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까지 졸업한 미모의 34세 골드미스가 32세의 요리학교를 졸업한 신랑하고 결혼하겠다는 청첩장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결혼식 며칠 전에 신랑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초대를 해왔다. 마침 나에게도 혼기가 찬 딸이 있는지라 호기심 반 예절 반으로 모든 일정에 우선하여 그 식당으로 달려갔다.
내가 그 식당에서 놀라운 감동을 받았다면 표현이 지나친 것일까. 식당은 규모가 10평도 안되어 보였다. 테이블은 최고 8명이 앉을 수 있는 메인 1개와 모서리 활용으로 2명이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 딱 2개 뿐 이었다. 초대 손님은 주인내외를 제외하고 딱 7명인데 그 중에 내가 초대되어 정말이지 대단한 기쁨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 기쁨을 표시한다. 그날은 외부손님은 받지 않는 방침이었는데도 젊은 부부가 아기와 함께 외출 나온 모양인데 2명 테이블에 앉고 싶어 간절히 바라는 지라 우리 행사와 함께 그들도 맛있게 가족모임을 가졌다.
그곳은 음식점 골목도 아니다. 그냥 조용한 연희동 주택가이다. 그들은 신혼여행을 프랑스로 갔는데 이제 함께할 부부가 신랑의 서양요리에 안목을 맞추기 위해서 보름이 넘는 신혼 여행지로 선택한 것이었다. 그날 우리가 대접받은 요리 중 신랑이 창작해낸 메뉴는 고등어 스파게티였다. 고등어의 비릿 내를 들어내고 부드럽고 고소한 생선육질을 맛갈나는 스파게티 향신료(?)와 어울리게 요리한 솜씨를 내가 어떻게 글로써 표현 할 수 있겠는가? 신랑은 한마디로 충실한 기본기로 창의력을 발휘한 신세대 쉐프였다.
음식점도 쉐프도 이제 이러한 기본기와 창작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부부와는 다르지만 이렇게 개성 있고, 소규모이며,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하고, 하루에 최고 2-4팀(저녁포함)의 예약손님만 받는 쉐프의 집이 벌써 상당히 많다고 한다. 이런 집들은 개성만이 아니라 조금은 긴 안목으로 창업하여 후일에 성업을 보장받으려는 욕심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식객의 창업자처럼 말이다. 식객의 내용은 시작은 조용하고 작았지만 꿋꿋하게 긴세월로 승리한 스토리텔링 이었다.
지난 겨울에는 이제 새내기 대학생이 될 우리의 자녀들이 추위보다도 더 몸이 얼어드는 입시경쟁을 하였으리라 생각한다. 위에서 나를 초대했던 신랑은 회장님께 들어서 알고 있는 불란서 최고의 요리학교 '르 꼬르동 불루' 출신도 아니고 순수 국내파 2년제 요리학교 출신이다. 입시시즌을 보내고 새학기를 기다리면서 생뚱스런 희망을 가져본다. 어려운 입시경쟁을 뚤어봐야 갈 수록 정답이 아닌 세상이다, 실사구시의 학창시절이 평가 받는 시절이 더욱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다. 다음에 나를 초대할 지도 모를 또 다른 새내기는 갈치 스파게티를 개발하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나는 어려서 제일 많이 먹어본 생선이 갈치, 고등어, 꽁치이다. 이런 변화로 서양요리의 한식화, 한식의 세계화 시대도 더욱 빨라졌으면 좋겠다.
첫댓글 그런 집이라면 저도한번 방문해서 맛을 보고싶군요. 그리고 용기있는 그런 젊은이들의 성공스토리가 여기저기서 울려퍼지기를 기대합니다.
저도 요리배우고 시포요~ 요리가 아주 재미있어여...매일 요리관련 뉴스나 드라마 자료를 좋아합니다. ^^언젠가는 요리사가 되어야지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넥, 하기리 님이 요리사 되면 암도 먹으로 안와유......
우리 아버지는 젤로 맛있다고 하시는데요~ㅎㅎ
손님은 아버지와 아들사이가 아닝께요. 그래도 효도는 지금처럼 햐십시요. 종경합니다.
감사합니다~열심히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