 변화들 사이의 함수관계. 이것을 뭘로 표현 하냐면 보통 미분방정식으로 표현하죠.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미분방정식이에요. 경제학 책이나 이런 것을 보면 미분방정식으로 가득 차있죠.
-책 낭독-
어떤 변화하는데, rate, 변화의 율(率). 아까 말한 것이 변화율이죠. 그럴 때 미적분학이라는 것은 그 율에 순간적인 값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니까 미적분이 나오기 이전에는 대포의 궤도를 그리면 그때는 쏘았을 때 어디 떨어지느냐 만 알 수 있었어요. 지금은 이 궤적을 미적분으로 표현하면 어디에서나, 예컨대 3초 뒤, 여러분 접선 그려서 표현하는 것, 그럼 이 포가 가장 높이 올라가는 지점을 찾을 수 있겠죠. 그 지점에는 변화율이 0일 때죠. 어느 순간이든 다 찾는 거죠. 전부 다. ▲ 미적분을 통해서 세상의 미소(微小)한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상당히 베르그송도 이야기 많이 하는데, 근대과학은 연속성을 정복했다는 거죠. 고대과학은 중요한 점들에서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미적분이 나오면서 어느 순간이나, 사실상 안 그런데, 적어도 원칙적으로, 이론상으로는 어디서나 정확한 변화율을 포착한다는 거죠. 순간 변화율이죠. 이게 상당히 중요하죠. 이것을 잘못 계산하면 로켓이나 위성 같은 게 날아가 버리죠. 알잖아요. 로켓을 쏴서 맞추잖아요. 그래서 돌게 만드는데, 잘못 계산하면 우주로 날아 가버리거나 땅으로 떨어져버리죠. 예컨대 변화하는 양들이 공간적으로 위치와 시간이라면, 우리는 하나가 다른 하나에 대해 드러나는 변화율을 계산할 수 있다. 예컨대 어떤 것이 이동을 하고 있고, 시간이 걸리는 것. 이것이 가장 초보적인 물리학이죠. 거리와 시간을 갖고 속도 구하는 것. 중학교 물리학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거죠. 가장 나중에 가면 velocity, 속도를 구할 수 있지요?
-책 낭독-
이제 하나의 기하학적 대상, 예컨대 곡면이나 곡선 같은 것. 곡면으로 가면 아주 복잡해지죠. 곡선만 해도 눈에 딱 보이는데, 곡면. 이런 곡면 같은 것. 이렇게 꺾이면 상당히 복잡해지지.
-책 낭독-
예를 들어서 말안장이 있죠. 말안장이 이렇게 비슷하다면, 여기 삼각형을 그리면, 말안장 위에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도보다 작게 나오지요. 이것을 둥그런 지구라고 생각해봐요. 지구에서 삼각형을 그리면 어떻게 나올까. 내각의 합이 180도 보다 크게 나오겠죠. 삼각형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것은 옛날에는 불변의 진리였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curvature가 0일 때만 성립하는 거예요. 평평할 때. curvature가 0이죠. 이럴 때만 성립하는 것이 유클리드 기하학이에요. 그럴 때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이직각(二直角)이죠. 그런데 만일 이 자체가 유동하면 그게 안돼요. 말안장에서는 좁아지니까 적어지고 구에서는 볼록하니까 더 커지겠죠.
곡률이 변한다는 것. 왜 여러분들 그림 보면 그런 거 많이 나오잖아요. 공간이 변하는데, 예를 들어서 이런 그림 많이 보잖 아요. 볼록해지는 거잖아요. curvature가 계속 변하는 거예요. 곡률이. curvature가 변할 때 마다 각 점에서 기울기 변환이 있겠지요. 아까는 직선, 간단하게 하나지만, 예컨대 아까는 선이니까 쉽게 표상이 되는데, 입체가 되면 상당히 까다로워져요. 면이 휘어지는데 각각 변화가 생기겠죠. 저런 것을 추적하는 데 현대기하학에서 미분기하학이 상당히 중요하죠. 천문학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책 낭독-
아까 해석학이라는 것은 limit를 다룬다고 했는데. 그러면서 많이 사용하게 된 말 중의 하나가 infinitesimal이라는 이 단어죠. 이 단어가 17세기부터 자주 사용돼요. 라이프니츠, 뉴턴, 버클리 등 많이 사용하죠. infinitesimally small point. 그냥 small point는 그냥 작은 거예요. 고정된. infinitesimally small point는 계속 작아지고 있는 거죠. 어떤 생성. 생성해 들어가는 거예요. infinitesimally small point에서의 곡률의 값을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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