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라인을 위해/신영미
얼마 전에 공개수업을 하고 며칠이 지나 수업 영상을 보았다. 낯선 그녀, 놀랍다.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몸도 둥글둥글하다. 수업을 하는 모습이 아니라 나의 몸만 보였다. 아, 타인의 눈에 비친 나의 몸이 저런 모습이겠구나. 찍어준 분에게 하소연했더니 “그거 멀리서 찍은거야.”라며 나를 놀렸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마른 체질이었다. 갈비, 짜비젓(짜장면 비빔 젓가락) 이런 별명들이 있었다. 체질이, 체형이 변한다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 알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릴 때는 먹는 양이 적었고, 편식도 했다. 언니는 나와 달리 뚱뚱한 편이었는데 점심 도시락을 비벼서 먹을 정도로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한다. 지금도 그녀는 매일 살과의 전쟁 속에 살고 있다. 희한하게 술을 좋아해서 하루 세 시간씩 몸이 아플 정도로 운동을 하는데 술은 포기하지 않는다. 술을 안 마시면 하루 삼십분만 운동해도 살이 빠질텐데 집에서건 밖에서건 형부와 같이 술을 마시는 것이 삶의 즐거움 중에 하나라 포기할 수 없다한다.
나는 대학 때 친구의 영향으로 먹는 것을 즐겨했다. 기숙사 뒤편에 트럭에서 팔던 이동 분식을 우리는 ‘오뎅카’라 불렀는데 그곳에서 떡꼬치와 오뎅을 먹던 추억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것으로 보아 그때부터 달라진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활동량이 굉장히 많았다.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퇴근 후 인라인을 타고 주말에도 동료들과 자전거 하이킹을 하거나 인라인 야외 로드를 즐겼다. 어느 해에는 특히나 같은 학년 담임들이 함께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한번씩 집에 초대되어 고스톱을 치는가하면 회식 자리에서 해외 여행에 모두 동의하여 방학 때 대만으로 여행을 떠났고, 갑자기 마라톤 대회 이야기가 나왔을 때 흔쾌히 함께 참여하기로 하였다. 하프 마라톤을 뛰어본 다른 학년 교사를 초빙하여 주말에 대불영농단지에 모여 연습을 하였다. 이 때가 나의 리즈 시절, 즉 가장 빛나던 시절이다.
마라톤 대회 당일에 바닥에 바로 닿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벼운 런닝화를 선택했다. 가벼워야 달리기에 좋지 않겠나 해서다. 잘 달리고 들어오는데 갑자기 다리가 아픈 것 같아 한참을 걸어보았다. 무리가 갔나 의심하다가 다시 달려 들어와 3등인가를 해서 찻잔 세트를 상품으로 받았다. 운동화가 쿠션이 없어서 다리에 무리가 온 것을 모르고 다음날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서 잊어버렸다. 그 시점에 많은 활동이 연속으로 있었다. 인라인 마라톤 대회에 나가 완주 메달을 거머쥐었고, 동료와 미루고 있던 자전거 하이킹을 하당 평화광장에서 대불영농단지까지 함께 하였다. 또 바로 다음 주에 친구들과 억새를 보러 천관산을 등산하였다. 천관산을 내려오면서 무릎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다. 업히고 싶었으나 참고 뒤로 걸어서 내려왔다.
이 때부터 한방 병원에 봉침을 맞으러 다녔다. 무릎 관절에 벌의 침을 주사로 맞는 것인데 너무 아파 맞을 때마다 눈물이 찔끔 나왔다. 의사의 권유로 운동을 일 년 정도 의도적으로 쉬면서 드디어 나에게도 살이 찌기 시작했다. 늘 말라있었던 터라 살이 붙어있는 나의 모습이 좋았다.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된 후 칼로리를 많이 소비하여 살을 빼는데 효율적일 것 같아 수영을 배웠는데 수영 후에는 늘 기름진 음식이나 인스턴트가 당겨서 오히려 더 살이 쪘다.
몇년 전에는 살을 빼고자 열심히 계단 오르기를 하였다. 야간자습 감독 후에도 한 밤 중에 아파트 계단을 올랐다. 계단 오르기가 살 빼는데 정말 효과적이었다. 관절을 다치지 않기 위해 내려올 때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가끔 놀래는 이웃들을 위해 살금살금, 그리고 라인을 바꿔가며 계단 오르기를 몇 차례씩 하였다. 살이 빠지기 시작하자 기뻐서 한끼씩 굶기도 하였다. 드디어 옷장에 걸려있던 원피스가 햇빛에 나왔다. 그때의 성취감은 정말 값진 것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은 인생 최고의 몸무게가 되었다. 현재는 그 정도 노력의 의지가 없다. 최근 요가를 한 달 정도 하면서 요가복을 선물로 두 벌 받았는데 그 중 한 벌 마지막 날 딱 한번 입고 다른 옷은 비닐에 묶여있다. 다른 요가원을 등록하여 요가와 필라테스를 끊었는데 그곳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제공하여서 요가복을 입을 필요가 없었고, 너무 정적이라 나와 맞지 않아 재미가 없어서 그만두었다. 수영장에 다니는 동료 아가씨들이 부럽다. 날씬한데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언젠가는 예쁜 수영복을 사서 버터플라이에서 멈춘 수영을 다시 배우리라 다짐한다.
현재는 걷기 외에는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스트레스가 올 때면 물구나무 서기를 한다. 물구나무 서기는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대학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물구나무 서기를 한다는 말을 믿지 않길래 보여줬더니 다들 신기해했다. 머리를 이불이나 베개에 대고 혼자서 균형을 잡아 지지대 없이 물구나무를 서는 것이다. 몇 년 전에는 머리를 대지 않고 팔로 벽에 기대서 물구나무 서기를 해보았다. 아, 이것도 되는구나. 지금은 이 물구나무 서기를 하는 중이다.
사람의 내장 기관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아래로 처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물구나무서기를 하면 이런 내장기관들이 제 위치로 이동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혈액 순환이 좋아진단다. 또한 머리 쪽으로 피가 쏠려 내분비기관을 자극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신진대사나 소화를 돕는 호르몬 분비가 활성화되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물구나무 서기의 미용 효과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에서 실시한 “미세중력 상태에서의 한국우주인 얼굴의 형상변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실증되었다. 이는 얼굴학자 조용진 교수의 제안으로 세계 최초로 이루어진 연구이다. 우주에서의 얼굴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조용진 교수의 등고선 촬영장치가 동원되었다. 이 장치는 일반적인 광학사진보다 정확하고 계량적인 측정이 가능하다. 이소연씨가 우주에 머물면서 찍은 사진을 보면 얼굴이 확연하게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마와 코가 앞으로 돌출되고 전체적인 볼륨이 위로 올라가면서 얼굴형이 갸름해진 것이다. 전체적인 느낌이 어려진 것 같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소연씨처럼 우주로 갈 수가 없는 우리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중력을 거꾸로 이용하는 물구나무 서기이다. 시작한지 며칠 되었다. 한 달 후에 갸름한 얼굴을 기대해본다.
첫댓글 제목하고 내용이 잘 어울리나요? 물구나무서기에 초점을 맞춰서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제목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 보세요.