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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동권씨(安東權氏) 원문보기 글쓴이: 權容鶴
★장례 준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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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그 이유만은 알 수가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따뜻한 체온으로 촉감을 나누던 그 사람인데 딸깍하고 숨넘어가는 순간 피부 닿는 게 싫어지고 손이라도 잡으려면 섬뜩하거나 꺼림직 해지기까지 하는 이유를 말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부모와 자식 사이도 임종과 운명의 고비를 넘어서는 순간 생전의 관계에 아랑곳없이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으로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죽은 사람은 잊고, 살아있는 사람 편안하게 잘 살라고 정 떼고 떠나려 일부러 무섭게 보이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죽지 않을 사람이 있을 수 없으니 장사란 누구든 치러야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정작 그 일만은 누군가가 대신해 주길 바라며 자신만은 하고 싶어 하질 않습니다. 인간의 존재와 함께 시작된 것이 인류의 역사라면 시체를 정리하기 위한 장사(葬事) 또한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고 언제까지나 지속되어야 할 불가분의 대사(大事)입니다. ▲ 상엿소리는 진혼곡이며 좁다란 길을 걷게 하는 지혜의 중심 추 요즘 상여는 옛것처럼 분해하고 조립해서 반복 사용하는 것도 아니며 알록달록하고 치렁치렁한 헝겊이나 널판으로 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종이와 비닐 그리고 각목으로 만들어진 1회용으로 그 규모 또한 8명이나 10명의 상두꾼만 필요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상제들의 울음과 덩달아 훌쩍거리는 문상객들의 비통함이 자박자박 내딛는 상두꾼들의 발걸음에 저승 가는 노잣돈으로 돗자리처럼 펼쳐집니다. 여한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한바탕 축원 같은 선소리가 끝나면 꽃상여,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가고 있는 망자를 태운 꽃상여를 둘러멘 상두꾼들은 돌아오지 못할 그 황천길을 향해 자작자작 걸어갑니다. 대문을 나선 상여는 생전의 오욕칠정, 부귀명세 모두 놓아버리고 훠이훠이 장지를 향해 떠나갈 뿐입니다. 그렇게 길을 가다 도랑이라도 나오면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몸부림이라도 하듯 한바탕의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생전이야 마음대로 건네던 다리였지만 이제는 다시 건네지 못할 다리니 그냥 갈 수가 없는 모양입니다. '이 다리는 웬 다린가' '어~허~어~허~'/'이승에서 맺은 악연' '어~허~어~허~'/'이승에서 쌓은 악업' '어~허~어~허~'/'남김없이 끊으라는' '어~허~어~허~'/'저승 가는 세심굔가' '어~허~어~허~'/'속세번민 인생팔고' '어~허~어~허~'/'벗어나는 해탈굔가' '어~허~어~허~'/'능파교간 극락굔가' '어~허~어~허~'/'이 다리를 건너가면' '어~허~어~허~'/'이제다신 못 올 텐데' '어~허~어~허~'/'애달고도 설운지고' '어~허~어~허~' 장지에 도착할 때까지 몇 십 분에서 한두 시간 정도 이렇듯 선소리와 상두꾼들의 후렴소리가 반복됩니다. 선소리에는 동지섣달 긴긴밤을 홀로 지새우며 청춘의 뜨거움을 홀로 식혀야 했던 청상과부의 한숨소리와 애환이 들어있을 수도 있고, 딱하고도 급급하기만 했던 홀아비의 궁상맞은 삶의 얘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착하게 살던 사람이 대접받으며 살아나갈 내세이야기도 들어있지만 악하게 살던 사람이 고통 받게 되는 저승세계 지옥이야기도 들어있습니다. 발원하며 돌이키고, 축원하며 영가의 명복이라도 빌다보면 상여는 어느덧 장지에 도착합니다. 지관이 잡아준 천하길지 명당에 좌향(坐向) 맞춰 반듯하게 파진 금정(金井)에 영가된 이가 들어있는 널을 조심스레 안장합니다. 그리고 흙을 다지는 달구(회다지)를 할 때 다시 한 번 선소리를 넣으면 선소리꾼 요령잡이의 역할은 마무리 됩니다. 선소리와 후렴구로 불러주는 삶의 노래, 망자의 노래는 한 사람의 그림자가 되어 모두의 가슴에 아름아름 내려앉습니다. 명당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지는 모르지만 후손들이 마음 편안해 하고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는 장소를 명당이라고 생각하면 그곳이 명당 아닐까 생각됩니다. 맴돌이를 하듯 빙글빙글 돌고, 위로 아래로 옮겨 다니며 물 한 방울 스며들지 못하도록 차곡차곡 다져줍니다. 선소리에 맞춘 달구질 꾼들의 후렴구와 그들의 몸동작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춤사위 같은 몸짓이니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보기 좋을 거며 먼 데 있는 사람들은 듣기 좋은 타령으로 들릴 겁니다.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변론이라도 하듯 영가된 이가 살아생전 베푼 선행이나 공덕들을 염라국의 판관들께 하나하나 고해 올립니다. 이렇듯 좋은 일 많이 했니 저세상일지라도 좋은 곳에서 잘 살게 해 달라는 후손들의 애틋한 마음과 효심을 실어 애원이라도 하듯 선소리로 엮어갑니다. 장례식장에서조차 점차 듣기 어려운 상주들의 '애고'거리는 곡소리, '영가된 이의 명복을 기원하고 살아생전의 가르침을 이제라도 실천하겠다'는 마음의 다짐인 곡소리를 대신해 요령소리로는 명복을 빌고 선소리로는 망자의 가르침을 문상객들에게 호소하듯 전는듯 하다. |
※ 상여소리 듣기 ※
※ 상여소리 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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