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뒤 이 회장은 바쁜 생활 속에 이들을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2006년 사진첩을 정리하던 중 네쌍둥이가 퇴원 할 때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그때 약속이 떠올라 이들 가족을 수소문했다. 황 씨 가족은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었다.
황 씨는 광부를 그만둔 뒤 장사와 노동일 등을 하고 있었고, 집안은 생활보장 대상자로 지정될 만큼 어려웠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쌍둥이 자매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아 하고 학교 성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4명 모두 각종 태권도대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건강하고 우수한 실력을 갖췄다.
어린 시절의 꿈은 다양했지만 4명 모두 ‘백의의 천사’라는 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간호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합격, 4명 모두 간호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넷 모두 간호학과에 간 것은 가천길병원 퇴원 때 이 회장이 농담처럼 “간호사가 돼 고마움을 사회에 갚게 하시라”고 했던 말을 부부가 가슴에 새겨두었다가 가족회의를 거쳐 결정한 일이었다고 한다.
합격은 했지만 등록금이 없어 2007년 이들의 생일을 하루 앞둔 1월 10일 이 회장은 입학금과 등록금으로 2,300만 원을 전달해 당시 18년 전 약속을 지켰다. 그 자리에서 학비를 계속 대주기로 한 이 회장은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아주겠다”고 두 번째 약속했다. 네 자매는 3년 전 1월에 치러진(2016년 1월) 제50회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어머니 이 씨는 “4명 중 하나라도 떨어질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간호사 국가고시에 모두 합격해 정말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네 쌍둥이가 간호사 국가고시에 전원 합격하자 이 회장은 약속대로 이들을 모두 이 역사가 깊은 가천대 길병원 간호사로 채용됐다.
이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네 쌍둥이를 건강하게 키워낸 엄마가 훌륭하다”며 길병원에서 태어나 간호사로 되돌아온 네쌍둥이들이 나이팅게일(nightingale) 선서의 가르침대로 훌륭한 간호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네 쌍둥이가 우리 병원에서 같이 근무하면 모르는 사람들은 한 사람이 홍길동처럼 여기저기 병동을 다니면서 환자를 돌보는 줄 알 거야. 이 회장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네 쌍둥이의 맏이인 황 슬 간호사는 “가천재단 이사장이시며 가천대길병원 이길여 회장님께서 저희와의 약속을 지켰듯이 네 자매들도 이 회장에게 약속드렸던 대로 가난하고 어렵운 아픈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열심히 섬기는 가슴 따뜻한 간호사가 되겠다”라고 다짐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