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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와 '황금' 등 43개 연작 5백여 점을 한자리에 모은 구본창의 첫 회고전 시간의 흔적 찾아 달려온 구본창의 45년 여정...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유물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을 찾기위한 구본창의 달항아리 구본창의 작품세계...부친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 |
[미술여행=윤장섭 기자] 대기업 회사원의 길을 마다하고 자신의 길을 찾기위해 1979년 사진 공부를 위해 독일로 유학길에 나섰던 사진작가 구본창의 45년 예술 여정을 살펴보는 첫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전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지난 14일(목)부터 열리고 있다.
'구본창의 항해'전은 원하는 길을 찾아 나섰던 작가의 여정을 돌아보는 전시다.
◈ 유물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을 찾기위한 구본창의 달항아리
사진=구본창 작가(유튜브 영상 캡처)
구본창은 국내 사진계에서 자신만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작가다. '백자', '비누' 등 사진 연작은 구본창(70)을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특히 작가는 낡고 하찮은 물건이라도 잘 버리지 못한다. 그것은 작가가 일상의 물건이나 유물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다.
구본창은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달항아리를 찾아 찍은 사진 12점을 처음으로 함께 모았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호암미술관, 일본 교토 일본민예관, 영국박물관 등 세계 곳곳에 소장된 백자 달항아리들이다. 백자에 서린 수백 년 전의 숨결과 시선을 앵글에 담기 위해서다.
사진: 구본창의 백자 시리즈 중 '문 라이징Ⅲ'.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구본창은 전시에 앞서 유년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기도 했다. 우유부단하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잘 드러내지 못해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고, 자기 위치를 찾지 못한 것에 대한 고백이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구본창의 작품 500여점과 관련 자료 600여점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것은 구본창의 50여개 연작 중 43개 시리즈다. 독일 유학 시절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흑백과 컬러로 도시의 완벽한 조형미를 찍은 '초기 유럽' 연작과 B컷 사진을 네 장씩 엮어 이야기의 흐름을 담은 '일 분간의 독백' 연작도 그 중의 하나다.
사진: 네 컷 사진 '일 분간의 독백'.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로 돌아와서도 구본창의 연작은 계속 진행됐다. 무작위로 컬러와 흑백 필름을 각각 장착한 카메라로 서울 구석구석의 일상을 찍은 사진을 네 장으로 엮은 '긴 오후의 미행' 연작,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이후 한국 사회의 통속성(키치)을 콜라주 형식으로 표현한 '아! 대한민국' 연작, 즉석 필름 카메라와 필름으로 퍼포먼스 모습을 담은 '열두 번의 한숨' 연작, '문라이즈 Ⅲ', 금관, 금동관모 등 황금 유물들을 찍은 '황금' 연작 등이 대표적이다.
구본창은 스트레이트 사진보다는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사진에 집중했다. 그것은 그가 독일 유학에서 6년 만에 돌아온(1985년) 서울이 너무 낯설었기에 작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그로 하여금 또 다른 표현을 많이 하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 구본창의 작품세계...부친의 죽음이 가져온 변화
구본창은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달항아리를 찾아 찍은 사진 12점을 처음으로 함께 모았다.
구본창 작가의 연작은 부친의 죽음을 계기로 정적이고 서정적으로 변화한다. 부친의 생명이 꺼지기 전까지 작가는 바느질로 이어 붙인 종이에 이미지를 인화한 '태초에' 연작과 한지에 인화된 곤충 이미지를 표본처럼 구성한 '굿바이 파라다이스' 연작 등으로 매체 실험을 계속해왔다. 그러다가 구본창의 작업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변화하기 시작해 '리버런'·'오션'·'화이트'와 같은 정적이고 서정적인 연작이 등장한다. 실제로 부친의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을 포착한 '숨' 연작을 선보인 전시실에는 생사의 경계, 자연의 순환에 대한 깊은 성찰이 흐른다.
사진: '시간의 그림' 시리즈.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구본창의 작업의 또 다른 축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다. 무속신앙이나 불교에서 쓰이는 지화(紙花. 종이꽃)를 찍은 '지화' 연작, 철근 콘크리트를 이용해 복원된 광화문 부재를 찍은 '콘크리트 광화문' 연작은 시대의 모진 풍상을 겪은 굴곡진 한국사의 흔적이 담겨 있다.
사진: 콘크리트 광화문 시리즈.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구본창의 항해'전에는 작가가 수집품만을 따로 모아 소개하는 전시도 열었을 정도로 수십 년째 간직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다양한 수집품들도 함께 소개된다. '기쁜 우리 젊은 날', '경마장 가는 길', '개그맨' 같은 영화 포스터 작업 등 각종 자료도 볼 수 있다. 구본창 작가는 객관적 기록의 역할을 넘어 주관적 표현의 '연출 사진' 영역을 개척해 온 독보적인 작가다. 그런 그가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시간의 결을 쫓고있다. 그래서 그의 항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구본창의 항해'전에는 작가가 수집품만을 따로 모아 소개하는 전시도 열었을 정도로 수십 년째 간직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다양한 수집품들도 함께 소개된다.
한편 구본창의 45년 예술 여정을 살펴보는 첫 회고전 '구본창의 항해'전 전시는 작가의 첫 공립 미술관 전시이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국내 작가 개인전 중 최대 규모다.
무료관람으로 내년 3월10일까지 전시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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